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2화> (52/136)

<52화>

“네?”

“아이한테 영향 가는 거 말이야.”

“어……. 그럴걸요?”

서원이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알기로는 그렇기도 했고, 사실은 도겸의 아이이니 악영향이 갈 것도 없었다.

도겸은 서원의 하반신으로 손을 뻗어 지퍼를 풀어 내렸다. 바지와 함께 속옷을 살짝 끌어내리자 키스하는 동안 완전히 발기한 성기가 튀어나왔다. 만지지도 않았는데 귀두 끝이 살짝 젖은 채였다.

만지지도 않았는데 사정할 뻔했다는 걸 들킨 것이 부끄러웠다. 그나저나 삽입은 하지 않을 거라면서 옷은 왜 벗기는 거지……? 서원이 은근슬쩍 허벅지를 모으며 물었다.

“뭐, 뭐하려고요?”

“기다려.”

도겸은 대답을 미룬 채, 벨트와 버클을 풀고 자신의 성기를 꺼냈다.

서원은 눈앞에 튀어나온 성기를 보며 저도 모르게 숨을 헙 들이켰다. 숱하게 봐 왔으니 그의 성기가 크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러니 새삼 크기에 놀란 건 아니고, 그의 것이 벌써 터질 듯이 팽팽하게 발기해 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저야 우성 알파의 진한 페로몬에 과하게 흥분했다지만, 제 페로몬은 무척이나 옅어서 그에게 큰 자극을 주지 못했을 거였다. 그러니 그는 키스 한 번에 이렇게 터질 듯이 흥분한 것이었다.

평소의 그답지 않은 반응이다 보니 의외였다. 도련님이 왜 이렇게 흥분했지? 러트 때나 이렇게 금방 달아올랐던 것 같은데……. 그렇다고 러트가 왔다고 하기에는 그때에 비해 너무나도 이성적으로 보였다.

설마 각인 때문에 더 흥분한 건가? 일방 각인을 한 상태이니 이전보다 훨씬 저를 원하고 제 흐릿한 페로몬을 자극적으로 느끼는 걸 수도 있었다.

잠시 생각을 이어 가고 있는데, 도겸은 서원이 앉아 있는 소파 등받이에 손을 기대며 서원을 안쪽으로 몰아갔다. 몸이 닿을 듯 가까워지는 거리에 서원이 몸을 뒤로 젖히자, 등받이에 등이 닿았다.

잠깐 당황하여 고개를 뒤로 돌리려 하는데, 도겸이 불시에 제 것과 그의 것을 한 손으로 감싸 쥐었다.

“아흐읏……!”

입맞춤하는 것만으로도 사정할 것처럼 흥분하던 몸이었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그의 성기와 비벼지게 되니 눈앞에 별이 튀어 오르는 것처럼 아찔했다.

미국에서 귀국한 직후엔 아파서, 그다음에는 임신한 걸 알아채서, 또 다음에는 시골 생활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간 자위도 한 번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평소보다 자극이 너무 강하게 느껴졌다.

신음이 크게 터져 나올 뻔한 것을 겨우 아랫입술을 깨물어 소리를 삼켰다. 다른 곳도 아니고 이곳은 그의 회사, 전무이사실이었다. 노크도 없이 사람이 들어오지는 않겠지만, 소리가 새어나가면 들키고 말 것이다.

말도 없이 이게 무슨 짓이냐고 도겸을 올려다보는데, 그는 개의치 않고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찌걱, 찌걱…….

둘의 성기가 도겸의 커다란 손아귀 안에서 거칠게 비벼졌다. 그가 손으로 제 것을 만지는 것만 해도 아찔한데 그의 것과 비벼지고 있기까지 하니 감각이 과했다.

하체로부터 찌르르 올라오는 쾌감에 서원은 손끝과 발끝을 꽉 오므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좀 살살, 천천히 하라고 하고 싶은데 입을 벌렸다가는 신음이 바깥까지 새어나갈 것 같았다.

“으읏, 흐…….”

비벼지는 성기는 터질 듯이 꺼떡거렸고 구멍은 홧홧하게 달아오르며 왈칵 애액을 흘려보냈다.

분명 넘칠 정도로 강렬한 쾌감이었으나 부족한 것 같은 기묘한 감각이 들었다. 저도 모르게 뭔가를 원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엉덩이를 들썩거리게 됐다.

