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화> (7/136)

<7화>

서원은 어깨에 닿는 그의 숨결에 완전히 몸을 뻣뻣하게 굳혔다. 제 페로몬이…… 미국에 가서도 생각났을 만큼 좋았다고?

그가 서원의 페로몬을 맡았던 때라고는 그날밖에 없었다. 그날 오메가로 발현하며 발현 열과 페로몬이 터지긴 했지만, 그래도 자신은 열성 오메가였다. 뇌리에 강렬히 남을 만큼 진한 페로몬은 아니었을 텐데 그걸 지금까지 기억한다는 것이 조금 이상했다.

서원이 어쩔 줄을 모르고 굳어 있는데, 도겸이 언제 그랬냐는 듯 멱살을 놓고 몸을 뒤로 물리며 덤덤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돈도, 복지도 대한민국 최대의 수준으로 해 주겠다고 보장하지. 독립한다고 했나? 집도 한국대학교랑 가까운 내 아파트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할 거고, 잘만 해 준다면 펜트하우스도 줄 수 있어.”

“…….”

“한국대 나와서 취직하는 것보다야, 내 파트너가 되는 게 훨씬 더 네 미래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는데. 어때?”

정말 말도 안 되는 제안이었다. 그가 제시한 조건이 대단한 건 맞지만, 한국대를 졸업하고 열심히만 한다면 열성 오메가라도 괜찮은 회사에 취직할 수 있을 것이었다.

돈을 빠듯하게 모아야 엄마와 함께 살 집을 구할 수 있으리라는 것도 맞다. 그러나 이런 무례한 제안을 받을 정도로 상황이 밑바닥에 치달은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서원이 화를 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그를 옛날에 남몰래 흠모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지금의 그가 그때보다 더 멋있어져서 시선을 뗄 수 없기 때문일까. 그의 짙은 알파 페로몬이 저를 짓누르고 유혹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서원은 그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서원은 말없이 고민하다, 뒤늦게 마른침을 삼키곤 조심스레 물었다.

“러트나 히트사이클 때는…….”

“그때는 아무리 열성 오메가라도 위험하니까 하지 않아. 평소에 쌓이는 체증만 가라앉혀 주면 돼.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네? 그, 그렇게나 많이요?”

“우성 알파는 원래 그래.”

“…….”

그렇게까지 자주 빼야 하는 건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 서원이 알기로는 페로몬 체증으로 불편감을 느낄 때 한 번 정도 하면 된다고만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도겸은 평범한 알파가 아닌 ‘우성’ 알파였다. 우성 알파에 대한 정보는 많이 퍼져 있는 것도 아니고 서원이 자세히 알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으니 맞을 것이다.

그렇게 자주 관계를 맺어야 할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기에 당황스러웠지만, 주에 몇 번을 하느냐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처럼 보이지 않았다. 성관계를 몇 시간씩 하지는 않을 테니까…….

대충 어림짐작한 서원은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기간은…… 언제까지인가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길 때까지.”

“…….”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페로몬을 해소하면 될 테니 파트너 같은 건 필요 없다는 뜻이었다.

그렇지만, 너무 말도 안 되는 기간이었다. 원래 계약 기간이란 정확하게 명시해야 하는 게 아니던가. 아직 사회생활을 해 보지 않은 서원이라지만,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서원은 무릎 위에 둔 두 손을 꼼지락거리다 조심스럽게 이의를 제기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언제까지일지 감도 안 오는데요…….”

“기간은 중간에 해지해도 상관없어. 대신, 필요 없어질 때까지 조건을 어기지 않는다면 보상은 더 후하게 주지. 아까 말한 펜트하우스는 비교도 안 되도록.”

“…….”

도대체 그놈의 펜트하우스는 뭐길래 저렇게……. 본 적도 없어서 딱히 펜트하우스 같은 것에 기대가 있지 않았다. 저렇게까지 말하니 좋은 거겠거니 생각할 뿐이었다.

서원이 조금 생각에 잠겨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도겸이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였다.

“물어볼 건 끝?”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대답은?”

“저…… 그래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데요. 너무 갑작스러워서요.”

“지금 결정해. 비행기를 타고 오느라 쌓인 게 많아서 당장 해야겠거든.”

“…….”

조금 피곤해 보인다 생각했는데, 미국에서 한국까지 오는 비행기를 타고 오는 동안 피곤했던 데다 페로몬을 방출하지 못해서 쌓인 게 많은 눈치였다.

그의 말대로라면 일주일에 두세 번은 그 짓을 해서 페로몬을 빼내야 한다고 했으니 답답하기도 할 거다.

서원은 중대한 사안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빠르게 결정해야 한다는 게 당황스러웠지만, 그를 바라보며 고민에 잠겼다.

조건이 좋은 건 말할 것도 없고, 그를 짝사랑하다 고이 덮어 뒀던 마음이 새싹처럼 피어나기 시작했다.

못 본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성격이 조금 이상해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서원의 눈에 그는 여전히 멋있었고, 은은히 퍼지는 그의 알파 페로몬이 자극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물론 여태까지 서원의 인생 최대의 스킨십이 그때 그와 나눴던 입술 뽀뽀가 전부라는 생각을 하면 좀 두렵긴 했다. 그러나 안 맞으면 한 번 하고 그만두겠다고 해도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어떤 이유보다…… 이 기회가 아니면 그를 볼 일이 없을 테니까.

이 저택을 나가게 되면 도겸과는 길을 지나가다 우연히라도 마주칠 일이 없을 것이었다. 얼굴조차 보지 못했던 동안에도 마음을 접지 못했는데, 그를 영원히 못 보게 된다고 단념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이 없었다.

