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화>
“흐읏…….”
홍수 난 듯 젖은 음부에 젤을 바른 손가락을 밀어 넣으니, 내벽이 기쁘다는 듯이 도겸의 손가락을 오물오물 삼켜 댔다.
사실 서원은 ‘오랜만이라 그를 받아들이는 게 버겁지 않을까?’하고 남몰래 걱정했었다. 이번이 수술 후 처음으로 몸을 겹치는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걱정한 것이 무색할 만큼, 내벽은 손쉽게 길을 내주었다. 부드럽게 내벽을 파고든 손가락이 하나, 둘씩 늘어났다.
손가락이 늘어나고 안에서 움직일 때마다 젤인지 애액인지 모를 액체가 찔꺽거리는 젖은 소리가 났다. 오늘따라 유달리 그 소리가 음란하게 와닿아서, 서원은 민망함을 억누르는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도겸은 한참 서원의 안쪽을 손가락으로 휘젓고 다니다가, 이 정도면 괜찮겠다 판단했는지 손가락을 단번에 빼냈다.
“하아, 하…….”
내벽을 꽉 짓누르고 있던 손가락이 빠져 허전한 감정이 들기도 전에, 잔뜩 성이 난 것처럼 굵게 핏줄이 선 그의 성기가 볼기에 닿았다.
그는 몽둥이 같은 성기로 서원의 볼기짝을 툭툭 치더니, 성기 끝을 분홍빛으로 물든 구멍에 맞췄다.
“넣을게.”
도겸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예고했다.
서원은 침을 꼴깍이고는 슬그머니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의 성기가 크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으나 오늘따라 더 커 보이는 것 느낌이었다.
왠지 아득해지는 기분이었으나, 마음을 다잡기도 전에 도겸이 천천히 허리를 밀어 넣었다.
“아, 아으흐……, 하…….”
두툼한 귀두부터 기둥까지. 천천히 안을 비집고 들어오는 느낌에 서원이 입을 벌렸다.
손가락 세 개도 꽉 맞물리게 받아들이던 구멍이었다. 그런데 그보다도 훨씬 큰 성기가 천천히 안으로 진입하기 시작하니, 빠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의 것이 서서히 제 몸을 채우는 감각에, 서원은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켜며 그의 셔츠 가슴께를 꽉 쥐어 잡았다.
성기를 받아들이는 게 버겁긴 해도 아프거나 힘든 건 아니었다. 이미 숱하게 받아들였던 것이고 그가 손으로 충분히 풀어 줬으니까.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처음 섹스해 보는 사람처럼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아까 그가 제게 입술을 맞추고 가슴을 애무할 때까지만 해도 이러지 않았다. 그런데 그의 성기가 제 안에 깊숙이 들어오니 몸이 사시나무처럼 바들바들 떨렸다. 그것도 모자라 심장이 어찌나 세게 뛰는지. 두근거리는 소리에 귀가 먹먹해지기까지 했다.
왜 이러는 거지? 거의 그와 처음으로 몸을 겹칠 때만큼이나 긴장되는 것 같은데……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 걸까? 단순히 이유라고만 하기에는 이건 좀…….
가슴께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어지럼증을 참아내기가 힘들었다. 혼란해진 서원이 두 눈을 질끈 감는데, 성기를 반쯤 밀어 넣던 도겸이 이상함을 느꼈는지 한쪽 눈썹을 일그러트렸다.
그는 뜨거운 숨을 내쉬며 서원을 관찰하다 입을 열었다.
“후……, 왜 그래? 평소보다 너무, 조이는데……. 아파서 그래?”
도겸이 물어보면서, 엄지로 서원의 뺨을 문질렀다. 울고 있지도 않은데, 마치 눈물을 닦아 주는 듯한 모양새였다.
그 나름대로는 진정시키려고 한 행동이었던 것 같은데, 서원은 어째서인지 그런 그의 행동에 더 성감이 달아올랐다.
“하, 으, 아뇨……. 그, 그런 건, 아닌데…….”
“나 봐봐.”
도겸은 서원이 진정할 때까지 기다려 주겠다는 듯, 밀어 넣던 것을 멈췄다.
나름의 배려였던 것 같은데, 서원에게는 그게 더 고역이었다. 이렇게 멈추면 어쩌라고…….
