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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전생보고서-47화 (47/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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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습격

윤은 젖은 몸을 닦아내며 그 위에 옷을 걸쳤다. 자연스럽게 시중에 몸을 맡기는 아스탄과 달리 혼자 하는 모습이 익숙해보였다. 입기 까다로운 튜닉 속 슈미즈의 매듭도 홀로 묶으며 옷매무시를 가다듬는다.

“말 그대로야 솔라. 이제껏 날 도와준 건 고맙게 생각해. 하지만 이제 주인으로 생각하지 않는 나를 돌보는 건 그만 두어도 좋단 뜻이야.”

윤은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눈으로 솔라를 쳐다보고 있었다. 경멸도, 짜증도, 미움도 그곳엔 없었다.

검공의 후예는 이상할 정도로 싫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상대방이 곤란해 하는 기색이 보이면 그 요청을 따라주는 편이었다. 무시를 당하거나 화를 낼 상황에서도 상관없다는 태도를 견지하였다. 뒤늦게 생각하면 이상하기 그지없었다. 호오가 없는 인간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높은 분들은 으레 자신의 성향이 확실한 법이었다. 제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윤은 늘 물에 술을 탄 듯 미적지근한 태도였다. 그래서 더욱 제멋대로 굴었던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다. 덕분에 제 발등을 찧는 결과를 낳았지만 말이다.

“제도까지는 아무 말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미리 말해두는 게 네게도 마음의 준비가 될 것 같아서. 지금까지 고마웠어, 솔라.”

“유, 윤 님…….”

모시던 이에게 내침을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두 번째였다. 첫 번째 주인은 지금은 세상에 없는 4황자였다.

‘아스탄 형님의 시종인 아이그너는 완벽한 자인데, 너는 정말 형편없군.’

4황자는 늘 제르센과 솔라를 비교하며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늘 제르센과 비교하며 불평불만을 하던 그는 솔라를 내쳤다. 그러나 본인도 명줄이 그다지 길지 않아서 얼마 지나지 않아 제 아비의 손에 세상을 떠났지만 말이다. 운이 좋았다. 내쳐지지 않았더라면 솔라 역시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마음속에 가시처럼 박혀있는 말은 쉽게 치유되지 않았다. 솔라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의 살을 파고들었다. 윤 역시 그런 것일까. 형님과 비교하여 자신이 모자라다 생각한 것일까.

“……제가 형보다 못해서 그런 겁니까?”

반사적으로 나온 질문에 윤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

“제르센이 여기서 왜 나와?”

“갑자기 그만두라고 하시다뇨. 이제껏 아무 말도 없지 않으셨습니까.”

솔라는 당황해서 제 입에서 나오는 말을 두서없이 주워섬겼다. 자신의 위험도 도외시하고 목숨도 구해주더니 하루도 지나지 않아 내친다. 차라리 죽게 내버려둘 것이지. 애꿎게도 원망하는 마음이 들었다.

“정말 그 이유를 모른다고 생각해?”

윤의 질문은 제법 날카로웠다. 솔라는 칼에 찔린 듯 아픈 표정을 지었다.

머루알 같이 까만 눈은 무심했다. 뒤늦게 깨달음이 찾아왔다. 윤이 자신을 내버려둔 건 관심이 없어서였다. 호오를 드러내지 않는 건 자신에게도 마찬가지였던 거다.

“내가 자리를 비켜주어야 하나?”

상황을 가만 지켜보던 아스탄이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이 상황이 뜬금없게 여겨졌으나, 시종은 짚이는 구석이 있는 듯 보였다. 한 번 내침당한 전적이 있었으나, 무능한 자는 아니었다. 제르센이 워낙 뛰어난 보좌관이라 솔라가 상대적으로 낮게 보이는 경향도 있었다. 잘 훈련된 시종이 드물어 윤에게 보냈건만 오판인가.

“아니, 괜찮아. 같이 있어도. ……아니 미리 말하지 못해서 미안하게 생각해. 네가 붙여준 사람이니 먼저 상의하는 게 옳은데.”

“상관없다.”

아스탄은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부디 저를 내친다는 말씀은 거두어 주십시오.”

솔라는 허리를 숙였다. 뒤늦은 후회가 그를 엄습하였다.

“무엇이 죄송한데?”

“그것이….”

