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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깨달음 (27/28)
  • 3. 깨달음 

    세빈이가 다시 전학가고 나서 바뀐 것은... 

    진후 형의 모습... 

    형의 싸이코짓은 사라지고... 

    무거운 공기가 형을 짓누르는듯 했다... 

    그리고... 

    "...그렇다고 하는구나..." 

    세빈이의... 방황... 

    "지금... 닥치는대로... 남자를 사귀고 있대..." 

    왜 이러는 걸까... 

    왜 둘 다 좀 더 솔직하지 못한걸까... 

    (네가 그런 말을 하다니... 놀라울 뿐이다, 수빈아...) 

    "저기, 세빈아? 나야, 수빈이..." 

    [엉? 수빈이야? 수빈인 나 안보구 싶었어?] 

    "아하하.. 당연히 보구 싶지... 세빈이 잘 지내지?" 

    [당근이지!!! 얼~~마나 잘 지낸다구!!! 그러는 넌? 민석이 형이 잘해줘?] 

    "으, 응...///////" 

    [형이 바람피우면 나한테 말해!! 내가 달려가서 패줄테니까!!!] 

    "고, 고마워..." 

    [다들 잘 지내지? 와~~~ 다 너무너무 보고 싶다♡] 

    "응... 여기 사람들도 전부 너 보고싶어해." 

    [전부... 는 아닐걸?] 

    "세빈아..." 

    [아, 잠깐만..... 아이, 전화받고 있잖아... 꺄~~ 간지러, 하지마~~~ 내가 나중에 네방으로 갈게. 

    응, 가서 기다리고 있어♡ 참, 잊지말고 샤워부터 해!!!] 

    "세... 빈아?" 

    [아? 아아, 미안... 옆에서 자꾸 귀찮게 구는 바람에... 하지 말라니까!!!] 

    "아냐, 끊을게. 네 목소리 들었으니까 됐어." 

    [그럴래? 미안, 모처럼 전화줬는데...] 

    "아냐, 잘 자." 

    [쿡쿡, 그래. 너도... 민석이 형한테 너무 시달리지 말고...] 

    딸칵 

    "어... 때?" 

    "목소리가 밝아..." 

    "그나마 다행이네..." 

    "너무 밝아..." 

    "응?" 

    "일부러 꾸며서 내는 목소리 같애... 지나치게 밝고 전체적으로 들뜬 분위기야... 

    이런 세빈이 목소리는... 처음인데..." 

    "...그래... 녀석도 나름대로 힘든가보지..." 

    "거기다..." 

    "거기다?" 

    "어떤 남자랑... 장난 치는데... 나중에 그 남자 방으로 간다고... 그러니까 씻고 기다리라고..." 

    "!!!!!!!!" 

    "어쩌지? 진후 형도, 세빈이도 너무 불쌍해..." 

    "수빈아..." 

    "둘 다 행복해지면 좋을텐데... 그러면 좋을텐데..." 

    "수빈아, 울지마..." 

    "나는... 우리는 이렇게 행복한데... 왜 다른 사람은 안 그런지..." 

    "뚝, 우리 공주님~~ 울지마세요." 

    "흑... 그치만..." 

    "서로 마음만 이어져있다면... 잘 될 거야... 

    모든 오해가 풀릴거야... 반드시..." 

    "정... 말?" 

    "정말이지. 그 증거로 수빈이는 나한테 왔잖아.^^" 

    "그, 그거야..." 

    "근데 어쩌지, 수빈아? 우리 수빈이 눈물보니까 형이 흥분되버렸어.^^" 

    "...나빴어..." 

    "오늘은 다른 생각 못하게 만들거야... 내 생각만 해야 돼..." 

    "응..." 

    "사랑해, 수빈아..." 

    "나도 형 사랑해..." 

    "하아... 하앗... 흑... 좀 더..." 

    "너... 오늘따라 왜 이래?" 

    "닥치고 빨리 하기나 해... 아앗..." 