서원은 그의 말을 듣긴 해야 할 것 같아, 눈을 뜨려 애썼다. 힘겹게 눈에 힘을 주고 눈꺼풀을 올리는데, 눈을 뜨자마자 시야에 도겸의 얼굴이 가득 들어찼다.
그리고 순간 심장이 아래로 쿵, 하고 낙하하는 기분이 들었다.
“윽……. 서원아…….”
심장이 더 세차게 뛰면서 아래를 저도 모르게 꽉꽉 조이자, 도겸이 버겁다는 듯 신음을 흘리며 웃었다.
아, 설마…….
제가 그에게 각인할 수 있을 거라고 마음을 먹은 직후라 그런 걸까?
제가 그를 이전보다 더 좋아하게 되어서. 그에 대한 마음이 한 치의 의심조차 없게 되어서. 정식으로 청혼을 받은 직후여서……. 그 때문에 평소와 크게 다를 것 없는데도 훨씬 예민하게 느껴지는 걸까?
그래서 제 몸이 이렇게 된 거라고 깨달으니 확 민망함이 몰려왔다. 이미 온몸이 홍당무처럼 붉어져서 더 붉힐 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터질 것처럼 온몸이 더 불그스름하게 물드는 것이 느껴졌다. 머리털이 쭈뼛 서고, 낯간지러운 기분이었다.
서원이 난감하다는 듯 입술을 우물거리자, 도겸은 그런 서원을 내려다보다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살짝 갸우뚱거렸다.
“서원아, 너 몸이 엄청 빨간데.”
“흐, 시, 신경 쓰지 마세요…….”
“이렇게 빨간데 어떻게 신경을……. 아.”
도겸은 의아하다는 듯 말하다가, 갑자기 영문도 모른 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사람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는 것도 잠시, 도겸은 금방 능구렁이처럼 즐거운 목소리를 냈다.
“아아……. 좋아서 그런 거였어?”
“하, 으흐……. 자, 잠깐…….”
묘하게 엄습하는 불길한 예감에 서원이 도겸을 붙잡았으나, 그는 슬그머니 허리를 뒤로 뺐다.
기둥이 쑤욱 뒤로 빠져나가더니, 가장 두꺼운 부분인 귀두가 구멍에 걸쳐졌다. 금방이라도 빠져나갈 듯한 아슬아슬한 기분에 서원이 시트를 꽉 말아쥐려 하자, 도겸이 자연스럽게 제 손을 끼워 넣었다.
손가락 사이사이로 그의 손가락이 파고들었다. 깍지를 낀 채 맞잡아 누른 그는 장난스럽게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좋아하는 거, 많이 먹게 해 줄게.”
“아!”
철퍽! 살갗을 때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도겸의 성기가 서원의 가장 깊은 곳까지 쳐들어왔다.
순식간에 고환이 볼기에 닿을 때까지 성기가 들어오자, 서원이 허리를 튀어 올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의 것을 받아들이자마자 사정해 버리고 만 것이었다.
사정의 여운으로 서원이 방금까지 떨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되리만큼 몸과 내벽이 경련했다. 그러나 도겸은 제 신경 쓸 바 아니라는 듯이 하반신을 몰아쳤다.
“아, 흐, 방금, 갔는데……!”
“후……. 그런 것, 같더라.”
서원이 항의하듯 외쳤으나, 도겸은 시답잖은 이야기를 들은 사람처럼 넘기며 추삽질을 이어 갔다.
퍽, 퍼억!
“힉! 하아, 아흑!”
때리듯 하는 소리와 함께 거칠게 성기가 들어갔다가 빠지기를 반복하며 접합부를 메우고 있던 젤인지 애액인지 모를 액체가 사방으로 튀었다.
이성이 나간 듯한 도겸의 모습에, 서원은 정신없이 휘둘리면서도 오늘 하루가 순탄치 않으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가 쉽게 끝내 주지 않을 거라고 예고했을 때부터 각오하긴 했는데, 제 생각보다 더욱 핀트가 나가 있었다.
