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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화> (121/136)

<121화>

각인하고 싶다는 건 상대방의 영원한 반려자가 되겠다는 뜻이었다. 낭만적이기도 하면서도, 다른 의미로는 그와 몸을 겹치고 싶다는 의미가 되기도 해서 조금 부끄러웠다.

최근, 제 몸이 급속도로 나빠지기도 했고 출산 후 몸조리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관계를 갖지 않게 됐었다.

그랬지만…… 이제는 몸도 괜찮아졌고, 의사에게 허락도 받았고, 또 그러고 싶은 기분이니까……. 지금 그에게 각인을 시도해 봐도 괜찮지 않을까.

이런 의미든, 저런 의미든 쑥스러운 건 매한가지였다. 머쓱해진 서원은 고개를 떨군 채 목덜미를 손으로 감싸고 대답을 기다렸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도겸에게서는 이렇다 할 대답이 나오지를 않았다. 숨 막힐 정도로 어색한 정적에 더 민망한 기분에 휩싸이는데, 뒤늦게 도겸이 굳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각인?”

“네, 지금이라면 형한테 각인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서원이 확신하는 시선으로 도겸을 올려다봤다.

서원은 제가 이렇게 말하면, 도겸이 당연히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서로의 마음을 진정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으니까.

“음…….”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는 기뻐하지 않았다. 기쁜 내색은커녕, 난감한 얼굴로 침음하고 시선을 슬쩍 피하기까지 했다.

……왜 그러는 거지? 제가 그에게 각인한다고 해서 그에게 불이익이 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더 열렬하게 사랑할 수 있을 텐데. 반응을 봐서는 제가 그에게 각인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이상함을 느낀 서원은 잠시간 그의 반응을 살피다 조심스레 그의 의견을 물었다.

“싫어요……?”

“아니. 싫을 리가. 각인하면 너무 좋지.”

도겸이 고민도 하지 않고 곧바로 답했다. 은근슬쩍 피했던 시선을 다시 맞춰 오며 혹여나 오해는 하지 말라고, 정말 좋다고 의견을 피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본 게 있기에 믿기 힘들었다. 표정을 풀기 힘들어, 서원은 어색하게 올린 입꼬리를 바들바들 떨며 물었다.

“그런데 반응이 왜 그래요? 전혀…… 좋아하는 사람 같지 않은데요.”

“…….”

“오히려…… 피하고 싶은 것처럼 보이는데. 제 착각이에요?”

서원도 싫다는 사람한테 굳이 각인하고 싶진 않았다. 지금처럼 쭉 만나도 문제가 없을 텐데도, 굳이 제가 각인하고 싶다고 결심한 건 그에게 믿음을 주고자 하는 마음이 제일 컸으니까.

왜 각인하기 싫은 거냐고 침착하게 물어보고 싶었는데, 말투가 툭 내뱉듯이 나왔다. 그의 반응이 마치 저를 거절하는 것처럼 와닿아서, 말투가 곱게 나오지를 않았다.

각인을 거절했다고 화가 나는 것도 아니었고, 프러포즈를 정식으로 하겠다고 집과 반지를 서프라이즈로 준비해 온 그이기에 제가 싫어져서 그러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나 상황이 이렇게 되니 두려워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서원이 안면근육을 딱딱하게 굳히고 도겸에게 묻자, 그는 대답하기 힘든 듯 머뭇거렸다. 서원이 조금 날카로운 눈빛을 하고 대답을 재촉하자, 도겸은 눈치에 못 이겨 항복하듯 입을 열었다.

“각인…… 할 수 있을까 싶어서.”

“……그게 무슨 소리예요?”

“저번에 네가 말했었잖아. 각인은 사랑도 그렇지만, 믿음도 있어야 한다고. 아직…… 내가 저질러 놓았던 일들을 만회하려면 한참 남은 것 같은데.”

“…….”

도겸이 자조적인 목소리로 말하며 얼굴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렸다. 그는 이전에 자신이 저질렀던 잘못을 떠올리고 있는지 참담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왜 망설이나 했더니……. 그는 제가 그에게 각인을 시도했다가 혹여나 실패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유를 들으니, 왜 반응이 그랬는지 알 것도 같았다. 만약 제가 그에게 각인을 시도했다가 실패한다면, 그를 온전히 믿지 못하고 있다거나 사랑이 모자란다는 의미로 와닿을 수도 있을 테니까. 어쩌면 그는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제가 그에게 자연스럽게 각인이 되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도겸도 그렇겠지만, 저 또한 그에게 각인을 시도했다가 물거품이 된다면 굉장히 실망할 것 같기도 했다.

