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냐 내 최애를 죽인 게-19화 (19/88)

#19

[헤일리: 이곳 디 톨레아에는 하늘을 나는 방주가 마을 주민들을 데려간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언제, 어떻게 데려가는 건지는 모릅니다. 그저 아침이 되면 사라진 이들을 찾아 헤맬 뿐.]

[헤일리: 방주가 데려간 주민들은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가족과 지인들은 매일같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들이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어요.]

[헤일리: 무사히 살아 있는지만이라도 알 수 있다면…. 부디 사라진 마을 주민들을 찾아 주세요.]

[메인 퀘스트 ‘사라진 주민들’]

[디 톨레아 지역 하늘 어딘가에 하늘을 나는 방주가 있다고 합니다. 아침이 되면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방주의 흔적을 찾으십시오.]

흔적을 찾기 위해서는 디 톨레아 지역의 필드로 나가야 한다. 그나마 PK 관련 패치가 진행되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더라면 꽤 고생했을 것 같다. 세상은 넓고 쓰레기는 많은 법이니, 재미 삼아 방해하겠다고 나대는 유저들이 있을 테니 말이다.

[귓속말/죽으러온놈>나한테명령하지마: 흔적 찾으셨나요?]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해 마을을 나서려던 나는 죽으러온놈의 귓속말에 잠시 움직이던 것을 멈췄다.

[귓속말/나한테명령하지마>죽으러온놈: 아뇨 이제 막 받았어요]

[귓속말/죽으러온놈>나한테명령하지마: 그럼 같이하실래요?]

[죽으러온놈 님이 나한테명령하지마 님에게 파티를 신청했습니다.]

얘도 아직 덜 했구나. 나는 거리낌 없이 파티를 받으며 죽으러온놈과 함께 퀘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죽으러온놈은 나와 파티를 맺자마자 2인승 탈것을 타고 내가 있는 곳으로 날아왔다.

[파티/죽으러온놈: 제가 운전할게요]

[파티/죽으러온놈: 저 흔적 위치 다 알아요]

[파티/나한테명령하지마: 공략 벌써 떴어요?]

[파티/죽으러온놈: 아뇨 본캐로 이미 다 끝냈어요]

벌써 퀘스트를 다 끝냈다고? 뭐 이런 겜창이 다 있지?

[파티/나한테명령하지마: 업뎃 오늘 나왔는데..?]

[파티/죽으러온놈: 스킵했어요]

같이 타기를 눌러 탈것에 오른 나는 죽으러온놈의 압도적 겜창력에 할 말을 잃었다. 이미 컨텐츠 즐길 거 다 즐겨서 할 짓이 없었구나. 심지어는 내 펫보다 속도가 빠른 녀석의 2인승 탈것의 속도에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프리지아에서 탈것의 속도를 올리려면 기본적으로 캐시를 깔고 들어가야 하는데, 속도를 보니 상당한 돈을 투자한 것 같다. 이 정도면 본캐 닉네임이 지갑전사인 거 아냐? 알아서 운전해 주는 죽으러온놈 덕분에 편안하게 퀘스트 아이템을 찾을 수 있었다. 찾아야 하는 흔적은 총 5개. 그사이 별일 없으면 참 좋을 텐데, 인생은 원래 생각하는 대로 흐르지 않는 법이었다.

(5)

[자유게시판] 킹리적 갓심으로 말하는데

작성자: 영용이

사사게에 죽으러온놈이랑 나한테명령하지마랑 같이 인성질했다고 올라온 거 있잖아 개트롤 쳐놓고 욕 먹었다고 징징하다 역풍 맞고 ㅇㅇ 요즘 보면 걔네 둘이 자주 다니는 거 같거든? 근데 이 죽으러온놈이 아무하고나 다니는 놈이 아니란 말이야?