격렬하게 움직이는 허리도 그렇지만, 흔들릴 때마다 언뜻언뜻 보이는 그의 얼굴에 더욱더 그런 감상이 들었다. 야수처럼 두 눈을 번들거리며 저를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나도 뜨거워서, 서원은 정신이 언뜻언뜻 들 때마다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그의 얼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읏……! 아!”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또 픽, 하고 사정하고 말았다.
서원이 아까보다 묽은 정액을 배에 쏟아내고 숨을 고르는데, 도겸이 추삽질을 잠시 멈추고 한쪽 손으로 머리를 쓸어올렸다. 드러난 훤한 이마에 땀이 조금 맺혀 있는 게 보였다.
그는 열기에 젖은 눈으로 서원을 바라보다, 재미난 것을 봤다는 듯이 픽 웃었다.
“하, 또 쌌네…….”
꼭, 놀리듯 하는 반응이었다.
그러려는 건 아니었겠지만, 서원은 그의 앞에 있다 보면 제가 조루가 된 게 아닌지 심각하게 생각해 보게 될 때가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제 몸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그가 문제인 것 같았다. 아무리 우성 알파라서 정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서원은 억울함에 재빨리 입을 열었다.
“혀, 형이 자꾸…… 그러니까……!”
“그래, 내 탓이지. 근데 그거, 알아?”
“뭐, 뭐요……?”
또 무슨 말을 하려고……. 말투며 표정이며 능구렁이처럼 구는 것이 평범한 말을 하려는 것 같지 않았다.
잔뜩 경계하며 뒷말을 기다리자, 그가 마치 비밀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제 귓가에 대고 소곤거렸다.
“너, 지금…… 박아 줄 때마다 유즙도 질질 흘리고 있어.”
“……네?”
유즙이 흐르고 있다고?
퍼뜩 고개를 내려다보니, 정말로 가슴께가 유즙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지금처럼 물고 빨지도 않았는데 유즙이 새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평소엔 잘 나오지도 않던 게, 어째서 갑자기 이렇게……. 설마 흥분할 때마다 유즙이 잘 나오기라도 하는 걸까? 정말 그런 이유라면 곤란한데……. 나오랄 때는 안 나오고 이럴 때 나오다니. 이런 제 몸이 원망스러웠다.
서원이 한껏 곤란하게 가슴께를 내려다보고 있는데, 도겸은 그런 제 마음을 모르는 건지 슬며시 웃으며 말했다.
“앞으론 많이 도와줄게.”
“네? 뭘 도와준다는…….”
“유즙 필요하면 말이야.”
도겸이 능청맞게 대답했다. 멍하니 있자니, 유즙이 안 나와서 고생할 때면 이런 짓을 해서라도 도와주겠다는 의미 같았다.
도하한테 유즙을 먹이는 게 언제 그렇게 야릇한 의미가 된 건지. 서원은 진심으로 기겁하며 거절했다.
“아, 안 해 줘도 되거든요……?!”
“방법 하나 알았으니까 좋잖아.”
“하나도 안 좋, 하으……!”
좋을 게 뭐가 있냐고 강하게 반박하려는데, 도겸이 허리를 뭉근하게 움직이면서 말이 삼켜졌다.
자기 유리할 때만 이런 식으로 움직이고……. 의지와 반해서 터져 나오는 신음에 서원이 아랫입술을 깨무는데, 도겸이 갑자기 제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입술을 톡톡 치는 손길에 서원이 그를 의아하게 올려다보자, 그가 짧게 말했다.
“입.”
“흐……?”
“벌려 봐.”
난데없이 온 명령에, 서원이 어리둥절하게 입술 사이를 조금 벌렸다. 그러자 도겸의 길쭉한 손가락이 서원의 붉은 혀를 누르고 깊숙이 파고들었다.
다행히 목젖까지는 들어오지 않았으나, 그의 손가락 두어 개가 입속을 헤집고 다니니 조금 버거웠다. 이게 뭐 하자는 거지? 서원이 의아하게 그를 올려다보자, 그가 말했다.
“내 좆이라고 생각하고 물지 마.”
“……에?”
뭐라고?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사고가 멈췄다. 상황을 잠시 생각해 보니, 제가 입술을 말아 무는 게 신경 쓰여 그런 모양이었다.
입술 깨물지 말라는 말을 음담패설처럼 하는 재주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