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9화> (89/136)

<89화>

다른 걸 부탁한 것도 아니고, 형이라고 불러 달라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냥 말만 하면 되는 거니까.

그런데 평생을 도련님이라 불러서 그런지 입에 붙지를 않았다. 그리고 형이란 호칭이 괜히 낯간지럽게 느껴져서 회피하게 됐다. 한 번 하는 게 어렵지 다음은 쉽다던데, 형이란 호칭은 그러질 않았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불러 줘야겠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대로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도겸이 그날 재촉까지 하긴 했어도, 진지하게 한 말은 아닐 것이라고 가볍게 받아들인 탓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상황에 형이라는 호칭을 부탁하다니. 이제 보니 형이라는 호칭에 진심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니 그걸 무기로 잡은 거겠지.

유치하게 이러기인가? 어려운 건 아니지만 심보가 고약해서 고운 마음이 들지 않았다. 서원이 입술을 삐쭉거리며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있는데, 어느새 내려온 그의 손이 바짝 선 서원의 성기를 강하게 쥐었다.

“아흐으……! 거, 거긴…….”

“못 하겠어?”

아플 정도로 세게 쥔 건 아닌데, 그의 것을 뒤로 머금은 채 앞을 만져지니 뭍에 나온 물고기처럼 펄쩍 뛰게 됐다. 오싹하고 소름이 돋을 정도라 서원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해, 해요……!”

“…….”

도겸은 손으로 앞을 만지는 것을 멈추고 기다렸다. 어서 말하라는 무언의 재촉에 서원은 안달감을 느끼다 끙끙거리며 대답했다.

“혀……, 형……. 알겠으니까……, 빨리……. 헉!”

형이라고 부를 테니까, 빨리…….

서원이 재촉하자, 도겸의 성기가 귀두만 걸릴 듯 뒤로 빠져나가더니 그대로 빠르게 안을 내찔렀다.

“흐아앗……!”

퍽! 때리듯 한 소리가 날 정도의 강하고 빠른 삽입이었다. 서원이 반사적으로 발갛게 물들인 목을 뒤로 젖혔다. 빠르게 해 주길 바라긴 했지만, 제가 생각한 것보다 과했다.

놀라서 안고 있던 베개마저 놓을 뻔했다. 허우적거리다 다시 베개를 품에 끌어안는데, 도겸이 이를 악물고 허리 짓 하기 시작했다.

“아으으……! 하! 아으……!”

퍽, 퍽, 퍽! 도겸의 고환과 골반이 세차게 서원의 엉덩이를 때릴 때마다 살갗 부딪히는 차진 소리가 났다.

아래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전기가 찌르르 오르는 것 같았다. 베개에 얼굴을 묻고 소리를 죽일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엄마가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 조용히 해야 한다는 생각은 의식 저편으로 넘어간 지 오래였다.

안 그래도 앞선 애무와 삽입으로 몸이 달아올라 있었는데, 기름이라도 부은 양 타올라서는 서로가 이어져 있다는 것에만 집중했다. 뜨거운 열기에 다른 생각할 틈 따위 없었다.

“여기가 좋아? 응?”

“아, 흐으, 아니……. 아, 으……!”

도겸은 그러한 서원의 반응을 눈치챘는지, 야하게 물어보며 정신 나간 사람처럼 추삽질을 해 댔다.

무자비하게 몰아치는 쾌감의 행위에 서원은 사정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도 또 안쪽이 요동치는 느낌이 들었다. 제가 생각해도 쾌감에 너무 약한 것 같았다.

빠른 절정이 부끄러워 참으려고 아랫배에 힘을 줬으나, 도겸이 깊은 곳을 내찌르면서 곧바로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아흐으으……!”

서원은 허무할 정도로 힘없이 사정하고 말았다. 질금질금 나온 정액이 아랫배를 적셨다.

벌써 두 번째 사정이었다. 이제는 몸에 한 톨의 힘조차 들어가지 않았다. 땀과 정액을 너무 많이 흘려서 몸에 수분이 다 빠져나간 느낌이었다.

제 몸은 바다 위를 부유하는 해파리처럼 흐물흐물해진 느낌인데, 여전히 아래를 파고든 도겸의 성기는 반대였다. 점점 더 단단해져서는 빠른 속도로 안을 내찌르고 있었다.

