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화>
“…….”
저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대놓고 판을 깔아 주니까 더 난처해지는 기분이었다. 어쩐지 놀리는 것 같기
도 해서 내빼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제가 먼저 제안한 상황이라 여의치 않
았다.
서원은 잠시간 망설이다가, 마음을 다잡고 손바닥에 바디워시를 짜냈다. 하얀
거품을 만든 후 조심스레 도겸의 가슴께에 손을 가져다 대자, 손바닥 아래에
서 가슴 근육이 단단해졌다.
눈앞의 도겸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는데 심장 소리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쿵쿵거리며 거세게 날뛰고 있었다.
혹시 의식하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드니, 기분이 좀…… 이상야릇해졌다. 그가
저를 만지는 것도 아니고, 저 혼자 그를 씻겨 주는 것뿐인데도 열이 뭉치는
느낌이 들었다.
그 탓에 서원이 이도 저도 하지 못하고 쭈뼛거리자, 도겸이 힐끗 서원을 보더
니 느른한 목소리로 재촉했다.
“그렇게 해서 언제 다 씻겨 주려고.”
“하, 할 거예요…….”
서원은 애써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퉁명스레 대답했다. 당신이 나를 의식하
고 있는 것 같아, 놀라서 멈췄던 거라고 말했다가는 이곳에서 거사가 이뤄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서원이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손을 부지런히 움직이는데, 새삼스럽게 도겸의
몸에 감탄하게 됐다.
알고는 있었지만, 그의 몸은 정말 좋았다. 매번 보면 대단한 것도 대단치 않
게 느껴질 수 있는데, 그의 몸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좋아져서 연신 감탄하
게만 됐다.
제 출산 전후로 도겸은 평소보다 야위어 있었다. 출산 전에는 일방 각인을 한
그가 저와 떨어져 있느라 힘들어 했었고, 출산 이후로는 제가 몸 상태가 안
좋아져 그가 제 병간호, 그리고 도하를 봐 주느라 몸 관리를 할 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정리되고 난 후로는 금방 원상태, 아니 이전보다 훨씬 체격이
좋아졌다. 그가 몇 배는 더 열심히 운동한 덕분이었다.
처음에는 자기만족으로 몸을 키우는 건 줄 알았는데, 나중에 배 비서님을 통
해 저 때문에 열심히 운동하는 거라는 걸 알게 됐다. 저와 그가 다섯 살 차이
가 난다는 것 때문에 자기관리를 더 철저하게 한다는 게 이유였다.
나이 차이를 의식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것 때문에 몸 관리를 철저
하게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와 함께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다섯 살은 그다지 큰 차이도 아니게
느껴졌고, 또 그는 우성 알파라는 뛰어난 체질 때문인지 저보다도 훨씬 체력
이 좋았다. 정력에 있어서도 오히려 제가 질 정도였다.
자기만족으로 운동하는 거면 몰라도 그런 이유라면 정말로 의식할 필요가 없
었다. 그래서 서원은 진심으로 그럴 필요 없다고 그를 만류했지만, 도겸은 그
런 이유가 아니라며 시치미를 뗐다.
말리지 못한 덕분에 지금의 조각상처럼 아름다운 몸을 볼 수 있게 된 건 좋긴
한데……. 서원이 그런 생각을 하며 작게 헛웃음을 흘리자, 도겸이 고개를 한쪽
으로 기울였다.
“무슨 생각해?”
“음……. 새삼 형 몸 좋다는 생각이요. 예전보다 더 좋아진 것 같아요.”
“아아. 잡아먹고 싶어서 보는 줄 알았는데.”
“그게 무슨……! 아니에요!”
서원은 단박에 성적인 의미로 말한 거라는 걸 알아챘다.
허튼소리 하지 말라고 입을 다물게 하려는데, 도겸은 눈을 반으로 접어 웃으
며 말했다.
“아래는 안 해?”
“하, 하고 있는데…….”
굳이 말하지 않아도 할 거였는데, 재촉을 받으니 마음이 급해졌다.