솔라는 제 잘못을 알고 있었지만,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말로 꺼내면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아서 우물쭈물하였다. 윤은 참을성 있게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질문을 바꾸지 솔라. 왜 굳이 내 곁에 있고 싶은 거야? 그 말에 제대로 된 대답을 준다면 너를 곁에 두겠어.”

윤이 최후 통첩을 날렸다.

숙영지로 돌아왔을 때는 식사 준비에 한창이었다. 끓고 있는 솥에선 맛있는 냄새가 피어올랐다. 배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고된 피로의 흔적을 숨기지 못했다. 밤이 되어 쉴 수 있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제르센 역시 아스탄이 돌아오는 대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다. 저녁은 따끈따끈한 김이 올라오는 크림 스튜였다. 갓 구운 빵까지 곁들였다. 상아 조각을 빠트려 독이 들었는지를 검시한 후 기미(氣味)까지 끝마쳤다. 그때쯤엔 스튜도 식어 있었으나 아스탄은 불평하지 않았다. 야숙을 하는데서 이정도면 호화롭다 할 수 있었고, 여러 번 기미 끝에 차갑게 식은 음식을 먹는 데 익숙해져있기 때문이었다.

직접 스튜와 빵을 들고 돌아온 윤은 아스탄의 맞은 편에 앉았다. 시종인 솔라를 시키지 않고 스튜를 직접 받아오는 모양이 그리 보기 좋지만은 않아서 제르센은 미미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나저나 공녀는?”

숙영지를 한바퀴 둘러봐도 애비가일이 보이지 않자 제르센에게 물었다.

“편찮으셔서 저녁은 거르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

도룬 남작성에서 빠져나올 때부터 기분이 그다지 좋아보이지는 않았지. 허나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서 윤은 고개를 끄덕인 채 홀로 식사 준비를 마쳤다.

윤에게 솔라가 머뭇거리며 다가왔다.

“……부디 한 번만 더 제게 기회를 주십시오.”

“그건 여러 번 주었던 것 같은데.”

윤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왼손으로 턱을 괸 채 오른손으로는 스튜에 담긴 숟가락을 휘젓는다. 식사 예절에 어긋났으나 아무도 지적하지 못하였다.

기회라니?

호숫가에서 있었던 일을 모르는 제르센은 두 사람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아스탄은 우아한 태도로 식사를 지속하고 있었으나 신경은 이쪽에 쏠려있었다.

“진심으로 사죄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단지 미안하단 말 뿐이라면 필요 없어. …제도로 가게 되면 소개장을 써주지. 아이그너 가문의 사람이라면 충분히 권세가문에 소속될 수 있을 거야. 내 이름이 쓸모 있을 진 모르겠지만.”

“그, 그건 싫습니다!”

반사적으로 솔라는 큰 목소리로 거부의 의사를 표현하였다. 턱을 괴고 있던 윤이 눈웃음을 지었다.

“솔라, 네 목소리를 처음으로 낸 걸 알아? 싫으면, 싫다고 말하면 안 돼?”

“…저는 시종이니까요. 시종은 자신의 의견이 없어야합니다.”

“넌 시종일이 맞지 않는 것처럼 보여. 아이그너 가문의 사람이 꼭 시종의 일을 해야 하는 건가?”

“그야……!”

본디 솔라는 시종과 맞지 않는 사람이었다. 제 감정을 죽이고, 보좌로서 행동을 하기엔 주목을 받고 싶은 제 욕구가 뚜렷했다. 그러나 아이그너 가문의 사람이기 때문에 시종이란 길 외에는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없었다. 분노에 찬 그는 주인을 곤경으로 몰아넣거나 묘하게 반항하는 등 수동 공격적인 행동을 하였다.

“에단도 기사를 하고 있잖아. 솔라, 너도 네가 하고 싶은 걸 찾아가면 안 되는 거야?”

이해가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윤이 묻는다. 솔라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일견 무심한 말이었으나 그간 저를 옥죄고 있는 사슬을 깨었다. 이런 말을 해준 사람은 없었다. 시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단 한 번도 들은 적 없었다. 네게 시종일이 어울리지 않는다며 손가락질 했지만, 모두 그 길을 강요했다.

“네 꿈은 뭔데?”

“……저는.”

솔라가 머뭇머뭇했다. 윤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시종이 아니란 건 확실합니다.”

“그럼 뭘 하고 싶은데?”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솔라는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뒤늦게 시종이 자신의 길이 아님을 깨달았다. 무엇을 해야 할지 그 답을 찾는 것도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다.

