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화 (15/28)

15. 

"친형... 친형이라..." 

"미치겠다, 정말..." 

"어쩔 수 없지, 뭐... 그래도 이정도로 친해진 게 또 어디야?" 

"친하기는 옛날부터 친했어. 

원래 수빈이가 친한 사람한테는 엄청 귀엽게 굴거든." 

"하긴 그래..." 

"이제 여기서 결론을 내자." 

"어떻게?" 

"OLDIES BUT GOODIES, 몰라?" 

"그게 무슨 뜻이야?" 

"이쯤되면 정석대로 해야지. 

고전에 맞게 질투 유발 대작전!!! 어때?" 

"질투?" 

"그래, 일부러라도 다른 여자든 남자든... 

암튼 아무하고나 붙어다니란 말이야. 그리고 수빈이 반응을 살펴보는거야." 

"그건 패스. 싫어." 

"왜?" 

"수빈이 맘 얻으려고 다른 사람을 갖고 놀 순 없어." 

"얼씨구, 정의의 기사 나셨네. 

걱정하지 마, 다 짜고 하는 거니까..." 

"짜고?" 

"세빈이 알아?" 

"유빈이 남동생?" 

"응. 이미 허락은 받았어." 

"그치만 세빈이는 수빈이 사촌인데..." 

"괜찮아." 

"세빈이는 허락 했으니까..." 

"정말 괜찮은 거야, 유빈아?" 

"응, 조건이 붙긴 했지만..." 

"조건? 무슨 조건?" 

"그게... 그 녀석 취향도 상당히 독특해서 말야..." 

"취향이 독특한데?" 

"전에 우리학교 축제에 왔다가... 진후 녀석에게 첫눈에 반해버리는 바람에..." 

".........정말 독특한 취향이구나..........." 

"좀... 그렇지?" 

"나중에 진후랑 엮어줄거야.^^ 

일단 너랑 수빈이가 잘 되면..." 

"근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야? 

이런 연극까지 해가면서 수빈이를 가져야 하는 거냐구." 

"내가 보기에는 말이야... 이미 수빈이는 너한테 한 80%정도 넘어왔어. 

다만 녀석이 아직 첫사랑도 못해본 녀석이라서... 

자기 감정을 자기도 모르고 있어. 

이게 사랑인지 뭔지도 모르고 있다구. 

그러니까 우리는 다만 계기를 만들어 주는 거야. 

수빈이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질 수 있게...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그래도..." 

"세상에... 천하의 전민석이 언제부터 이렇게 소심해진거야?" 

"원래 사랑에 빠지면 다 바보가 되게 되어있어" 

"그런 거야?" 

"그래. 저기 대표가 있잖아. 김운진." 

"하긴... 쟤 중학교 땐 안저랬지..." 

"뭐야? 왜 나를 잡고 늘어져?" 

"천하의 바람둥이 김운진이 한 사람한테... 그것도 남자한테 코가 꿰일줄 누가 알았겠어?" 

"무슨 소리야!!! 나랑 지노는 운.명.이라구!!! 운명이 정해준 상대!!!" 

"그래, 그래..." 

"민석이 너도 맘 편안하게 먹어. 

네 뒤에는 우리가 있다구.^^" 

"그래. 우리같이 든든한 지원군이 있는데 뭐가 그렇게 불안해?" 

"우리만 콱 믿으라구!!" 

"...고맙다, 다들..." 

"고맙긴, 다들 돕고 사는거지..." 

이들에게도 우정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흠... 민석이 형 학생회실에 있을라나? 

축제도 끝나고 나름대로 한가한 어느 날... 

언제나처럼 학생회실로 놀러가는(;;) 나였다. 

학생회실로 들어가려는데... 

"하지 마, 운진아... 누가 들어오면 어쩌려고..." 

"괜찮아, 학생회 임원들 중 모르는 사람이 어딨다고..." 

"그래도... 전처럼 수빈이가 들어오면 어쩌려고..." 

