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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전생보고서-72화 (7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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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역천

연회의 밤이었다. 강력한 소드 마스터인 국왕과 대마녀의 결합에 그란디아의 사람들은 환호했다. 더군다나 월스턴과 안즈마네는 전설적인 모험가들이기에, 두 사람의 혼인은 단순한 국혼이 아닌 거대한 축제가 되었다. 밤새도록 사람들은 춤을 추었고 음유시인들은 모험가들의 야기를 노래했다. 축제의 열기에 흥분한 아이들도 팔딱팔딱 뛰어다니며 잠이 들 줄 몰랐다.

율리히와 윤, 월스턴는 총각으로서 마지막 밤이라며 술판을 벌였다. 안즈마네 역시 사가에서 머물던 시절 친구들이 몰려와서 작게 파티를 열었다.

“이야, 혼자 살거라던 월스턴이 가장 먼저 결혼을 하다니. 별일이야.”

율리히가 흥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이면 월스턴과 안즈마네는 솔즈비아 대성당에서 혼례를 올리고 부부가 된다.

왕이 되기 싫어서 가출했던 왕자 월스턴은 아버지였던 라세탄 4세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결국 왕이 되고 말았다. 왕은 젊었고, 그 곁도 비어있었다. 후사를 걱정하는 대신들의 강력한 주청에 연인이던 안즈마네에게 청혼에 성공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자, 마셔~! 마시라구!”

율리히가 낄낄 웃으며 월스턴의 잔에 술이 넘치도록 콸콸 따랐다.

“이봐, 율리히. 날 죽이려고 작정한 거야?”

월스턴의 얼굴이 해쓱해졌다. 질린 얼굴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지만 율리히는 눈을 부릅뜨며 술을 마시길 강요했다. 수많은 모험을 겪은 젊은 왕에게선 이전의 철없던 모습은 찾을 수 없었으나 친우들과 함께할 때는 예외였다.

윤은 술잔의 입구를 손가락으로 쓸었다. 크리스털 유리잔을 가득 채운 남보랏빛 액체는 다음날엔 뒤끝으로 하늘이 노랗게 변하는 싸구려 독주다. 모험가 시절에 즐겨마시던 술로 언제부터인가 입에 대지도 않게 되었지만, 율리히가 용케 구해왔다.

시간의 흐름이 참 무상하다고 생각했다. 벌써 십년이 흘렀다.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오합지졸의 모험가들은 전쟁을 막기도 했고, 전설 속의 황룡을 만나기도 했다. 월스턴은 그의 축복까지 받았다. 축복의 증거가 월스턴의 왼쪽 손등에서 반짝거리고 있었다.

모험의 시작은 윤을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해서였다. 세상의 지혜를 담고 있는 황룡조차 지금의 상태론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공간을 관장하는 흑룡이라면 알지도 모른다는 대답이 전부였다. 평생 이곳에 머물러야한다는 건지, 아니면 적당한 시기가 온다는 건 지 알 수 없었다.

상념을 떨치듯 술을 들이켰다. 월스턴이 “엇! 혼자서 마시기야?” 하며 저도 덩달아 마셨다. 술을 모조리 마신 후 크, 소리를 내며 잔을 머리위로 털었다. 월스턴이 술잔을 비우는 족족 율리히가 채운다. 율리히의 입가엔 짖궂은 미소가 가득했다.

“율리히, 그만해. 저러다가 술이 덜 깬 신랑이 입장하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내가 마법을 걸어주면 그만이야.”

율리히가 어깨를 으쓱였다.

“앤지한테 이른다.”

“…알았어.”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여인의 이름이 튀어나오자 율리히는 장난을 그만두었다. 고기를 먹다가 숲에서 쫓겨난, 거칠 것 없이 용감한 엘프도 대마녀는 무서웠던 것이다.

“임마, 나만 마시고 너만 내빼려고? 얼른 마셔.”