“제게 기회를 주십시오.”

무릎을 꿇었다. 주변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렸다. 허나 이때를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없음을 깨달았다.

“솔라는 바보야? 그러니까 내 시종을 그만둬야지.”

“……윤 님 곁에 있고 싶은 건 진심입니다.”

윤이 좋았다.

단 한 번도 형인 제르센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나무라지 않았다. 잘못을 깨닫기를 기다려 주었다. 그의 곁에 있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난 이곳에 오래 있을 사람이 아니야. 그래도 괜찮아?”

“그때쯤엔 답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좋아. 난 윤 하이어드. 공작 전하께 임시 고용된 몸이지. 그러니까 너도 임시 고용이야. 계약직이라도 괜찮아?”

“……솔라 아이그너입니다. 성심을 다해… 보필하겠습니다.”

솔라는 눈물을 삼키며 머리를 숙였다. 정수리 위로 닿는 손이 따뜻하였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공터를 정리한 후엔 모두들 취침 준비를 시작하였다. 노스트라드를 떠나온 이후 야숙은 처음이었으나 다들 얼른 쉬고 싶다는 욕망으로 손발을 착착 맞춰 움직였다. 달이 제 모습을 드러냈을 무렵에는 이스트민스트 공녀 일행과 황제의 기사 일행, 공작의 일행은 세 덩어리로 흩어져서 각자 잘 채비를 끝낸 상태였다.

롭은 무거운 갑옷을 벗어 머리맡에 잘 정돈해두었다. 달이 하늘 정중앙에 걸렸을 때가 롭 이벨로크의 불침번 순서였기 때문에 얼른 잠을 청해두어야했다. 침낭 속으로 파고들어가려는 롭의 등을 두드리는 작은 손이 있었다.

‘다가오는 기척도 못 느꼈는데!’

롭이 당황하여 퍼뜩 뒤돌아서자 윤이 있었다. 그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벨로크 경. 내 자리는 어디야?”

“경도 여기서 주무시는 겁니까?”

롭의 대꾸에 윤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럼 난 어디서 자?”

“그야 당연히…….”

롭이 말끝을 흐리며 공작의 마차를 쳐다보았다. 당연히 저쪽 아닙니까! 하는 말을 목 끝으로 꿀꺽 삼켰다.

눈 앞의 청년과 공작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니. 전혀 짐작하지 못한 사실에 롭은 무척 놀랐다. 남자와 남자라는 것보다, 공작에게 연인이 있다는 게 충격적이다. 롭은 공작을 무척 오랜 세월동안 알아왔으나 누군가를 곁에 두는 걸 본 적 없었다. 그 지위쯤 되면 난잡하게 놀아날 수 있건만 금욕적으로 행동했다.

게다가 무척 신중한 성격이어서, 누군가를 곁에 두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이방인 검객은 달랐다.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해되지 않던 행동들이 연인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모두 해결되었다. 윤이 홀로 돌아다니거나 친분을 맺는 걸 묘하게 훼방을 놓지 않던가.

“당연히?”

“……아무것도 아닙니다. 좀 있으면 경의 시종이 잠자리 채비를 해서 오겠지요.”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윤의 시종을 찾았다. 윤을 챙겨야할 시종, 솔라는 잠자리의 정돈을 위해 마차 안으로 들어간 상태였다.

“여튼 여긴 아닙니다.”

마차로 얼른 가버리라고 말해버리고 싶었지만, 롭은 어물어물 말끝을 흐렸다.

“알았어. 참 사로잡았던 습격자는 깨어났나?”

“그 빨간 머리를 말씀하시는 거죠? 경의 주먹이 아프긴 아팠나봅니다. 아직 헤롱헤롱 정신을 못 차리고 있습니다.”

“잘 감시해. 일부러 저쪽에 맡긴 거니. 증거를 없애기 위해서라면 살인멸구라는 방법도 그들이 선택할지도 몰라.”

윤의 당부에 롭 은 금세 진지한 얼굴로 돌변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두 번째네. 황제가 보낸 암살자가….”

“거 이젠 특별할 일도 아닙니다.”

윤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싸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최대한 좋게 해결하길 바랐다. 그러나 위험이 닥쳐온다면 마냥 도망치진 않았다. 신중하게 행동했기 때문에 제 힘을 멋대로 휘두르는 자들을 경멸했다. 그래서 황제를 좋아할 수 없었다. 친우의 후손이라 믿기 싫을 정도다.