서원은 무릎 위에 둔 손을 꽉 쥐었다가 펴기를 반복하며 머뭇거리다, 결론을 내리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제가…… 처음이라서 서툴 수는 있지만, 안 아프게 해 주신다면…… 하, 하겠습니다.”

도련님의 파트너를…….

말을 한마디 할 때마다 긴장감에 입이 바싹바싹 말라서 뒷말은 끝까지 잇지 못했다.

그래도 제 뜻은 명확하게 전해진 것 같아서 가만히 그의 대답을 기다리는데, 이상하게도 그에게선 대답이 없었다.

당장 페로몬이 엄청나게 쌓여 있다고, 좋다고 하든 계약서를 내밀든 할 줄 알았는데……. 서원이 힐끗 그의 눈치를 살피려 쳐다봤는데, 이상하게도 그는 표정을 완전히 굳힌 채로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이라고?”

그러고는 마치 생각해 보지도 못했다는 얼굴로 물었다.

아까는 그렇게 해 줬으면 좋겠다는 듯이 밀어붙이더니만, 처음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처럼 반응하고 있었다.

왜 그러는 걸까. 이왕 페로몬 파트너라면 피차 즐기는 편이 좋으니 능숙하기를 바랐던 걸까? 그렇지만…….

“……네. 저, 이제 성인인데요.”

“…….”

“제가 해 봤을 것…… 같나요?”

“아니, 안 할 성격인데 얼굴이……. 안 해 봤을 줄은 몰랐는데.”

“…….”

뭔 소리지……. 안 했을 성격인데 얼굴이 뭐 어떻다는 건지 모르겠다.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는데, 골치 아픈 얼굴로 앞머리를 쓸어올린 도겸은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페로몬이 많이 쌓였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그의 작은 숨에도 서서히 자극적인 알파의 페로몬이 풍겼다.

“안 아프게……, 하아. 노력해 보지.”

“…….”

“침대에 누워. 당장 할 거니까.”

“저, 씻고…….”

“됐으니까 얼른.”

최소한 씻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주춤거렸지만, 도겸은 그런 서원의 팔목을 못 가게 붙잡았다.

침대는 바로 근처에 있었다. 서원이 커다란 침대에 목석처럼 쭈뼛쭈뼛 눕자마자 큼지막한 손이 달려들어 옷을 벗겨냈다.

“앗!”

손길을 막아내려 애썼지만, 정신을 차렸을 때는 발목까지 오는 흰 양말 빼고 완전히 다 벗겨져 있었다.

씻지도 않았는데. 몸을 드러낼 마음의 준비도 아직 되지 않았는데……!

몸을 가리기도 전에, 그가 서원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몸을 더듬는 탓에 목석처럼 굳고 말았다.

“맞아……. 이 페로몬이었지.”

도겸이 눈을 감은 채 중얼거렸다. 마치 이것을 찾아 여태까지 헤매기라도 했었다는 듯 감탄 섞인 목소리였다.

서원은 자신의 페로몬이 어떤지 잘 모르기도 하고, 열성이라 워낙 옅기도 할 텐데 그가 왜 제 페로몬을 마음에 들어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리며 혼란스러워하는 새, 도겸은 목덜미를 타고 입술을 맞추다 가슴께까지 내려왔다. 그러고는 톡 튀어나와 있는 유두를 입에 물었다.

가슴께에서 느껴지는 말캉하고 축축한 점막에 소름이 돋아났다. 한 번도 누군가의 입에 물려 본 적도, 만져진 적도 없는 부위였다. 기분이 이상했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도 몰라 혼란스러운 눈으로 도겸의 뒤통수를 내려다보고 있는데, 어느새 아래까지 내려간 도겸의 손이 제 둔부를 꽉 움켜쥐었다.

“으응!”

불시에 주어진 자극에 서원이 눈을 질끈 감았다.

고작 엉덩이를 잡힌 것뿐인데 분위기 때문일까, 아니면 아까부터 제 곁을 맴돌고 있는 우성 알파의 짙은 페로몬 때문일까. 입에서 이상야릇한 소리가 나고 꽉 다물린 아래에서는 왈칵 애액이 흘러내렸다.

이런 건…… 처음이었다. 이런 곳을 탐해지면서 열이 오르는 자신의 반응이 어색하고 이상했다. 귀로 들리는 제 신음도 어색하기 짝이 없어서 듣고 싶지 않았다.

내 몸이 내 거가 아닌 것 같아. 민망함에 서원이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발가락을 꼼지락거리자, 도겸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냄새, 짙어졌다.”

“아, 아무래도 씻어야…….”

“좋다고.”

퍼뜩 이성을 되찾은 서원은 수치심으로 얼굴을 완전히 물들인 채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도겸은 간단하게 서원을 막았다. 그러곤 더 말할 틈도 없이 곧바로 서원의 아랫구멍에 손가락 하나를 밀어 넣었다.

아, 아아……. 한 번도 무언가를 받아들인 적 없는 부위였다. 아무리 오메가라지만, 자위를 할 때도 앞을 흔들기만 했지 두려움에 뒤는 손가락 하나조차 넣어 본 적 없었다.

그런 곳에 제 손가락보다 훨씬 두껍고 길쭉한 것이 들어오니 무서웠다. 생명줄을 붙잡듯 저도 모르게 도겸의 어깨를 꽉 붙잡자 그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흠뻑 젖어서 안 풀어 줘도 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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