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난
"달링~~~~~~~~~~♡"
"끄아악~~~ 제발 달라붙지 마!!!!"
저놈의 꼬맹이는 지치지도 않는지 매일 내 뒷꽁무니만 쫓아다닌다.
정말이지 귀찮을 정도다...
민석이 형과 수빈이가 사귄다는 말을 듣자마자 저노무꼬맹이는 날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있지, 나 형 좋아해♡ 나랑 사귀자♡"
"뭐, 뭐?"
"형도 좋지? 나같은 초특급 미소년♡이 싫지는 않지?"
싸이코 소리 들은지 몇해가 되었지만...
나보다 더 싸이코적인 꼬맹이를 보는 건 첨이다...
더구나 더욱 두려운 건...
이 꼬맹이의 뒤에는 학생회 선배들이 포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지노 형&운진이 형, 민석이 형&수빈이라는 두 커플을 만들어(;;;)낸 전적이 있는 그런 막강한 군단...
그런 사람들이 이 꼬맹이를 완벽하게 써포트해준다...
점심시간에 와보라고 해서 가보면 이 꼬맹이가 날 기다리고 있고...
쬐끄만게 무슨 힘이 그렇게 좋은지...
몇 번이나 당할 뻔했다...
얼굴만 보고 만만히 생각할 상대가 전혀 아닌 것이다...
"달링♡ 그러지 말고 이제 포기해♡
달링♡이랑 나는 운명적으로 맺어진 연인♡이라니까♡"
"난 운명따위 안 믿어!!!!!!!!"
"선배들 다 너무해!!!!!!!!!
왜 다들 나를 못잡아먹어서 난리인 거야??????"
"뭐가?"
"그 꼬맹이 말야!!!"
"세빈이? 세빈이가 왜?"
"어째서 그 꼬맹이를 나랑 연결시키려 드냐고!!!"
"세빈이가 어때서? 솔직히 세빈이가 너한테 아까워~~~"
"그러니까 그 꼬맹이 단념시키란 말이야!!!"
"형이 동생의 사랑을 돕는 건 당연한 거다."
"나야... 세빈이 도움 받은 것도 있고..."
"지나가 그렇게 하랬어."
"지노가 하니까 따라하는 거야."
"우리 사촌동생 어디가 어때서?"
"저기... 세빈이 괜찮은 애거든, 진후야?"
"그냥 포기하는 게 속편할거다..."
"진후 형, 세빈이 정말 귀엽고 괜찮은 애야."
"포기하고 나한테 소재나 제공해라, 이 진후."
세상에 내 편은 없단 말인가!!!ㅜ.ㅜ
"달링~~~♡ 내가 달링을 위해서 만들어온 스페셜 도시락이양♡
내 사랑♡이 잔~뜩 담겼으니까 남기지 말고 먹엉♡"
이 꼬마... 지치지도 않는건가...
"꼬맹아..."
"내 이름은 세빈이양♡"
"너 도대체 왜 이러냐? 설마 축제때 내가 몇마디 했다고 나 괴롭히는 거야?"
"아냐!! 달링♡을 사랑하니까 이러는 거야♡"
"이게 사랑이냐..."
"응♡"
"말이나 못하면..."
"헤헤헤♡"
그래, 나름대로 괜찮다...
생긴 것도 귀엽고 하는 행동도 귀엽고...
(실제로 진후를 부러워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있지~~ 달링♡은 내가 싫은거야?"
"응?"
"내가 웅... 그러니까 꼴도 보기 싫다거나... 모 그런고양?"
"그런 건 아냐."
"그럼 됐엉♡"
"뭐가?"
"나 자신있어. 반드시 달링♡이 날 좋아하게 만들 거양♡"
정말 지치지도 않는 녀석이다...
힘이 남아도나보군...
매일 저렇게 팔짝팔짝 뛰어다니는 걸 보면...
"달링♡ 오늘 데이뚜하장♡"
"근데 말야, 꼬맹아. 너 그거 말버릇이야?"
"모가?"
"말끝에 'ㅇ'자 붙이는 거..."
"웅... 내가 그랬어?"
"응."
"잘 모르겠는데..."
"듣기 싫어, 그러지 마. 네 나이가 몇인데 아직까지 그래?"
"알았어!!! 달링♡이 원한다면 고칠게!!!"
"말을 말자..."
그렇지만...
이 녀석과 있으면 기분이 좋다...
늘 나를 유쾌하게 해주고...
심심하지는 않으니까...
"요새 진후 싸이코짓이 줄었어..."
"그러게나 말이야..."
"세빈이 덕분인가?"
"아마도..."
"이쯤되면... 승부를 걸만도 하겠어."
"그래."
"자, 다시한번 화이팅!!!"
"화이팅!!!"
오랜만이군요...ㅡㅡ;;;
이노무 선배들...
죽여버리겠어!!!!!!!!!!