    "자고 가." 

    "됐어, 이 새끼야. 너때메 흥이 다 깨졌잖아." 

    "뭐, 뭐?" 

    "쳇, 다신 나 안을생각 하지 마." 

    "너 그게 무슨 소리야?" 

    "나 만족시켜줄 사람은 너 말고도 많으니까." 

    찰싹 

    "이 새끼가... 네가 아무리 도도하게 굴어봤자 남창밖에 더 돼? 

    아무 남자새끼들한테나 다리 벌리는 주제에..." 

    "흥, 그 남창한테 제발 한번만 하게 해달라고 빈 게 누군데 그래?" 

    "너..." 

    "됐어, 다신 나 아는 체 하지 마!" 

    콰앙~~ 

    머저리같은 새끼... 

    그거 하나도 제대로 못해? 

    젠장... 또 어디서 섹스파트너를 구한다냐... 

    저 녀석은 그래도... 그 녀석을 닮았었는데... 

    이... 진후를.... 

    그 때 진후의 말에 한마디도 반박하지 못했다... 

    어쩌면... 

    녀석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가질 수 없는 장난감을 가지려고 떼를 쓰는 어린아이같은 행동... 

    그 말이 맞을지도... 

    도망치듯 그 학교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다시 기숙사로 돌아갔다. 

    부모님은 서운해 하셨다. 

    그리고 형은... 

    "도망가는 거냐?" 

    "........." 

    "내 동생에게 이정도의 근성밖에 없을 줄이야.... 실망했다..." 

    "빌어먹을..." 

    나보고 어쩌라고!!! 

    그자식이 먼저 날 밀어냈다구!!! 

    천하의 한세빈이 그딴 자식한테 애걸복걸할 것 같애? 

    그자식 말대로 그냥 한 번 논 것 뿐인데... 

    그냥... 날 무시하는 녀석을 처음 만나서... 그래서... 

    호기심이 생긴 것 뿐이라구!!! 

    [너 미쳤구나... 당장 기숙사 때려치우고 집으로 와!!!] 

    "싫어, 형이 무슨 권리로 그런 말을 해?" 

    부모님과 형은 날 깨끗하고 순진한.... 그런 어린아이로 보지만... 

    난 이미 남자를 알고 있었다... 

    그것도... 

    중학교때... 

    지금도 그때와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다. 

    방종하고 방탕한 생활... 

    그때와 달라진 점은.... 

    상대를 가리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밤만 되면....... 

    잠만 자면....... 

    그녀석의 꿈을 꾼다....... 

    그녀석... 이 진후의..... 

    언제나 같은 꿈이다...... 

    내 앞에서 차갑게 돌아서는 녀석..... 

    녀석을 붙잡는 나..... 

    일어나면 언제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빌어먹을.... 그래, 처음엔 장난이었어!!! 오기였다구!!!! 

    그렇지만.... 

    지금은..... 

    정말로 널 사랑해, 진후야.... 

    "형한테 실망했어!!!" 

    "........." 

    "세빈이가 정말 형을 갖고 놀리가 없잖아!!! 

    그냥... 단지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 못 할 뿐인데... 

    아직 서툴러서 그런 건데... 그걸 그렇게 뿌리쳤어야 했어?" 

    ".........." 

    "형도 세빈일 좋아하면서!!!! 

    그 잘난 자존심때문에 이러는 거야????" 

    ".........." 

    "제발... 더이상 형한테 실망하지 않게 해줘.... 

    나 형을 좋아하니까... 형이랑 세빈이 둘 다 좋아하니까...." 

    ".........." 

    별일이 다있군... 

    저 순둥이 한수빈이 큰소릴 내다니... 

    저렇게 고함을 지르다니... 

    빌어먹을... 

    나도 이러고 싶지 않다구!!! 

    평소처럼 별난 짓 하면서, 그렇게 평소처럼 지내고 싶다구!!! 

    그런데... 

