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누가 건드리면 폭발할 것 같은 그런 아슬아슬한 상황이 계속되었다.
심지어 누나들마저 나에게 말을 걸지 못하고 있다.
세빈이도 요새 잠잠하고...
무엇보다 짜증나는 건 민석이 형이 연락조차 안한다는 거다!!!
그래, 세빈이랑 잘 먹고 잘 살아보셔~~~~
난 신경도 안 쓰니까...
오늘은 토요일...
일찍 마쳤으니 집에 가서 밀린 잠이나 푹 자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교문앞에 신우가 와 있었다.
"빈아!!!"
나를 보고 반갑게 손을 흔드는 신우...
헐... 미안하지만 신우야... 너도 지금은 만나기 싫은 사람 중 하나란다...
"여기까지 웬일이야?"
"그냥 보고 싶어서... 근데 너 얼굴이 왜 그래?"
"아, 이거? 그냥..."
"쿡, 아직도 너희 큰누나가 너 괴롭히니?"
"그...그게..."
"저기, 나랑 점심 먹으러 가자.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음... 그래. 어차피 할 일도 없으니까..."
신우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갔다.
근데 이녀석 키가 언제 이렇게 큰 거야?
거의 민석이 형 정도로 크잖아...
앗, 아냐!!!
정신차려, 한수빈!!!
이제 그 인간은 생각하지도 마!!!
"왜 그래, 빈아? 갑자기 고개를 젓고..."
"암것두 아냐. 나 배고파, 빨리 가자."
"그래, 뭐 먹고 싶어?"
"웅... 돈까스!!!"
"그래? 그럼 돈까스 먹으러 가자."
"저... 저게 뭐야??? 왜 저녀석이 여기 온 거지??"
"이런... 민석이 없지? 있으면 큰일나는데..."
"휴우... 쟤 생각보다 적극적으로 나오는데?"
"이러다가 정말 일이 잘못되면 어떡하지?"
"설마..."
"우리는 좀 더 두고봐야겠지..."
"그래..."
학생회실에서 쌍안경으로 수빈이를 훔쳐보는 일당들이다...
(적당히 해라, 늬들이 스토커냐?)
신우가 데려간 곳은 나도 잘 아는 곳이다...
전에 민석이 형이 데리고 와준 돈까스 전문점...
영화본 날 이후에도 형이 자주 데리고 와줬었는데...
"암거나 다 시켜. 내가 다 사줄게."
"응..."
돈까스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전에는 정말 맛있게 먹었는데...
오늘은 무슨 맛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걸...
"밥도 먹었으니 이제 어디로 갈까?"
"글쎄..."
"음... 영화나 보러 갈까?"
"!!!"
"요새 재밌는 거 많이 하더라."
"싫어!!!"
"응?"
"영화는 싫어!!!! 나 그냥 집에 갈래."
"비, 빈아..."
"집에... 갈래... 흑..."
바보같이... 눈물이 나온다...
그리고... 민석이 형이 보고싶다...
형... 나 어떡해??
나 이상해졌어...
형 얼굴 못보니까 미칠 것 같애...
아무 말도 없이 나를 집까지 바래다준 신우...
"들어가서 좀 쉬도록 해. 그럼 나중에 연락할게."
"........마......."
"응?"
"연락하지 마...."
"빈아..."
"미안해, 신우야... 정말 미안해...
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그래서.. 네 마음 받아들일 수 없어..."
"빈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혹시... 좋아한다는 상대가 남자야?"
"응..."
"나한테는... 전혀 기회가 없니?"
"미안해..."
"그래... 괜찮아, 빈아...
어차피 한 번 차인거 두 번 차인다고 뭐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첫번째보단 낫다.
무작정 남자라서 싫다, 라는 것보다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안된다...
그쪽이 더 낫네... 미련...없앨 수도 있겠어..."
"미안해, 신우야... 너... 정말 좋은 친군데... 미안해..."
"됐어. 난 빈이가 행복하면 좋겠어. 빈이의 행복이 내 행복이니까..."
"흑, 미안해..."
"괜찮아. 아, 나 가볼게.
혹시라도 그 사람이 너 힘들게 하면 말해. 내가 가서 패줄게."
"응... 고마워..."
"그럼 나 갈게. 안녕, 빈아..."
미안해, 미안해, 신우야...
그치만 난... 민석이 형을 좋아하나봐...
널 좋아하는 거랑 달라....
너랑 있어도 즐겁지만...
민석이 형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아프지가 않아...
나... 민석이 형을 좋아하나봐...
자신의 감정을 알게 된 수빈군...
이제 해피엔드일까요?
"이건... 뭐지?"
하지만...
사건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