<134화>
“아흐으으……. 허으.”
입구를 벌리고 들어온 성기는 느린 속도로, 그러나 막힘없이 깊숙하게 밀려
들어왔다.
배 안이 가득 차는 감각에 숨이 턱 막혔다. 매번 받아들이는 것인데도, 처음
받아들이는 순간에는 늘 압박감에 놀라곤 했다.
분명 너무 커서 버거울 정도인데, 금방 익숙한 쾌감에 온몸이 저릿해졌다. 삽
입하자마자 이렇게까지 느끼기도 쉽지 않은데, 애무를 충분히 해 주고 도겸이
뜸을 들인 덕분인 것 같았다.
서원이 진정해 보려고 애써 숨을 고르게 내쉬는데, 도겸이 깊게 밀어 넣은 채
뜨거운 숨을 터트렸다.
“하아……, 술 마셔서 그런가. 안이…… 뜨거운데.”
도겸은 쫀쫀하게 달라붙은 서원의 내벽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서원의 몸은 키가 작은 편은 아니지만, 도겸의 기준에는 작고 여려 보였다.
뼈대가 얇고 마른 편인 것이 한몫했다.
결혼하고 난 후, 도겸은 서원에게 몸에 좋다는 음식은 다 구해서 먹였다. 그
런데 원체 살이 안 찌는 체질인지 살이 영 붙지 않았다. 피부 결이나 혈색이
많이 좋아져서 더 예뻐지긴 했는데, 살이 찌는 것과는 별개였다.
그 탓인지, 서원은 엉덩이도 작고 뒷구멍도 작고…… 그 안쪽의 길도 비좁았다.
길을 벌리고 억지로 성기를 밀어 넣으면 내벽이 차지게 달라붙으며 꽉 조이곤
했는데, 오늘은 내벽이 뜨거워서 더 자극적으로 느껴졌다.
그 느낌이 좋아서 도겸이 안쪽 깊은 곳에 밀어 넣은 채 가만히 있자, 서원이
손을 입으로 가리고 울먹였다.
“흐윽……, 왜 그래요, 또…….”
“후……, 내가 뭘?”
“빨리……, 해 달라고 했는데 왜 가만히 있냐고요…….”
서원은 도겸의 것을 받아들이느라 버거운 상태기도 하면서도, 갑갑할 정도로
차오른 성감에 안달이 나 있기도 했다.
아무리 취해 있다고 해도 민망함을 무릅쓰고 넣어 달라고 조른 거였는데, 넣
기만 해 주고 안쪽을 뒤흔들어 주질 않으니 이건 이것대로 괴로웠다. 그가 저
를 괴롭히는 것 같았다.
취해서 그런지 눈물도 헤퍼졌다. 서원이 울 것 같은 얼굴로 도겸을 올려다보
자, 그가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놀리듯 물었다.
“감당할 수는 있어서 그러는 거지?”
“으응…….”
서원은 이해 없는 대답을 내놓았다. 도겸이 이렇게 졸라 놓고 울지 않을 자신
있냐는 의미로 물은 거였으나, 이해할 여력도 없었고 아무것도 상관없었다.
감당하는 건 지금의 제가 아니라, 미래의 저였다. 그리고 무의식중에 제가 조
르면 봐주곤 하니까……. 오늘도 그러리라고 자만하기도 했다.
서원이 아무래도 상관없다며 고개를 끄덕이자, 도겸이 비뚜름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내일 관광 일정 다 취소해야겠는데.”
쉽게 재워 주지 않겠다는 각오가 담긴 무시무시한 말이었다.
서원은 그 말을 듣고서야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조금 들었지만, 그것도
잠깐일 뿐이었다. 술과 쾌감에 절어 버린 서원에게는 오히려 좋게 받아들여졌
다. 제게 얼마나 많은 쾌감을 선사해 주려고 그러는지 은근한 기대감이 들기
까지 했다.
위기감을 잊고 엉덩이를 꿈질거리는데, 도겸이 허리를 뒤로 뺐다. 귀두만 걸
릴 정도로 빼내니 오싹한 기운이 들어 잔떨림이 생겼다.
