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화>
결혼도 하기 전에 신혼집을 꾸리려고 하고 정액을 아무렇지도 않게 먹는 사람에게 정상적인 생각을 바라지도 않건만, 그는 앞서 했던 것보다 더더욱 비정상적인 행동을 했다.
패닉 상태가 된 서원은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상체를 허겁지겁 일으키려 했다.
“뭐, 흐읏, 뭐 하는…… 거예요……!”
“가만히 있어.”
도겸은 단호하게 말하며 서원의 다리를 끌어당겨, 엉덩이를 팔로 받치고 얼굴을 파묻었다.
“흐윽……!”
그새 다물린 구멍이 혀로 사악, 삭, 넓적하게 핥아지는 느낌에 서원이 진저리를 쳤다.
일어나고 싶은데 한차례 사정한 후라 몸이 후들거리고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그것도 모자라 엉덩이가 그의 손에 받쳐지며 공중에 뜨게 되니, 무거운 몸을 일으키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서원이 할 수 있는 건 눈을 팔로 덮은 채 억눌린 신음을 흘리는 것뿐이었다.
“흐으, 응, 읏……, 흐, 제발, 제발……. 그만…….”
“…….”
울먹거리며 부탁해도 그는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더 아래를 파고들었다. 혀로 핥아지는 아래가 간지럽고 뜨거웠다. 그것만으로도 벗어나고 싶은데, 그가 핥아댈 때마다 구멍이 벌름거리기까지 하니 더 수치스러웠다.
그에게 잡혀 벗어나지도 못하고 끙끙대는데, 혀의 넓적한 부분으로 빠끔거리는 구멍을 핥던 그가 이번에는 혀를 날카롭게 세워 구멍을 쿡쿡 찔렀다.
“흐읏?! 아, 그거, 하지…… 으읏!”
날카롭게 세워진 혀가 구멍을 비집고 들어왔다. 손가락이나 그의 성기가 들어올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고환에 그의 콧날이 비벼지고 뜨거운 숨결이 닿기까지 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
오랜만이니 정성스레 아래를 풀어 주려는 그의 의도는 잘 알았다. 저희 집에 젤이 없으니까 안에 침이라도 바르려는 것 같았고. 그의 것이 워낙 크다 보니 손가락으로 정성껏 풀어 줘도, 몇 년 동안 내리 몸을 겹쳐 와도 그의 것을 처음 받아들일 때는 늘 버거웠으니까.
알긴 아는데……. 그렇다고 아래를 빠는 건 너무 과하지 않나. 민망해진 서원은 근처의 베개를 끌어와 얼굴을 푹 묻으며 목소리를 쥐어 짜냈다.
“흐으, 으, 그냥……, 흐, 해도…… 읏, 될 것 같은데……. 그만, 해요…….”
풀어 주는 건 됐으니까…….
용기를 내어 그를 재촉하자, 이번에는 도겸이 들었는지 아래에서 입을 떼어냈다.
아까부터 진짜……,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잠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도겸이 생각과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다치면 어떡해. 오랜만이니까 풀어 줘야지. 게다가 너, 임신까지 했잖아.”
도겸은 꿀이 뚝뚝 떨어질 듯한 다정한 어투로 대답하더니, 곧바로 아래를 혀로 쑤시던 것을 재개했다. 말은 저를 배려해 주는 것 같은데, 행동을 봐서는 순전히 아래를 빨고 싶은 사람처럼 보였다.
푹푹, 혀가 깊은 곳을 내찌를 때마다 서원은 눈을 질끈 감고 베갯잇을 입으로 물며 신음이 크게 터질 듯한 것을 억눌렀다.
“으읏, 흐으으……! 도련니임, 돼, 됐으니까아, 제발…… 부탁이에요. 흑, 빨리…….”
“하, 서원아.”
아까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이번에는 그만할 참인지 도겸이 몸을 일으켰다.
그는 서원이 측면을 보도록 눕게 몸을 돌리더니, 자신은 서원의 등 뒤에 바싹 달라붙어 누웠다.
“잘해 주려고 했는데……, 네 탓이야.”
