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7화> (87/136)

<87화>

키스에 집중하고 있는데, 슬금슬금 그의 손이 서원의 상의 아래로 비집고 들어왔다. 자연스레 옷을 가슴께까지 끌어올린 그는 서원의 가슴팍에 있는 작은 분홍 알갱이를 꼬집었다.

“아흐……!”

입을 막아 주겠다고 입술을 맞춘 것이건만, 그것이 무색하게 유두를 자극하는 손길 하나에 신음이 터져 나왔다.

제 입에서 나온 소리에 놀라, 서원이 몸을 비틀며 눈을 크게 떴다. 그에 입술을 탐하던 도겸이 살짝 뒤로 물러나더니 코를 비비며 소곤거렸다.

“그렇게 소리 내도 되겠어?”

“흐으, 그거야, 도련님이 만지니까…….”

“그러게 내가 아파트 받으랬잖아.”

도겸이 여전히 서원의 가슴을 장난감처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서원은 온 감각이 가슴으로 쏠려 흐리멍덩하게 눈을 뜨고 있다가, 아파트라는 말에 조금 정신을 되찾았다.

아파트……? 갑자기 왜 나를 탓하는 거지? 아무리 이런 분위기였다고 해도 할 말은 해야 했다. 서원은 터져 나올 것 같은 신음을 겨우 삼키며 대꾸했다.

“네……? 어째서, 흐, 그, 그런 결론이 나요?”

“아니면 나랑 같이 살래?”

“같이…… 살자고요?”

“응, 내 집에서.”

도겸의 집에서 동거하자고……?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이라서 순간 멍해졌다.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있는데, 도겸이 끝난 게 아니었다는 듯 말을 이었다.

“아니면 이사 갈까? 새 집 구해도 괜찮은데. 어떤 게 좋아?”

“…….”

동거 얘기도 놀라운데, 새로운 집으로 이사 가자는 말까지? 지금, 이걸 나더러 고르라고 선택지를 준 건가?

왜 그런 말을 하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제가 혼자 살지를 않고 엄마와 함께 사니까 이렇게 눈치 볼 상황이 생겼다는 것 같았다. 아파트를 진즉에 받고 거기서 생활했다면 엄마에게 들킬까 봐 걱정하고 숨죽여야 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가 어떤 마음으로 동거를 제안하는지는 알겠는데, 진지하게 만나 보기로 한 지 아직 한 시간조차 지나지 않았다.

게다가 아파트는 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 거절하고 있던 것이고, 그의 집에서 지내는 건 너무 빨랐고, 동거를 위해 새로운 집으로 이사 가는 건 너무 과했다.

“이사는 무슨, 그건……. 흣……! 아, 잠깐, 벗기지 마요……!”

그런 생각으로 대꾸하려 했으나, 도겸은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아래로 내려갔다.

그는 서원이 천장을 바라보게 눕게 한 다음, 다리 사이로 파고들었다. 그가 서원의 속옷과 바지를 아래로 끌어내리자, 속옷에까지 애액이 찐득하게 묻어난 게 드러났다. 앞도 뒤도, 애액으로 젖어 아주 흥건해져 있었다.

서원은 아직 키스 몇 번에 가슴을 조금 자극한 것밖에 없는데 이런 상태가 됐다는 게 무척 창피했다. 반사적으로 허벅다리를 오므리려고 했으나, 도겸이 양쪽 허벅지를 누르고 팽팽히 선 분홍빛 성기에 입술을 맞추는 것이 먼저였다.

“흣……!”

“응? 서원아.”

“아……, 같이 사는 건, 너무 급하, 으읏……!”

대답을 재촉하기에 다시 거절의 말을 전하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도겸이 입을 벌려 성기를 입에 삼켰다.

