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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화> (110/136)

<110화>

도겸은 가만히 생각하다, 서원을 끌어안은 채로 상체를 일으켰다. 그러면서 도겸이 살짝 자세를 잡아 주자, 자연스럽게 서원은 도겸의 무릎 위에 앉아 마주 보고 안은 자세가 됐다.

중력과 체중이 실리며 성기가 더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다. 그에 서원이 놀란 반응을 보였다.

“허흑……! 뭐, 예요……!”

“네가 움직이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서.”

“흐으, 네에……? 제, 흐, 제가요?”

서원이 꼭 안고 있던 팔을 풀며 당황한 목소리를 냈다. 방금까지 울었다는 기색이 역력한 얼굴은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었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게까지 놀랄 요구는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예상했던 반응이기도 했다. 도겸은 웃음을 참으며 논리적인 척 입을 열었다.

“아픈 거 싫잖아.”

“그, 그렇긴 한데……. 가슴만…… 그랬던 건데…….”

서원이 웅얼거리다시피 자그마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평소엔 나름 의견을 내는 편인데, 성적인 대화이다 보니 확고하게 의견을 요구하는 걸 민망해하고 있었다.

도겸은 그런 서원의 반응을 보며 입꼬리를 미세하게 씰룩거렸다. 방금 울기까지 했으니 괴롭히지 말아야지 싶은데, 반응이 귀여워서 저도 모르게 놀리게 됐다.

도겸은 말을 들어줄까, 어쩔까 고민하다 허리를 뭉근하게 돌리며 서원에게 물었다.

“내가 막 움직여도 되겠어? 또 울면 어쩌려고.”

“으응……. 저, 적당히 하, 하면…….”

“적당히가 제일 어려운데.”

도겸이 모르는 척 능구렁이처럼 굴자, 서원이 끝내 못 참겠는지 아까처럼 팔에 힘을 주고 도겸을 끌어안더니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그러고는 거의 애원하다시피 매달렸다.

“제발요…….”

“…….”

서원의 부탁에 도겸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슬며시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어쩌면 이 모습을 보기 위해 계속 놀리게 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럴 때가 아니고서야 서원이 솔직하게 매달리는 일은 거의 없으니까. 서원의 모든 면모가 다 좋았지만, 가장 사랑스럽게 여겨지는 때는 지금처럼 쾌감에 젖어 매달릴 때였다.

“미안. 해 줄게.”

이제는 그만 놀리고 서원이 원하는 대로 해 줘야겠다.

그렇게 마음을 고쳐먹은 도겸은 서원의 둔부를 틀어쥐고 몸을 들어 올렸다가, 단번에 서원이 느끼는 곳까지 밀어 넣었다.

“아, 아아!”

서원이 고개를 젖히며 비명과도 가까운 신음을 내질렀다. 가장 예민한 부위를 익숙하다는 듯 찌르는 성기에 허리와 허벅지가 작게 경련했다.

서원이 고장 난 인형처럼 벌벌 떨었으나, 아프다는 반응은 아니었다. 그것을 아는 도겸은 서원을 빈틈없이 끌어안은 채 추삽질을 정신없이 이었다. 움직일 때마다 도겸의 온몸을 둘러싼 갑옷 같은 근육이 도드라지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퍽, 퍽 소리와 함께 서원은 반강제적으로 몸을 위아래로 들썩거렸다. 서원은 여차하면 뒤로 넘어가기라도 할까 봐 팔에 온 힘을 다 주고 도겸에게 매달리는데, 문득 아랫배가 간질거렸다. 사정감과는 다른 요의 비슷한 느낌이 아랫배에 뭉쳤다.

서원은 당장 일어나 요의를 해결하고 싶었으나, 도겸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사정을 연달아 한 탓에 다리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혀, 흐응, 형…… 나, 흐, 화, 화장실…… 가고 싶, 흐…….”

흔들거리며 겨우 말을 꺼냈으나 도저히 알아듣기 힘든 말에 가까웠다. 그래도 ‘화장실’이라는 단어는 똑바로 말했으니 알아들을 만하다고 생각하는데, 도겸은 추삽질을 멈추지 않았다.

화장실, 화장실……. 서원이 몇 번을 웅얼거리듯 말했으나 도겸은 들리지 않는 척을 하는 건지 어쩐 건지 점점 더 세게 아래를 박아넣었다.

“아, 흐, 제발……!”

