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남궁세가의 방계 무인으로 태어나 평생을 살았다.
마교가 발호하여 정마대전에서 삶을 마감한 것이 내 나이 마흔다섯 되던 해.
그런데, 눈을 떠 보니 낯선 색목인의 아이가 되었다?
"이번에도 연무장을 사용하게 해 달라고 졸랐다면서."
"예. 제 나이 이제 다섯이 되었으니 검을 시작하지 않으면 늦습니다."
“검을 배워서 무엇을 하려고?”
“소드 마스터가 되어보겠습니다.”
“소드, 크흠. 그래… 우리 아들이 소드 마스터가 되고 싶구나.”
“지금은 요원한 길로 보이겠지만, 몸이 성장하여 간합이 맞을 즈음에 이르러서는 검기 정도는 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허락해주십시오.”
“간합… 이 무엇인지 설명해 주겠니, 아들?”
“팔다리가 길어져 상대를 요격할 수 있는 검의 간격이 넓어지는 것을 뜻합니다.”
“그렇구나… 우리 아들이 조금만 더 크면 검기 정도는 쉽게 뽑아낼 수 있겠구나….”
“예.”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누에는 뽕잎을 먹는 법.
그리고 무인은 검을 쥐어야 하는 법이다.
내 새로운 세상에서도 검을 익히고 배워
화경의 강자,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되겠다 결심했는데.
"카사블랑카 교수의 교양 세계사 수업 맞지? 작년이랑 수업 내용 같다고 들었는데."
"예, 맞긴 한데…."
"나 필기 열심히 해 뒀어, 이거 써."
잘생긴 얼굴, 좋은 혈통, 얌전한 성격.
어딜 보아도 빠지지 않는 아해가 자꾸만 따라붙는다.
노트 필기도 챙겨 주고, 자습실도 빌려다 주고, 먹을 것도 사다 바치고.
아무래도 꿍꿍이가 수상하다.
장차 천하제일검이 될 나를 미리 꼬드겨 황제가 되려는 수작인가?
그러기에는 너무…,
…너무, 귀엽게 굴고 있지 않나…?
로판 세계에서 환생한 무림인과 수상할 정도로 얌전한 황자의
좌충우돌 아카데미 일상과 느리게 젖어 드는 첫사랑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