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화>
“아, 아흐으!”
도겸의 허리가 전진하고 후퇴할 때마다 단단한 장골이 엉덩이를 쳤다.
허벅지 틈새 사이로 두꺼운 도겸의 성기가 미끄러지듯 드나들 때마다, 그의 것이 제 것과 마구잡이로 비벼지면서 서원의 입술 사이로 뜨거운 숨이 자꾸만 새어 나왔다. 거실에서 한바탕 뒹굴고 있는 상황이 부끄러워 입술을 다물어 보려고 해도 소리를 참기는 역부족이었다.
서원이 아래에 깔려 흥분으로 헐떡거리는데, 힘껏 움직이던 도겸이 어느 순간 속도를 늦췄다. 그가 허리를 뭉근하게 움직이니 반쯤 나갔던 이성이 차츰차츰 돌아왔다.
서원이 겨우 눈에 힘을 주고 흔들리는 시야 속에서 도겸을 바라보는데, 그가 대뜸 무릎을 끌어안고 있던 팔을 풀고 서원의 오금을 양손으로 눌렀다.
오금이 눌려 제 무릎이 가슴팍에 닿는 것과 동시에, 도겸이 삽입하듯 허리를 뒤로 뺐다가 힘차게 밀어 넣었다.
“하읏…… 아!”
퍼억!
성기를 비빈다기보다는 때려 박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움직임이었다.
비비적거리는 것만 해도 서원은 쾌감에 눈앞이 번쩍거렸는데, 도겸이 허리 짓에 가속도를 붙이니 헛숨이 나올 정도로 버거웠다. 허벅지 안쪽이 잦은 마찰로 살짝 쓰라렸지만, 쾌감이 더 짙어 아프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서원은 저도 모르게 도겸을 붙잡으려고 팔을 뻗었다. 그만하라는 건 아니더라도 어지러울 지경이니 조금만 천천히 해 달라고……. 그런 의미로라도 잠시 그를 저지하려고 했으나, 도겸이 더 몰아세우듯 허리를 치대면서 허공에 팔을 허우적거리는 꼴밖에 되지 못했다. 그리고 도겸은 고삐 풀린 야생마처럼 거칠게 서원을 몰아세웠다.
“아, 흐으, 앗!”
“후우…….”
살이 거칠게 맞부딪치는 소리와 누구에게서 나오는 건지 모를 거친 숨소리가 청각을 가득 메웠다. 소리만 들어서는 뜨거운 정사의 현장과 다름이 없었다. 아니, 눈으로 보기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삽입만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정사 때만큼이나 진하게 풍겨 오는 도겸의 페로몬에 숨이 턱턱 막혔다. 서원의 성기 끝에도 그렇지만, 아랫구멍에서도 애액이 왈칵왈칵 터져 나와 골짜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마치 히트사이클이라도 온 것 같은 모양새였다.
그만큼 흥분해서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질려 있는데, 문득 이러다 소파가 젖으면 어쩌지 하는 현실적인 생각이 들었다.
침대 시트는 빨면 된다지만, 소파를 더럽히면 일이 커지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고 나니 마음 편히 쾌감에 집중할 수가 없어졌다. 서원은 가라앉아 있던 이성을 겨우 건져 올리고는, 도겸의 핏줄 선 팔뚝을 잡았다.
“흐으, 형……. 치, 침대로…… 흐, 가요…….”
“후……. 침대? 왜……, 불편해?”
도겸은 서원의 상황을 다정히 물어보면서도 허리를 뭉근히 움직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잠시간이라도 멈추기 아까운 눈치였다.
서원은 그런 의미로 가자고 한 게 아니라서 뒷머리를 소파에 비비적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소파에 눌려 헝클어졌다.
“그게 아니라…… 흐으, 소파…… 더, 더러워질, 으, 것 같은데…….”
“하…….”
서원이 걱정 어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묻자, 도겸은 뜻밖의 말을 들었다는 듯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는 이마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올리더니, 두 눈동자를 형형하게 빛냈다.
“그런 쓸데없는 걱정을 할 만큼 여유가 있어?”
“흐으, 네……?”
서원이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물었다. 제게 여유가 있을 리 없지 않나. 아무리 오래된 소파라고 하더라도 멀쩡하고 깨끗하게 썼는데 얼룩지면 안 되니까 그렇지…….
