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냐 내 최애를 죽인 게-29화 (29/88)

#29

처음에는 몰려다니며 반항하던 녀석들은 스펙 차이를 이기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나중에 가서는 마주치자마자 텔레포트를 타고 도망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걸 그냥 보내 줬냐 하면, 당연히 아니었다. 텔레포트가 끝나기 전에 거래 신청을 걸어 텔레포트를 취소시킨 후 두들겨 팼다. 거래를 거부해 놓은 놈은 결투 신청을 걸어 취소시켰다. 가끔 결투를 받는 녀석이 있었는데, 그런 애들은 친히 결투장에 들어가 죽여 줬다.

[길드/뚝배기장인: 우리 길드 비매너 길드라고 글 올라왔네욬ㅋㅋㅋㅋ매너도 없고 핵도 쓴다곸ㅋㅋㅋㅋㅋㅋ근데 핵유저에 곧죽님 올라옴ㅋㅋㅋㅋ님 대체 머햇어옄ㅋㅋㅋ]

[길드/베타: 선빵은 지들이 쳐놓곸ㅋㅋㅋ쫄리니까 말 바꾸는 것좀 봐;]

[길드/주님한놈갑니다: 역풍 가져올까요?]

[길드/뚝배기장인: ㅋㅋㅋㅋㅋ냅ㅂ둬도 역풍 불고있던데요?]

[길드/주님한놈갑니다: 저 전에 쟤들이 다굴 까는 거 영상 찍어뒀어요. 쟁 선포하자마자 몰려오는 것도.]

[길드/주님한놈갑니다: 근데 핵은 뭐에요? 곧죽님 핵 유저 아니잖아요.]

[길드/나한테명령하지마: 그거 말하자면 좀 긴데]

[길드/나한테명령하지마: 국어9등급인 새12끼가 먼저 경직 버그 썼어요 초창기에 있던 공용 스킬 버그 ㅇㅇ 베타 누나는 알 듯]

[길드/베타: 그게 아직 있어??? 버그 픽스 안 하냐 이 새ㅐ끼들 돈을 날로먹네?]

나는 자게에 들어가 게시글을 확인했다. 자신들은 정당하게 길드전을 걸었으나 내가 핵을 써서 야비한 행동을 일삼았다고 몰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나오면 나도 할 말이 많다 이거야. 두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며 게시글을 확인한 나는 처음으로 사사게에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아, 이거 어떻게 써야 잘 썼다는 소리가 나오려나.

***

[사건 사고 게시판] 길드전 핵

작성자: 나한테명령하지마

내가 핵을 썼다는 말이 돌길래 처음으로 사사게에 글 써봄

이런 데다 글 써본 적 없어서 좀 두서없음 양해 부탁

(버그플레이.mp4)

원래 영상이 이거보다 긴데 핵이라고 얘기 도는 부분만 잘라서 가져옴

신화 길드원 국어9등급이 먼저 버그를 사용함

2분 27초 부분 보면 맞지도 않았는데 경직 걸림 심지어 경직 시간도 스킬 경직에 비해 긴편

이 경직은 프리지아 초창기 때부터 있던 버그임

특정 키를 누르면 발생하는 경직 버그ㅇㅇ 오베부터 겜 한 유저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

3분 14초부터 나도 같이 경직 버그를 씀

몰라서 안 쓴 게 아니라 알면서도 안 쓰고 있었던 거였는데 저쪽에서 먼저 썼는데 당하고 있으란 말인지? 실력으로 쪼들리는 것도 아니고 버그 쓰는 놈한테 처맞고 있으라고? 겜창 쫀심이 있지;

안 그래도 강화하다가 끊겨서 똥 싸다 만 것 같아 기분 드러운데 선빵 처맞고 내가 왜 가만히 있어야 하는지? 이쓱터야 불만 있냐 불만 있으면 랩으로 해

(댓글 133)

***

아무 생각 없이 올린 글의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댓글은 관심 없어서 안 봤고, 길드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길드/뚝배기장인: 불만ㅋㅋㅋ있으면ㅋㅋㅋㅋㅋ랩으롴ㅋㅋ햌ㅋㅋㅋㅋㅋㅋ]

[길드/베타: 속이 아주 그냥 시ㅡㅡㅡㅡㅡㅡ원^^]

[길드/주님한놈갑니다: 공지 뜬 거 보셨습니까?]

[길드/주님한놈갑니다: 길드전도 패치에 들어가고 경직 버그도 없애겠다고 올라왔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고개를 끄덕이며 보기 드문 게임사의 발 빠른 대처를 칭찬하는 사이, 뜻밖의 인물에게서 귓속말이 날아왔다. 그 닉네임을 확인한 나는 귓구멍을 후벼 판 뒤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상대방에겐 보이지 않겠지만.

[귓속말/이스터>나한테명령하지마: 잠깐 얘기 좀 하자]

자연스러운 하대에 미간이 절로 찌푸려진다. 신화 길드에 있었을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이었다. 저보다 나이가 어리다는 별 꼴같잖은 이유로 하대하는 꼬락서니를 보니 이 양반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슬리게.”

예전 길드에 대한 정? 원래부터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복잡한 마음보다 거슬린다는 생각이 더 컸다. 길드전이 일어날 거라 미리 연락을 받긴 했으나 그 텀이 문제다. ‘조만간’이라는 단어가 ‘지금 바로’가 되지 않았던가.

심지어 우리 길드에서 먼저 길드전을 건 것도 아니고 저쪽에서 자신만만하게 싸움을 걸어왔는데 기분 안 나쁠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그래 놓고 밀리는 듯싶으니까 남몰래 귓속말을 건네온다?

“으, 아재 냄새 나.”

치졸하다, 치졸해.

