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화 (20/28)

20. 

누가 건드리면 폭발할 것 같은 그런 아슬아슬한 상황이 계속되었다. 

심지어 누나들마저 나에게 말을 걸지 못하고 있다. 

세빈이도 요새 잠잠하고... 

무엇보다 짜증나는 건 민석이 형이 연락조차 안한다는 거다!!! 

그래, 세빈이랑 잘 먹고 잘 살아보셔~~~~ 

난 신경도 안 쓰니까... 

오늘은 토요일... 

일찍 마쳤으니 집에 가서 밀린 잠이나 푹 자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교문앞에 신우가 와 있었다. 

"빈아!!!" 

나를 보고 반갑게 손을 흔드는 신우... 

헐... 미안하지만 신우야... 너도 지금은 만나기 싫은 사람 중 하나란다... 

"여기까지 웬일이야?" 

"그냥 보고 싶어서... 근데 너 얼굴이 왜 그래?" 

"아, 이거? 그냥..." 

"쿡, 아직도 너희 큰누나가 너 괴롭히니?" 

"그...그게..." 

"저기, 나랑 점심 먹으러 가자.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음... 그래. 어차피 할 일도 없으니까..." 

신우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갔다. 

근데 이녀석 키가 언제 이렇게 큰 거야? 

거의 민석이 형 정도로 크잖아... 

앗, 아냐!!! 

정신차려, 한수빈!!! 

이제 그 인간은 생각하지도 마!!! 

"왜 그래, 빈아? 갑자기 고개를 젓고..." 

"암것두 아냐. 나 배고파, 빨리 가자." 

"그래, 뭐 먹고 싶어?" 

"웅... 돈까스!!!" 

"그래? 그럼 돈까스 먹으러 가자." 

"저... 저게 뭐야??? 왜 저녀석이 여기 온 거지??" 

"이런... 민석이 없지? 있으면 큰일나는데..." 

"휴우... 쟤 생각보다 적극적으로 나오는데?" 

"이러다가 정말 일이 잘못되면 어떡하지?" 

"설마..." 

"우리는 좀 더 두고봐야겠지..." 

"그래..." 

학생회실에서 쌍안경으로 수빈이를 훔쳐보는 일당들이다... 

(적당히 해라, 늬들이 스토커냐?) 

신우가 데려간 곳은 나도 잘 아는 곳이다... 

전에 민석이 형이 데리고 와준 돈까스 전문점... 

영화본 날 이후에도 형이 자주 데리고 와줬었는데... 

"암거나 다 시켜. 내가 다 사줄게." 

"응..." 

돈까스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전에는 정말 맛있게 먹었는데... 

오늘은 무슨 맛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걸... 

"밥도 먹었으니 이제 어디로 갈까?" 

"글쎄..." 

"음... 영화나 보러 갈까?" 

"!!!" 

"요새 재밌는 거 많이 하더라." 

"싫어!!!" 

"응?" 

"영화는 싫어!!!! 나 그냥 집에 갈래." 

"비, 빈아..." 

"집에... 갈래... 흑..." 

바보같이... 눈물이 나온다... 

그리고... 민석이 형이 보고싶다... 

형... 나 어떡해?? 

나 이상해졌어... 

형 얼굴 못보니까 미칠 것 같애... 

아무 말도 없이 나를 집까지 바래다준 신우... 

"들어가서 좀 쉬도록 해. 그럼 나중에 연락할게." 

"........마......." 

"응?" 

"연락하지 마...." 

"빈아..." 

"미안해, 신우야... 정말 미안해... 

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그래서.. 네 마음 받아들일 수 없어..." 

"빈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혹시... 좋아한다는 상대가 남자야?" 

"응..." 

"나한테는... 전혀 기회가 없니?" 

"미안해..." 

"그래... 괜찮아, 빈아... 

어차피 한 번 차인거 두 번 차인다고 뭐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첫번째보단 낫다. 

무작정 남자라서 싫다, 라는 것보다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안된다... 

그쪽이 더 낫네... 미련...없앨 수도 있겠어..." 

"미안해, 신우야... 너... 정말 좋은 친군데... 미안해..." 

"됐어. 난 빈이가 행복하면 좋겠어. 빈이의 행복이 내 행복이니까..." 

"흑, 미안해..." 

"괜찮아. 아, 나 가볼게. 

혹시라도 그 사람이 너 힘들게 하면 말해. 내가 가서 패줄게." 

"응... 고마워..." 

"그럼 나 갈게. 안녕, 빈아..." 

미안해, 미안해, 신우야... 

그치만 난... 민석이 형을 좋아하나봐... 

널 좋아하는 거랑 달라.... 

너랑 있어도 즐겁지만... 

민석이 형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아프지가 않아... 

나... 민석이 형을 좋아하나봐... 

자신의 감정을 알게 된 수빈군... 

이제 해피엔드일까요? 

"이건... 뭐지?" 

하지만... 

사건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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