네 탓이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어렸을 적 그의 목소리와 겹쳐 들리는 듯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열성 오메가로 발현하던 날에 그가 이런 말을 했던 게 떠올랐다. 새삼, 그때와는 많은 것이 바뀌었으나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예전의 풋풋한 기억이 아른아른 떠올랐으나, 엉덩이 골짜기 뒤로 딱딱한 것이 비벼지며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뒤쪽이라 서원의 시야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보지 않아도 비벼지고 있는 것이 그의 발기한 성기라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언제 성기를 꺼냈는지, 천 너머의 것이 아니라 날것이기까지 했다.
그의 것은 크고 단단하게 팽창하다 못해 쿠퍼액으로 조금 젖어 있었다. 줄곧 여유로운 척하고 있었으면서 실상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었다.
줄곧 이 순간을 바라고 있었고, 재촉까지 한 건 저였다. 그의 것이 크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오랜만이라서 그런가. 그의 것이 낯설게 느껴져서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사실은 그와 몸을 6년 동안 겹쳐 오면서도 삽입의 순간에는 늘 긴장하곤 했었다. 그만큼 익숙해지기 힘든 크기였다. 그의 것을 온전히 다 받아들이면, 아랫배가 불룩 튀어나오기까지 했었는데……. 혹 아이에게 영향을 주는 건 아닐까? 임신 중에 제 짝인 알파와 하는 섹스는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건 아는데……. 임신한 이후로 몸을 겹치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에 긴장됐다.
서원이 바싹 긴장해 있자, 도겸이 그것을 눈치챘는지, 서원의 허리를 꽉 끌어안으며 말했다.
“서원아. 안 아프게 할 테니까, 긴장 풀어.”
“기, 긴장 안 해요…….”
몸이 굳기도 했고 목소리도 떨려서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서원은 나름 긴장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심호흡하며 몸에 힘을 풀고 천천히 도겸에게 몸을 기댔다.
도겸은 가만히 그런 서원을 바라보다가 귀두를 구멍에 맞춰 문질렀다. 엄지로 말랑말랑한 엉덩이를 벌리자 구멍이 보였다. 빠끔거리는 구멍은 예쁜 분홍빛을 띠고 있었다. 제 침인지, 아니면 애액인지 모를 것으로 흠뻑 젖어 번들거리고 있었다.
“후…….”
도겸은 그것을 음험한 눈으로 바라보며 뜨거운 숨을 천천히 뱉었다.
아무리 콩깍지가 씌였다고 하더라도, 이런 부위까지 예뻐 보이는 건 반칙 아닌가…….
도겸은 예전에도 제 성기가 그의 좁은 구멍에 삼켜지는 모습을 빤히 바라보곤 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외설스럽고, 제 것을 아래로 삼키는 서원의 모습이 예뻐서. 이런 광경은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단순히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서원의 안쪽이 완전히 제 애액으로 채워진 것까지 보고 싶었다. 그만큼 서원이 탐났다.
단숨에 성기를 뿌리 끝까지 처박고 제 페이스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도겸은 애써 참아냈다. 지금은 단순히 페로몬 해소나 성욕 처리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고조된 마음을 가라앉힌 도겸은 천천히 성기를 밀어 넣기 시작했다. 손가락도 받아들이기 힘들 것처럼 보이던 작은 구멍이 차츰차츰 입을 벌리며 성기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아흐으, 으읏, 읏…….”
내벽을 파고드는 느낌에 서원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래를 풀어 주던 손가락과는 전혀 다른 깊이와 두께였다. 압박감에 숨이 턱턱 막힐 정도였다. 게다가 평소와 체위가 달라서 그런지 눌리는 지점이 다른 느낌이었다.
손으로는 시트를 꽉 그러쥐고, 발가락은 얼마나 힘을 줬는지 하얗게 질렸다. 오랜만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소리를 참아야 한다는 은밀한 상황 때문인 건지 평소보다 그의 것이 더 부담스럽고 크게 느껴졌다.
서서히 들어와 정말 배꼽까지 닿겠다는 말도 안 되는 싶은 생각이 들 때쯤, 그의 골반이 둔부에 닿았다. 드디어, 겨우 그의 것이 다 들어온 눈치였다.
“하아…….”
이미 아래가 가득 찬 듯 버거웠지만, 더 들어오지 않는 것만으로도 좀 안심이 됐다. 그의 노팅한 성기도 받아들인 전적이 있는데도, 더는 못 받아들일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서원이 숨을 고르게 쉬며 안을 채운 감각에 익숙해지려 노력하는데, 도겸이 귓가에 입술을 쪽 맞췄다.