그러나 도겸의 의견은 전혀 다른 듯했다. 그는 덥다는 듯이 입고 있던 니트를 위로 훌러덩 벗어 던졌다. 옷 아래에 숨겨져 있던 단단한 몸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빨래판처럼 단단한 근육이 잔뜩 성이 난 듯 단단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자존심 상하는데…….”
“그게 아니라, 하으윽!”
서원이 억울함에 이유를 대려고 했으나, 도겸이 불시에 ‘퍽!’ 소리가 나도록 성기를 밀어 넣으면서 거친 숨이 터져 나왔다.
이어, 그가 여태까지는 봐주기라도 했다는 듯이 빠르게 허리를 놀리기 시작하니 눈앞에 별이 번쩍거렸다. 고개가 잔뜩 뒤로 젖혀지고 발갛게 달아오른 눈가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아픈 것도 아닌데 눈물이 다 났다.
“하, 아으, 아!”
휘몰아치는 감각에 무어라 말할 틈이 없었다. 서원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입을 크게 벌린 채로 흔들리는 것밖에 없었다. 이제는 다리에 힘도 들어가지 않았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질리더니 절정에 가까워졌다. 요의가 몰려오는 것처럼 아래가 빠듯해졌다.
또 절정에 닿으려는 걸까. 너무 사정이 이른 것 같아서 허리를 뒤틀어 보려고 했지만, 도겸이 못질하듯 박아 대니 소용없었다. 사정을 참으려고 한 것이 무색하게 성기 끝에서 묽은 액체가 팍 튀었다.
“아흐읏!”
허옇고 묽은 액체가 피빅 튀어나오더니 배에 달라붙었다. 사정의 여운에 눈꺼풀이 바르르 떨렸다.
전속력으로 뜀박질이라도 한 것처럼 눈앞이 번쩍거리고 숨이 거칠었다. 좀처럼 몸에 힘을 줄 수가 없어서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헐떡대고 있는데, 도겸이 갑작스레 허리를 뒤로 쭉 빼더니 허벅지 틈새에서 제 것을 빼냈다.
그러고 보니까, 그는 한 번도 사정하지 않은 채였다. 설마 봉사하듯 저만 만족한 거로 끝내려는 건가 싶어 흐린 눈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그가 단단하게 발기한 성기를 잡고 귀두를 서원의 구멍에 문질렀다.
“후…….”
“흐아, 아…….”
서원은 방금 막 사정한 탓에 성감이 극치에 달아올라 있었다. 그 상태로 그의 귀두가 제 안에 들어올락 말락 하니 묘하게 안달이 났다.
허벅지 사이에 성기를 끼워 넣고 비빌 때도 히트사이클 때처럼 애액을 흘려보내고 뒷구멍을 발씬거렸는데, 직접적으로 비비니 더 미칠 것 같았다. 아래는 당장이라도 성기를 받고 싶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몸은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는데, 어째서인지 도겸은 구멍을 비비적거리기만 할 뿐 삽입하지 않았다.
지금 뭐하자는 거지? 놀리는 건가? 서원은 엉덩이를 달싹거리며 애를 태우다, 끝내 참지 못하고 소심하게 입을 열었다.
“안 넣을 거예요……?”
“왜, 해 줬으면 좋겠어?”
도겸이 여유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아래를 문지르는 그의 성기에는 여유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해 줬으면 좋겠냐니……. 제 입에서 야한 말이 나오도록 유도하는 것 같아 얼굴이 대번 시뻘게졌다. 안 그래도 낯이 뜨거웠는데 이제는 머릿속까지 펄펄 끓는 것 같았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형이 할 것처럼 굴고……. 괴롭히기만 하니까…….”
“괴롭히는 게 아니라, 안에 들어가면 한 번만 하고 못 끝낼 것 같아서 그래.”
서원이 넣어달라거나 그런 음란한 이유가 아니었다며 횡설수설 변명하는데, 도겸이 옅은 웃음기를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
아래를 비비적거리면서 안달 나게 하던 게 저를 위했던 거라고? 서원이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도겸을 바라보자, 그가 차분하게 이유를 설명했다.