    계속 그 꼬맹이가 걸리는걸 어떻게 해?? 

    그 꼬맹이의 눈물이 눈에 선한데... 

    그 꼬맹이의 울음소리가 귀에서 울리는데... 

    그 꼬맹이때문에... 내가 내가 아니게 되는 것 같은데... 

    그래서... 그 꼬맹이를 밀어냈는데... 

    "1학년 6반 한 세빈. 지금 기숙사 현관으로 나와 주십시오. 

    다시 한 번 알립니다. 1학년 6반 한 세빈..." 

    귀찮게 무슨 일이지? 

    투덜대면서 밖으로 나가보니 뜻밖의 얼굴이 있었다. 

    "세빈아!!!" 

    "수빈아!!!" 

    "너무 했어, 방학인데 왜 집에도 안 가?" 

    "그냥... 집에 가면 엄마랑 아빠가 귀찮게 해서 싫어." 

    "하긴...ㅡㅡ;;;" 

    "근데 웬일이야, 네가 여기까지 다 오고?" 

    "응, 지나가다가 잠깐 들렸어. 네 얼굴도 보고싶고 해서..." 

    "흠... 얼굴이 좋아졌네? 애인이 잘해주나 보지?" 

    "뭐, 뭐? /////////////" 

    아이고, 귀여운 것... 

    "저기 세빈아... 너... 다시 돌아갈 생각 없니?" 

    "...어디로?" 

    "학교..." 

    "우리 학교는 여기야..." 

    "내 말 무슨뜻인지 알잖아..." 

    "수빈아..." 

    "너 이러지 마... 내가 아는 한세빈의 모습이 아니야... 

    한 번 차였다고 해서 포기할 네가 아니잖아?" 

    "!!!!" 

    "내가 아는 찰거머리 한세빈은 이런 게 아니라구!!! 

    나도 미치겠어!!! 너 다시 전학간 이후 진후 형도 이상해졌고... 

    너도... 아무튼!!! 네가 다시 돌아와야 원래대로 돌아갈 것 같단 말이야!!!" 

    "어차피 조건이었어. 네가 잘 됐으니까 내가 그 학교에 계속 있을 필요는 없다구!!!" 

    "그래?" 

    "그래. 난 그 학교로 돌아갈 이유 없어. 먼 길 왔는데 미안하다. 배웅은 못하겠어." 

    "알았어, 갈게..." 

    "잘 가, 멀리 안나갈게." 

    "응..." 

    "............" 

    "아 참, 진후 형 말인데... 유학갈 수도 있대." 

    "...뭐?" 

    "진후 형네 집안에서 진후 형 정혼녀하고 미국으로 유학보내고 싶어해. 

    그리고... 미국에서 입학허가서까지 받았대. 진후 형 그래봬도 머리 좋거든? 

    돌아올 때는 그 여자랑 결혼할 때래." 

    "뭐라고? 다시 말해봐!!!" 

    "나 갈게." 

    수빈이가 간 이후에도 한참을 멍하게 서있었다. 

    어딜... 간다고...? 

    미... 국? 

    누구와... 정... 혼녀? 

    이진후가... 한국을 떠난다고? 

    다시 올 땐... 결혼을 한다고?? 

    그 이진후가 떠난다고??? 

    "이봐, 학생. 괜찮아?" 

    "네?" 

    "어디 아픈가? 그럼 보건실로 가서..." 

    "아..." 

    그제서야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이진후가 떠난다고? 영영 내곁에서 떠난다고? 

    "이거 학생껀가?" 

    까만 다이어리... 

    이름을 확인하니... 수빈이의 것이다... 

    "예..." 

    그리고... 

    다이어리에 기재되어있는...... 

    이진후의 전화번호와 주소...... 

    안 돼, 이진후!!!! 

    넌 내꺼야!!! 

    내 손에서 벗어날 수 없다구!!! 

    이 찰거머리 한세빈한테서 절대 떨어져 나갈 수 없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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