“하……. 서원아…….”

서원은 눈덩이처럼 몸집을 불려오는 쾌감에 버둥거렸으나 도겸이 허리를 양팔로 끌어안으면서 그마저도 할 수 없게 됐다.

아프면 밀어내라고 할 때는 언제고, 화장실 가겠다는 말을 죽어도 안 들어준다. 모든 움직임을 결박당한 서원이 할 수 있는 건 그의 몸 위에서 흔들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가 사정하고 나면 화장실을 갈 수 있을 거라고. 아랫배에 잔뜩 힘을 주며 참아 보려 했지만, 아까도 그랬던 것처럼 도겸의 성기가 안쪽을 치달을 때마다 간헐적으로 힘이 풀렸다.

그리고 끝내 도겸의 성기 끝이 닿을 수 있는 가장 깊은 곳에 도달했을 때였다.

“아, 안, 돼, 아흐, 하아……!”

“후우…….”

안쪽에 뜨거운 것이 퍼지는 것과 동시에, 서원은 요의를 참지 못하고 도겸의 어깨에 손톱을 박아넣었다.

이윽고 애처로울 만큼 힘겹게 서 있던 서원의 성기 끝에서 맑은 액체가 팍 뿜어져 나왔다. 정액이라고 하기엔 묽고, 오줌이라고 하기에는 냄새도 나지 않고 지나치게 맑은 것이었다.

후두둑, 투두둑…….

졸졸 흘러나온 액체는 도겸의 하복부와 둘의 하반신, 그리고 소파에까지 떨어졌다. 정액이 묻기라도 할까 봐 불안에 떨었는데 오줌이라니. 서원은 당황스러움에 턱을 덜덜 떨었다.

서원이 눈만 커다랗게 뜨고 하반신에서 일어난 사고를 보고만 있는데, 도겸이 제 하복부에 떨어진 액체를 손으로 쓸었다. 그는 음욕 어린 눈으로 손에 쓸어낸 것을 보다 중얼거렸다.

“화장실 가고 싶다던 게…… 이거였어?”

도겸은 사실 서원이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 데려다줘야겠다는 생각은 했는데, 절정이 가까웠던 터라 조금만 참으라며 계속해서 몰아쳤다.

그리고 끝내 서원의 안쪽에 사정하는데 아래에 따듯한 게 퍼졌다. 서원이 결국 참지 못하고 일을 치른 줄 알았는데, 보니까 그런 게 아니었다.

도대체 얼마나 좋았던 거야……. 도겸이 속으로 웃음을 참는데, 서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 이거……. 아, 아니에요.”

목소리에 고개를 드니 서원이 겁에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젓고 있었다.

어른이 혼내기 전에 일단 아니라고 오리발부터 내미는 애들의 모습이 연상됐다. 도겸은 서원이 무슨 착각을 하는 건지 알 것 같아져, 성기를 서원의 몸 안에서 빼내며 그를 달랬다.

“뭘 생각하는 건지 알겠는데……, 이거 오줌 아니야.”

“……제가 애인 줄 알아요? 그런 말에 속게?”

섹스하다 오줌이나 싸지르는 불상사가 아니라 너무 좋아서 그런 거라고 달래려는데, 서원은 도겸의 말을 믿기 힘든지 수치심으로 물든 얼굴을 푹 숙였다.

도겸은 눈에 들어오는 정수리마저 귀여웠다. 찰떡이가 태어나면 딱 이런 느낌이려나. 잠시 생각한 도겸은 서원의 몸을 꽉 끌어안으며 등허리를 위로하듯 가볍게 도닥였다.

“오줌이랑 분수랑 구분 못 하는 거 보니까 애 맞는데.”

“……분수요? 그게 뭔데요?”

“좋아서 싼 거니까 걱정하지 마.”

“…….”

분수가 뭔지도 모르면서, 서원은 오줌이 아니라는 말에 조금 안도한 듯 뻣뻣하게 굳은 몸을 이완시키며 도겸에게 몸을 기댔다.

서원은 기분이 차차 나아지는 것을 느끼며 성감으로 뜨거워져 있던 몸을 달랬다. 몸도 마음도 어느 정도 진정되고 보니, 문득 현실적인 문제가 눈에 들어왔다.

“근데 소파…… 망가진 것 같은데요.”

아까는 소파에 정액이 묻어 얼룩이라도 질까 봐 걱정했었는데, 이제는 단순히 그 정도 걱정이 아니었다.

