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보통 히트사이클 정도로 이렇게 시야가 흐려지고 귀가 먹먹해질 정도는 아니었다. 아까 제가 예상했던 대로 놈들이 이상한 약을 탄 것 같았다. 물도 아니고 술에 약을 타기까지 했으니 부작용이 일어난 걸지도 몰랐다.
양쪽에서 두 남자가 쓰러진 서원의 팔을 걸치고 어디론가 데려가기 시작했다. 그들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는 걸 머리로는 아는데, 양쪽에서 풍겨 오는 짙은 알파 페로몬에 제대로 된 반항이라는 걸 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 줬으면 좋겠다는 본능이 이성을 잠식했다.
짐짝처럼 둘에게 끌려가는데, 어디선가 우레와 같은 목소리가 먹먹한 귀를 파고들었다.
“윤서원!”
“하아……, 도련님?”
도겸의 목소리였다. 아는 목소리에 이성이 아주 조금 돌아오는데, 그는 여태까지 서원이 본 적 없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열기로 흐려서 제대로 된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무척이나 화가 난 것 같은 목소리였다.
“이 새끼들이…….”
그리고 이내, 서원을 짓누르던 두 명의 알파 페로몬을 헤치고 제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그 누구보다 무거운 우성 알파의 페로몬이 호텔 복도를 가득 채웠다.
순간, 아래에서 애액이 왈칵 터졌다. 두 알파의 페로몬만으로도 한계였는데, 우성 알파의 페로몬까지 겹치니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흐으윽……. 나, 좀…….”
미쳐 버릴 것 같아 뜨거운 숨을 헐떡거리며 버둥거리는데, 순간 옆에서 퍽 하고 묵직한 소리가 들렸다.
뭔가를 때리듯 하는 소리였는데, 워낙 묵직해서 사람을 때리는 소리처럼 들리지 않았다. 기괴한 소리가 몇 번 귓가에 울렸으나, 이성은 완전히 잃어버린 서원은 바닥에 웅크리고 있느라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한참을 엎드리고 있었을까. 다시 정신이 들었을 땐 누군가에게 부축을 받은 채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었다.
“……서원…….”
“하아, 하…….”
간간이 돌아오는 이성 덕분에 이번에 저를 데리고 가는 사람은 도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샴페인에 약을 탄 남성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놓였다. 안전한 상황이라고 인식됨과 동시에, 도겸의 알파 페로몬이 너무나도 자극적이라 서원은 그에게 완전히 몸을 기대며 그의 어깨에 머리를 비비적거렸다.
“흐, 읏, 도련님……. 도련님…….”
“그래, 나 여깄어.”
미칠 것 같다고, 어떻게든 빨리 가라앉혀 달라고……. 뭔가 말을 했던 것 같은데, 제대로 말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등 뒤로 푹신한 것이 닿았다. 드디어 호텔 방 안으로 들어와 매트리스 위에 누운 것 같았다.
히트사이클 때문에 도겸이 저에게 영향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지만, 상대는 도겸이었다. 냉철하고 이성적인 우성 알파.
서원이 아는 그는 고작 열성 오메가의 히트사이클에 휩쓸릴 것 같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히트사이클에는 관계를 맺지 않기로 계약이 되어 있었다.
그러니 도겸은 이만 나가 줄 거라고. 아니면 억제제를 줘서 히트사이클을 가라앉혀 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제기랄…….”
도겸은 욕설과 함께 서원의 몸 위로 올라탔다. 이번에도 흐리게 보이는 눈앞으로 핏발선 눈을 한 도겸이 보였다. 몸 위에 올라탄 그의 체중만큼이나 주변의 알파 페로몬이 너무나도 짙고 무거웠다.
제 히트사이클에 영향을 받아 그까지 러트가 와 버린 것 같았다.
알파와 오메가는 안 그래도 서로의 페로몬에 끌리기 마련인데, 러트와 히트사이클 때는 페로몬이 폭발적으로 쏟아지고, 짐승이 된 것처럼 이성까지 잃어버리게 되니 억제제를 먹지 않는 이상 멈춰 세울 수가 없었다.
“도련님…….”