나, 나 방금 사정했는데……! 눈앞이 고장 난 전등처럼 검게 물들었다가 하얗게 스파크 튀기를 반복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미쳐 버릴 것 같았다.

“잠깐, 잠깐……. 으응, 혀, 형, 너무, 빠르……. 흑!”

서원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 채 급히 멈춰 달라고 부탁했으나, 도겸은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오히려 작정한 사람처럼 안을 빠르게 쑤셨다.

“빨리해 달라고 할 땐 언제고…….”

도겸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마치 감당하지 못한 말을 한 것에 벌을 주려는 것처럼 보였다.

사정한 후의 몸은 무척이나 민감했다. 그전에도 버거웠던 감각이 배로 더 크게 몰려오니, 언제 사정했냐는 듯 바짝 선 서원의 성기에서 정액이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정액인지 쿠퍼액인지 모를 것이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줄줄 새고 있었다.

“흐으, 그래도, 이건 너무…… 힉! 빠르잖, 아요……!”

“아픈 건, 아니지?”

“하, 으으, 그건…… 아닌데……. 앗!”

서원이 대답하자, 잠시 멈췄던 도겸이 다시금 허리 짓을 이어 갔다. 마치 노팅이라도 하는 양 쉴 생각도 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어느새 아래에 반쯤 깔린 서원은 울먹거리며 왠지 속은 것처럼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아프게 하지 않다고 한 말은 지켰다. 앞서 손가락으로도 풀어 주고 혀로도 빨아 준 덕분에 버거운 기분만 들 뿐 아프진 않았다.

그래도 다 들어줄 것처럼 굴어 놓고서는 천천히 해 달라는 말은 안 들어줘……. 내가 먼저 빠르게 해 달라고 부탁한 건 맞는데……. 한 번만 하고 멈출 자신이 없다고 한 것까지 떠오르니 정말 울상이 됐다.

“아흐으, 으응, 아……!”

분위기는 점점 고조됐고, 공기는 어느새 도겸의 흥분한 알파 페로몬으로 가득 메워졌다.

서원이 생활하며 방 안에 묻어 있던 옅은 오메가 페로몬은 이제 온데간데없었다. 만일 다른 이가 들어온다면, 이 방이 서원의 것이 아니라 도겸의 공간이라고 착각할 만큼의 짙은 페로몬으로 가득 찼다.

“큿……!”

지나친 그의 페로몬에 정신이 흐릿해져 가고 있을 때, 안에 품은 그의 성기가 꿀럭거렸다.

드디어, 그가 사정한 것이었다. 내벽 안으로 액체가 들어오는 느낌이 지나치게 선연했다.

서원도 함께 사정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도겸은 잔떨림을 즐기는 듯 사정하고도 안에 성기를 박아넣고 있다가 한참 후에야 몸을 뒤로 물렸다.

“후…….”

쑥, 도겸이 단번에 성기를 빼내자 마찰로 발갛게 익은 구멍에서 하얀 정액이 흘러내렸다. 아쉽다는 듯 빠끔거리는 구멍에서 언뜻언뜻 붉은 속살이 보였다.

뒤쪽의 사정은 외설스럽기 그지없었으나, 서원은 슬라임이라도 된 것처럼 녹진녹진하고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질 않았다. 눈을 흐리게 뜨며 정신을 유지하는 게 고작이었다.

하아, 하아……. 뜀박질을 하고 난 후처럼 거친 숨을 내쉬고 있는데, 등 뒤로 묵직하게 무게가 실리는 게 느껴졌다.

설마…….

“도련님……?”

“형이라고 부르기로 했잖아.”

“앗, 형……. 더 할 거…… 아니죠?”

“한 번만 더 할게.”

허락했잖아. 그리고 소리 낮추자. 바깥에 들리겠다.

도겸은 작게 중얼거리며 서원의 귓가에 입술을 맞췄다. 목소리도 그렇고 귓바퀴에 입술을 맞추는 것도 그렇고 부드럽기 그지없는데, 아래를 파고드는 성기는 흉흉하기 그지없었다.