이번엔 월스턴의 보복이 이어졌다. 가장 신나게 술을 권하던 율리히는 제일 먼저 바닥에 쓰러졌다. 윤이 발끝으로 율리히의 엉덩이를 툭툭 쳤다. 술병을 끌어안고 잠이 든 엘프는 깨어날 줄 몰랐다.

자리에서 일어난 월스턴이 창문을 열었다. 봄밤, 싱그러운 꽃향기가 방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푸른 달빛에 청년의 금발이 반짝거렸다. 천천히 돌아보는 얼굴은 어딘가 애수에 젖어있었다.

“왜 이렇게 심란한 얼굴이야?”

“글쎄. 좀 싱숭생숭하네.”

“네가 아직 술을 덜 마셨구나?”

“그런가봐.”

윤은 콸콸 따른 술을 가져와 월스턴에게 내밀었다. 월스턴이 웃으며 받아들었다.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짓는 미소조차 애달팠다.

“행복할거야. 나나 율은 자유의 몸이라고? 그런 우리가 배 아플 만큼 행복하게 살아야해?”

“그래야겠지. 앤지에게도 잘해줄 거야.”

여전히 월스턴의 잘생긴 얼굴에는 우수가 깃들어 있었지만, 윤은 그간 많은 일을 겪어서 심란하겠거니 싶어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의 친우는 충분히 잘해낼 수 있을 테니까. 그를 믿었다.

**

윤은 낚시를 하듯 나무막대의 끝에 실을 묶어서 육포를 매단 채 그것을 들었다가 내렸다가하며 목도리와 장난을 쳤다. 새하얀 털을 가진 은여우가 깡충깡충 뛰어올랐다. 살인적인 귀여움에 스완은 어쩔 줄 몰라 했다. 솔라는 우아한 곡선이 일품인 백단목 의자에 앉아 윤에게 온 편지를 정리했다. 그러던 중 “허.”하고 탄식했다.

“솔라 왜 그래?”

“…윤 님께 결투 신청이 들어왔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솔라가 윤에게 다가와 편지를 내밀었다. 솔라의 얼굴은 웃는 듯 우는 듯 묘했다.

“누가?”

“서튜러 후작의 차남입니다. 후작의 딸이 샤리크 백작 부인으로 딸을 이용해 권세를 차지한 자입니다.”

“……서튜러 후작?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혹 재무부 소속이었나?”

“예, 한때는 고문이었으나 그 지위를 잃은 것도 오래된 일입니다. 지금은 그저 넓은 땅을 가진 한량에 불과하죠. 현재 차남인 오슈 경은 현재 수도 기사단에 소속되어있습니다. 초급 소드 익스퍼트로 그 나이 대의 검사 치고는 제법 이름 있는 자입니다.”

솔라는 그 작위에 비해 별로 중요한 사람은 아닙니다, 하고 덧붙였다. 스완이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무릎을 모아 다소곳하게 앉아 있던 스완은 벌떡 일어나 윤의 뒤편으로 다가왔다. 어깨 너머로 결투장을 구경했다.

스완은 아스탄의 명에 따라 윤의 호위가 되었지만, 되레 보호받는다고 생각했다. 호위 대상이 지나치게 강한 덕분이다. 옆에 서서 경호하던 스완에게 위험할 일 없으니 공부나 하라며 휴식을 권한 것도 윤이다. 게다가 그가 아무렇지 않게 툭툭 던져주는 말은 큰 도움이 되어서, 심오한 노스트라드를 떠나올 때보다 진일보할 수 있었다. 인생에 두 번 겪기 힘든 행운이다.

“도대체 왜 클레먼스 변경백… 아니 윤 님께 결투를 신청한 겁니까?”

“이스트민스트 공녀의 상처받은 명예를 갚겠다고 하더군요. 아직 공녀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게 경이 크나큰 모욕을 주었기 때문이 아니냐고요.”

“혹시 여기는 괜찮답니까? 자살 방법도 새롭군요.”