가죽에 투명한 액체가 줄줄이 묻었고 격렬하게 움직인 탓에 좀…… 꺼진 것 같기도 했다. 단순히 섹스만 했으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6년도 더 된 소파였던 터라 더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서원이 이 집에 처음 들어왔을 때가 그때였으니 생각보다 오래된 소파일 것이다.

새것처럼은 아니어도 깨끗하게 잘 쓰고 있었는데……. 디자인도 예쁘고 문제도 없었고. 서원이 시무룩하게 말하자, 도겸이 머쓱하게 대답했다.

“……새로 사 줄게.”

“…….”

새로 사 달라고 칭얼거린 건 아니었는데……. 얼룩이야 닦으면 되는 거고…….

그러나 서원은 지금의 기분으로서는 이 소파를 볼 때마다 섹스하다가 실례해 버린 것이 떠오를 것만 같았다.

그걸 생각하니 차마 거절할 수가 없어, 서원은 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도겸의 부모님을 만나 뵙기로 한 날이 밝아 버린 것이다.

서원은 전날, 침대에 누우면서도 아침 해가 뜨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렇지만, 다음날은 필연적으로 찾아왔다. 잠을 설치다가 새벽 서너 시쯤에 겨우 잠들었는데 눈을 뜨니 창문 너머로 햇빛이 쨍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결국 잠을 설쳐서 네 시간도 채 자지 못했다. 안 그래도 가슴이 쿵쾅거리는데 잠까지 못 자서 더 쿵쿵거렸다. 심장이 어찌나 세게 뛰는지 머리까지 울리는 것 같았다.

혼자 있으면 도망쳐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긴장하고 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도겸의 부모님은 본가에서 오시기로 했고 도겸과 서원의 집이 가까워 만나서 가기로 했다. 도겸의 차에 올라탄 이상 도망칠 방법이 없었다.

콱 사고라도 났으면 좋겠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벌벌 떨고 있자, 그것을 눈치챈 도겸이 무릎 위에 얹어진 서원의 손 위로 제 손을 겹치며 진정시켰다.

“너무 걱정하지 마. 그냥 밥만 먹는 자리인걸.”

“그렇긴 한데…… 상황이 좀 그렇잖아요.”

도겸의 말에 서원이 걱정 어린 목소리를 냈다. 단순히 애인의 부모님과 식사하는 자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도저히 그렇게 생각하기가 힘들었다.

현대 사회였지만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했다. 학벌이든 형질로든 재산적으로든, 그들의 기준에서 서원이 한참 모자라게 보일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밉보이기 좋은데, 서원은 도겸의 아이까지 임신한 채였다. 그날의 일은 실수였고 도겸도 러트가 터지고 노팅까지 한 잘못이 있긴 했지만, 그의 부모님이 사건의 자초지종까지 다 들었을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역시 안 만나는 게 좋지 않을까. 도겸과 결혼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반쯤 마음이 기울고 있었음에도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서원이 입꼬리를 축 늘어트린 채 마른 입술을 달싹거리자 도겸이 서원을 안정시켰다.

“괜찮을 거야. 어머니도 아버지한테 잘 말해 두겠다고 하셨어. 네가 죄인처럼 있을 이유 전혀 없고.”

“하아…….”

과연 도겸의 어머니가 그의 아버지에게 잘 말한 게 맞으려나……. 그의 어머니도 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서원은 조금 미심쩍고 걱정스러웠다.

도겸의 말에도 서원의 걱정 어린 표정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자, 도겸은 조금 생각하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뭐……. 대놓고 면박이라도 주려고 하면 바로 나오면 되잖아.”

“네? 그러면 안 되죠!”

식사하다 말고 자리를 뜨기라도 하겠다는 말에 서원이 놀라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랬다간 더 이미지가 안 좋아질 텐데. 단순히 저를 달래기 위해 빈말을 하는 것 같지 않아서 심각하게 반응하게 됐다.

그러지 말라고 서원이 그를 다그치자, 도겸이 슬그머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래도 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냥 맛있는 거 먹는 자리라고 생각해. 나도 너희 어머니 자주 뵙잖아.”

“…….”

그거랑 그건 다른데…….

서원은 할 말이 많았으나, 더 무어라 하지 않고 등받이에 온전히 몸을 기댔다.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이제 와서 걸음을 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약속장소가 멀리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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