그러게 안 하면 밖에 소리가 새어 나갈 걱정 안 해도 되는 건데…….

서원은 울먹거리면서도, 제가 했던 말이라 거부하지 못하고 한참을 그와 이어져 있어야 했다.

* * *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욕조 안이었다.

파트너 관계였을 때도 체력 차이로 인해 기절하고 그가 씻겨 줄 때 깬 적이 몇 번 있었기 때문에 놀랍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도겸이 제 안에 세 번째로 사정할 때쯤 정신을 잃었던 거로 기억하는데……. 그래도 오늘은 일찍 정신을 되찾은 편이었다. 다음날에 깰 때도 부지기수였으니까.

흐리멍덩하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뒤에서 도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깼어?”

“……어?”

깼다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려고 했는데……, 도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은 욕조 밖이 아니었다. 제 뒤였다.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도겸이 뒤에 있었다. 이제 보니 욕조에 몸을 기대고 있던 게 아니라, 그의 단단한 가슴팍에 몸을 기대고 누워 있었던 것이었다.

“왜, 왜…… 들어와 계세요?”

“같이 씻으려고. 욕조가 크더라.”

“…….”

그의 말대로 욕조가 큰 편이긴 한데, 성인 남성 둘이. 그것도 체격이 유난히 큰 그와 함께 들어오기엔 비좁았다. 어떻게 같이 들어올 생각을 한 거지?

욕조가 부서지진 않겠지? 서원은 그런 생각을 하며, 찬찬히 욕실 안을 둘러봤다. 다행히 제 방에 딸려 있는 욕실로 데리고 들어온 모양이었다.

서원은 생각을 이어 가다, 퍼뜩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생각 하나에 눈에 힘을 줬다.

“혹시 저희 엄마는 왔어요?”

“아니, 아직 안 돌아오셨던데. 장 보실 게 많은가 봐.”

“아…….”

마지막쯤엔 거의 신음을 내지르기까지 했기에, 들킨 게 아닌가 싶었는데……. 장 볼 게 많았나. 다행이었다.

서원은 작게 안도하고 나서야, 그에게 몸을 맡겼다. 순순히 몸을 기대자, 도겸이 손을 앞으로 뻗어 서원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장난치듯 손장난을 치던 그는 사뭇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아파트에서 생활할 거지?”

“……그러라고 몰아세운 거 아니에요?”

“맞아. 짐은 시골에 있고? 거기 있는 거 옮기면 되나?”

몰아세운 거 아니라고 시치미라도 뗄 줄 알았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아주 당당했다.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만 흘리는데 도겸이 마저 말을 이었다.

“그 집 열쇠 주면 사람 불러서 짐 빼고 옮기게 시킬게. 그럼 다음 주쯤 들어오면 되겠다.”

“네? 다음 주요? 너무 빠르지 않아요?”

쫓기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빨리 짐을 옮길 필요가 있나? 집 주인아주머니에게 말도 해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하고 짐도 빼야 하고, 용달도 불러야 하고…….

할 일이 이렇게나 많은데 천천히 해도 괜찮지 않나? 그렇게 생각했지만, 도겸은 강경했다.

“어차피 거기 갈 일도 없고, 빠를수록 좋잖아.”

“그렇긴 한데, 거기 이웃분들한테 인사도 해야 하고 제가 가서 정리해야 할 것도 있으니까요.”

그 시골집을 내려가지 못한 지는 꽤 됐지만, 처음엔 도겸의 병원에 함께 가 주려던 생각으로 나왔던 거라 이웃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지 못했다.

이웃들과 교류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긴 했지만, 그래도 정이 든 이웃들이 몇몇 있었다. 옆집에 사시는 아주머니는 종종 찐 감자나 옥수수를 가져다주셔서 나눠 먹기도 했고, 과외를 했던 슬기랑도 인사를 나누고 싶었다.

아무튼, 그곳에서 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 에둘러 미루자, 도겸이 순순히 듣는 듯하다가 순간 한쪽 눈썹을 일그러트렸다. 무언가 심기에 거슬리는 게 있다는 눈치였다.

“거기 혹시 걔도 있어?”

“……네?”

“이지환이라는 그 알파 새……, 그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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