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화 (10/28)

10. 

"자, 이제 가자." 

"응." 

"감사합니다, 초코 파르페와 에스프레소 8000원입니다." 

"운진이 이름으로 달아놓으세요." 

"네." 

"야, 전민석!!! 죽고 싶어? 빈곤한 알바생한테 빈대붙는 거냐?" 

"가자, 수빈아.^^" 

"응." 

"녹음기때메 열받긴 받았나보네?" 

"그러게나..." 

"근데 우리는 평소에도 돈을 안내잖아." 

"하긴, 그건 그래." 

"우씨... 내 알바비가 얼마한다고..." 

"너 같은 애가 안짤린게 용하다고 봐, 나는..." 

"동감이야." 

"이번에는 나두..." 

"너무한다, 늬들!!!" 

계속 앉아서 놀고있는 운진군이었다... 

"음... 그러니까 자리가..." 

허걱!!! 저 자리는... 

말로만 듣던 LOVE SEAT(철자가 이게 맞나...ㅡㅡ;;), 즉 연인석... 

"혀엉... 자리 여기 맞어?" 

"응, 그런데?" 

"여기 연인석이잖아..." 

"그래서?" 

"그래서라니? 주변에 전부 커플들인데 우리가 앉기 좀 그렇잖아..." 

"괜찮아, 뭐가 어때서 그래? 어차피 공짜푠데..." 

"그래도..." 

"그럼 그냥 나갈까?" 

"그건 싫어..." 

"그럼 그냥 앉자. 아, 앉아서 기다려. 내가 팝콘 사올게." 

"응, 아 형, 나 콜라도..." 

"알았어." 

형이 나가고 혼자 앉아있으려는데... 

좀 그렇다... 

커플들 사이에 앉아 있으려니... 

전부다 어깨를 두르고 손 잡고... 얼씨구? 저기는 아예 껴안았네? 

이 가운데에 남자 둘이 앉아있다니... 휴... 

형도 나도 여자랑 왔으면 좋았을텐데...(민석이는 그렇게 생각 안해...) 

나도 빨리 여자친구 만들어서 이런 데 와야지!!! 

두 주먹 불끈 쥐고 다짐하고 있는 내 눈에 들어온 저 사람들은... 

"지나 누나랑 유빈이 형???" 

"어머, 수빈이네? 영화보러 왔어?" 

"응..." 

"누구랑?" 

"아, 민석이 형이랑..." 

"민석이랑? 자리... 여기야?" 

"응..."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누나... 나도 쪽팔려... 

쪽팔림에 나는 지나 누나와 유빈이 형의 눈짓을 알아채지 못했다... 

'작전 성공이군...' 

'그래.^^' 

"그럼 우린 가볼게, 영화 재밌게 봐~~~" 

"응, 누나랑 형도..." 

누나랑 형이 설마 이상한 생각하는 거 아니겠지? 

근데 주위를 둘러보니 연인석에도 남남 혹은 여여가 앉아있다. 

음, 표 예매 잘못하면 연인석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하더니... 

그런 경운가 보네? 

우리야 공짜표지만... 

"자, 팝콘이랑 콜라." 

"응, 고마워. 참, 형! 나 지나 누나랑 유빈이 형 봤다?" 

"그래? 여기서?" 

"응. 별 희한한 우연도 다 있다, 그치? 

데이트하러 간 거는 알지만 이렇게 같은 극장에 올 줄이야..." 

"원래 걔들이 영화를 좋아해.(이 표를 걔들이 줬단다, 수빈아...)" 

"그래? 지나 누나는 이런 코믹 영화는 안 볼거 같은데..." 

"유지나가? 지나 이런거 엄청 좋아해." 

"그래? 근데 형들이랑 누나들 언제 만났어? 

친구된지 오래됐어?" 

"음... 남자애들은 입학하고 알았고(유지노랑 짱뜨다가 친해졌지.), 

여자애들은 1학년 2학기때 알았어.1학년 2학기때 남녀공학이 됐거든." 

"아, 맞다." 

