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화 (13/28)

13. 

어느 화창한 일요일!!! 

5월이라 그런지 날씨가 너무 좋다. 

누나들은 축제 준비로 바쁘다며 학교로 갔다. 

나는 이름만 학생회 임원이기 때문에 굳이 학교에 갈 필요는 없었다. 

일단 정식 서기 진후 형이 있으니까... 

그래서 그런지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치만 좀 심심하군... 

주말이면 학생회 사람들을 만나서 늘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이렇게 혼자서 집에 있으려니까 쫌 쓸쓸하다... 

에라, 이렇게 된 거 그동안 못 본 만화책이나 보자!!!!! 

누나들방에는 만화책이 굉장히 많다. 

큰누나와 작은누나 공통 취미가 만화책 읽기기 때문이다. 

이미 누나들 방은 만화책으로 가득한 책장이 여러 개 있다. 

정말 대단하지... 

아마 용돈의 대부분을 만화책 사는 데 쓰고 있을걸... 

누나들 취향은 상당히 다양해서 순정만화외에 코믹만화, 스포츠 만화 등이 다양하게 있다. 

그리고 폭력물까지... 

성인물이 없는게 다행이군... 

웬만한 신간 만화책이 다 꽂혀 있었다. 

도대체 누나들은 고3이 무슨 만화책을 이렇게 많이 읽는지... 

축제준비도 그렇다... 

학생회 고3 형들과 누나들 모두 자신들의 처지(?)를 망각하고 축제에나 빠져 있다니... 

그러다가 대학 떨어지면 어쩌려고...ㅡㅡ;;; 

뭐, 내가 걱정할 문제는 아니지... 

이것저것 고르고 있는데 문득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분명히 책장에 빈 공간이 많이 남았는데 만화책을 2중으로 꽂아놓은 것이다. 

왜 이랬지? 

핫, 설마!!! 

야한 만화책을 몰래 감춰둔 거 아냐? 

이런다고 내가 못찾을 줄 알아? 

ㅋㅋㅋ... 

그 야한 만화책들 내가 감상해주지... 

뒷쪽에 숨겨진 만화책을 꺼내보니 역시 '19세미만 구독불가'라는 빨간 딱지가 붙어 있었다. 

캬하하~~~ 

누나들 딱걸렸어!!! 

근데 좀 이상하네... 

빨간 딱지 만환데 왜 표지에는 남자들밖에 없지? 

원래 이런 건 벗은 여자들이 나와야 되는 거 아냐? 

몇 권 꺼내서 대충 훑어 봤는데... 

//////////////// 

Oh my god!!!!! Jesus!!!! 

이, 이게 뭐시다냐? 

어, 어째서 남자들끼리 벗고 그 응응응을 하는 거지? 

우와아아아악~~~~~~~ 

한참동안 패닉상태에 빠져 있었다. 

누... 누나들 그렇게 안봤는데... 

어째서 저런 것들을... 

우리 나라것도 아니다... 

일본 말이 번역도 되지 않은 채 그대로 실려있는... 

ㅠ.ㅠ 

저... 저게 말로만 듣던... 

야오이 동인지란 말인가!!!!! 

누나들 취향이 어째서 저런 거지??? 

그 야시시한 책들을 원래상태대로 만들어 놓고 손에 잡히는 아무 만화책을 뽑아서 아랫층으로 내려갔다. 

(쌍둥이들과 수빈이의 방은 2층에 있습니다.) 

잠깐, 잠깐... 

일단 충격을 가라앉히고... 

그.러.나. 

내가 알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안 댓가는 처절했다... 

우와악~~~ 왜 계속 머리에 떠오르는 거야!!! 

사라져!! 사라지란 말이야!!! 

어째서 그런 야시시한 만화속에 내가 좋아하는 슬램덩크의 서태웅과 윤대협이 있는 건지... 

왜 둘이 벗고 그 응응응을 하는 건지... 

환상이 깨지고 있었다. 

근데 남자들은 어떻게 응응응을 하는 거지? 

남자랑 여자는 신체 구조가 틀릴텐데... 

같은 남자끼리 어떻게 하는 거지? 

쓸데없는 고민에 빠진 수빈이였다... 

한참 후에야 충격에서 벗어나서 갖고 온 만화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거실에 누워서 배를 깔고 만화책을 읽는 그 기분이란!!! 

말로 설명할 수 없지!!!^^ 

"누나 왔어!!" 

"응." 

헉스... 누나들... 

그 야시시한 책들을 읽던 누나들... 

차마 누나들 얼굴을 바라볼 수 없었다... 

"어? 쥬스가 다 떨어졌네? 

수빈아, 가서 오렌지 쥬스 좀 사와. 파인 쥬스랑 포도 쥬스도... 

어째서 집에 쥬스가 하나도 없냐?" 

아까 내가 충격 가라앉힌다고 다 마셔버렸기 때문이다...ㅡㅡ;;; 

"싫.어. 마시고 싶으면 누나가 사다 마셔." 

만화책을 마저 읽으며 누나에게 대꾸해줬다. 

퍼억!!!! 

"커헉!!! 누나! 이게 무슨 짓이야!!! 아파 죽겠잖아!!!" 

"시끄럿! 감히 누나한테 반항을 해? 더 맞을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허리를 그렇게 세게 밟아? 

아프잖아!!!" 

"아프라고 때렸다, 왜?" 

"우쒸... 남자는 허리가 생명이라구!!! 

이러다가 잘못되면 누나가 나 책임질거야??" 

"그래, 책임져줄게." 

"어떻게?" 

"누나가 책임지고 너 시.집.보내줄게." 

"미쳤어? 남자가 어떻게 시집을 가???" 

"못갈 건 또 어딨어? 걱정하지 마, 누나가 확실히 너 시집보내줄게." 

"........" 

뭐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농담이 아닐지도 모른다... 

누나들 방에 있던 그 금단의 서(?)들을 보면... 

그러고도 남을지도... 

"뭐해? 빨리 가서 쥬스나 사와!!!" 

"알았어..." 

힘없는 게 죄지... 

오늘은 너무 많은 충격이 있는 날이었다. 

일단 정신적인 충격(금단의 서(書)를 읽은 것)+ 육체적인 충격(허리 부상)+ 다시 정신적인 충격(시집...)= 

또 하나의 교훈... 

큰누나한테 개기면 본전도 못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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