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화>
그가 어떤 생각으로 이런 말을 하는지는 알겠으나, 서원은 제 입에 들어온 게 단순히 그의 손가락이라고만 생각해도 물지 못할 것이었다. 제가 어떻게 그의 몸을 상하게 할 수 있을까.
서원은 물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입술을 벌린 채로 그의 손가락을 입에 받아들였다. 그러자 도겸은 은은하게 입꼬리를 올리더니, 제 입에 손을 넣은 채 짐승 같은 추삽질을 마저 이어 갔다.
“으, 으흐으…….”
서원은 절대로 그의 손을 물지 않아야지 생각하면서도, 그의 귀두가 내벽을 쿵쿵거리며 찧을 때마다 습관적으로 이에 힘을 주게 됐다. 생각해 보면 몇 년 동안 그래 왔던 습관을 한순간에 고치는 게 쉬울 리가 없었다.
“흐으, 빼주, 후, 스으…… 흐아.”
이대로 가다간 정말 꽉 깨물고 그의 손에 상처를 낼 것만 같았다. 그러니 빼 달라고 하고 싶은데 입에 두꺼운 손가락이 물려 있다 보니, 발음이 똑바로 나오질 않았다. 연필이라도 물고 있는 것처럼 발음이 줄줄 샜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못 알아들은 척을 하는 건지, 도겸은 좀처럼 손가락을 빼 주지 않았다. 오히려 손가락이 더 깊은 곳까지 파고드는 기분이었다.
끙끙거리며 고민하던 서원은, 문득 무는 것 대신 그의 손가락을 빨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입술을 깨물었던 게 소리를 낮추기 위해 했던 거니까, 그의 손가락을 빨면 소리가 줄어들지 않을까?
“추읍…….”
그런 생각으로 그의 손가락을 혀로 감싸고 쪽 빨아내자, 도겸이 제 아래를 손가락으로 쑤석일 때처럼 젖은 소리가 났다.
남의 손가락을 빠는 거긴 해도 거북하거나 불쾌하지 않았다. 그의 것이니까 뭐든 괜찮기도 했다.
달콤한 막대 사탕을 빨듯이 오물거리자, 순간 입에 들어와 있던 도겸의 손가락이 움칠 떠는 게 느껴졌다.
왜 그러지? 의아해진 서원이 슬그머니 시선을 올리니, 그의 귓가가 발긋하게 물드는 게 눈에 들어왔다.
“너, 진짜…… 작정했구나.”
“으으흐……?”
제가요? 내가 뭘……. 그렇게 말하려고 했으나, 이번에도 역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발음에 집중해서 다시 말하려고 해 봤지만, 도겸의 추삽질이 더욱 격해지는 게 먼저였다. 그는 몸을 서원에게로 조금 기대는 듯하더니, 종마처럼 난폭하게 아래를 들쑤셨다.
“아, 흐아, 아아!”
철썩, 철썩!
매질하는 소리가 날 만큼 격렬하게 움직이니, 해일처럼 감당하기 힘든 감각이 몰아쳤다.
어찌나 쾌감이 짙은지, 눈앞에서 스파크가 튀는 것 같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들었다. 귀두로 내벽 깊을 곳을 비벼 줄 때마다 사지가 벌벌 떨렸고, 저도 고개를 휘저으며 뒷머리를 엉망으로 헝클어뜨리게 됐다.
도겸은 그렇게 서원을 쾌감의 절벽으로 몰아붙이면서도, 이채가 감도는 눈으로 서원을 내려다봤다.
“후우…….”
동그랗고 하얀 엉덩이는 도겸의 장골과 연달아 부딪쳐 잘 익은 복숭앗빛으로 익어 가고 있었고, 접합부에서는 흉기 같은 성기가 들어갔다 빠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자니,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엉덩이를 흠씬 괴롭혀 주고 싶다는 나쁜 생각이 스멀스멀 들었다.
그렇지만 도겸은 서원의 엉덩이를 때린다든지, 그런 식으로 아프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떤 식으로든 서원이가 아픈 건 그만 보고 싶었으니까.
도겸은 서원의 볼기를 때리는 것 대신, 억지로 그의 다리를 벌리게 했다. 다리가 벌어지면서 제가 서원의 좁은 구멍에 쑤셔 넣은 것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접합부는 젤과 서원의 음부에서 나온 체액으로 질척질척하게 젖어 있었다. 작은 구멍에 비해 한없이 큰 성기를 받아들이느라 구멍 입구가 불그스름하게 익어 있는 모습이 지나치게 외설적이었다.
더군다나 성기가 뒤로 빠져나갈 때마다 빼지 말라는 듯 딸려 나오는 붉은 속살이…… 제가 봐 왔던 여느 포르노보다 야살스러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아래가 더 빠듯해지며 사정감이 몰려왔다. 도겸은 서원과 함께 절정에 도달하고 싶어, 하복부에 힘을 주며 입을 열었다.
“후…… 너, 각인하다가…… 또 임신하면 어떡할래.”
그저 질 나쁜 음담패설이었다.
섹스를 콘돔도 없이 하고 있으니 가능성은 있었으나, 히트사이클이나 러트 주기도 아니었다. 서원이 베타에 가까운 열성 오메가이다 보니 도하가 생긴 것만으로도 벼락 맞을 확률을 뚫은 거였다.
게다가 도하를 낳은 이후 진료받은 부인과에서, 불임은 아니라고 했지만 둘째는 힘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였다. 만일 진료받으며 서원이 서운해했더라면 이런 질 나쁜 농담은 하지 않았겠지만, 당시 서원은 부인과를 나오며 “한 명이면 됐죠.”하고 덤덤하게 말했다.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그러니 이 정도 음담패설은 해도 되겠지. 그리 생각한 도겸이 대답을 듣기 위해 서원의 입에서 손가락을 빼냈다. 그러자 서원이 절정에 닿아 가는 듯 벌벌 떨면서도 뜨문뜨문 입을 열었다.
