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화 (17/28)

17. 

교실에 오자마자 책상에 엎드려서 잠을 잤다. 

어젯밤에 잠도 못자고 했으니... 

그런데... 왜 잠이 안 오지? 

왜 아까 본 민석이 형과 세빈이 모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거냐구!!! 

에잇!!! 사라져라!!! 

혼자서 잡생각하는 사이에 아침조회가 시작되었다. 

"자, 오늘은 우리반에 전학생이 왔습니다. 

이름은 한세빈이고 경일 고등학교에서 왔습니다. 

모두들 잘 대해주도록..." 

"안녕하세요♡ 한세빈이라고 해요♡ 

잘 부탁드려요♡" 

세, 세빈이? 

세빈이가 우리 반으로 전학왔다고? 

"그럼 세빈이 자리가... 어디가 좋을까?" 

"저기요, 저기!! 저 수빈이랑 앉을래요♡" 

"오, 그래. 세빈이가 수빈이랑 사촌이지?" 

"네♡" 

"그럼 수빈이 옆에 앉... 저기 경수(수빈이 짝)야... 네가 자리를 다른데로 옮기는게..." 

"부탁해♡" 

"네, 네..." 

경수는 세빈이의 미소에 정신이 빠진 채 고개를 미친듯이 끄덕거렸다. 

그렇게 좋냐? 

적당히 해라, 비듬 떨어진다... 

"수빈앙~~♡ 너랑 앉으니까 넘 좋당, 그치?" 

"응..." 

"우리 초등학교 이후로 같은 학교 된 거 첨이당♡ 

너무 오래간만이야." 

"그렇네... 네가 기숙사 학교로 들어가는 바람에..." 

"응.^^ 근데 이제는 기숙사고 뭐고 다 필요없어. 

마이 달링♡이랑 같이 학창시절을 보낼 거양♡" 

"그... 달링이... 누군지 물어봐도... 돼?" 

"(후훗, 신경쓰이나 보군...) 아.직.은 비밀♡" 

"그래..." 

'작전 성공이야, 형, 누나들!!! 역시 세빈이의 연기는 완.벽.해♡ 

후훗, 달링♡ 기다려요!!! 수빈이만 엮어주고 바로 러브러브♡ 대쉬를 해줄게요♡' 

자아도취에 빠진 세빈이였다... 

그리고 같은 시간.... 

갑자기 오한이 든 이진후군이었다... 

(아시죠? 천재악필서기...) 

"저기저기 수빈앙♡ 점심도 먹었으니 학생회실로 가장♡" 

"학생회실? 거기는 왜?" 

"왜긴 왜야? 아까 민석이 형이 놀러 오랬어♡ 

글구 나 다빈이 누나랑 하빈이 누나랑 지나 누나랑 지노 형두 보구 싶단 말이야~~~" 

"그래, 같이 가자." 

"와아~~~ 땡큐♡" 

왜 하필 학생회실이람... 

지금 현재로서는 가장 가기 싫은 곳인데... 

휴우... 할 수 없지... 

하루라도 빨리 부딪히는 게 낫겠지... 

지노 형, 운진이 형... 수빈이도 형들을 응원해줄게요!!!! 

"안녕하세요?" 

"안녕? 우리 수빈이 오늘도 예..." 

말을 잇지 못하는 운진이 형... 

쳇, 그래요... 나도 지금 내 얼굴 상태 안다구요... 

그래도... 평소처럼 맞아주는구나... 

다행이다... 

"푸하하하핫~~~~ 너 얼굴이... 얼굴이 그게 뭐냐!!!! 

파하하하하핫~~~~" 

젠장.... 저 인간을 그냥... ㅡㅡ^ 

"수빈이 왔구나..." 

"응..." 

"나두 왔어, 지노 형♡" 

"어, 세빈이 너 정말 전학왔구나..." 

"당연하징♡ 마이 달링♡을 위해서 뭐든 못할까봐?" 

"그... 그러니..." 

속으로 진후의 명복을 비는 지노군이다... 

'미안하다, 진후야... 수빈이를 위해서 네 한몸 희생(?)해라...' 

오싹~~~ 

또 오한이 든 이진후군이었다... 

"앗, 민석이 형♡ 나 놀러왔어~~~~" 

"어, 세빈이 왔구나?" 

"응♡" 

"잘왔어. 재밌게 놀다 가." 

"응♡ 아 참, 나 수빈이랑 같은 반 됐당♡" 

"그러니?" 