그렇지만…….

“형은 제 마음에 자신이 없어요?”

“아니. 그건 아니지만.”

“전 자신 있어요.”

서원이 도겸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가 하기 싫다는데 각인을 강행할 생각은 없지만, 그런 이유라면 시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그의 말에 제가 다음으로 미룬다면 그게 더 그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닐까?

그를 안심시켜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무엇보다 확신이 있었다. 이제는 그에게 각인을 시도해도 되겠구나 하는 확신이.

서원은 도겸의 눈동자가 조금 흔들리는 것을 보며 마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만약에 오늘 안 되더라도 앞으로 기회가 얼마나 많은데요. 저희 앞으로 평생 같이 살 거잖아요. 그러니까 차근차근 노력해 봐요. 근데…….”

설령 오늘 제가 그에게 각인하지 못하더라도 저희 사이가 바뀌는 것도 아니었다.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지만, 저희 둘은 결혼을 약속한 사이이니까.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삐걱거림도 없어서 파혼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고.

“저는 정말로…… 형을 믿고 좋아해요. 그건 알아 줬으면 좋겠어요.”

“……서원아.”

서원이 숨을 가다듬고 마저 말하자, 도겸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에게 좋아한다는 말은 수도 없이 했던 것 같은데, 아직도 모자랐던 것인지 그의 목소리가 동요한 것처럼 잘게 떨리는 게 느껴졌다.

도겸은 형용하기 힘든 복잡한 시선으로 서원을 바라보다, 서원의 뺨을 양손으로 감쌌다. 손이 이끄는 대로 서원이 살짝 고개를 올리자, 도겸은 허리를 살짝 굽히고 고개를 비스듬하게 틀었다.

“흐읍…….”

얼굴이 점점 가까워지더니, 서원의 입술 위로 그의 입술이 부드럽게 포개졌다.

조금 벌어진 입술 사이로 그의 혀가 비집고 들어왔다. 질척한 살덩이는 들어오자마자 서원의 치열을 확인하듯 잇몸을 훑더니, 안으로 깊숙이 들어와 서원의 혀와 제 것을 진득하게 얽어 냈다.

갑자기 받아들이게 된 그의 입술이었으나, 마음이 그에게 완전히 열려서 그런 걸까. 입 안으로 넘실넘실 타고 들어오는 도겸의 페로몬이 제 가슴 속을 충만하게 채우는 듯했다. 그의 페로몬이 제 몸을 완전히 뒤덮는 것 같았다.

그의 알파 페로몬이 물씬 느껴졌다. 지금도 그의 페로몬이 이렇게나 강렬한데, 각인하게 되면 얼마나 더 그의 존재가 짙어질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서원은 그런 그를 조금이라도 더 받아들이고 싶어서, 입을 더 벌리고 그의 혀를 받아들이려 애썼다.

서원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자, 도겸이 서원의 뒷덜미를 감싸고 더욱 깊숙하게 혀를 밀어 넣었다. 혀끝으로 여린 부위를 살살 긁어 대자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흐읏…….”

야릇한 자극에 서원이 깜짝 놀라 몸을 뒤로 물리려 했지만, 이미 붙잡혀 도망갈 퇴로가 없었다. 숨이 흐트러져 도겸의 옷자락을 붙잡았으나 도겸은 신경 쓰지도 않고 더 깊숙하게 달려들었다.

평소보다 긴 입맞춤이 이어졌다. 서원이 숨이 모자라 눈앞이 팽팽 돌 때쯤이 되어서야, 도겸은 포식한 야수처럼 만족한 얼굴을 하고 천천히 숨을 내뱉으며 떨어져 나갔다.

입맞춤의 여운에 젖어 눈꺼풀이 떨렸다. 서원이 눈에 힘을 주며 눈을 뜨려고 하는데, 그러기도 전에 도겸이 두 팔을 벌려 서원을 와락 끌어안았다.

“앗…….”

숨이 막힐 정도로 와락 끌어안는 탓에 버거웠다. 서원이 반사적으로 그를 조금 밀어내려고 했으나, 그가 제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하는 말에 굳어 버리고 말았다.

“고마워.”

“…….”

서원이 밀어내려던 것을 멈추고 손가락을 말아쥐자, 그가 마저 말을 이었다.

“내가 널 너무 많이 좋아해서…… 두려웠나 봐.”

“……알아요.”