“하, 으으읏, 도련님…….”

“후…….”

도겸이 움직이는 것도 모자라 서원도 함께 움직이니 성기가 더욱더 거칠게 비벼졌다.

서원의 아랫입술을 살짝 빨아당긴 그는 목덜미와 어깨로 내려가더니 유두 돌기를 옷 위로 가볍게 깨물었다.

위아래에서 약한 부위를 집중하니 한계까지 몰아세워졌다. 끝내 서원은 목을 뒤로 젖히며 아랫배에 주고 있던 힘을 탁 풀어 버리고 말았다.

“아! 하으읏!”

만진 지 얼마나 됐다고, 조금 이르게 서원의 성기 끝에서 정액이 터져 나왔다.

물에 젖은 종잇장처럼 몸이 축 늘어졌다.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점멸해, 눈을 뜨고 있는데도 눈앞의 도겸이 보이지 않았다.

핑핑 돈 것처럼 정신이 하나도 없고 어지러웠다. 숨을 의식적으로 들이키며 몸을 진정시키려 노력하는데, 평정을 되찾기도 전에 도겸이 불쑥 서원의 성기를 움켜쥐었다.

아래를 쥐어짜이듯 한 아찔한 감각에 서원이 퍼뜩 놀란 눈을 떴다.

“아읏?! 왜, 왜……?”

“하……. 혼자 가면 재미없지.”

도겸이 따지듯 말하며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저도 사정을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의 상태는 알고 있지만 저는 방금 막 사정한 몸이었다. 못 하겠다고. 할 거면 잠시만 쉬었다가 하자고. 그렇게 말해야 하는데, 머릿속을 가득 메운 사정의 잔재 때문에 말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 그래도 지금은 좀. 조금만 이따가……, 읏, 아!”

횡설수설하는 말이 길어지자, 도겸이 끝까지 듣지 않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정 후에 성기를 만져지는 감각은 고통에 가까운 쾌감이었다. 너무나도 날카로워서 괴롭기까지 했다.

저도 모르게 몸을 버둥거리며 벗어나려고 했지만, 도겸은 좀처럼 놔주질 않았다. 오히려 더 서원을 소파 안쪽으로 밀어 넣으며 강하게 성기를 마찰했다.

“흐으읏, 아, 으!”

“후우……. 하.”

도망칠 곳도 없이 쾌감이 쏟아 부어졌다. 바다의 파도처럼 막을 방법도 없이 거칠게 들어와 이성을 멀리 밀어냈다.

사정한 직후에 만져지는 것이다 보니 좀 전만큼이나 강렬한 자극에 서원이 흐느끼며 그의 팔뚝을 붙잡았다. 그만하라는 의미였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팔뚝에 핏줄이 설 정도로 힘주어 빠르게 아래를 비볐다.

무식하게 비비는 것뿐만 아니라, 이제는 손끝으로 귀두의 요도구를 쿡쿡 찌르기까지 해서 더 미칠 것 같았다. 제 몸에 하반신밖에 남지 않은 것처럼 온 감각이 그곳으로 몰렸다.

“흐으읏, 아!”

“큿!”

끝내 또, 신음과 함께 그의 손아귀 안에서 정액을 터트렸다. 다행히 이번에는 그도 함께였다.

두 명의 사정분이다 보니 정액이 손 너머로 울컥울컥 흘러넘쳤다. 이번에는 소파와 손에 흘리는 것도 모자라 서원의 옷에도 희끗희끗 묻히기까지 했다.

연달아 두 번째 이어진 쾌감에 정신이 없었지만, 몽롱하게 이런 상태로는 그가 말한 한식집에 가지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심 그와의 식사를 기대했던 터라 실망하는데, 위에서 도겸이 거친 숨을 헐떡이는 게 느껴졌다.

그는 여전히 다 해소하지 못한 듯 욕정 어린 눈으로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압도적인 감각에 서원이 몸을 움츠리자, 그가 한숨을 작게 내쉬더니 바짝 들이대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옷 가져다 달라고 할 테니까 좀 쉬고 있어.”

“아, 저……!”

곧장 방을 나갈 것 같은 기세에, 서원이 그의 팔목을 붙잡았다.

