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나는 홀린 듯 패치노트의 말에 따라 공격을 감행했다. 그리고 단번에 나타난 결과에 헛웃음을 흘렸다. 어이가 없다. 이런 걸 그냥 뒀다고? 제작자들은 게임을 발로 만들었나? 내가 이 게임을 오픈과 동시에 시작했는데, 이런 건 처음 본다. 정말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전체/신규업데이트: 공개해서 고치라고 닦달해도 부족한데 아직 있는 거 보니까]
[전체/신규업데이트: 신화길마도 모르고 있을걸요]
[전체/나한테명령하지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이없다 진짜 이게 게임이냐]
[전체/신규업데이트: 걔가 얼마나 잘하는 유저인진 모르겠지만 만약 그쪽에서 먼저 버그 쓰거나 사기치면 이걸로 조져버리세요]
[전체/신규업데이트: 절대 반응 못해요ㅋㅋㅋㅋㅋㅋ]
[전체/나한테명령하지마: 좋은 거 하나 알아갑니다ㅎ..]
이스터가 백날 돈을 쏟아부어서 내게 엿을 날리려 해도 이보다 큰 빅 엿은 못 날린다. 안 그래도 이스터의 PVP 실력이 쓰레기라 압승일 텐데, 패치노트가 내게 날개까지 달아 주었다. 이러다가 지붕 뚫겠다. 믿기지 않는 버그에 폭소한 나는 내가 이 약점을 써먹을 수 있도록 이스터가 버그를 써 주길 빌었다. 아니면 물밑 작업을 확실하게 치든가. 내일 있을 데스매치가 기대됐다.
(5)
[자유게시판] [공지사항] 오후 8시에 관종 데스매치가 열립니다.
작성자: 베타
안녕하세요, 프리지아 유저 여러분?
점점 날이 추워지고 있는 와중에 따스한 하루 보내고 계실까요?
오늘 오후 8시, 알페 서버에서 관종 데스매치가 열릴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라고 공지사항인 척 써봤습니다^^;
어제 신화 길드의 길마님께서 데스매치로 끝장을 보자고 연락주셨어요
단체로 우르르 몰려와 놓고 쪽수 차이 나는데 컨으로 좆발리니까 많이 쫄리셨나봅니다ㅎ
누가 누구랑 데스매치를 하는지 많이 궁금하시죠? 수군수군 관종 데스매치래 수군수군이수근
그래서 지금부터 소개 들어갑니다
호오오오오오옹코너어어어어어!!!
컨트롤은 뉴비!! 가진 건 돈뿐!! 내가 바로 이 구역 플저씨다!!! 이이이이스으윽터어어어어!!!!
처어어어어어엉코너어어어어어어!!!!
진정한 닉값이 무엇인지 보여주마!!!! 덤벼라 개저씨!!! 나아아아한테명령하지마아아아아악!!!!!
무려 총체적 밸런스형 홀리 나이트 VS 관짝에 들어간지 오조오억년 광전사의 대결 되시겠습니다
이번에 피빞 업데이트가 되면서 관전 모드가 생겼는데요 관종이라는 이름의 관전을 최대 규모로 열 예정이니 많이 보러 와주세요ㅎ
머 그래봤자 100명이 한계드만ㅎ 패치 발로 하쥬??ㅎ;
폭주기관차 길드의 길드 마스터로서 저희 길드 마스코트인 나한테명령하지마님이 닉값의 힘을 보여주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347)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겜 하면서 이런 미1친 게시글은 처음 본닼ㅋㅋㅋㅋㅋㅋㅋ약 한사발 시원하게 들이킨듯ㅋㅋㅋㅋㅋㅋㅋ
- 홀나vs광전사면 무조건 홀나가 이기는데 이스터vs듣보라서 누가 이길지 모르겠네
└ 듣보라니 나한테명령하지마=곧죽을놈이잖음 전에 핔케하던 실력 생각하면 100퍼 곧죽을놈이 이김
└ 엥 저거 곧죽 부캐임?