“저번에 한 번만 하겠다고 하고 몇 번이나 해 버렸잖아. 난 좋았는데, 너 몸 생각하면 그래선 안 되는 거고.”
“…….”
“그래서 안 넣고 기분 좋게만 해 주려고 그랬지.”
저번에 마음이 통했던 날, 벅차오르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서원의 집에서 몸을 겹쳤었다.
그날 도겸은 한 번만 하겠다고 해 놓고서는 참지 못하고 두세 번을 연달아 해 버리고 말았다. 안 그래도 임신한 후 체력이 부쩍 떨어진 서원이 기진맥진 늘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것도 그렇고 도겸은 격렬한 성관계는 아이에게 해를 끼친다고 생각해, 삽입하지 않고 몸을 비비고 문지르는 것으로 성욕을 풀려고 한 눈치였다.
도겸의 뜻은 잘 알겠지만, 서원은 조금 어처구니가 없어졌다. 아니……. 그럼 아래를 비비지나 말던가……. 그 나름대로는 배려일지 몰라도 서원에게는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닳아 오를 대로 오르게 해 놓고서는 한 발 빼는 것이 얄밉게까지 느껴졌다.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비비적거리다 끝날 것만 같았다. 사정한 건 저인데 왜 더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지 모르겠다. 서원은 억울함에 입술을 우물거리다, 종내에 기어가다시피 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도 되는데.”
“응?”
서원의 목소리가 웅얼거리다 못해 묻히기까지 하자 도겸이 못 들었다며 되물었다. 그에 서원은 차마 그와 시선을 맞추지 못한 채 다시 말했다.
“하, 하셔도 된다고요……. 저도 걱정돼서 병원에 전화해서 물어봤는데, 안정기 지나서 괜찮다고……. 격하게만 안 하면 된다고 하던데요…….”
“…….”
“두 번까지는…… 괜찮을 것 같던데…….”
임신 중에 몸을 겹치는 것을 서원이라고 걱정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던 날에 몸을 겹치면서 하늘을 나는 것처럼 좋았지만, 다음날이 되고 나니 너무 경각심이 없었던 게 아닌가 하고 걱정이 몰려왔었다.
피가 보인다든지 배가 아프다든지 하는 증상은 없었지만, 혹시나 하고 다니던 산부인과에 전화해 상담을 받았었다. 다행히 병원에서는 그 정도는 괜찮다고 했다. 오히려 적절한 성관계는 아이의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답변까지 들었다.
서원은 병원에서 들은 대로 사실을 이야기한 것뿐이었다. 그런데 막상 말하고 나니, 너무 밝히는 것처럼 보였을 것 같아 조금 걱정이 들었다.
이제는 사귀는 사이니까 이 정도는 말해도 되지 않나……? 차마 도겸의 반응을 보지 못하고 고개를 조아리는데, 갑자기 도겸이 몸을 굽히더니 서원의 뺨에 입술을 맞췄다.
“하……. 서원아. 점점 더 예쁘게 굴면 어쩌자는 거야.”
뺨에 닿는 보드라운 감촉에 서원이 시선을 올리자, 도겸이 위에서 저를 사랑스러운 것을 보듬듯 한 시선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몇 번 더 뺨과 입술에 입을 맞추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파에서 내려가기에 윤활제라도 가져오려는 걸까 싶었다.
가만히 그를 바라보는데, 그가 소파 앞에 서서는 서원의 어깨를 붙잡았다.
“잠깐 앉아 있어 봐.”
도겸은 서원이 상체를 일으키는 것을 도와주더니, 소파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앉게 하고 다리를 M자 모양으로 훤히 벌리게 했다.
비스듬하게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댄 자세라 구멍과 음부가 훤히 드러나는 자세였다. 민망해서 다리를 오므리려고 하는데, 도겸이 소파 맡에 무릎을 꿇고 앉더니 서원의 벌어진 다리 사이에 얼굴을 밀어 넣었다.
불쑥 들어온 그의 얼굴에 서원이 깜짝 놀라 눈을 커다랗게 떴다.
“뭐하는, 거, 헉……! 흐으……!”
뭐하는 거냐고 물어보려는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어진 도겸의 행위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엉덩이 골에 숨이 닿더니, 콧날이 닿았다. 그리고 구멍에 닿은 축축하고 말캉한 촉감은…… 그의 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