죽으러온놈 = 원래 곧죽을놈 따라다니던 애 = 걔가 갑자기 딴 애를 따라다님 = 그건 결국 곧죽을놈의 부캐

그말인즉 곧죽을놈 = 나한테명령하지마

킹리적 갓심으로 말하는 건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댓글 113)

- 와 이거네;;;

- 죽으러온놈 바람난 거 아니었냐고

└ 바람ㅋㅋㅋㅋㅋㅋ누가보면 둘이 사귀는 줄 알겠다

└ 비슷한 거 맞지 않음? 죽놈이 곧죽 겁나 따라다녔자너ㅋㅋㅋㅋㅋ

- ㅅ12ㅂ 쟤가 곧죽이었냐 잡으러 간다

└ 야 너 투명이지?

└ 투명아 투명하냐?

- 나 곧죽을놈한테 죽었는데 이제 쟤 잡으러 가면 되냐

└ 쟤 무기 오지는 거 끼고 있는데 잡을 수 있음?

└ 뭐 끼고 있는데?

└ 발할라 15강

└ 형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와 아직까지 종결무기 아닌? 어디서 먹었대 그런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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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적을 얻기 위해 탈것에서 내리자 돌연 8인 파티로 보이는 유저들이 나와 죽으러온놈을 빙 둘러쌌다. 이건 또 뭔 상황이람?

[전체/투명: 오랜만이다?ㅎ]

“아… 거머리도 너보다 덜 질기겠다.”

내가 곧죽을놈인 건 어떻게 알았대. 죽으러온놈이랑 계속 같이 다녀서 그걸로 킹리적 갓심했냐? 설마하니 투명이 나타날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뭐라 답을 할까 고민했다. 1평으로 조져진 지 얼마나 지났다고, 재기하는 게 빠른걸.

심지어 길드원들까지 우르르 데리고 와서 말이야. 길드 이름은 홀리스터인데 하는 짓은 전혀 홀리하지 못하다. 이게 양아치지 어떻게 홀리냐. 연신 시비를 걸지 못해 안달인 투명을 향해 결국 채팅을 보냈다.

[전체/나한테명령하지마: ㄴㄱ?]

이럴 땐 모르는 척하는 게 최고지. 왜냐고? 그래야 저쪽이 빡돌아한다. ‘가아아암히 나를 모른 척해?!’ 하면서 말이다.

[전체/투명: 아 ㅅ;발아 모른척하기냐ㅋ]

[전체/투명: 너 곧죽을놈인 거 알고 왔으니까 모르는척 ㄴ]

“아, 역시.”

그럴 줄 알았다. 투명이 아무리 머리가 빈 놈이라 해도 아무 이유 없이 이럴 리는 없지.

[전체/나한테명령하지마: 투명해서 안 보이는데 누가 채팅을 치고 있나요?]

[전체/나한테명령하지마: 아차 존재감이 투명해서 투명이었구나!]

[전체/나한테명령하지마: ㅈㅅ 투명 제가 존재감이 투명한 투명 유저랑 겸상 투명 안해서; 투명]

[전체/투명: ㅋㅋㅋㅋㅋㅋㅋㅅ12ㅂ 말하는 싸1가지는 여전하구나?ㅋ]

[전체/나한테명령하지마: 니 컨트롤도 여전하십니까? 듀블가지고 광전한테 평타로 쳐발리는?]

한껏 지랄하는 투명의 채팅을 한눈으로 보고 흘리며 아무 말 않고 가만히 있는 죽으러온놈의 눈치를 봤다.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예상 못 해서 미리 양해를 못 구했는데. 이대로 괜찮으려나 모르겠다. 손끝을 매만지며 죽으러온놈의 눈치를 보고 있던 나는 돌연 튀어나온 녀석의 채팅에 고개를 기울였다.

[파티/죽으러온놈: 저 본캐로 재접할게요]

[죽으러온놈님이 파티에서 탈퇴하였습니다.]

“엥? 본캐? 여기서 갑자기?”

당황스러움에 멍하니 죽으러온놈이 사라진 자리만 바라보고 있던 나는 저 멀리서 작년 겨울에 한정으로 나왔던 ‘겨울 요정의 호박 마차’를 타고 날아오는 인물에 두 눈을 크게 떴다. 은색 눈꽃을 흩날리며 나타난 유저는 예전에 나를 버스 태워 줬던 유저였다. 베타 누나 왈, 스트리머라던 그 사람 말이다. 아니, 님이 왜 여기서 나와?