└ 이 새1끼 뒷북 개쩌네 자게 정독좀
└ 홀나계의 수치 이스터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뛰뛰빵빵
- 이스터는 누구냐 나한테명령하지마는 저번에 자게 달군 놈이라 기억하는데 이스터는 첨들어보네
└ 신화 길드 길마인데 길마 자리 돈으로 샀다는 얘기가 있음
└ 어떤 스트리머가 공팟에서 쟤 만났다가 빡쳐서 결투신청함ㅋㅋㅋㅋㅋㅋ그거 말고도 많은데 니가 찾아봐라
└ 상냥할 거면 끝까지 상냥해줫
- 솔찌 신화 길드 유명한 거 이스터 때문 아니냐 사사게에 트롤로 박제된지 1354685억년;
└ 받고 8225523억년 추가한다
└ 도박하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경찰 아조시 여기에요! 국번 없이 1336!!
- 길드전도 지가 먼저 걸었으면서 피빞도 먼저 거넼ㅋㅋㅋ저러다 지면 개쪽일텐뎈ㅋㅋㅋㅋㅋㅋㅋ보인다 보여 닉변 섭이튀갘ㅋㅋㅋㅋㅋㅋ
- 알고 보니 신컨이지만 힘을 숨김 컨셉일수도
└ 힘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숨김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야 찐으로 이거면 대박이겠다 여태까지 했던 트롤짓은 연막이었다는 거 아냐
└ 그럴리없음 내가 일대일로 이스터랑 결장에서 만난적이 있는데 개허접임 홀나로 그렇게 하기도 힘듬
└ 나는 공팟에서 이스터 만난적 있는데 겜을 못하는 게 아니라 걍 이해 자체를 못하는 수준임ㅇㅇㅇ빼박 광전사가 이길 것
- 와 이거 관전 경쟁 쩔겠는데 보러갈 수 있으려나
***
게임에 접속하자 온갖 귓속말이 날아들었다. 자게를 보고 왔다나, 뭐라나. 이건 또 무슨 헛소리인가 싶어 전체 차단을 설정한 후 자게를 확인했다. 그리고 베타 누나가 올린 게시글을 확인한 순간 육성으로 뿜었다. 컨트롤은 뉴비, 가진 건 돈뿐인 플저씨라. 하나같이 맞는 말이라서 더 웃겼다.
[길드/주님한놈갑니다: 길드 마스코트 곧죽을놈님 오셨습니까?]
[길드/패치노트: 오셨어요?]
[길드/나한테명령하지마: ㅋㅋㅋㅋ환장하겠네]
[길드/나한테명령하지마: 저런 드립은 어디서 가져왔대요 처음부터 끝까지 드립밖에 없어ㅋㅋ]
[길드/베타: 데스매치를 불태우기 위한 나의 노력이 어때 ㅎ]
[길드/나한테명령하지마: 착한 노력 ㅇㅈ합니다]
본격적으로 데스매치에 들어가기 전 장비를 체크한 후 귓속말 차단을 풀었다.
[귓속말/나한테명령하지마>이스터: 방만들고 초대 ㄱ]
[귓속말/나한테명령하지마>이스터: 관전은 여시고]
이스터는 귓말에 답을 하는 대신 행동으로 잠수가 아님을 보여 주었다. 모니터에 뜬 결투 초대 메시지를 보자 쎄한 기분이 들었다. 원래라면 말이 짧다며 꼰대 짓을 보여 줘야 하는데, 어째 조용하다. 철들었나? 수락 버튼을 눌러 데스매치 방에 들어갔다. 선수가 모이는 순간 열린 관중석은 얼마 지나지 않아 만석이 되었다.
[외치기/아묻따: 묻지도따지지도않고들어왔습니다]
[외치기/닉넴뭐하지: 세기의 대결 뉴비급 컨트롤 홀나 vs 관짝 지박령 광전사]
[외치기/대학등록금: 요즘 누가 광전사를 하죠?요즘 누가 광전사를 하죠?요즘 누가 광전사를 하죠?요즘 누가 광전사를 하죠?요즘 누가 광전사를 하죠?요즘 누가 광전사를 하죠?]
[외치기/척추1700만원: 니가 광전사에 대해 몰 알아??!?!!!!]
