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약속시간 10분 전...
나는 XX역을 향해서 달려갔다.
내가 아는 민석이 형은 언제나 약속시간보다 빨리 나왔으니까...
과연 민석이 형이 저기에 서 있었다.
형이 날 발견하곤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준다.
근데, 근데...
형 오늘 너무 멋지다...
세미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형을 지나가는 여자들이 힐끔힐끔 쳐다본다.
그에 비해 나는...
누나가 코디해 준 약간은 어린애 같은 스탈의 옷...
너무 어려 보이잖아...ㅡ.ㅜ
큰누나 미오... 같이 나란히 서면 얼마나 비교될까...
"일찍 왔네? 아직 십분이나 남았는데..."
"그러는 형은 언제 온 거야?"
"비.밀."
"에에에~~ 그런 게 어딨어??"
"여기. 그나저나 오늘 수빈이 너무 귀엽다. ^^"
"윽, 쪽팔려... 이거 누나가 골라준 옷이란 말이야."
"누나라고 하면 다빈이겠구나..."
"웅... 큰누나는 정말 나 쪽팔리게 하려고 별짓을 다해..."
"잘 어울리는데, 뭘. 너무 귀여워."
"형!!! 남자한테 귀엽다는 말은 욕이란 말이야!!!
거기다가 형은 이렇게 멋있게 차려 입고 왔는데...
형 옆에 내가 서면 얼마나 비교되겠어????"
"(혼잣말)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할걸?"
"응? 형 뭐라고 했어?"
"아무 것도 아냐. 영화 상영시간 아직 남았으니까 밥부터 먹으러 가자.
너 아침도 안 먹었지?"
"응~~^^ 근데 형이 어케 알았어?"
"그야 너 휴일에는 거의 오후 2시까지 자잖아.
그런 녀석이 12시도 되기 전에 일어나서 여기까지 온 거 보면 알 수 있지.
가자, 형이 맛있는 거 사줄게."
"어어~~ 영화도 보여주면서 밥까지 사주려고?"
"영화표는 공짜로 얻은 거야.(애들이 사준 거지.)
밥은 형이 당연히 사줘야 되는 거고..."
"정말? 그럼 형 나 돈까스 먹고 시포~~~~"
"그래, 형이 아는 돈까스 전문점으로 가자."
"응♡"
야아아~~~
정말이지 먹을 복이 터졌다^^
"흠... 눈치 못챘겠지?"
"눈치 못채게 해야지..."
"그럼 일단 찢어지자.
나랑 유빈이는 극장으로, 나머지는 커피숍으로...
카메라 다 챙겼지?"
"당빠쥐~~ 근데 왜 너희가 극장이야?"
"이 기회에 우리도 데이트 하는 거지♡"
"한유빈, 너 많이 망가졌구나..."
"자, 모두 건투를 빌며... 화이팅!!!!"
"화이팅!!!"
어딜 가나 빠지지 않는 학생회 6인방...
저러고 싶을 까요...
"맛있어?"
"응♡ 넘 맛있어~~~ 여기 자주자주 와야겠다♡"
"형이 자주자주 데리고 와줄게."
"정말? 고마워, 형~~~"
"고맙긴 뭘...^^"
민석이 형은 나한테 친절해서 너무 좋다.^^
"밥도 다 먹었지만...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네..."
"몇시 푠데?"
"3시."
"지금이 1시 조금 넘었으니까..."
"조금 돌아다닐래? 아니면...
아, 운진이가 알바하는 가게라도 갈래?"
"운진이형이 알바하는 가게? 거기가 어딘데?"
"커피숍인데 분위기가 꽤 괜찮아. 어때?"
"그래. 한 번 가보고 싶어."
"그럼 가자. 거기는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죽치고 앉아 있어도 괜찮아.
운진이 녀석 친척형이 하는 곳이거든."
"그럼 빨리 가. 여기서 멀어?"
"극장 근처니까 그리 멀진 않아."
형과 함께 거리로 나갔다.
지나가던 여자들은 여전히 형을 한번씩 다 쳐다본다.
내가 봐도 형은 멋있으니까...
그에 비하면 나는 아직 멋지지도 않고 키도 작으니까....
형은 이런 시선속에서도 당당하게 걷는구나...
나같으면 무지 쪽팔릴텐데...
근데 형 표정이 왜 저렇게 안 좋지?
---민석이 버전---
내 옆에서 쫄랑쫄랑 걷는 수빈이...
정말이지 귀여워서 미치겠다...ㅠ.ㅠ
그냥 아무데나 끌고가서 덮쳐버리고 싶지만...
일단 친밀도를 위해서 참아야 한다...
옛날처럼 도망가버리면 안되니까...
그나저나 기분이 좀 나빠진다.
지나가는 남자들이 수빈이를 한번씩 다 쳐다보고 가는 것이다.
새끼들이 보는 눈은 있어가지고...
울 수빈이가 귀여운 건 알아보는군...
그치만!!!
수빈이 쳐다보지 마!!!
수빈이 닳는단 말야!!!
나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는 수빈이...
넘 귀엽다... 코피날 것 같아...
"형, 기분이 안 좋아? 표정이 왜 그래?"
"별 거 아냐."
"근데 형은 아무렇지도 않아?"
"뭐가?"
"지나가는 여자들이 형 한번씩 다 쳐다보고 가는데...
이런 시선속에서 어떻게 그렇게 태연할 수 있어?"
할 말이 없다....
너는 너를 향한 남자들의 시선이 느껴지지 않냐?
정말이지 둔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수빈이다.
---다시 수빈이 버전---
내 말에 대답하지 않는 형...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이런 시선의 홍수속에서도 저렇게 태연하다니...
"다왔다, 저기 2층이야."
"응."
딸랑~~
문에 달린 작은 종이 흔들리며 예쁜 소리를 낸다.
"어서 오세..."
"나 왔다, 운진아."
"뭐하러 왔냐..."
"운진이 형, 안녕?"
"앗, 수빈이 안녕? 오늘도 넘 귀엽네♡"
"하... 하... 하... 고마워..."
"참, 지금 다른 애들도 있는데 혹시 약속하고 온 거야?"
"다른 애들? 누구?"
"(이 자식, 시침떼기는...) 지노랑 다빈이, 하빈이."
"뭐, 주말이면 늘 왔었잖아. 새삼스럽게..."
"하긴..."
"지나랑 유빈이는?"
"데뚜있대."
"그래."
"응. 아~~~ 나도 알바만 아니면 데이트하러 갈 건데..."
"에? 운진이 형, 애인 있어?"
"응.^^"
"누군데?"
"아직 수빈이한테는 비.밀.♡
그치만 무지~ 무지~ 귀엽고 사랑스러운 애야♡"
헤에... 운진이 형 애인 있구나...
하긴 저정도 얼굴에 애인이 없을 리가 없지...
근데 설마 우리 누나들 중 하나는 아니겠지???ㅡㅡ+++++
"따라와, 애들한테 데려다 줄게."
"아냐, 그냥 따로 앉을게."
"(오호라, 데이트라 이거지?)그래? 그럼 저 창가로 가서 앉아."
"그래."
애들이 녹음기를 설치한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