뜨끈하고 축축한 점막이 감싸는 느낌은 키스나 가슴을 유린하는 것보다 배는 더 짜릿했다. 분명 동거 제안을 거절하려고 했는데, 휘발되는 듯 머릿속이 하얗게 질려 버리는 탓에 말을 끝까지 이을 수가 없었다.

억지로 다리를 벌린 채 아래를 빨도록 내어주게 된 서원은, 허리를 달싹거리며 도겸의 검은 머리칼 사이로 손을 밀어 넣었다.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결 좋은 그의 머리칼이 서원의 손 아래에서 헝클어졌다.

츄읍, 춥…….

귀를 간지럽히는 적나라한 소리와 아래를 감싸는 감각에 서원이 목을 뒤로 젖히며 눈을 질끈 감았다. 안 그래도 질질 흘릴 정도로 흥분했던 터라,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만 같았다.

“아흐으, 아, 안 돼……. 흐으, 그만……. 떼요……!”

“…….”

“으흐, 아, 제발……!”

차마 그의 입 안에 사정할 순 없었다. 서원이 그만하고 입 떼라고 말했으나, 도겸은 힐끗 위를 보더니 오히려 더 깊게 서원의 성기를 삼켰다.

성기 끝이 그의 목구멍을 문지르는 느낌이 들었다. 서원이 화들짝 놀랐으나, 도겸은 그것으로 미치지 않고 볼이 홀쭉해질 정도로 깊게 성기를 빨아들였다.

강렬한 자극에 눈앞에 별이 보이는 듯했다. 서원이 사정감을 겨우 억누르며 그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억지로 떼어내려 했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아, 흐윽……!”

제발, 제발. 하고 떼어내려고 안간힘을 다해 봤지만, 결국 진 것은 서원이었다. 끝내 그의 입에 대고 정액을 쏟아내고 말았다.

사정하고 나니 벌어진 다리가 벌벌 떨렸다. 강렬한 쾌감에 달콤한 오메가의 페로몬이 스멀스멀 방을 채웠다.

사정의 여운과 함께 탈력감이 몰려왔다. 서원은 힘이 빠져 눈을 깜빡거리다가, 도겸이 여전히 제 것을 물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화들짝 도겸을 떼어냈다.

“떼라고, 했잖아요! 휴지, 휴지가…….”

“맛있진 않네.”

“……먹었어요?”

도겸의 말에 서원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입에 싼 건 돌이킬 수 없으니 뱉게 하려고 했다. 화장실을 가는 것보다는 휴지를 찾는 게 더 빠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애초에 도겸은 정액을 뱉을 생각조차 없었는지, 미간을 살짝 좁힌 채 덤덤하게 말하고 있을 뿐이었다.

정액을 삼킨 거야? 그걸 왜? 서원이 거의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자, 도겸은 서원의 반응에 조금 놀랐는지 고개를 살짝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표정이 왜 그래?”

“그, 그걸 왜 먹어요?! 미쳤어요?”

“미쳤냐니. 그거 좀 먹을 수도 있지.”

서원이 펄쩍 놀라 물었으나, 도겸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독극물을 먹은 것도 아니고, 정액 좀 먹는다고 무슨 문제라도 생기냐는 반응이었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그걸 먹을 생각 따위 하지 않는다. 그런데 눈앞의 도겸은 마치 제가 너무 과한 반응을 보인다는 얼굴이라, 어처구니가 없고 황당해서 말이 나오지를 않았다.

서원이 입만 뻐끔거리며 말을 고르는데, 도겸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생각은 해 봤어?”

“네? 아……, 집이요?”

“응.”

생각할 틈도 안 줬으면서, 다정하게 물어보니 이상한데…….

서원은 조금 의심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 숨을 고르고 차분히 대답하려 애썼다.

“그건 너무 빠른 것, 으, 같고오……, 흐으으……!”

