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화
녹스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황제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쪽, 쯥. 펠티온은 이내 한쪽 유두를 살살 핥고 빨기 시작했다. 아픔을 참은 것에 대한 상을 내리듯이. 녹스는 숨을 몰아 내쉬었고 유두를 빨릴 때마다 제 내벽이 더욱 조여들어 황제의 좆대를 빠는 것이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봐, 재능 있다니까.”
황제는 유두에서 입술을 떼어 내고 이내 골반을 쥐었다. 녹스는 두려움을 안고 황제의 목을 꽉 안았다. 황제가 그의 골반을 받쳐 쥐고 이내 허리를 세게 처박기 시작했다.
“흐아-! 아, 아앗-!”
머리가 새하얬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욕조의 물이 넘치도록 강하게 구멍 안을 쑤셔 대는 좆대가 제 모든 것을 꿰뚫어 버릴 것만 같았다. 녹스는 두려움이 일었다. 이러다가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게 될까 봐.
“아윽…!”
그리고 그 순간에 녹스의 몸이 뒤로 휙 넘어갔다. 펠티온이 그의 허리를 붙잡아 제게 당겼다. 바들바들 형편없이 떨리는 몸 아래, 물 위로 하얀 탁액이 흩어졌다. 황제는 그 꼴을 보고도 제 양껏 녹스의 안으로 제 좆대를 처박아 댔다.
철썩, 철썩, 젖은 살들끼리 부딪히고 물이 넘치는 소리가 들렸다. 콱, 하고 빠르게 쑤셔 대는 황제의 행동 탓에 이미 가 버린 녹스는 발발 떨며 이 행위가 끝나기만을 바랐다.
“후….”
“아아-!”
그리고 순간 안쪽 휘어지는 곳에 좆이 콰득 박히며 황제가 느른한 숨을 내뱉었다. 녹스가 비명 같은 신음을 내질렀다. 황제는 그의 안에 제 정을 다시 한번 싸지르고 만족스럽게 허리를 앞뒤로 흔들어 댔다. 예민한 내벽이 비벼지며 녹스의 몸이 경련하듯 떨렸다. 펠티온은 그런 그를 어여쁜 새끼 동물을 바라보듯 내려다보며 허리를 뒤로 뺐다.
“주인도 없는 자리에서 지나치게 예뻐해 주는 것도 실례지.”
“흐으, 하아….”
녹스의 눈은 반쯤 감겨 있었다. 피로가 이미 한계치까지 쌓여 있었는데 그 위로 더 쌓인 탓이다. 황제는 손등으로 녹스의 뺨을 가볍게 치며 정신을 차리라는 듯 말했다.
“오늘 할리드에게 돌아가면 내게 다시 다리를 벌렸다고 꼭 보고하고.”
녹스의 몸이 흠칫 떨렸다.
“자신의 노예가 어디에 다리를 벌리고 다녔는지는 주인이 당연히 알아야 할 권리니까.”
녹스는 감길 것 같은 눈을 억지로 뜨고 어렵게 고개를 끄덕였다. 떨리는 속눈썹이 안타까워 보일 만도 하건만 펠티온은 그의 괴로움을 보는 것이 즐겁기만 했다.
“폐하께 다시 한번 박아 달라 졸랐다. 이렇게 말이야.”
황제는 그렇게 말하며 젖은 녹스를 손수 안아 들고 물 밖으로 나왔다. 남은 기력까지 전부 빼 먹은 황제의 얼굴은 매끈했지만, 녹스의 눈 밑은 어둡다 못해 검었다.
황제는 욕실 밖으로 나와 이미 깨끗하게 깔린 시트 위에 녹스를 눕혔다. 녹스는 느리게 숨을 쉬고 있었다. 황제는 궁인이 내미는 천으로 자신의 몸을 닦으며 말했다.
“이건 진심 반 농담 반으로 하는 이야기인데.”
황제의 말에 녹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궁인 하나가 다가와 젖은 몸을 닦으라는 듯 천을 내밀었고 녹스는 그것을 순순히 받아 힘없는 손으로 물기를 닦아 냈다.
그리고 문득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어제 볼로 타이의 끈에 묶여 그 모양 그대로 붉게 까져 있는 상처가 보였다. 물에 들어갔을 때 알아챘어야 하는데 눈에 보인 지금에서야 따끔거리는 통증이 올라왔다. 녹스가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보고 있자 황제가 말했다.
“거기뿐 아니라 뺨도 붉지. 어제 몇 대를 때렸는지 기억이 안 나는군.”
계속해서 기절하는 바람에. 황제가 대수롭지 않은 투로 말했다. 그리고 본래 하던 말을 이어 갔다.
“만약 공작이 싫다면 내게 오는 방법도 있어. 난 그대가 제법 마음에 들었거든.”
황제는 농담하듯 말했다. 하지만 그것이 그의 말 그대로 절반은 농담이 아니라는 사실을 녹스는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는 황제를 바라보았다. 검고 어두운 눈빛, 분명 녹색이었어야 할 그 눈이 검게 빛나고 있었다.
“그래, 내게 올 생각은 없는 거군.”
그는 흥얼거리는 듯한 투였다.
“할리드는 그대를 증오하지만 난 널 증오까진 하지 않아. 그리고.”
그는 천으로 손수 녹스의 젖은 머리카락을 닦아 주며 말했다.
“어여쁜 고양이 취급 정도는 얼마든지 해 줄 수 있어.”
황제는 녹스의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닦으면서도 칼 같은 말을 뱉었다.
“어차피 살아 사랑받지 못할 인생이니 그 정도 애정에도 그대는 감사해야 할 터.”