토요일 방과 후, 중요한 긴급회의가 있다면서 빨리 학생회실로 오란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가봤더니 학생회실에 있는 사람은 꼬맹이 한 명...
그리고...
밖에서 잠긴 문...
"우리 자율학습 끝나면 문 열어줄게~~~"
"잘해봐!!!"
"이제 도망갈 구멍도 없지?"
"세빈이, 화이팅!!!"
망할 고3들... 공부나 할 것이지...
"드디어 달링♡과 단둘이 있게 됐네♡"
나를 향해 미소짓는 꼬맹이...
순간... 옛날에 들었던 삐에로 인형 얘기가 생각난다...
절대로 단둘이 있으면 안되는...
그정도로 저 꼬맹이... 무섭다...
(삐에로 인형얘기 아시죠? 둘이 있으니까 하는 말이 '또 둘이네'하는 엽기 식인 인형...)
"자, 달링♡ 우리 좋은 거♡하자!!!"
"조, 좋은 거?"
"응♡"
무섭다...
나 이렇게 당하는 건가...ㅜ.ㅜ
잠시 후...
"맛있지, 맛있지?"
"응."
"달링♡을 위해서 새벽같이 일어나서 만든 음식들이야.
남기지 말고 다 먹어♡"
"그래..."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근데 이걸 직접 다 만든거야?"
"응♡"
"야, 대단한데? 나중에 결혼하면 부인한테 사랑받겠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응, 누군지 몰라도 땡잡은 거지."
"있지, 그 땡 달링♡이 잡아~~~ 나 달링한테 시집갈게♡"
컥...
콜록콜록...
사레 걸렸다...
"저, 저기..."
"달링♡이 봐도 나 괜찮은 신부감 아냐? 그러니까 달링♡이 나 책임져!!!"
"제발 꼬맹아..."
"왜?"
이정도면 어린애의 애교 수준이 아니다...
"제발 꼬맹아... 여기서 그만하자..."
"뭘?"
"이제 제발 나 가지고 노는 거 그만해.
이정도 놀아줬으면 되는 거 아니야?"
"뭐, 뭐?"
"나도 이제 지겹다... 언제까지 네 놀이상대가 돼 줘야돼?"
"그게... 무슨 소리야?"
"이제 더이상 너한테 휘둘리기 싫다는 소리다, 왜?"
퍽~~~
역시... 저 꼬마...
성질과 주먹이 장난이 아니다...
"장난? 장난이라고?"
"그래, 장난."
"웃기지 마, 이진후!!!! 너는 지금 내가 장난하는 걸로 보여?"
"보여!"
"하, 웃기지도 않아!!!
네눈엔 내가 장난으로 보인다고??
네가 그렇게 잘났어? 내가 장난인지 진심인지 네가 어떻게 알아!!!!"
"보면 알아! 처음엔 기분 나빴겠지.
누구나 너를 보면 널 좋아해주고 칭찬해줬을 테니까...
그런데 난 안 그랬으니까!!!
오기가 생긴 거 아냐?
이 사람을 반드시 내껄로 만들겠다, 하는..."
"뭐.......?"
"한순간의 오기일 뿐이야... 이제 그만해라...
어디까지 갈 생각이야?"
"오기... 라고...?"
"다른 사람과는 다른 반응을 보이니까 신기해서...
그리고 오기가 생겨서 나를 한 번 꺾어보겠다는 심뽀아냐?
좀 더 적당히 놀아주고 싶었지만... 나도 피곤하니까 이쯤에서 끝내라."
"............"
"열쇠 내놔. 갖고 있지?"
찰랑
"적당히 하고 머리식혀. 더이상 꼬맹이의 놀잇감이 되고싶진 않으니까..."
돌아서기 전에 보인 꼬맹이의 눈물...
제기랄...
기분... 더럽다...
그리고... 문밖으로 나오자마자 들리는...
"흑.. 흑흑.. 흑... 하아아앙~~~ 으아앙~~~"
녀석의 울음소리...
"잠깐... 이야기가 왜 이렇게 되는 거야???"
"어떡하지?"
"근데... 일리가 있는 것 같기도 해.
솔직히 세빈이 행동... 어느정도 장난같기도 했거든?"
"넌 저게 장난에서 나오는 울음소리 같아?
저건 상처입은 사람한테서 나오는 처절한 울음소리라구!!!"
"알았어..."
"어떡하지? 이제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글쎄...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그러게나 말이야... 밀실에 단둘이 놔두면 세빈이의 페로몬에 취한 진후가 세빈이를 덮칠 줄 알았는데..."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 당분간 손 떼고..."
"그래야겠지..."
학생회실에 도청기를 설치한 아이들이었다....
(이제 그만해라!!! 나도 지겹다, 이것들아!!!)
그 이후로...
나를 쫄랑쫄랑 따라다니던 녀석이... 사라졌다...
"도로 전학갔어요..."
"그... 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