"괜찮아, 괜찮아." 

응? 운진이 형이랑 지노 형 목소린데... 

저게... 무슨 소리지? 

전에 내가 뭘 어쨌다고? 

학생회실 문고리를 살짝 돌려보니 잠겨있지는 않았다. 

문을 살짝 열고 빼꼼히 들여다 봤는데... 

!!!!!!!!!!!!!!!!!!!!!!!!!!!!!!!!!!!!!!!!!!!!! 

어, 어째서 운진이 형이랑 지노 형이 키스를 하고 있는 거지?????? 

풀썩 

다리에 힘이 풀려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밖에 누구야?" 

윽, 빨리 도망가야 되는데... 

일어설 수가 없었다... 

"수.... 빈아....." 

놀란 운진이 형과 지노 형... 

지노 형은 얼굴이 빨개졌다... 

"혀, 형..." 

"너... 설마... 본 거야?" 

"그, 그게?" 

"일단 들어와, 들어와서 얘기하자..." 

형들이 내게 해준 얘기는 조금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지노 형과 운진이 형은 1학년 때부터 사귀었다고 한다... 

운진이 형이 그렇게 자랑하던 애인이 지노 형이었다고... 

"다른... 사람들은 다 알아?" 

"응..." 

"저, 저기... 형... 나 이만 가볼게..." 

"수빈아..." 

"...그래라..." 

충격이었다... 

그... 지노 형과 운진이 형이... 

연인이라고? 

어떻게? 둘 다 남잔데... 

전에 누나가 감춰놨던 만화책들이 생각났다... 

그게... 현실에도 있는 거구나... 

그랬구나... 

그것도... 내 주변에서... 나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앞으로 지노 형과 운진이 형의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까... 

"얘기 좀 하자." 

"응..." 

누나들이 내 방으로 들어왔다. 

"얘기 들었어. 지노랑 운진이 사이... 알았다며?" 

"응..." 

"기분... 어떻니?" 

"모르겠어..." 

"...더럽니?" 

"응?" 

"지노랑 운진이가 더럽게 보여?" 

"아, 아냐!" 

"그렇다면 다행이고... 

누나들은 1학년 때부터 알고 있었거든." 

"그... 래?" 

"그래..." 

"이상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 남자랑 남자가 사귄다는 거..." 

"전혀... 이상한 게 아니야. 

그 둘은 정말 사랑하는 걸..." 

"그치만... 남자끼리..." 

"수빈아... 편견을 버려... 

걔네들은 단지 남자를 사랑하는 게 아니야... 단지 그 사람이 자신과 동성일 뿐이고... 

그런 걸 갖고 우리가 그들을 비난할 수 없는 거야..." 

"그 말이 맞아... 그렇게 치면 이 세상에 비난받지 않을 사람들이 어디 있어?" 

"우리가... 우리라도 걔들의 힘이 되어줘야지... 

우리까지 외면하면 걔네들이 얼마나 힘들겠어?" 

"수빈아... 지금 당장은 받아들이기 힘들어도... 

걔들을 이해해줘... 그리고 축복해줘... 그럼 걔들도 무척 좋아할거야..." 

"그만 쉬어, 우린 나갈게..." 

누나들이 나간 후 오랫동안 생각했다.... 

그래... 

내가... 우리가 힘이 되어줘야겠지... 

변한 건 아무것도 없는 거겠지... 

그냥 내가 아는 지노 형이랑 운진이 형 그대로인걸... 

내가 너무 좋아하는 형들... 

나도... 축복해줘야겠지... 

민석이 형 생각이 난다... 

형은 이제 날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형은 내게 정말 잘해주는걸... 

형은 정말 나에 대한 감정을... 다 정리한걸까? 

그리고... 

나는 형을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는 거지? 

모르겠어... 

아무것도 모르겠어... 

그냥... 민석이 형 생각만 하면.... 눈물만 나와.... 

가슴이 아픈걸... 

이런 감정은... 뭐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