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화 (1/28)

..  1. 

나는 남자이다. 

염색체 XY의 달릴 거 다 달린 건장한 중학생인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같은 사내자식들이 이렇게 들러 붙는 것이냐!!!!! 

"이거 놔, 이 자식아!!!! 죽고 싶어!!!!!" 

"비. 빈아, 나 널 정말 사랑해!!!!" 

"시끄러, 이 또라이 새끼야!!!! 이거 놧!!!!" 

"빈아, 네가 날 안받아주면 콱 혀깨물고 죽어버릴 거야!!!!" 

"죽어, 이 자식아!!!!" 

"너무해, 빈아!!!" 

"그렇게 부르지 맛!!!!!" 

미친 놈들... 

같은 남자 상대로 이러고 싶을까... 

더더욱 비참한 것은 이런 생활이 하도 오래 지속되어서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그래, 그런 것이다... 

초등학교, 아니 유치원때부터 이렇게 사내자식들이 나에게 들러붙는 것이었다... 

큰누나 말로는 내가 색기를 뿌리고 돌아다닌다는데 그건 말도 안된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여자가 붙어야지, 왜 남자가 들러붙냔 말이다!!!! 

내 말에 사악한 큰누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젓곤 했지만... 

이해할 수 없다... 

나는 건장한 대한민국의 남자인데... 

어째서 같은 남자들이 내가 좋다고 달라붙는 거지? 

처음으로 저런 본격적이고 응큼한 고백을 받았던 때가 아마 중1때였을 것이다. 

(그 전에는 저렇게 적극적으로 대쉬하는 놈이 적었다.) 

"한수빈!!! 나 너 사랑한다!!!!" 

그 때 당시 우리 학교 짱이던 민석 선배가 그 상대였다. 

다른 애들은 무섭다면서 슬슬 피하던 선밴데, 나한테는 유난히 친절하게 대해줘서 꽤 친하게 지내던 선배였다. 

나는 형이 없기 때문에 형, 형 거리면서 잘 따랐었는데... 

그런 폭탄 선언(?)을 한 것이다. 

"혀, 형? 지금 무슨 소리야? 갑자기 웬 농담이냐구?" 

"농담 아냐. 나 널 진심으로 사랑한다." 

"점점... 난 남자야, 형도 남자고..." 

"그딴 건 상관없어." 

"난 상관있어." 

"왜? 설마 너 호모 포비아인 거야?" 

"그게 뭔데?" 

"모르면 말고... 그런데 뭐가 문젠데?" 

"같은 남자를 사랑한다는게 말이나 돼?" 

"돼." 

"어떻게?" 

"내 심장이 그렇게 말해, 너여야 한다고... 

너도 알다시피 나는 여태껏 많은 여자들을 사귀었어. 잔 적도 있지. 

그렇지만 너는 달라. 그런 여자들하고는... 

그냥 보고만 있어도 좋아." 

"스톱, 거기까지... 형, 나 오늘 형이 한 말 못들은 걸로 할래. 

그럼 형, 나 이만 간다. 당분간은 연락하지 맛!!!!!" 

그말만 하고 형을 놔두고 두다다다다 뛰어가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황당하다. 

내 생애 첫 고백을 이렇게 황당하게 받다니... 

가장 따르고 좋아하던 형이 내게 완.벽.한. 배.신.을 때린 거다... 

그 길로 집에 가서 이불 뒤집어쓰고 훌쩍훌쩍 울던 기억이 난다. 

하아... 그 이후로 형을 만난 적 없다... 

그게 중1 겨울방학때니까... 

정말로 형은 내게 연락조차 하지 않았고, 나도 굳이 먼저 연락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방학이 끝나고 곧 형은 졸업을 했고 그로써 완전히 연락이 끊어졌다. 

늘 내곁에 붙어있던 민석이 형이 떨어지자마자(;;;) 다른 녀석들이 나에게 대쉬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엄청난 숫자의 녀석들이... 

어떤 녀석의 말을 빌리자면 그동안은 민석이 형이 무서워서 내게 접근을 못했다나... 

차라리 형이 있을 때가 나았지... 

그렇게 중학 3년을 보내고 이제는 졸업할 때... 

그래, 이제는 괜찮아질거야... 

왜냐!!! 

바로 내가 갈 고등학교가 남.녀.공.학.이기 때문이지~~~^^ 

중학교는 남학교였기 때문에 이런 녀석들이 많은 걸거다... 

라는 생각에 고등학교는 남녀공학만으로 지원했다. 

그리고 당당하게 남녀공학에 합격했다. 

이제는 광명만이 남았다!!! 

남녀공학에서 설마 남자한테 찝적댈 남자는 없을 테고, 나도 반드시 예쁜 여자친구를 사귈 것이다. 

그... 학교가 우리 누나들과 같은 학교라는 것이 좀 거슬리긴 하지만... 

천사같은 작은 누나는 괜찮지만 마녀같은 큰누나는.... 

어떻게 저 둘이 쌍둥이라는 건지.... 

그렇지만 누나들도 고3이니 나한테 간섭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 그거다!!!! 

음하하하하하하하하~~~~~ 

앞으로 내게 남은건 밝고 아름다운 학교 생활뿐인 것이다. 

그.런.데. 

끝까지 나에게 고백하는 녀석들... 

징하다, 이 자식들아... 

졸업식날까지 이러고 싶냐.... 

제발 늬들도 여자친구 좀 만들어라!!!!!! 

같은 남자 뒷꽁무니나 쫓아다니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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