그 말에 녹스가 천천히 말을 했다. 목이 다 쉬어 숨소리인 것만 같았다.
“…있습니다. 사랑받은 적.”
“언제?”
“좀 더 어릴 때….”
할리드가. 아직 저를 사랑할 때.
어린 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날에 자신은 분명 할리드에게 사랑받고 있었다. 녹스의 시선은 침잠한 채 떠오르지 않았고 황제는 그 말을 듣고 짧게 코웃음을 쳤다.
“그래, 그렇다니 다행인데.”
그리고 저주처럼 말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날이지.”
황제는 그가 어떤 때를 말하는지 아는 것 같았다. 할리드와는 형제와 다름없는 사이라더니 아무래도 모든 이야기의 전말을 전해 들은 것 같았다.
아, 그나마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마음을 나눌 수 있을 친구가 생겼었구나. 그리고 그 친구를 황제로 만들었으니 이제 그 애의 인생은 괴로워질 일이 전혀 없겠구나. 녹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펠티온의 말처럼 이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날이다. 녹스의 대답이 재미가 없었는지 황제는 콧방귀를 뀌었지만 축축하게 젖은 머리카락만은 말려 주었다. 말 그대로 어여쁜 고양이를 대하는 것처럼.
“저택에 돌아갈 수 있게 마차를 내어 주지.”
녹스의 머리칼을 전부 닦고 천을 내버린 황제가 옷시중을 받으며 말했다. 그리고 녹스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녹스는 느리게 눈을 깜빡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감사, 합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황제는 옷을 전부 갖춰 입은 후 다시 방을 나갔다. 잠시 방을 살피러 왔던 거였을까. 녹스는 그 답을 알 수 없었고 그다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는 이제 다시 빈방을 보며 천천히 일어섰다. 궁인 한 명이 테이블에 놓고 간 옷이 보였다.
고급스러운 시종의 옷과 목에 거는 볼로 타이. 녹스는 옷을 완벽하게 챙겨 입었다. 구김 하나 가지 않게 옷을 단정히 걸치고 반쯤 마른 머리를 넘겼다. 그리고 구두마저 신은 채 황제의 방을 나섰다.
황제의 침소에서 나오자 수많은 궁인의 시선이 제게 붙었다. 누군가가 수군거렸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잘 들리지 않았다. 녹스는 그저 허리를 꼿꼿이 편 채 앞으로 걸었다.
그의 모습에 궁인들은 계속해서 속삭여 댔다. 새로운 공작에게 다리를 벌려 살아남은 노예가 황제의 침소에마저 들었노라고. 녹스는 원하지도 않았던 그 짓거리를, 마치 그가 바랐다는 듯이.
* * *
녹스가 다시 저택으로 돌아왔을 때, 분위기는 어쩐지 살얼음판 같았다. 할리드는 녹스가 돌아온 걸 알자마자 그를 자신의 집무실로 불러들였다.
“부르셨습니까.”
녹스의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피로감이 쌓여 있었지만 고저 없는 음성은 차갑기 짝이 없었다. 할리드는 책상에 앉아 서류를 보다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녹스를 보자마자 미간을 강하게 구겼다.
그의 손에 들려 있던 서류가 꾸깃 구겨졌다. 녹스는 그 모습을 무미건조하게 바라보았다. 또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할 때쯤 할리드가 비아냥대듯 말했다.
“황제 폐하께서 잘해 주셨나 보지?”
할리드는 그렇게 말하며 시선을 서류로 내렸다. 하지만 행동만 그렇게 할 뿐 온 신경은 녹스에게 몰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다음 말이 그러했다.
“다시 다리를 벌릴 만큼.”
아, 녹스는 입술을 벌리려다 곧 입을 다물었다. 자신이 스스로 다리를 벌리지 않았다고 하여도, 무슨 변명을 하더라도 제 주인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자신은 스스로 다리를 벌린 자가 되었다. 녹스가 고개를 조금 떨구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할리드가 서류를 놓고 책상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녹스에게 다가가 그의 턱을 쥐고 억지로 잡아 올려 눈을 맞췄다. 턱 아래, 어젯밤 남긴 적 없는 자국이 그의 눈에 선명히 보였다.
“그랬냐고 묻잖아.”
검게 탄 눈동자가 할리드와 마주했다. 그 입술이 몇 번을 달싹이다 곧 답을 내었다.
“…예.”
할리드는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들었음에도 유쾌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이 잔뜩 구겨졌다.
할리드는 녹스의 멱살을 잡고 자신이 일하던 책상 위로 그를 거칠게 눕혔다. 윽, 짧은 신음이 흘렀지만 할리드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녹스는 책상을 짚고 일어나려 했으나 곧 앞머리를 잡아채 눌러 오는 손길에 뒤통수를 책상에 처박아야 했다.
할리드는 그대로 녹스의 하의만 풀어 내렸다. 그리고 속옷을 내리고 거침없이 밀부 안으로 손가락을 쑥 밀어 넣었다. 헉, 녹스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하지만 어젯밤부터 그리고 방금 전까지 사내의 것으로 쑤셔지던 구멍은 손가락을 무리 없이 집어삼켰다. 손가락의 모양대로 조여드는 내벽을 벌리며 할리드가 비웃듯 미소를 걸었다.
“그렇게 좋아하는 것을 주인 된 자로서 무시할 수 없지.”
“…….”
할리드는 비스듬한 미소를 지은 채 자신의 하의 앞섶을 풀어냈다. 그리고 이미 반쯤 힘을 받은 것을 꺼내 들었다. 손가락은 성의 없이 내벽을 문지르다 이내 빠져나갔고 그 위로 할리드의 성기가 비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