스완 검지를 들어 제 머리를 가리켰다. 노골적으로 제정신이냐는 물음에 솔라가 풉, 하고 웃고 말았다.

윤이 뒷목을 긁적였다. 덕분에 육포를 탈취한 새끼 여우는 꼬리를 신나게 흔들며 육포를 야무지게 씹었다. 순식간에 육포를 먹어치운 목도리는 윤의 손에 든 봉지를 탐내었다. 반짝이는 눈으로 뛰어들어서 어떻게든 쟁취하기 위해 애교를 부리듯 발라당 눕기도 하고, 애처롭게 컁컁 울기도 하며 윤의 시선을 잡아끌려 애썼다.

스완이 조심스러운 손길로 육포를 내밀자, 목도리는 앞발로 그것을 냉정하게 쳐내며 스완의 마음을 갈갈이 찢어놓았다.

“뭐야, 공녀의 애인이라도 되는 거야?”

“거기까진 아니지만, 열렬한 숭배자 중 중 하나였습니다. 집안도 제법 유서 깊은 가문이라 유력한 후보 중 하나였죠.”

“그래? 귀찮은 일에 말려들었네. …일단 아스탄에게 물어봐야하지 않을까.”

윤이 뒷목을 벅벅 긁었다. 함부로 무력을 휘두르는 걸 싫어하지만, 걸어오는 싸움은 피하지 않는 것이 윤의 신조다.

아스탄은 노스트라드에서 머물던 최측근인 플로레스 백작 등이 제도로 귀환하여 그들과 만나는 중이었다. 무력 충돌마저 각오했지만, 황제의 행동이 예상과 달라 많은 계획이 폐기되고 말았다. 덕분에 새로운 모사를 꾸미느라 바빴다.

바람의 방을 찾은 윤은 두어 번 노크한 뒤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무례한 행동에 고지식한 귀족 중 하나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지만, 아스탄이 허하였기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기실 이 어리고 약해보이는 청년은 외양과 전혀 다른 괴물이었기 때문이다.

“노스트라드 공작 각하를 뵙습니다.”

“그래, 무슨 일이지?”

아스탄은 곧장 본론을 물었다.

“제게 결투장이 날아와서요.”

“―그대에게?”

“예. 서튜러 후작의 차남, 오슈 경입니다.”

“참으로 용감한 자로군. 버틴다면 이쪽으로 포섭을 해야겠어.”

아스탄은 웃는 듯 마는 듯 기묘한 표정으로 허락했다. 멍청할 만큼 용감한 사내를 향해 롭은 성호를 그었다.

결투는 쌀쌀할 정도로 하늘이 맑은 날에 이루어졌다. 아스탄의 승낙 하에 결투를 받아들인 윤은 결투 당일에 서튜러 후작의 차남을 처음 보았다.

샤리크 백작부인과 비슷한 붉은 머리칼의 사내는 짙은 구레나룻과 눈썹을 코 밑에 붙인 것처럼 초승달 모양의 콧수염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구레나룻을 제외한 머리카락은 많이 빠진 상태로 중앙경계선을 넘어서 반짝이는 정수리가 그대로 드러났다. 윤의 풍성한 검은 머리칼을 바라보는 기사의 눈빛에 부러움이 스쳤다. 키는 무척 커서, 장장 2 메타브에 달했다. 체격적으로도 훨씬 불리한 조건에 결투를 구경하는 세인들의 시선에 안타까움이 스쳤다.

“처음 뵙겠소. 클레먼스 변경백. 나는 크리스티앙 오슈 서튜러요.”

“나는 클레먼스 변경백, 윤 하이어드. 반갑소.”

오슈 경은 제 가슴을 쿵쿵 두드려서 정중하게 기사의 예를 표했다. 다짜고짜 결투를 청해오기에 뇌까지 근육이 든 멍청한 자인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정중했다. 윤 역시 예를 표한 후 그와 마주보고 섰다.