(4)

나는 귓속말에 그 어떤 답도 하지 않은 채 설정 창을 열어 귓속말 차단 옵션을 켰다. 이것으로 내게 오는 귓속말은 모두 차단될 것이다. 종종 귓속말로 대화하던 이들이 떠올랐으나 어차피 같은 길드 내에 있으니 길드 채팅으로 사정을 얘기하면 이 정도는 이해해 주리라.

[길드/나한테명령하지마: 신화길드 길마한테 귓말 와서 전체 차단 걸었어요]

[길드/나한테명령하지마: 걔 성깔이면 다른 캐릭 파와서라도 귓보낼 놈이라]

[길드/베타: ㅋㅋㅋㅋㅋ거 찌질허네요^^;]

[길드/뚝배기장인: 나이 먹구 웨 그러나 몰으갯내요^^...]

[길드/베타: 그르게나 말입니다^^]

[길드/베타: 길드전 끝날 때까지 조사버리죵 두 번 다시 못 개기게^^]

그거 좋지. 안 그래도 저 멀리 신화 길드원이 보여서 죽이러 가려 했는데. 산뜻한 미소를 지으며 냅다 달려간 나는 홀로 떨어져 사냥하고 있던 신화 길드원을 두들겨 팼다. 채팅으로 무어라 지껄이는 게 보였으나 내 알 바는 아닌지라.

[길드/뚝배기장인: 근데 이스터 걔 곧죽님한테도 귓보냈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구질구질하네요 새벽 3시에 톡하는 전남친인 줄;]

[길드/베타: 나한테도 연락함ㅋㅋㅋㅋㅋㅋㅋㅋ씹으니까 X나 지랄하던데 그거 스샷도 다 찍어둠]

[길드/베타: 코딱지만한 길드로 자기네 길드를 이길 수 있을 거 같냐고 하더라]

[길드/베타: 그 큰 길드를 들고 조오옥밥 신생 길드한테 쳐12발려놓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주님한놈갑니다: 너무 그러지 마세요; 지능이 아메바랑 비슷한 수준인 건 그 사람 탓이 아니에요. 그저 세포 분열을 잘못했을 뿐입니다.]

[길드/뚝배기장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따 이스터가 잘못햇네;;; 그러게 누가 세포분열을 잘못하라고 했남? 알아서 잘 태어났어야지ㅎ;]

[길드/베타: 스스로 알아서 척척척을 모르다니.... 저희 학원에 다닐 아이큐는 아닌 거 같네요^^;]

그 양반이 그래도 길드 마스터라는 이유 하나 가지고 이득이란 이득은 다 봤을 것이다. 컨트롤이 받쳐 주지 않는데 메인 공대에 한자리 차지한 것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솔직히 그 실력으로 레이드를 가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게 어느 정도냐면, 컨트롤도 안 받쳐 주고 스킬 트리도 얼마나 X같이 찍은 건지 효율 좋다는 스킬들을 모두 삑 나가는 전설의 스킬 트리를 자랑했다. 그럼에도 그가 길드 마스터로서 온갖 이점을 가져간 이유는 첫째로 돈이 많아서였고, 둘째로 돈이 많아서였다. 셋째도 물론 돈이 많아서다. 굳이 다른 이유를 따지자면 나이 탓도 있다. 그는 컨셉이 아니라 찐아재였다.

[길드/베타: 아나 근데 얘 너가 차단했다고 나한테 귓 열ㄹ라 보내는데???]

[길드/베타: 주제엨ㅋㅋㅋ일대일 데스매치 뜨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베타: 근데 참가자가 곧죽이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뭔 자신감이지?]

[길드/나한테명령하지마: 돈으로 해결하려고 한다에 올인하겠습니다 그 인간 다른 건 몰라도 돈은 많잖아]

[길드/주님한놈갑니다: 어떻게 하실 거에요? 받을 거에요?]

한놈 님의 말에 타자를 두드리던 내 손이 멈췄다. 어떻게 할 거냐고? 당연한 걸 뭘 물어?

[길드/나한테명령하지마: 날짜 잡아요 이 구역 망나니의 힘을 보여드림]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양반이 아직까지 철이 안 들었다면 온라인상에서는 좀 맞아도 괜찮지 않겠는가? 어른이 어른다워야 어른 대접을 해 주지.

그럼에도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그냥 포기해야지, 뭐. 자고로 노답은 상대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이스터와 일대일로 대화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베타 누나에게 중재해 줄 수 있냐고 양해를 구했고, 그녀는 차라리 잘됐다며 흔쾌히 중간 다리 역할을 받아들였다.

[길드/베타: 내가 이렇게까지 해주는데 지면 안된다;]

[길드/베타: 그리고 다 빚인 거 알지?ㅎ 갚아야돼ㅎㅎ]

[길드/나한테명령하지마: ㅇ; 계산해둠;]

데스매치 날짜는 내일 오후 8시. 버그 및 핵 사용을 방지하기 위해 관전을 열 것이라 했다. 왜 오늘 바로 하는 게 아니냐 물으니 내가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주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딴 거 필요 없으니 당장 진행하자 하려던 나는 아직 무기를 제외한 다른 장비들의 강화가 남았다는 생각에 순순히 오케이를 날리고 귓속말 차단을 풀었다.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3강을 넘긴 순간부터 팡팡 터지는 강화에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서 이번 장비는 천천히 강화하려 했다. 확률이 거지인 건 둘째 치고 나는 강화 운이 안 따라 주는 타입이었다. 지금이라도 제물을 바쳐야 하나. 장비 창을 열어 제물로 쓸 만한 장비를 찾는데, 돌연 패치노트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귓속말/패치노트>나한테명령하지마: 제가 해봐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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