“하, 흐으, 임신하면, 흣, 좋은 거……, 아니에요?”
“…….”
“도하……. 흐, 동생도……, 생기고.”
서원은 만일 기회가 생겨 둘째가 생긴다면…… 그건 축하받을 일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기에 문제 될 게 뭐가 있나 싶었다.
서원이 그가 음담패설을 하는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진지하게 대답하자, 도겸은 난데없이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얼굴에서 웃음기를 거둬냈다.
도겸은 정말 놀리고자 한 말이었고, 서원이 도하를 낳기까지 고생을 많이 했기에 둘째를 원한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말에 진지하게 대답하다니. 그 모습이 귀엽기도 했지만, 작은 입에서 나오는 말은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러웠다.
“둘째, 둘째……. 좋지.”
도겸이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아까까지만 해도 다시는 서원이가 아프고 고생하는 일은 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둘째는 괜찮을 것 같았다. 서원이 둘째를 이렇게나 원하지 않나.
도겸은 제가 먼저 물어봐 놓고서는, 서원이 간절하게 둘째를 원하고 있다고 왜곡했다. 그리고는 배우자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이룰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 배우자의 역할이라며, 산부인과에서 둘째는 힘들 것 같다고 한 말을 머릿속에서 깡그리 지워 버렸다.
도겸이 홀린 사람처럼 중얼거리자, 서원이 의아한 얼굴로 도겸을 바라봤다.
“흣, 혀엉……?”
“낳자, 둘째.”
“흣, 아까부터 무슨 소리를…… 아, 응, 흐앗……!”
서원이 영문을 모르겠는 얼굴로 물어보려는데, 도겸은 그마저도 기다리지 못했다.
도겸은 서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허리에 힘을 주어 ‘퍽!’ 소리가 나도록 내벽 가장 깊숙한 곳에 성기를 처넣었다.
“하, 아앗!”
동시에 성기를 감싸고 있던 내벽이 수축했다.
이어 안쪽에서 뜨뜻한 체액이 팍, 하고 터져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체액은 서원의 가장 예민한 부분을 적시더니, 이내 안을 가득 채웠다.
서원 또한 절정에 휩싸여 허리와 고개를 바싹 젖히고 몸을 파르르 떨었다. 동시에 사정한 것이었다.
“하으으…….”
도겸은 첫 번째 사정이었으나, 서원은 몇 번인지 세지 못할 만큼 사정한 후였다.
서원이 사정의 여운에 몸을 추욱 늘어트리자, 도겸은 성기를 깊숙이 박아 넣은 채로 톡 튀어나온 서원의 유두를 입에 담았다. 흘러나온 유즙을 먹으려고 그러는 건지, 아니면 애무하려고 저러는 건지 모를 노릇이었다.
어떤 의도든 간에 서원은 힘들어서 그를 밀어낼 힘도 없었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손을 허우적거리는데, 도겸이 서원의 손을 제 목에 두르게 하며 능구렁이처럼 말했다.
“한 번만 더.”
“네……? 저, 잠깐, 흣, 아!”
몸 한 번 겹치는 정도로 끝내 주지 않을 건 알고 있었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좀 쉬었다 하면 안 되나?
그런 생각으로 서원이 다급하게 타임을 요청했으나, 도겸은 듣는 체도 하지 않았다.
아직 빼지 않은 성기가 또다시 깊숙한 곳을 찔러 왔다. 방금까지만 해도 더는 성기를 세울 힘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본능에 충실한 성기는 그의 몸짓에 곧바로 힘을 주기 시작했다.
“으흣, 하아…….”
서원은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흐린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좋은데. 정말 좋은데……. 이러다 복하사 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물론 도겸이 저를 그렇게까지 몰아세우지는 않겠지만, 그만큼 힘들었다.
서원은 어렴풋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다가오는 그를 거절하지 못하고 도겸에게 제 몸을 맡겼다.
“하아, 서원아…….”
도겸이 제 몸 위에 자신의 몸을 겹치듯 안아 오면서, 그의 페로몬이 더 진해졌다.
그 탓일까. 서원은 문득 이 세상에 알파라고는 그 한 사람밖에 남지 않은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만약, 제가 그에게 각인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도겸은 제 옅디옅은 오메가 페로몬이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진다고 하던데.
오늘 밤에 제가 그에게 각인하지 못한다고 해서, 제가 그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제 마음은 여전할 것이었다. 그렇지만 서원은 누구보다 간절하게 제가 그에게 각인하기를 바랐다.
세상에 저와 도겸, 둘만 남은 것처럼. 그렇게 살고 싶었다.
서원이 그렇게 생각하며 도겸의 목을 끌어안자, 도겸이 종마처럼 움직이던 것을 잠시 멈췄다.
이내 도겸은 서원의 허리를 끌어안고 서원의 귓가에 입술을 보드랍게 맞추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사랑해.”
“…….”
“각인, 안 해도 되니까. 그냥 우리……, 이러고 살자.”
제 마음을 눈치채기라도 한 것처럼, 도겸이 말했다.
어쩌면 저보다도 쌍방 각인이 되기를 간절히 원하는 것이 도겸일 텐데. 혹여나 각인에 실패하고 실망하기라도 할까 봐 걱정하고 먼저 괜찮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 말이 뭐라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서원은 그의 어깨를 눈물로 축축하게 물들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행위는 계속해서 이어졌고, 아득하게 몰려오는 쾌감에 서원은 마음을 비우고 그에게 몸을 맡겼다.
끝나지 않을 듯한 깊은 밤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