그의 러트를 알아챈 서원이 울먹거리자, 이성을 잃었던 도겸의 눈동자에 아주 조금의 동요가 느껴졌다.
그렇지만 찰나의 순간일 뿐이었는지 도겸은 커다란 손이 서원의 뒤통수를 감싸고 그대로 입술을 맞춰 왔다.
입속으로 넘실넘실 넘어오는 알파의 페로몬에 서원은 티끌만큼 남은 이성을 잃어버리고, 결국 팔을 뻗어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안 된다는 걸, 위험하다는 걸 서로 알고 있었지만, 더는 멈출 수가 없었다.
도겸과는 그간 숱하게 관계를 맺어 왔지만, 계약서 내용에 따라 히트사이클이나 러트 때 관계를 맺은 적은 없었다. 그래서 이성을 잃은 와중에도 그와 이 시기를 함께 보낸다는 게 무서웠다.
“흐으응…….”
그렇지만 도겸의 익숙한 알파 페로몬과, 서원이 느끼는 부위만을 자극해 오는 질척한 혀에 긴장이 차츰차츰 풀리기 시작했다.
서원은 몸에 긴장을 풀고 혀를 최대한 내밀며 입맞춤을 받아냈다. 도겸의 반대쪽 손이 뱀처럼 윗옷 아래를 비집고 들어왔다.
히트사이클의 열기에 몸은 한껏 예민해져 있는 상태인지라, 그의 손이 제 맨살에 닿는 것만으로도 몸이 섬찟 떨렸다. 그런데 그는 맨살을 만지는 것만으로 멈추지 않고 바짝 서 있는 분홍빛 유두 돌기를 콱 꼬집어 비틀었다.
“흐읏, 아!”
안 그래도 예민한 부위였다. 지난번 관계의 여파로 아직 부기가 가라앉지도 않은 터라 따끔한데, 히트사이클의 여파로 더 예민하게 느껴졌다.
바늘에 찔리기라도 한 것처럼 날카로운 감각에 몸을 비틀었다. 도겸이 입술을 떼어내더니 이번엔 귓불을 잘근거렸다.
“앗!”
“윤서원…….”
귓불을 무는 이는 날카로웠지만, 귓가에 닿는 숨결과 좋아하던 그의 목소리가 봄바람처럼 간지러워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금 상태로는 굳이 삽입하지 않아도, 그와 입술을 맞추고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사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서원이 저도 모르게 몸을 들썩거리며 그의 목을 끌어안고 있던 팔에 힘을 주는데, 가슴을 만지던 손이 스르르 아래로 내려갔다.
마른 배부터 배꼽, 차츰차츰 내려간 손은 서원의 바지 버클을 풀고 속옷 위로 발기한 성기를 콱 쥐어 잡았다.
“아흣!”
속옷 위로 만진 것이었으나, 흥건히 흘린 애액으로 성기에 속옷이 찰싹 달라붙어 있던 채라 맨살을 만지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자극적이었다. 젖은 천에 성기를 마구 비비는 느낌이었다.
“흐으, 쌀 것 같, 흣! 하지, 으응……! 앗!”
서원이 하지 말라고 고개를 마구잡이로 휘저었지만, 도겸이 손을 떼는 것보다 쾌감이 머리끝까지 닿는 게 먼저였다.
순간 서원의 허리가 유려하게 튀어 오르더니, 도겸의 손에 쥐어진 성기 선단에서 묽은 정액이 터져 나왔다.
안 그래도 젖어 있던 속옷은 서원이 사정하면서 역할을 잃어버리게 됐다. 흰 속옷을 입었던 탓에 분홍빛 성기가 속옷 너머로 훤히 보일 수준이었다.
도겸은 그런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만족스러운지, 속옷 너머로 성기를 문질거렸다. 방금 막 사정한 탓에 그 손을 밀어낼 힘조차 없었다.
“아, 그만……, 흐으……, 읏.”
서원이 늘어지듯 도겸을 끌어안고 있던 팔에 힘이 완전히 풀릴 때가 되어서야, 도겸은 서원의 속옷과 바지를 벗겨 줬다.