다시 대답하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도겸이 서원의 엉덩이를 찹쌀떡처럼 지분거리다 뒷구멍 사이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뒷구멍으로 얇고 길쭉한 것이 들어오는 느낌에 서원이 흐린 숨을 내뱉었다. 사정하면서 아래도 축축하게 젖은 지 오래다 보니, 그의 손가락을 손쉽게 받아들였다. 얼마나 반가워하듯 오물대는지, 성기를 곧장 삽입해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대답해.”

“으으…….”

도겸은 친절히 말하면서도, 아래로는 천천히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빼기를 반복했다.

쿨쩍, 쿨쩍……. 손가락이 들어왔다 나갈 때마다 물기 젖은 소리가 났다. 신음을 참아서 그런가, 그 소리가 평소보다 크게 느껴졌다. 이만큼 젖은 게 그만큼 그의 것을 바라고 있다는 반증처럼 느껴졌다.

서원은 매트리스에 뒷머리를 마구잡이로 뭉개며 애원하듯 말했다.

“말, 좀, 하게 그만 좀…… 흣, 만져요……!”

“어디가 좋겠어. 마당 있는 주택? 아니면 아파트?”

서원이 대놓고 그만 좀 만지라고 말했지만, 이번에도 도겸은 듣는 체도 하지 않았다.

아까부터 진짜……. 왜 대답을 요구해 놓고선 말도 못 하게 구나 싶었는데, 이제 보니 원하는 대답이 아니라서 저러는 모양이었다.

제가 너무 무른 건지 몰라도, 서원이 생각하기에 도겸은 밀어붙이기에 고단수였다. 이렇게 휘말리다가는, 어물쩍 새집으로 이사 가서 동거하게 되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그래도 동거는 좀……. 결혼 전에 동거부터 하는 커플들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서원은 그런 개방적인 성격은 또 아니었다. 몰아치는 쾌감 속에 겨우 이성을 다잡은 서원은,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아, 알겠으니까…….”

서원의 입에서 긍정의 말이 나오자, 도겸이 기다렸다는 듯이 쑤시던 손가락을 멈췄다.

“어떤 거. 새집으로 이사 가는 거?”

“아니요……! 그거 말고, 아파트 받는 거요…….”

서원이 휘휘 고개를 저었다. 새집에서 동거는 무슨, 신혼도 아니고……. 그중에서는 아파트를 받고 그곳에서 생활하는 게 가장 정상적인 선택지였다. 다 비정상적인 것 같긴 한데, 아무튼 그중엔 그랬다.

“받을 테니까, 그만 괴롭, 힉……!”

“괴롭힌다니.”

서원이 그만 좀 괴롭히라고 말하려 했으나, 도겸이 손가락을 내벽에서 단번에 쑥 빼냈다.

안을 채우던 것이 단숨에 빠져나가는 느낌이 찌릿했다. 발가락을 세게 오므리며 아랫입술을 깨무는데, 도겸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마저 말을 이었다.

“이렇게 예뻐해 주고 있는데……, 듣는 사람 서운하게.”

“으…….”

예뻐해 주기는……. 놀린 거면서. 억울한 건 내가 억울해야 하는 거 아닌가.

서원이 울먹거리는 눈으로 도겸을 내려다보자, 그가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 와중에 제 다리 사이에 파고든 모습이 지나치게 외설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저도 정상이 아닌 듯했다.

키스도 하고, 성기도 빨아 주고, 아래도 손으로 풀어 줬으니 실전을 위한 만반의 준비는 끝이 난 것처럼 느껴졌다. 온몸을 물고 빨린 것처럼 흐물흐물해져서 이제는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고……. 또 원하기도 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의 다음 행동을 예상해 보는데, 이상하게도 도겸은 다리 사이를 파고든 얼굴을 빼내지 않았다.

또 뭘 하려고……. 왠지 좀 불안한 마음으로 그를 바라보는데, 이어진 행동에 서원은 하마터면 경악스러워 비명을 지를 뻔했다.

도겸이 희롱에 달아올라 있던 입구에 입술을 문질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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