“흐으…….”
“후……, 넣으면 조이고, 빼면 힘 빼.”
선생이 학생을 가르치듯 한 단호한 목소리였다.
서원은 섹스를 한두 번 해 본 것도 아니고, 새삼스럽게 무슨 그런 말을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의식적으로 힘주지 않아도 매번 조인다며 음담패
설을 하는 게 누군데 싶기도 하고…….
맨정신이었다면 대꾸할 말이 많았겠지만, 지금 서원의 머릿속은 정상이 아니
었다. 서원은 뭐든 좋으니 어서 해 달라며 팔을 뻗어 도겸의 목을 끌어당겼다.
“하아, 빨리, 빨리요…….”
“…….”
서원이 도겸의 귓가에 대고 숨결 섞인 목소리를 내자, 도겸의 턱 근육이 움찔
거렸다.
그는 무언가를 억누르는 듯한 떨림 가득한 숨을 내뱉더니, 있는 힘껏 성기를
처넣었다.
“허억……!”
퍼억!
그의 하반신이 서원의 엉덩이와 맞부딪히며 때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과장이
아니라, 이건 단순한 ‘삽입’이라기보다는 ‘좆으로 내벽을 때렸다’는 표현을
쓰는 게 더 어울릴 수준이었다.
결장을 벌릴 듯이 깊이 들어오니, 서원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뒤로 젖히며 몸
을 바들바들 떨었다. 가는 허리가 안쓰러워 보일 정도로 낭창거렸다.
도겸은 바들바들 떨리는 서원의 허리를 고삐처럼 붙잡더니, 다시 성기를 빼냈
다가 콱 밀어 넣었다. 거친 삽입에 구멍 안에서 흐르던 애액이 사방으로 튀었다.
“이렇게, 예뻐서.”
“아읏, 혀, 하아! 으응!”
“내가, 널, 어떻게 해야 돼? 응?”
도겸은 정말 모르겠다는 듯 말하면서도, 미친 사람처럼 밀어붙였다.
도겸의 눈에는 제 품에 안긴 서원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사랑스럽지 않았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지만, 결혼하고 나서는 귀
여운 걸 넘어서 요망해지기까지 한 것 같았다.
제 오메가는 원체 내성적이고 부끄러움이 많은 편이라 모든 걸 말하진 않았지
만, 예전에 비하면 놀라울 정도로 많이 솔직해졌다. 이제는 저를 도련님으로
모시는 게 아니라, 부부로서 편하게 생각하는 증거이기도 했다. 도겸은 그러
한 서원의 모습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특히 쾌감을 솔직하게 말할 땐 더
예쁘고.
오늘은 술에 취해서 그런지 더 본능에 충실해진 것 같은데, 그게 퍽 마음에
들면서도 걱정이 들었다. 이렇게 예쁜 서원을 집에 두고 바깥일을 하러 나가
나. 도겸은 서원이 제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이러지 않으리라는 걸 알면서도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
“너, 진짜……, 후, 내 앞에서만, 술 마셔야겠다.”
“흐아, 하, 저, 원래, 형, 앞에서만 마시…… 흣, 는데…….”
도겸이 훈계하듯 말했으나, 서원의 반응은 의외의 것이었다.
“원래 그랬다고?”
“아으으……. 아, 흐……!”
왜? 물어본 거였으나 서원은 정신이 없어 보였다. 도겸이 무슨 말을 하건 말
건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보였다.
내가 너무 몰아세웠나. 도겸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추삽질 하던 속도를 늦
췄다. 그제야 서원의 두 눈동자에 초점이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
도겸은 서원이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을 주고는, 잠시 뒤에 재차 물었다.
“왜 안 마셨는데?”
“흐으, 형이…… 그러라고, 했잖아요…….”
정신이 조금 든 서원이 왜 그런 걸 묻냐는 듯한 얼굴로 대답했다.
서원의 대답에, 도겸은 자신이 언제 그런 말을 했었는지 기억을 되감았다.