윤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살핀 오슈 경은 미간을 슬쩍 찌푸렸다. 검공의 후인에 대한 이야기는 익히 들었다. 무척 희고 고운 외모를 지니고 있어서 기사보다는 문관에 가까운 외양이라 들었는데 소문은 과장되지 않았다. 전신을 살펴도 호리호리한 몸매는 단련한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오슈는 보기만 해도 눈이 부신, 금속 갑옷을 패용했다. 마상에서 전투를 펼치는 기사들이나 입는 무거운 중갑옷을 걸치고 자유로이 움직이는 모습에서 그가 제법 뛰어난 경지의 검사라는 걸 추측할 수 있었다.

“경은…. 겨우 그 정도 옷으로 되는 거요?”

“이정도면 충분해.”

오슈가 미간에 주름을 만들었다. 완전무장한 오슈와 달리 윤은 어떠한 보호구도 걸치지 않은 상태였다. 다만 팔뚝에 가죽으로 만든 팔 보호대를 찼을 뿐이다. 저것도 금속을 덧대거나하지 않아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 잘려나갈지도 모른다. 윤이 걸친 옷은 그저 깨끗하고 고급스러운 흰색 튜닉과 검은 바지뿐으로 허리에 검대를 차지 않았더라면 그저 외출 나온 유한 공자로 보일만한 차림새였다.

“변경백께서 아무리 검공의 후인이고 소드 익스퍼트라하나 그런 가벼운 차림으로 나를 상대하겠다는 거요?”

“몸이 무거우면 오히려 잘 못 움직이는 타입이라.”

오슈의 굳게 다문 입과 콧수염이 꿈틀했다. 자신을 무시하는 거라 생각되었다. 처음엔 적당한 범위내에서 쓴맛을 보여주겠다고 생각하였지만, 이제는 마음이 바뀌었다. 저 경솔한 자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설령 목숨을 잃는다해도 결투에서 벌어지는 상해를 책하지 않는 것이 기사들의 불문율이다.

“후회해도 나는 책임지지 않겠소. 이스트민스트 영애의 숭배자로서, 그녀의 명예를 더럽힌 그대를 응징하겠다. 그리고 정의와 맹세의 여신 하니스트의 이름을 걸고 신성한 결투를 더럽힌 그대를 용서치 않으리라.”

검을 반듯하게 쥔 오슈가 가슴 위로 손을 얹었다.

“…내 명예는 노스트라드 공작, 아스타시온 전하에게 걸지. 맹세코 나는 이스트민스트 공녀에게 해를 가하지 않았어.”

“그건 두고 보면 알게 되겠지! 검사는 자신의 실력으로 말하는 법!”

오슈는 거검을 들어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윤은 정면에서 오슈의 검을 막아내었다. 챙! 검과 검이 부딪혔다. 보통 사람이라면 괴력에 밀려 바닥을 구를 정도지만 윤은 어렵지 않게 방어해냈다. 검을 비스듬하게 흘려 내린 후,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은 오슈의 목덜미를 향해 검을 찔러넣었다.

피할 수 없는 재빠른 공격에 오슈가 몸을 굴러 간신히 피했다. 그란디아의 검법은 서서하는 입식 공격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바닥을 구른다는 건 엄청난 수치였다. 연이어 공격할 수 있었음에도 윤은 잠시 물러서서 상대방이 자세를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자존심이 상한 오슈가 이를 악물었다. 자신보다 훨씬 어린 청년에게 손속의 여유를 두어야겠다는 초반의 결심은 날아간지 오래다. 정신을 집중한 채 검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미약한 소리와 함께 검 주변으로 흐릿한 검기가 떠올랐다. 결투를 구경하는 세인들의 사이에서 감탄성이 흘러나왔다. 구체화된 검기를 구사할 수 있는 검사는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대의 경솔함을 크게 후회하게 될 것이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윤이 어깨를 으쓱했다. 오슈는 입을 꾹 다문 채 심호흡을 했다. 검기를 유지하는 건 엄청난 체력소모였다. 최대한 재빠르게 끝낸다. 그는 비스듬하게 검을 휘둘렀다. 윤이 재빠르게 피했다. 검기가 일으키는 검풍에 머리카락이 한 가닥 잘려나갈 뿐이었다. 약삭빠른 움직임에 오슈의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졌다.

