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화>
굳이 두 개를 비교하자면 맞는 말이긴 했다. 그런데 꼭 먹어야 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꼭 먹겠다는 식으로 반응하는 게 황당하기만 한데, 도겸이 다시금 고개를 수그리고 가슴 빠는 것을 재개하면서 이성적인 생각이 휘발됐다.
도겸이 집요하게 작은 돌기를 집착하듯 물고 빨고 짓이기기를 반복하니, 나오지 않을 것 같았던 유즙이 유두 끝에 송골송골 맺혔다.
도겸은 잠잠한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다, 혀를 내밀어 그것을 닦아내듯이 핥아 올렸다. 목울대를 출렁이며 유즙을 삼켜 낸 도겸은, 한쪽 눈썹을 찡그리더니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비려.”
유즙이 생각한 맛이 아니라는 반응이었다.
정액도 먹었으니 유즙 먹는 것쯤이야 별것 아니라는 듯이 반응할 때는 언제고 별로라는 식으로 반응하다니. 서원은 그의 반응에 더욱더 어처구니가 없어졌다. 서원은 들뜬 숨을 가라앉히려 노력하며 그를 타박했다.
“흐, 그러니까, 그걸 왜 먹어요……!”
“그래도 정액보다는 괜찮은데.”
“그게 비교 대상이면 뭔들…….”
나름대로 유즙은 아기들이라도 먹는 거니까, 정액이랑 비교하면 당연히 더 낫겠지…….
잔뜩 몸을 달군 채로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걸 떠올리니 갑자기 맥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왜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거지? 어이가 없어져서 입술을 꾹 다무는데, 가만히 있으려니 도겸이 계속해서 가슴을 핥아 댔다. 맛도 없다면서 자꾸만 왜 저런 자학적인 행위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어떤 의도든 간에, 저를 창피하게 만들려고 한 것이라면 백 점이었다. 서원은 도무지 그를 가만히 놔둘 수 없겠다 싶어,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옅은 숨을 터트렸다.
“이, 이제 가슴은 그만하고…… 빨리 해 줘요.”
가슴에 주어진 자극에 애가 끓은 것도 있지만, 이 말을 하면 도겸이 가슴 빠는 것을 멈추지 않을까 싶었다.
그를 재촉하고 나니 민망함이 밀려왔다. 제가 애끓어서 재촉하는 상황은 몇 번을 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된 것 같은데도 그랬다.
서원이 입술을 우물거리며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도겸이 가슴을 빨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그는 서원이 온몸을 만개한 꽃처럼 발그스레하게 물들인 것을 보고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원래 예쁘긴 했는데, 오늘은 더 예쁘게 구네.”
도겸은 서원이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만족스럽게 보더니, 가슴에 밀착해 있던 얼굴을 떼어냈다. 유두와 입술 사이에 얇은 실타래가 이어졌다.
의도했던 대로 가슴에서 입을 뗀 건 좋았다. 그런데 입꼬리를 올린 채로 아래로 시선을 내린 그는, 위태롭게 서 있는 서원의 성기를 고삐 잡듯 콱 쥐어 잡았다. 민감한 부위가 꽉 죄는 감각에 서원이 새된 신음을 흘렸다.
“아흐윽……!”
“박아 줬으면 좋겠어?”
도겸의 음담패설에 서원은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대답을 의도적으로 회피했다기보다는,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는 게 맞았다. 머릿속을 잠식하는 쾌감에 대답해야겠다는 사고조차 하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도겸은 서원의 성기를 꽉 잡는 것도 모자라, 귀두를 손끝으로 갉작대기까지 했다. 괴롭히듯 엄지로 요도구를 문지르자, 바늘처럼 작은 구멍에서 투명한 애액이 눈물처럼 줄줄 흘러내렸다.
“하, 읏…….”
“벌써 이렇게 질질 흘리면 어떡해. 각인할 때까지 할 건데.”
도겸이 손으로 귀두를 갉작거리며 짓궂게 말했다.
쉽게 끝내지 않겠다는 예고에, 서원은 벌써부터 등허리가 저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평소에 저런 예고를 하지 않아도 두세 번은 기본으로 하는 사내였다. 그러고도 더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서원이 더는 못 하겠다고 해서 멈추는 그였는데……. 오늘은 쉽게 놔줄 것 같지가 않았다.
엄포와 같은 말에 조금 겁이 나면서도, 오늘 그에게 각인하고 싶기는 해서 물러설 수가 없었다. 난처한 상황에, 서원은 조금 생각하다가 기어가듯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이거, 그만하고 빨리, 형 거 넣어 줘요…….”
그렇게까지 할 거라면, 애무하며 사정하게 하기보다 빨리 시작하는 게 체력적으로 낫지 않을까…….
서원은 나름 이성적인 사고로 대답했다고 생각했지만, 정말로 맨정신이었다면 저런 낯부끄러운 말은 입에 담지도 못했을 것이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저런 말을 스스로 입 밖으로 내뱉을 만큼, 서원도 몸이 달아올라 있었다.
애무는 됐으니 당장 그의 것을 달라는 서원의 노골적인 말에 도겸이 성기를 희롱하던 손짓을 멈칫했다. 그렇지만 금방 동요한 기색을 지워 낸 그가 입꼬리를 비뚜름하게 올렸다.
“너, 오늘 작정했어?”
“아……!”
도겸은 서원의 성기를 손아귀에서 놓아주더니, 곧바로 서원이 무릎을 가슴팍에 딱 붙인 채 엉덩이를 들도록 자세를 만들었다.