서원은 더듬더듬 손을 내려, 도겸의 하반신을 닦아 주려고 했다. 그런데 시선
을 아래로 내리자마자 그의 성기가 눈에 들어왔다.
아까부터 흥분해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지금 그의 성기는 금방이라도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커다랗게 발기해 있었다.
크기도 크기였지만 불량배처럼 꺼떡거려서 보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만 눈이
갔다. 단언컨대 저는 대놓고 성기를 쳐다볼 정도의 변태는 아닌데, 그만큼 존
재감이 무시무시했다.
서원은 두려움 반, 기대감 반의 눈으로 그의 것을 바라보다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이렇게까지 흥분했으면 먼저 한 발 빼는 게 낫지 않을까?
처음에는 참기 힘들어 보여서 충동적으로 든 생각이었으나, 잠시 생각해 보니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 같았다. 어차피 저렇게까지 발기한 건 받아들이기도 힘
드니까……. 취해서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못한다는 걸 서원만 몰랐다.
서원은 눈살을 찡그리며 고민하다,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을 끄고 도겸의 발치
에 무릎을 살포시 꿇으며 물었다.
“형 거…… 입에 물 수 있을까요?”
“뭐?”
도겸은 서원이 자신을 만져 주기를 기다리다가 예상치 못한 말을 들어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그렇지만 그가 동요한 것은 아주 잠시였다. 그는 바람 빠지는 웃음을 흘리더
니, 젖은 앞머리를 쓸어올렸다.
“하……. 씻겨 준다고 할 땐 언제고. 이게 먹고 싶어졌어?”
도겸이 두 눈에 이채를 반짝거리며 물었다.
대답을 바라고 하는 말인 건지, 아니면 일부러 저러는 건지……. 섹스할 때면
대답하기 곤란한 말만 골라서 해 댔다.
서원은 도겸이 저런 말을 할 때마다 화끈화끈 낯이 뜨거워지는데, 그는 눈 하
나 깜빡하지 않고 음담패설을 즐겨 했다. 저런 말을 할 때마다 제가 기겁하며
하지 말라고 하니, 그 반응을 더 즐기는 것 같기도 했다.
“형이…… 좋아할 것 같아서요.”
“무리해서 할 필요는 없어.”
도겸이 가볍게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부정하진 않았다.
말만 그렇지, 은근히 바라고 있는 것 같은데……. 하지 말라고도 안 하고. 하기
야, 이렇게 배에 닿도록 세워 놓고서 참는 것만 해도 대단하긴 했다.
서원이 도겸을 올려다보며 그런 생각을 하는데, 도겸의 손을 내려 서원의 뺨
과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저를 예뻐해 주는 따듯하고 커다란 손의 감촉이 좋았다. 서원이 사람 손길을
좋아하는 고양이처럼 뺨을 비비적거리며 그를 올려다보는데, 도겸이 자연스럽
게 서원의 입술 사이로 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으음…….”
갑자기 손가락을 왜 입에 넣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밀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서원이 얌전히 입술을 벌리자, 길쭉하고 마디가 굵은 손가락이 더 깊숙이 들
어왔다.
찌걱, 찌걱…….
손가락이 작은 입속을 쑤석거리며 멋대로 헤집고 다녔다. 벌어진 턱이 조금
뻐근하다는 생각이 들 때쯤, 도겸이 느른하게 풀어진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내 손가락 빠는 것도 힘들어하면서, 어떻게 물려고 그래.”
손가락보다 좆은 훨씬 더 클 텐데, 호기롭게 말해놓고서는 빨 수나 있겠냐는
물음이었다.
손가락보다는 그의 것을 입에 무는 게 훨씬 힘들고 고된 일이라는 건 안다.
그렇지만 뒤로도 받았는데 입으로 못 받을 게 뭐 있나 싶기도 했다. 쓸데없는
도전의식이었다.