워낙 함께 한 시간이 길다 보니 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서원에게 많
이 마시지 말라고 할 정도로 취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고 보니까, 이전에 제가 서원을 먹이려고 달콤한 와인을 가져왔다가 취한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와인은 보통 사람들이 도수를 가늠하기 힘들고, 게다가 달콤한 와인이다 보니
서원이 제 입맛에 맞는다고 많이 마셨었다. 그날, 서원이가 너무 많이 마시는
것 같아서 못 마시게 했더니 서운한 낯을 해서 일부러 심술을 부렸던 적이 있
었지. 그래서 그때 다른 사람은 술 마시지 말라고. 저랑 마시라고 명령하듯
말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도겸은 정말로 지키라고 서원에게 한 말이 아니었다. 제 욕심으로
취한 서원의 모습은 저만 보고 싶어서. 서원이가 저러고 있으면 버러지 같은
새끼들이 달라붙을까 봐 한 소리였다.
그런데 그걸 정말로 지키고 있었다니.
저는 잊어버리고 있었을 만큼 흘려보내듯 한 말이었는데, 서원이는 제가 한
말 하나하나를 다 기억하고 있었다. 그게 다 예전부터 저를 좋아해서 그랬다
고 생각하니, 가슴에 뿌듯함이 피어올랐다.
대학생이 되기 전부터 저를 좋아했었다는 말은 들었어도, 서원이 워낙 티를
내지 않아 몰랐다. 그런데 이제 보니까 서원이는 티를 철철 내고 있었다. 제
말 하나하나를 곱씹어 가며 행동하고 저를 따르고 있었다.
나는 사랑을 온전히 받고 있었는데, 눈치가 없어서 몰랐던 거구나.
“하……. 그걸 다…….”
내색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도겸의 입꼬리가 스멀스멀 올라갔다. 기분이 좋은
걸 감출 수가 없었다.
도겸은 고개를 내려 서원의 입술에 새처럼 날아들어 입술을 맞춘 뒤, 다시금
허리를 추켜올렸다.
“으, 아앗……!”
“하, 서원아……. 서원아…….”
도겸은 흘러넘치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괜히 서원의 이름만
반복했다.
사랑한다는 말로는 모자랐다. 각인하고, 결혼까지 해서 영원히 떨어지지 않겠
다고 맹세까지 했는데도 부족한 느낌이었다. 줄 수만 있다면 제 모든 걸 다
내어주고 싶었다.
각인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나는 이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법을 모르겠지.
도겸은 티끌만큼 남은 이성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감정을 폭발시키듯 서원을
몰아붙였다.
철퍽, 철퍽!
고환이 엉덩이를 때리는 차진 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거칠게 성기가 빠져나갈 때마다 교합부 사이로 애액이 흘러내렸다. 허벅지를
타고 내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아까부터 음부가 애액으로 젖어 있었는데, 도
겸이 쑤석일 때마다 자꾸만 흘러내렸다.
서원은 평소 자위를 하든, 뭘 하든 혼자 있을 때는 뒷구멍에서는 애액이 잘
나오는 편이 아니었는데, 이상하게도 도겸과 섹스할 때는 홍수라도 난 것처럼
애액이 줄줄 흘렀다. 민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아, 으흐, 그만, 아흐윽…….”
너무 줄줄 흘러서 좀 멈춰 달라고. 멈춰 주면 좀 진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도겸은 서원의 요청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성욕에 잠식된 그는
제가 듣고 싶은 말만 듣는 능력이 있었다.
멈추지도 않고 강하게 몰아치니, 슬슬 사정할 것 같은 기운이 몰려왔다. 엉덩
이까지 꽉 조이게 되자, 도겸이 야수처럼 숨을 그르렁거렸다.
“하, 씹……. 혀 내밀어 봐.”
갑자기 혀는 왜……. 다소 뜬금없는 요구였지만, 서원의 머릿속에는 무언가를
깊게 생각할 만한 이성이 남아 있질 않았다.
서원이 순순히 혀를 내밀자, 도겸은 허리를 굽혀 얼굴을 가까이 밀착했다. 곧
이어, 통통한 혀가 낚아채듯이 옭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