“후……, 움직일게.”
“흐으, 네에……. 천천, 히요…….”
임신한 탓에 배의 느낌이 평소와 달랐고, 버거운 것도 그렇지만 왠지 빠르게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도겸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벽 가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왔던 성기가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선단이 거의 입구 근처까지 빠져나갔다가, 다시금 안으로 천천히 들어왔다. 금방 길을 막아서듯 좁아진 내벽이 기다렸다는 듯이 벌어지며 그의 것을 받아들였다. 안을 살살 긁어내는 듯한 감각에 아슬아슬한 기분이 들었다.
“흐으, 응, 으응…….”
이전까지의 섹스에서는, 도겸의 페이스대로 빠르게 휘둘리다 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의 열기를 따라잡기 힘들어서 이따금 천천히 해 달라고 할 때도 있긴 했지만, 천천히라는 것도 순전히 그의 기준이라 정신이 쏙 빠지곤 했었다.
그런데 막상 천천히 하니까 이건 이것대로 고충이 있었다. 흉기와도 같은 그의 커다란 성기가 내벽을 가르고 들어오는 느낌이 너무나도 선연했다. 그의 것이 얼마만큼 크고, 어디까지 들어오는지 다 느껴졌다.
서원은 그와 섹스할 때 민망함이나 부끄러움은 애무할 때만 있고 뒤에는 녹진녹진하게 흐트러져서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게 되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반쯤 남아 있는 이성 때문에 마치 처음으로 몸을 겹친 것처럼 부끄러웠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감질나…….’
묘하게 모자란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다.
속도를 느리게 하니 소리를 죽이는 것도 생각보다 할 만했고, 그가 뒤에서 안아 주는 것도, 깊은 곳을 찔러 진저리를 칠 때마다 도겸이 뽀뽀를 해 주는 것도 그의 사랑을 온전히 느끼는 것 같아서 좋았다.
그렇지만 무언가 모자랐다. 폭풍처럼 휘몰아쳐 줬으면 하는, 더 깊은 곳을 찔러 줬으면 하는 음란한 욕구가 스멀스멀 고개를 들었다.
그의 움직임에 따라 천천히 흔들거리던 서원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하아, 도련……, 니임.”
“응?”
“그냥…… 평소대로, 하면 안 돼요……?”
“평소대로?”
도겸이 뭉근하게 허리를 놀리며 되물었다. 평소대로의 뜻을 알아듣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어떨 때는 지나칠 정도로 눈치가 빠르면서, 일부러 이러는 건지……. 서원은 입술을 꾹 다물고 있다가 거의 소곤거리는 듯하게 중얼거렸다.
“……게…….”
“뭐라고? 안 들려.”
“그, 그러니까……! 좀, 빨리……. 해 주시면 안 되냐고요…….”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 가다 못해 땅굴을 파고 들어갈 기세였다.
너무 작게 말해서 들리기나 했나 싶을 수준이었는데, 이번에는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는지 도겸이 의중을 알아채고 대답했다.
“천천히 해야 하는 거 아니었어? 찰떡이한테 문제 생기면 어떡해.”
“그렇긴 한데……, 이, 이건 너무 느리잖아요……. 이렇게까지는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잘해 준다고 하고 아래를 빨질 않나, 지나치게 느리게 하지 않나. 그냥 평소대로 해 주는 게 훨씬 잘해 주는 게 될 판이었다.
서원이 작게 항의하자, 도겸이 허리 짓을 멈췄다. 이제 제대로 해 주려나 싶어 내심 기대하는데, 도겸이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했다.
“그러면 나도 하나 부탁해도 돼?”
“흐, 흐으으……!”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가 뭉근하게 허리를 꾹 눌렀다. 가장 깊은 곳에 들어와 있다고 생각했는데, 조금씩 더 안을 파고드는 느낌에 서원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저도 모르게 입이 벌어져서 말도 꺼내기 힘들 지경이었으나, 서원은 겨우 숨을 삼키며 대답했다.
“무, 흐, 무슨 부탁이요?”
“형이라고 부르는 거.”
“……네?”
“부탁했는데, 한 번도 안 불러 줬잖아.”
“…….”
……이 상황에 그걸 부탁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