도겸의 해명 같은 말에 서원은 이해한다고 말하며, 저 또한 팔을 뻗어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솔직히 말해서 그가 제 각인을 다른 이유로 거절했던 거라면 서운할 뻔했는데, 그런 이유가 아니고 오히려 제게 진심이기에 두려워했던 거라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히려 그런 그를 가엾게 여기고 더욱더 그에게 각인하고 싶어졌다.

도겸이 더는 저에게 불안을 느끼지 않기를 바랐다.

오늘 제가 그에게 각인할 수 있기를.

서원은 간절히 바라며 그의 몸에 완전히 제 몸을 기댔다.

* * *

툭, 투둑.

헨젤과 그레텔의 빵 조각처럼, 발자취를 따라 옷이 한 꺼풀, 두 꺼풀 떨어졌다.

그렇게 서원이 나신이 되었을 때는 침실이었고, 포개져 있던 입술이 떨어졌을 때는 침대에 눕혀져 있었다.

“아, 흐윽…….”

침대에 눕혀지자마자, 도겸에게 목덜미를 빨렸다. 소유욕을 드러내듯 붉은 울혈을 남기는 것뿐인데 탄성과 같은 신음이 절로 터져 나왔다. 좀전의 입맞춤으로 인해 그의 페로몬이 과도하게 제 안에 흘러들어 왔다 보니, 몸이 닿기만 해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됐다.

도겸은 서원의 귀엽고 동글동글한 뒤통수를 쓰다듬다가, 몸을 타고 서서히 아래로 손을 내렸다.

스멀스멀 내려온 한쪽 손은 허리에, 다른 한쪽 손은 가슴에 도착했다. 그는 손가락으로 분홍색 유두를 깃털처럼 가벼운 손길로 간질거리기도 하고, 알갱이가 눌릴 정도로 꽉 짓누르고 꼬집기도 했으며, 손끝을 세워 갉작갉작 긁기도 했다.

시시각각 변주를 주어 가며 만져오는 손길이 지독하게 첨예했다. 아직 아래는 만져 주지도 않았건만, 드러난 성기가 배에 닿을 듯 곧추서서는 멀건 애액을 뚝뚝 흘렸다. 그것도 모자라 뒷구멍은 도겸의 것을 받아들일 준비를 다 한 듯 애액이 잔뜩 흘러나와 축축했다.

열성 오메가라서 애액이 많이 나오는 편도 아닌데, 그와 있으면 꼭 제가 열성 오메가가 아닌 것 같았다.

“흐, 으, 형…….”

“하아…….”

서원이 울먹거리며 도겸을 부르자, 도겸이 억눌린 숨을 내뱉었다. 그도 상황이 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터져 나오는 숨결이 데일 것처럼 뜨거웠다.

몰래 내려다보니, 그의 것도 흉흉하게 서서는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저 정도로 발기했다면 그도 더는 버티기 힘들 거였다.

그러니 애무는 그만두고 삽입하겠거니 생각하는데, 도겸은 예상을 빗나갔다.

그는 몸을 조금 아래로 내리는 듯하더니만, 흥분으로 톡 튀어나온 분홍빛 유두를 입에 합, 하고 담아냈다.

“아흣!”

춥, 추읍…….

일부러 그러는 건지, 도겸은 젖은 소리를 적나라하게 내며 가슴을 빨아 댔다.

예전에도 그가 가슴을 빨 때면 민망하곤 했는데, 지금은 가슴에서 유즙까지 나오는 상태였다.

다 큰 성인이. 다른 사람도 아닌 도겸이 제 유즙을 먹고 싶어서 저러는 건 아닐 테고, 이전처럼 애무하려고 저러는 것일 텐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전보다 민망하게 느껴졌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서원은 열성 오메가라는 체질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유즙이 잘 나오지 않는 편이었다. 그 탓에 도겸이 저렇게 빨아도 아직 유즙 한 방울 나오지 않긴 한데, 그만큼 도하가 많이 물고 빨아서 퉁퉁 부은 상태였다. 옷이 스치는 것만으로도 쓸리듯 아플 때도 있는데, 저렇게 빨아 대면 좀 아팠다.

서원이 울상을 지으며 도겸을 만류하려 애썼다.

“읏……, 그거, 하지 마요……. 그, 그러다 유즙 나오면 어떡해요…….”

“정액도 먹었는데 이거라고 못 먹을 이유 있나.”

그러나 도겸은 가볍게 무시했다. 마치 정액에 비하면 유즙 먹는 것쯤이야 별것 아니라는 듯한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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