나는 안중에도 없는 민석이 형... 

서운하다... 

꼭... 눈물이 날 것 같다... 

설마... 이거... 

질투하는 건 아니겠지... 

아냐아냐!!! 

평소 나한테 잘해주던 민석이 형이 나한테 무관심해져서... 

그래서 좀 서운한 것 뿐이야!!!! 

"저기... 나 몸이 안 좋아서... 먼저 가볼게요..." 

"뭐? 몸이 안 좋아? 괜찮아? 그러고보니 안색이 안좋은데... 

안되겠다, 형이랑 같이 양호실로 가자." 

옛날같으면 민석이 형이 해줬을 말을 지노 형이 해준다... 

"괜찮아, 형..." 

"괜찮긴 뭐가 괜찮아!!! 

빨리 따라 와!!!" 

나를 끌고가는 지노 형... 

도착한 곳은 양호실이다... 

"양호 선생은 원래 양호실에 잘 안 붙어있어. 

그러니까 안심하고 자." 

"........" 

그게 열쇠를 몰래 딴 형이 할 대사야? 

그나저나 솜씨가 정말 귀신같다... 

이름표 뒤 옷핀으로 자물쇠를 따다니... 

존경스럽구려... 

"너희 선생님한테는 내가 말해줄게. 

좀 자다가 일어나면 조퇴하도록 해." 

"응, 고마워, 형..." 

"고맙긴... 그럼 푹 쉬어. 형은 먼저 갈게." 

"응...." 

머리에 떠오르는 상념과 눈앞에 떠오르는 모습들을 무시하고 잠에 빠져들었다... 

어제 잠을 못자서 그런지.... 금새 잠에 빠져든다... 

"야~~~ 짱이다... 이렇게 금방 반응이 나오다니..." 

"그런... 거야?" 

"그렇다니까? 민석이 형, 조금만 더 있으면 수빈이 입에서 형 좋아한단 말이 먼저 나올걸?" 

"그렇다면 좋겠지만..." 

"걱정하지 마. 이제 수빈이는 거의 90%정도 넘어 왔다고!!!" 

"그래, 이 작전이 최고지... 

옛날에 지나가 쓴 작전이기도 하지만..." 

"옛날에 지나가? 언제?" 

"우리 1학년때... 지나의 특명을 받은 유빈이가 지노랑 찰싹 달라붙어서 돌아다닌 적이 있거든? 

나 그 때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구. 

그 때 깨달았지... 내가 지노를 정말 사랑한다는 걸♡" 

"결국 또 사랑 타령이냐..." 

"당연하지♡" 

드르륵~~ 

"아, 지노야. 수빈이는 어때?" 

"일단 양호실에 좀 눕혔어." 

"그래? 양호 선생은?" 

"그 인간이 양호실에 붙어 있는 거 봤어?" 

"하긴..." 

"걱정 돼, 민석이 형?" 

"걱정되면 나중에 한 번 가봐. 잘 자고 있을 거야." 

"응." 

"자, 이제 마무리를 향해서 달려나가자!!! 화이팅!!!" 

"화이팅!!!" 

"참, 이 일 다 끝나면 내 차롄거 알지?" 

"알았어, 세빈아." 

이 남자들도 여자들 못지않게 사악하군요... 

소리 없이 양호실로 들어갔다. 

행여라도 수빈이가 깰까봐... 

커튼 뒤의 침대에서 수빈이가 새근새근 자고 있다. 

자는 모습도 너무 사랑스럽다. 

미안, 수빈아... 많이 힘들었니? 

조금만... 조금만 더 힘들게 할게... 

그렇지만... 네가 힘들면 나도 아파... 

네가... 2년전에 나한테서 도망친 이후... 

나 하루도 제대로 잔 날이 없었어... 

지금의 좋은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이렇게 다시 널 만나진 못했겠지... 

그러니까 수빈아... 

이젠 제발 도망가지 마... 

이제는 네 감정에 솔직해져 봐... 

그리고... 

날 사랑해줘... 

수빈이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다가 수빈이의 예쁜 입술에 내 입술을 조심스럽게 갖다 대었다. 

사랑해, 수빈아... 

수빈이가 깨지 않게 조용하게 양호실에서 나갔다. 

누군가가 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기분 좋아... 

마치... 엄마같아... 

옛날에 엄마가 나 잘때 자주 이랬는데... 

그리고 입술에서 느껴지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 

이게...뭐지...? 

생각은 더이상 이어지지 않고 나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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