다급한 붙잡음에 도겸이 의아한 시선으로 서원을 바라봤다. 그에 서원은 머뭇머뭇 입을 달싹거리다 뒤늦게 말을 이었다.

“소, 속옷도요…….”

“속옷? 밖에다 쌌는데…… 묻었어?”

“그게 아니라…….”

사정액은 옷에만 묻었기에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

점점 더 의아해지는 도겸의 눈빛에 서원은 불타는 고구마처럼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뒤가…… 젖어서…….”

“……아.”

오메가이다 보니 흥분하면 앞뿐만 아니라 뒤에까지 애액이 흘렀다. 두 번이나 사정한 탓에 속옷 뒷부분이 완전히 젖었다.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도겸의 반응에 서원이 고개를 푹 숙였다. 민망해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제 것을 만져 줄 때보다 더 수치스러워서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럼 그것도 가져다줄게. 기다려.”

도겸은 그런 걸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는 듯 서원의 귓가에 입을 맞추고선, 아랫도리를 정리해 주고 방 밖으로 빠져나갔다.

서원은 그가 문을 닫고 나가고 나서야 온전히 소파에 등을 기댄 채 숨을 골랐다.

“후우…….”

도겸이 나가고 주위가 조용해지니 차츰차츰 이성이 돌아왔다.

어쩌다 갑자기 이런 상황으로 흘렀는지 여전히 이해할 순 없었다. 그렇지만 고백하기에 나쁜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사실 도겸의 태도가 전과 크게 달라진 것도 없는데, 그가 저를 좋아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다 보니 괜히 과장되게 받아들이는 걸 수도 있었다.

처음으로 그의 페로몬을 해소해 주는 행위가 아닌, 애정행각을 나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과는 다른 의미로 심장이 뛰고 귀 끝이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아닐 수도 있는데 너무 기대하지 말자.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크다니까. 겨우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도겸이 돌아왔다.

제가 입을 만한 옷을 가져온다더니, 그의 손에는 한눈에 보기에도 제 사이즈를 훨씬 웃도는 크기의 셔츠가 들려 있었다.

설마 저한테 저걸 입으라는 건가? 많이 클 것 같아 난처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그가 알고 있다는 듯 먼저 입을 열었다.

“네가 입을 만한 사이즈가 없어서 배 비서한테 사 오라고 했는데……. 좀 걸릴 것 같으니까 내 여벌 셔츠라도 입고 있어.”

“……네.”

부모님 옷을 훔쳐 입은 애처럼 우스운 꼴이 나지 않을까 싶지만, 배 비서가 다녀올 때까지 정액이 묻은 옷을 입고 있는 것도 뭣해 그가 준 옷으로 갈아입기로 했다.

서원은 입고 있던 옷을 벗고 그가 준 셔츠로 상의를 갈아입었다. 그에게는 정사이즈였을 것 같은데 제가 입으니 팔도 좀 길고 길이도 길었다.

꼼지락거리며 팔을 한 번씩 접고 있는데, 문득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자, 기다렸다는 듯 도겸이 옷매무새를 정리해 주며 입을 열었다.

“잘 어울린다. 그냥 이거 너 가져라.”

“사이즈도 안 맞는데 뭘 가져요…….”

“어울리면 됐지. 일단 이렇게 입고 밥 먹으러 가자.”

새 옷을 가져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으니까 식사를 먼저 하자는 이야기였다.

서원도 그 의견에 동의하여 고개를 끄덕이려 했다. 그런데 문득 지금이 고백할 타이밍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제 첫사랑이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고백해 본 적 없다. 연애 세포를 자극하는 드라마나 영화, 소설도 그다지 본 적 없다.

그래서 어떤 타이밍이 좋은지는 모르지만, 방금까지 연인과 같은 스킨십을 나눴으니까……. 지금이면 괜찮지 않을까. 마음의 준비도 됐고.

어수룩하기 짝이 없게 결론을 내린 서원은 대답 대신 그를 응시했다. 왜 그러냐는 듯 응수하는 그의 시선과 똑바로 마주했다. 눈빛이며 기운이 무척이나 기분이 좋아 보였다.

지금이 적절한 때라고 확신한 서원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도련님. 사실은…… 제가 좋아하는 사람, 이지환 씨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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