서원은 정신없이 그에게 이끌려 움직이다가, 순간 이전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번에 이러다가 밑을 빨았던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기가 무섭게 도겸이 제 음부에 시선을 주는 것이 보였다. 날것의 욕망으로 번들거리는 눈동자를 보아하니, 제 예상대로 또 밑을 빨려는 눈치였다.
이제는 기분 탓이 아니라, 정말 그가 제 구멍을 빠는 데 집착한다는 걸 알 수밖에 없었다.
서원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도겸이 좋아하면 뭐든지 다 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뒷구멍을 빠는 것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 특히 물컹한 혓바닥이 아래를 핥다가 꼿꼿하게 세워 안을 비집고 들어갈 때……. 그때 느끼는 저를 보면서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하는 기분이었다.
다시는,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서원은 그가 아래에 얼굴을 가져다 대기 전에 후다닥 손으로 구멍을 가렸다.
“읏……. 형. 거, 거기 빠는 거 진짜 싫으니까…… 여기에 입, 대지 마세요.”
“하…….”
서원이 두 손을 모아 재빠르게 구멍을 가려 버리자, 도겸이 크게 숨을 내뱉었다. 이번에는 흥분이 아니라, 안타까움이 섞인 숨소리였다.
아니……. 그게 그렇게까지 아쉬워할 일인가? 거기를 빨아서 좋을 게 뭐가 있다고? 이해하기 힘들었다.
도겸은 사귀기로 한 이후로부터는 기본적으로 제 말을 잘 듣긴 하지만, 성욕에 제멋대로 강행할 때도 왕왕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하지 말라고 해도 무시하고 아래에 입을 들이댈 것만 같았다.
이번에는 절대로 빨리게 두지 않을 거야. 굳게 다짐한 서원이 두 눈에 바싹 힘을 준 채 도겸의 행동을 주시하자, 그가 설득하듯 입을 열었다.
“아래 풀어 줘야 하잖아.”
“그, 그렇게까지는 안 풀어 줘도 돼요. 어, 어차피…… 지금 젖어서…….”
“그 말이 더 역효과인 것 같은데.”
“…….”
단순히 아래를 풀어 주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게 더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진심으로 그냥 아래를 빠는 게 좋았던 거구나…….
어떻게 그런 걸 좋아할 수가 있지? 깔끔한 성정을 생각하면 오히려 싫어할 것 같은데…….
평범한 취향은 아니었다. 서원이 할 말을 잃고 도겸을 바라보는데, 그가 퉁명스럽게 한마디를 더 했다.
“빨아 달라고 예쁘게 생겼으면서.”
“그게 무, 무슨……. 그런 적 없거든요? 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아요…….”
“…….”
무슨 뒷구멍이 빨아 달라고 예쁘게 생기긴……. 예쁘다고 느낄 만한 부위도 아닌데다가 남들도 다 똑같이 생겼을 텐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콩깍지가 단단히 씐다고 해도 저 정도는 아닐 텐데……. 서원이 민망함과 부끄러움에 한소리를 했으나, 도겸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회음부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입술을 훑는 것이, 미련을 버리지 못한 눈치였다.
저렇게 아쉬운 눈으로 바라봐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였다. 서원이 하지 말라고 입을 앙다물고 그를 쏘아보자, 도겸은 아쉽다는 얼굴로 몸을 뒤로 물렸다.
바싹 붙어 있던 몸이 물러나면서, 자연스럽게 그가 제 몸에서 완전히 손을 놓았다. 마치 그만둘 것처럼 물러나는 그의 모습에 서원은 순간 당황스러워졌다.
“왜, 왜……?”
설마…… 뒷구멍 좀 못 빨게 했다고 그만두려는 생각인가?
이렇게 달아오르게 하고 손 떼는 것도 그렇지만, 제가 오늘 그에게 각인하고 싶다고 용기 내어 말해 이어진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끝내려는 듯 구는 게 무척이나 당혹스러웠다.
서원은 저도 모르게 구멍을 가리고 있던 손을 치우고, 흔들리는 눈동자로 그의 모습을 좇았다.
도겸은 서원의 머리 옆쪽으로 손을 뻗더니, 침대 옆에 있는 서랍장을 열었다. 서랍 안에 뭔가가 들어 있었는지, 데구루루 하고 무언가가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잠깐 기다려 봐.”
“……?”
도겸이 대답하면서 무언가를 서랍에서 꺼냈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다름 아닌 투명한 젤이었다.
침대 옆 서랍장에서 나온 젤이라……. 그것만 봐서는 전혀 이상한 상황이 아니었지만, 이 집이 오늘 처음 들어와 본 새 집이라는 것에 문제가 있었다.
새 집인데 저게 왜 나와? 새것처럼 보여서 다른 사람과 썼으리라는 의심은 들지 않았지만, 어처구니가 없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새 집이라면서…… 젤이 왜 있어요?”
“혹시나 하고. 여기, 신혼집이잖아.”
“…….”
신혼이니까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준비를 해 놨다는 건가? 그것도 저한테 집을 보여 주기도 전에?
서원은 도겸의 준비성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다 나왔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젤까지 준비했냐고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그에게 정식으로 청혼을 받자마자 각인하고 싶다며 몸을 겹치기를 제안한 건 저였다. 그가 준비해둔 젤을 쓰도록 이끈 것이 결국 저였기 때문에 뭐라 할 처지가 아니었다.
서원이 황당해하는 사이에도 도겸은 아랑곳하지 않고 젤을 손바닥 위에 듬뿍 짰다.
그는 미끈미끈한 젤을 손바닥에 비벼, 차가운 젤을 따듯하게 데웠다. 얼추 체온과 비슷하게 맞춘 그는 서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뒤에 힘 풀어.”
도겸이 다정하게, 그러나 명령처럼 말했다. 젤로 젖은 손가락이 천천히 아래를 파고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