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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 토사구팽
서장, 토사구팽
그들은 오합지졸이었다.
다른 세상에서 날아온 고등학생과 왕이 되기 싫어 가출한 왕자, 육식을 사랑하는 요정, 마녀의 피가 섞인 소녀.
어딘가 얼빠진 조합의 모험가들은 소년을 집으로 돌려보내 주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모두가 실패할 것이라 여겨졌던 여행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향했다. 용의 계곡으로 가서 대륙을 지탱하는 황룡을 만났으며, 대륙을 화마(火魔)로 불태울 전쟁을 저지했다. 그 외에도 무수히 많은 일을 겪었다.
함께한 추억의 두께가 차곡차곡 두터워질수록 그들의 이름은 대륙을 울리기 시작했다.
윤, 월스턴, 안즈마네, 율리히.
아벨라르 대륙을 뒤흔든 사총사의 이름이었다.
영웅의 이름을 이은 아이들이 많아져서 “윤!”하고 부르면, 사내아이들 네다섯 명은 동시에 고개를 돌릴 정도가 되었다. 자신을 부르는 줄 알고 진짜 윤도 함께 고개를 돌려 월스턴이 바닥을 구르며 낄낄 웃음을 터뜨린 적도 있었다.
주변 상황도 달라졌다. 조악하게 짚으로 채운 침대에 감격하며 몸을 뉘던 그들은 비단 침상을 덮었고, 나무를 깎아 만든 잔에 흑맥주를 담아 부딪치던 건배는 크리스털 잔에 와인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우정만큼은 변치 않았다. 그들은 피가 섞이지 않은 형제였고, 자매였고, 남매였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여행은 실패로 끝났지만, 사총사의 끝은 실패가 아니었다. 왕자는 대제국의 황제가 되었고, 요정은 세상의 지혜를 얻었고, 소녀는 대마녀로서 각성했다. 그리고 다른 세상의 소년은 제국을 수호하는 검공(劍公)이 되었다.
그들은 더는 오합지졸이 아니었다.
끝은 무엇보다도 위대했다.
위대하다고 믿었다.
============================ 작품 후기 ============================
시작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