입이 틀어막힌 탓에 할 수 있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대신 서원이 그의 손가
락을 부드럽게 혀로 감싸자, 도겸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기회를 많이 줬는데……. 정말 먹고 싶은가 보네.”
그렇게까지 원하면 저도 어쩔 수 없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도겸은 서원의 입 안을 가득 채우던 손가락을 빼내더니, 숨을 고르고 있는 서
원의 입술에 제 성기를 가져다 댔다.
“무리하진 말고. 가볍게 입에 물어 봐.”
“…….”
떨어진 허락에, 서원은 입을 크게 벌려 도겸의 성기를 입에 머금었다.
귀두만 입에 담았을 뿐인데도 부피가 손가락과는 다르다는 것이 느껴졌다. 벌
써 이만큼인데, 어떻게 기둥까지 입에 담을 수 있을까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리고 몰랐는데, 성기가 페로몬이 가장 뭉쳐 있는 곳이었던 건지 입에 물자
마자 그의 페로몬이 진하게 느껴졌다.
원래 펠라티오 할 때 이런 느낌인 건가? 도겸은 제 것을 많이 빨아 줬지만, 저는 그의 성기를 입에 머금은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렇다 보니 원래 이
렇게까지 페로몬이 들어오는 게 정상인지 아닌지 알 도리가 없었다.
도겸이 제 것을 빨 때는 멀쩡해 보였는데……. 저는 열성이라서 페로몬도 옅다
보니 별 느낌이 없었던 걸까? 그는 우성이니까 페로몬이 진하게 느껴지는 거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알파 페로몬이 과하리만큼 입 안으로 넘실넘실 넘어와서
저 또한 몸이 달아오르는 느낌이었다.
서원은 은근슬쩍 발을 꼼지락거리며, 자신의 사타구니를 압박하면서 입을 더
크게 벌렸다.
“하압…….”
츄우읍, 추읍…….
잘해 보고 싶어서 노력하는데, 애석하게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능숙하지 못
한 것도 그런데, 기둥까지 입에 담으려고 하다 보니까 침이 줄줄 흘렀다. 도
겸이 보기에 더러워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 우려됐다.
게다가 마치 사탕을 게걸스럽게 빠는 듯한 소리가 나서 청각적으로 희롱을 당
하는 느낌이었다. 민망해서 죽을 것 같았다.
애써 소리를 무시하며 도겸이 제게 해 줬던 것처럼 입술을 모으고 혀를 쓰는
데, 문득 그가 느끼고 있긴 한 건지 궁금해졌다. 서원은 슬쩍 고개를 들어 도
겸을 올려다보았다.
“후우…….”
내내 조용하기에 내심 ‘내가 그렇게까지 못 빠나?’하고 자존심이 상하려고 했
는데, 도겸의 얼굴을 보니 생각이 싹 사라졌다.
눈에 들어온 도겸의 모습은 아무렇지 않아 하기는커녕, 오히려 참고 있는 얼
굴을 하고 있었다. 상기된 얼굴로 눈썹을 일그러트린 모습이 지나치게 외설적
이었다.
눈이 마주치자, 도겸이 슬며시 입꼬리를 올리며 제 뒷머리를 쓰다듬었다. 어
쩐지 칭찬받는 느낌이 들어서 가슴께가 간질간질해졌다.
이대로 계속하라는 건가…….
더 열심히 해 보고 싶어졌다. 눈을 다시 내리깔고 열심히 성기를 입에 담는
데, 도겸이 흐리멍덩한 눈으로 서원을 내려다보며 입맛을 다셨다.
도겸의 시야에 들어온 서원은 하얀 얼굴에 뺨만 발그레 물들인 채, 빨간 입술
을 벌려 성기를 입에 담고 있었다.
순진한 얼굴로 성기를 물고 있는 게 정말…… 볼만했다. 워낙 입술이 작아서 이
렇게 벌리면 찢어질 수도 있는데,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아서 더 예뻐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도겸의 가학심을 자극하는 서원의 모습에, 그는 자기도 모르게 허리를 뭉근하
게 밀어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