"어쩌다보니까 전부 다 학생회 임원이 됐거든. 그래서 친해졌어." 

"그래? 그럼 형 요새는 쌈 안해?" 

"응, 손 씻었어." 

"다행이네... 형 다치는 거 나 싫어." 

"그래? 아, 영화 시작한다." 

영화는 무척 재밌었다. 

얼마만에 이렇게 웃고 즐기는지... 

두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민석이 버전---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 

내가 다치는 게 싫다는 거 무슨 뜻이야? 

수빈아, 형 조금은 기대해도 되는 거야? 

옆을 힐끔 쳐다보니 수빈이가 정신없이 웃고 있다. 

그렇게 재미있나? 

스크린을 쳐다봐도 집중이 되지 않는다. 

그냥 수빈이 얼굴보고 있는게 훨씬 더 좋은걸... 

얘들아, 고맙다... 

수빈이랑 잘되면 진짜 내가 크게 한 방 쏜다!!! 

"아~~~ 오랜만에 이렇게 웃어본 거 같애. 진짜 재밌더라. 형도 재밌었어?" 

"응, 재밌었어." 

"그치? 특히 그 장면이...." 

미안하지만 수빈아... 나 영화 내용 생각이 안난단다... 

네 얼굴 보기에도 바빴는걸... 

"조금 이르긴 하지만 저녁 먹을래?" 

"웅... 어쩌지?" 

"먹고 들어가, 형이 맛있는 거 사줄게." 

"그치만 점심도 얻어먹고 또 팝콘이랑 콜라도 형이 샀잖아..." 

"괜찮아. 방학때 모아둔 알바비가 조금 있어." 

"형도 알바했어?" 

"겨울 방학때..." 

---다시 수빈이 버전--- 

어쩌지? 

밥 먹고 싶긴 한데, 형한테 미안해서... 

내가 고민하고 있을 때 형의 등 뒤로 지나 누나와 유빈이 형이 걸어오고 있었다. 

"어머, 영화 재밌게 봤어?" 

"응, 누나도 재밌게 봤어?" 

"너무 재밌더라. 참, 우리 저녁먹으러 갈건데 같이 갈래?" 

"그렇게 하자, 맛있는 파스타 집 알거든. 그리로 가자." 

막무가내로 나와 민석이 형을 끌고가는 두 사람... 

정신이 없다[email protected]@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내 앞에는 수북한 스파게티가... 

내가 언제 이걸 시켰지??? 

"많이 먹어, 수빈아." 

"응, 많이 먹고 많이많이 클거야.^^" 

우~~~ 맛있다.... 

정말 먹을복이 터졌나보다... 

행복해... 

'수빈이가 더 크면 민석이는 좀 곤란하지 않을까?' 

'모르긴 몰라도 아마 그럴걸? 민석이 저 표정 좀 봐.' 

'야, 저러다가 살인날라...' 

'설마 수빈이 앞에서 발작할 리 없잖아?' 

'하긴...' 

"흠, 흠흠..." 

밥 먹다말고 헛기침하는 민석이 형... 

왜 저러지? 

유빈이 형이랑 지나 누나는 뭐가 좋아서 저렇게 웃지? 

뭐 재밌는 일 있나? 

스파게티를 다 먹고 민석이 형이 집까지 나를 바래다 주었다. 

형은 정말 친절하다니까...^^ 

"고마워, 형. 오늘 너무 재밌었어." 

"아냐, 나야말로 정말 즐거웠어. 

피곤할텐데 들어가서 좀 쉬어라. 낼 지각하지 말고..." 

"알았어. 형도 잘 들어가~~~" 

"그래, 내일 보자." 

"응." 

간단하게 씻고 침대에 풀썩 쓰러지듯 누웠다. 

오늘 정말 재밌는 하루였어... 

돈 하나도 안쓰고 하루를 이렇게 잘 보내다니... 

기분 너무너무 좋다.(아무래도 돈 한푼도 안 쓴게 가장 기분 좋은 듯...) 

학생회... 재밌을 것 같으니까 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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