이제 서원이 입은 거라고는 가슴께까지 말려 올라간 셔츠와 양말밖에 없었다. 도겸은 헐떡거리며 누워 있는 서원을 낮게 가라앉은 눈으로 바라봤다. 그저 쳐다보기만 하는 것이었으나, 시선으로 온몸을 구석구석 만지는 것만 같았다.
왜 쳐다보기만……. 몸이 달아서 어서 어떻게든 해 주길 바랐다. 서원이 무의식중에 몸을 달싹거리며 도겸의 몸에 제 하반신을 비비자, 그가 작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가만히 있어.”
명령하듯 말한 도겸은 애액으로 축축한 엉덩이 사이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길고 유려한 손가락이 젖은 곳에 쑤욱 들어왔다.
“으으읏!”
안이 이미 흥건히 젖어 있던 터라, 찌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평소보다 수월하게 손가락을 받아냈다.
안으로 들어온 손가락은 손등뼈가 닿을 만큼 깊게 들어왔다가 쑥 빠져나가기를 반복했다. 모르는 새 두 개나 들어온 손가락이 가위질하듯 안을 억지로 벌리기도 했다.
러트가 왔음에도, 평소처럼 서원의 아래를 풀어 줘야 한다는 생각은 있는 모양이었다.
도겸의 것은 일반인의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게 컸기에 당연히 해 줘야 했으나, 서원은 지금만큼은 그의 배려에 미칠 것만 같았다.
아까부터 엉덩이에서 나온 애액으로 축축했다. 그간의 히트사이클 때 집에 갇혀 혼자 해소한 적도 있건만, 이렇게 달아올라서 성기를 원한 적은 처음이었다. 페로몬 샤워를 하기라도 하듯 쏟아지는 우성 알파의 페로몬에 시너지가 몇 배는 되는 것 같았다.
서원은 애타는 심정으로 구멍을 바싹바싹 조이며 손가락을 물다가, 끝내 먼저 입을 열었다.
“도, 련님……. 이거 이제, 그만…….”
“후우, 왜……. 그만두면, 혼자 어떻게, 풀려고.”
도겸은 서원의 말뜻을 잘못 알아듣고, 이 행위 자체를 그만하라는 뜻으로 알아들었는지 두 눈을 형형하게 떴다.
그만두면 히트사이클을 홀로 어떻게 보낼 거냐고. 바깥에 있는 미친 알파 놈들을 잡고 그짓거리라도 할 거냐는 적의가 한껏 담긴 눈이었다.
“그, 그게 아니라……, 돼, 됐으니까…… 빨리 해 달라고요!”
“뭐?”
도대체 무슨 오해를 하는 건지……. 그게 가능할 리가 없지 않나.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도겸뿐인데, 어떤 누구랑 히트사이클을 보내라고.
서원이 답답함에 조금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도겸이 조금 놀란 듯 눈을 확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원이 먼저 삽입해 달라고 애원한 것이 처음이었다. 도련님에게 감히 명령한다는 것이 서원의 상식선으로는 불가능하기도 했고, 그의 파트너로서 관계를 맺어 온 것은 쾌감을 좇아서가 아니라 단순히 페로몬 체증을 빼기 위해서였다.
그렇기에 서원의 욕구보다는 도겸이 하자는 대로 끌려가는 편이었는데, 오늘은 도저히 기다릴 수가 없었다.
서원이 울먹거리며 화를 내자, 도겸이 뒤늦게서야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하, 씹……. 좆이 그렇게 먹고 싶어?”
“흐으, 으응……!”
서원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그 무엇도 생각할 틈이 없었다. 그저, 저 커다란 성기가 아래를 가득 메워 주고 씨물을 뿌려 줬으면 좋겠다는 원초적인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
지나치게 음란한 서원의 모습에 도겸이 입맛을 다시듯 입술을 할짝이고는, 뒷구멍을 쑤시던 손을 빼냈다. 손끝을 따라 투명한 애액이 길게 늘어졌다.
도겸은 제 성기를 자위하듯 죽죽 흔들고는, 이내 귀두 끝을 오물거리는 구멍에 맞췄다. 그대로 허릿심을 묵직하게 싣자, 완전히 발기한 성기가 서서히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