‘이 싸움의 끝에 황제가 있겠지.’

언젠가 그와 맞부딪쳐야한다. 황제 역시 월스턴을 꼭 닮아있을 터, 그에게 검을 겨눠야한다고 생각하자 우울해진다.

“혹 습격자 무리의 대장이 누군지 대충 알 수 있겠어? 저 정도 실력이면 필경 소문이 났을 거야.”

“예. 아마도 헌터일겁니다.”

“헌터?”

“예, 붉은 매단이라는 범죄 조직의 대장으로 추정됩니다. 로아크나 사막 민족의 혼혈들로 구성되어 있지요.”

뺨을 가로지르는 흉터, 로아크와의 피가 섞인 외양, 빨간 머리, 그리고 곡도와 망고슈를 사용하는 이도류의 범죄자. 대강 그의 정체가 짐작되었다. 센트리움의 암흑가를 지배하는 붉은매 단장 헌터가 분명했다.

“그렇군.”

윤이 손에 턱을 괸 채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자신과 자주 부딪히던 로아크의 대족장 쿠르쉬를 무척 닮은 녀석이었다. 어쩌면 후손일지도 몰랐다. 후예가 맞는다면 퍽 재미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하였다. 적수라 할 수 있는 이의 후예를 백 년이 지난 지금도 적으로 만난 것 아닌가.

“이벨로크경, 잘 부탁해.”

수고하라는 듯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려준 후 윤은 숙영지를 한 바퀴 빙 돌았다. 어디서 자야할지 방황하였다. 기사들 사이에서 노숙을 하자니 모두들 노골적으로 부담스러워했다.

‘나무 위에라도 올라가서 잘까.’

경계를 서기엔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모포를 어깨에 얹은 채 주변의 나무를 탐색했다. 뒤에서 제르센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하이어드 경. 예서 뭐하십니까? 솔라가 경을 찾고 있었습니다.”

“잘 곳을 찾는 중.”

“경의 자리를 두고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이쪽으로 오시지요.”

제르센이 안내한 곳은 마차였다. 여행용으로 개조된 마차는 밤이 되면 침실의 기능도 대신 했다. 다만 의자를 옮겨 침상으로 만드는 데 많은 힘이 들었다. 시중인들은 선호하지 않았으나 편리함은 단연 발군이라 할 수 있었다.

“……마차는 좁지 않아?”

“충분히 넓습니다.”

윤이 데굴데굴 구르다 못해 360도 회전을 해도 될 만큼 침상은 넉넉했다.

“아스탄은 어디에서 자는 거야?”

“전하께서도 마차에서 주무실 겁니다.”

“아스도?”

“예. 두 분이서 한 침대를 쓴다 하여도 여기서 의아해할 사람은 없습니다.”

제르센은 힘겹게 윤을 설득했다. 아직 받아들일 수는 없었으나 부정할 수도 없었다. 냉정하게 판단했을 때, 공작에게 윤은 특별한 존재였다.

윤의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스침과 함께 귀가 화악 붉어졌다. 습격자 덕분에 잊고 있었던 도룬 남작성에서의 일이 떠올랐다. 은밀하게 목덜미를 쓰다듬던 손길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위험했다. 자신이 아니라 아스탄이.

“……난 나무 위에서 잘게.”

“귀하신 분께서 어찌 그런 험한 곳에서 주무신단 말입니까!

솔라가 무슨 말을 하냐는 듯 펄쩍 뛰었다. 그는 윤의 팔을 잡아끌었다.

“자자, 이쪽으로 오시지요.”

“괜찮다니까.”

“착한 주인은 고용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법입니다.”

“너 원래 이런 녀석이었어?”

윤의 타박에 솔라가 뻔뻔스럽게 대꾸했다.

“예-. 제가 하고 싶은 걸 찾으라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저는 경께서 편한 곳에서 주무시길 원합니다.”

“…망할 녀석. 날 조종하는 법을 제대로 배웠구나.”

그리 말하였으나 싫은 기색은 아니었다. 솔라가 싱글벙글 웃으며 윤을 마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럼, 좋은 밤 보내십시오.”

등 뒤에서 마차의 문이 닫혔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이 소설을 읽어주신 모든 독자님들과 elffy님, 류웰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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