[전체/패치노트: 저거 죽여도 돼요?]

[전체/나한테명령하지마: 네?]

[전체/패치노트: 거슬려서;]

[전체/패치노트: 그냥 죽일게요]

거슬리면 죽이는 건가요?

[전체/패치노트: 너네 PK 활성화는 해뒀지?]

내가 무어라 채팅을 치기도 전에 패치노트가 먼저 움직였다. 패치노트의 캐릭터가 앞으로 나서더니 순식간에 스킬을 캐스팅해 투명에게로 날렸다. 화려한 이펙트가 터지며 투명의 피통이 순식간에 닳았다. 스턴 효과가 있는 스킬이었는지 투명의 캐릭터가 경직에 걸리며 주춤하는 사이, 상황 파악이 덜 된 투명이 넌 뭐냐며 채팅을 쳤다. 내가 쟤라면 어떻게든 튈 생각을 했을 텐데. 저 지능으로 어떻게 부길드 마스터가 됐는지 궁금하다.

이어서 연계 스킬을 캐스팅한 패치노트는 스킬 두 개로 투명을 그로기 상태로 만들었다. 듀얼 블레이드의 방어력이랑 피통이 쓰레기는 맞는데, 고작 스킬 두 개로 그로기 상태까지 몰고 가려면 대체 대미지가 얼마나 좋아야 하는 걸까. 아니, 얼마나 돈을 꼬라박아야 하는 걸까. 상상이 가지를 않는다.

[전체/패치노트: 퀘스트하는데 방해하는 건 어느 나라 매너에요?]

[전체/패치노트: 뒤1지고 싶으면 접싯물에 코 박고 뒤1지1지]

[전체/패치노트: 굳이 찾아와서 죽여달라고 고사를 지내네]

[전체/투명: 넌 뭐냐고;; 누가 니보고 **했냐 곧뒤질** 찾아 온건데 니가 왜 ***이야;;]

[전체/패치노트: 뭐 문제 있어요?]

[전체/투명: ㅋㅋㅋㅋㅋㅋㅋ미칭럼일세]

이번만큼은 투명의 손을 들어 주고 싶었다. 편을 들어 준 건 고맙지만 좀, 미친놈 같았다. 욕을 듣는 것 정도는 간지럽지도 않은지 패치노트의 캐릭터가 붉은 이펙트를 뽐내더니 또 다른 스킬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불현듯 방금 전에 봤던 패치노트의 채팅이 떠올랐다. 거슬리니까 죽여도 되냐는 채팅이. 그거 진심이었구나.

이펙트로 예상컨대 장비 하나하나가 15강 이상인 유저의 대미지를 일반 유저들이 버틸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심지어 쟤네, 힐러는 있어도 탱커는 없다. 폭딜로 밀어붙일 생각이었겠지. 나는 스킬 창을 매만지며 패치노트를 도와야 하나 고민했다. 혼자서도 충분히 정리하고도 남을 것 같은데, 내 일이니까 그래도 내가 끼는 게 나으려나.

[전체/나한테명령하지마: 도와드릴까요]

[전체/패치노트: 죄송해요 금방 정리할게요]

[전체/패치노트: 미리 흔적 먹고 계실래요? 3분이면 될 거 같은데]

[전체/나한테명령하지마: 아뇨... 님이 왜 죄송해요...]

투명이 불쌍해졌다. 라면도 아니고 3분 컷을 확신한 패치노트는 정말 3분 안에 8인 파티를 쓸어버렸다. 장비를 전부 시전 속도 증가에 올인한 건지, 일반 유저에 비해 빠른 시전 속도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가만 보면 쿨감도 어느 정도 바른 모양인데, 저게 진정한 현질러구나.

우르르 쏟아지는 스킬들은 화려하기 짝이 없어 하나의 불꽃놀이 같았다. 와아, 현실에서도 못 본 불꽃놀이를 인게임에서 다 보네. 처음 보는 양반이지만 꽤 마음에 들었다. 아니, 정확히는 저 양반이 누군지 알 거 같아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쟤랑 척지면 끝장나겠구나. 친하게 지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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