“쥐새끼처럼 도망 다니지 말고 어디 반격을 해보시지!”

오슈가 도발했다. 검기가 깃든 검은 어지간한 쇠도 잘라낼 수 있었다. 반격을 위해 검을 마주 대는 순간, 날은 잘려나가고 그날이 제삿날이 될 터였다.

“그쪽이야 말로 후회해도 몰라.”

“어림없는 소리!”

윤은 씩 웃으며 트리기토스에 검기를 일으켰다. 마검은 웅웅 공명음을 터뜨리며 마나를 흡수했다. 파아앗! 그와 동시에 오슈의 머리처럼 빈약한 검기가 아닌, 마치 불꽃이 타오르듯 화려한 기운이 마검을 감쌌다.

“허억!”

저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은 스완이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언제 보아도 황홀하리만치 아름다운 검기였다. 그리고 윤은 재빠르게 손에 힘을 주어 순식간에 공격을 가했다.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번개 같은 손속에 오슈가 검푸른 눈을 끔뻑였다.

“헉!”

“어머나!”

순식간에 조각 조각난 오슈의 갑옷이 바닥을 떨어져 굴렀다. 피부가 아닌, 갑옷만을 베어낸 신묘한 솜씨에 감탄한 것도 잠시, 그대로 알몸이 된 기사를 향해 사람들이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보았다. 거대한 덩치에 비해 너무나도 작은 양물을. 머리색과 같은 검붉은 거웃 속에 자그마한 꼬마 당근이 매달려 있었다.

“―후회해도 난 모른다고 했잖아?”

윤은 어깨를 으쓱이며 트리기토스를 검집에 집어넣었다. 피를 보지 못한 검은 웅웅 울며 항의했지만, 차라리 목숨을 앗아가기엔 오슈가 잘못한 것은 없다고 생각되었다.

“……저런.”

솔라는 슬픈 눈으로 오슈 경의 얼굴과 하초를 번갈아가며 보았다. 신분도 괜찮고, 제법 멀끔한 생김새의 남자를 어찌하여 애비가일이 받아들이지 않았는지 충분히 짐작되었다. 순식간에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오슈는 손으로 자신의 아래를 가렸다. 하지만 때는 늦었다.

뒤돌아선 윤이 아스탄을 향해 섰다. 오른손을 들어 자신의 왼쪽 가슴 위를 짚고 예를 취했다.

“전하의 명예를 지키고 돌아왔나이다.”

“수고했소. 나의 기사여.”

아스탄은 웃음을 참으며 손을 내밀었다. 한쪽 무릎을 꿇어앉은 윤이 그의 손등에 입 맞추며 눈을 찡긋거렸다.

센트리움에 온 후, 처음으로 결투를 이룬 윤은 번개검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리고 결투에서 오슈를 상대한 일로 인해 죽이거나 불구를 만드는 게 자비롭다 생각될 만큼 무섭고 잔혹한 손속을 가진 검사로 윤의 악명은 널리 퍼졌다.

============================ 작품 후기 ============================

튜란토트님과 평량님께 감사드립니다!

소장본 시기에 대한 문의가 들어와서요. 아마 9월 초에 완결을 내고 그때부터 약 2주간 예약을 받을 생각입니다! 아마 초반 부분은 많이 고칠 것 같아요. 그래서 가격이라던가 사양은 미정입니다 8ㅅ8....... 한가지 확실한 건 독자님들의 의견을 받아 신국판이어요 ^0^)

그리고 나전보를 들고 대구코믹이나 부산코믹도 나가보고 싶어요. 헤헤. 이런 행사가 처음이라서요...! 이번 설문조사는 대구코믹이나 부산코믹에서 실수령을 하실 생각이 있는 지를 여쭙는 설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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