[외치기/대학등록금: 뚝!! 울지 말고 말해봐]
[길드/주님한놈갑니다: 자게글 파급이 큰가봐요. 저 못 들어갈 뻔했어요.]
[길드/뚝배기장인: 전 못들어갔어요 ㅎ;]
[길드/패치노트: 저 중계 방송 켰는데 이걸로라도 보실래요?]
[길드/뚝배기장인: ㅠㅠㅠㅠㅠㅠ그저 빛....감사합니다ㅠ]
못 들어온 사람도 있었구나. 조금 아쉽다는 생각을 하며 준비 완료 버튼을 눌렀다. 이스터의 준비가 끝나는 순간 데스매치가 시작될 것이다. 조금 긴장된다. 땀이 찬 손바닥을 옷에 문지르고 있을 때 이스터의 준비가 끝나며 게임이 시작되었다. 나는 다급하게 키보드를 붙잡고 스킬을 사용했다. 첫 타가 들어가고 콤보를 이으려던 찰나, 이스터가 화려하게 무빙을 치며 역공을 가해 왔다.
[외치기/있었는데요: 뭐임 이스터 뉴비급 컨트롤이래매]
[외치기/밥심: 저게 뉴비면 여기 잇는 놈들 싹다 뉴빜ㅋㅋㅋㅋㅋㅋㅋ]
[외치기/없었습니다: 찾았다 내 영혼의 단짝]
당황스럽다. 이 아재가 무빙이라는 걸 아는 아재였던가? 방어 스킬을 사용하며 빈틈을 노리려 했으나 도무지 틈이 없었다. 어떻게든 카운터를 먹이고 흐름을 가져와야 하는데. 그나마 틈이라고 생각했던 곳에 카운터를 넣었으나 불발로 끝났다. 무려 카운터를 튕겨 낸 것이다. 다시 방어 자세로 돌아간 나는 초조함에 아랫입술을 잘근 씹었다.
[길드/베타: ????? 뭐임? 찐으로 신컨인데 힘을 숨김이었음?]
[길드/뚝배기장인: ** 저렇게 할 수 있었으면서 공대에 있을 땐 왜 그랫대?]
그러게나 말이다. 대놓고 들어오는 공격도 못 피해서 허우적거리던 인간이 맞나 싶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면 버그나 핵은 아니고…. 저건 그냥 컨트롤이 뛰어난 거다. 흠잡을 곳이 없을 정도로. 무엇보다도 컨트롤 깡패인 패치노트가 보여 주었던 것과 비슷하게 스킬을 운용하고 있었다.
영상이라도 보면서 공부라도 한 걸까? 아니면 그 짧은 사이 홀나 과외를 받았나? 그렇다고 치기엔 너무 급격한 변화인데. 반격할 수 있는 틈을 잡은 나는 다시금 카운터를 집어넣고 콤보를 이었다. 다행히 이번 카운터는 제대로 들어갔다. 한번 잡은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길드/패치노트: 뭐지 이상한데요]
[길드/패치노트: 스킬 쓰는 방법이랑 무빙이 딜탱님이랑 똑같은데?]
[길드/베타: 딜탱님이 누구에요?]
[길드/주님한놈갑니다: 홀나로 가끔 영상 올리는 분이요?]
[길드/패치노트: 네 딜도잘하는탱커님이요 저도 홀나 운용법 그분 영상보고 배웠거든요]
[길드/패치노트: 저 정도면 거의 본인급이네요]
무슨 말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채팅을 칠 여유가 없다. 쉼 없이 이어 나가던 콤보는 가장 딜이 잘 나오는 구간에 들어섰을 때 카운터를 맞고 튕겨 나갔다. 콤보를 튕겨 내는 건 어지간한 컨트롤로는 어려운 방법이었으나 이스터는 완벽하게 카운터를 넣었다. 타이밍이며 컨트롤이며 내가 알던 이스터가 아닌 것 같다.
[길드/패치노트: 곧죽님 제가 알려드린 거 쓰세요]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패치노트의 채팅이 올라왔다. 습관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방법을 쓴 건진 모르겠지만 네가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이걸로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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