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냐 내 최애를 죽인 게-10화 (10/88)

#10

[파티/패치노트: 혹시 장비 지금 뭐뭐 필요하세요?]

[파티/나한테명령하지마: 저 이제 2차 했으니까]

[파티/나한테명령하지마: 천연 장비 먹으러 가야죠]

[파티/패치노트: 같이 가요]

[파티/나한테명령하지마: 그럴까요?]

신이 나서 내 레벨대의 장비가 나오는 던전으로 향한 나는 열심히 채팅을 치며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애썼다. 처음 보는 사람 도와주겠다고 이렇게까지 해 주는데 적어도 수다라도 떨면서 즐겁게 해 줘야지, 안 그러면 내가 너무 양아치 아닌가.

[파티/나한테명령하지마: 그때가 한창 트롤이 판칠 때였는데]

[파티/나한테명령하지마: 이벤 때문에 피빞에 개나소나 몰려와서]

[파티/나한테명령하지마: 피빞 위주로 돌리는 사람들 개빡쳐했었죠]

[파티/패치노트: 아 그거 기억나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패치노트: 저도 빡친 사람 중 하나였거든요]

[파티/나한테명령하지마: 와 님도요? 저도 그랬는뎈ㅋㅋㅋㅋㅋㅋ]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사냥과 채팅을 반복하는 사이 얻어야 하는 장비를 모두 모을 수 있었다. 평소 운이 없어 원하는 장비 하나 먹기 위해 수 시간을 써야 했던 과거를 떠올리니 마음이 든든해졌다. 이게 바로 패치노트의 버프인 건가.

[파티/나한테명령하지마: 풀셋 다 맞췄어요!]

[파티/패치노트: 축하드려요]

[파티/패치노트: 이제 뭐하실 거에요?]

[파티/나한테명령하지마: 잘 모르겠는데... 그냥 렙링하면서 님이랑 수다나 떨죠 뭐ㅋㅋ]

[파티/나한테명령하지마: 아 물론 님 시간 괜찮으시다면요]

[파티/패치노트: 저 시간 많아요]

[파티/패치노트: 더 할 수 있어요]

[파티/나한테명령하지마: ㅋㅋㅋㅋㅋㅋㅋ그럼 저야 감사하죠]

던전에 갈까 필드에 갈까 고민하던 나는 필드에서 사냥할 것을 권했고 패치노트는 그것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의 쩔을 받으며 열심히 채팅을 치고 있던 나는 갑자기 줄어드는 HP 바에 물음표를 띄우며 타격이 들어온 곳을 확인했다.

[전체/나한테명령하지마: 뭐임?]

[전체/ARIANA: 뭐]

[전체/나한테명령하지마: 지금 선빵친 거?]

[전체/ARIANA: 뭐]

[전체/ARIANA: 뭐]

[전체/ARIANA: 뭐]

“다음엔 그냥 던전이나 돌아야지, 원…. 별게 다 귀찮게 하네.”

갑자기 들어온 공격에 HP가 순식간에 반으로 줄어들었다. 채팅으로 어그로 끌더니 한 방에 훅 들어오네? 치솟는 혈압을 가라앉히며 키보드를 부여잡은 나는 다시 들어오는 공격을 피하며 영어 닉네임 새끼한테 달려들었다. 거리를 좁히고 난 이후부터는 완전히 내 판이었다.

내가 광전사만 5년을 한 사람이야. 고일 대로 고였다 이 말이지. 레벨과 장비가 부족해 틱당 들어가는 대미지는 쓰레기였으나 대신 컨트롤로 승부를 봤다. 적이 쏘는 공격은 무빙으로 모두 피한 뒤 짤짤이 같은 유효타를 지속적으로 넣어 영어 닉네임을 완전히 다운시킨 것이다.

[전체/나한테명령하지마: 컨트롤 발로 하죠? 선빵친 보람 없죠?]

[전체/ARIANA: 하 시12발ㅋㅋㅋㅋㅋㅋㅋ]

[전체/ARIANA: 이 새1ㄲㅣ 고엿네]

[전체/ARIANA: 너 뉴비 아니지?]

[전체/나한테명령하지마: 난 내가 뉴비라한 적 없는데?]

[전체/나한테명령하지마: 꼬우면 니도 부캐 키우세요^^]

마음 같아서는 오만 쌍욕 다 날리고 싶은데 근처에 파티원이 있으니 한 번만 봐준다. 현실에서 쌍엿을 날리고 패치노트가 있는 장소로 캐릭터를 이동시킨 나는 사냥하던 것을 멈추고 서 있는 그의 캐릭터에 멈칫했다.

[파티/나한테명령하지마: 쟤가 먼저 선빵 친 거에요...]

[파티/패치노트: 알아요]

[파티/패치노트: 도와드릴까 하다가...]

[파티/패치노트: 방해될 거 같아서 그냥 있었어요]

[파티/패치노트: 광전사 쓰기 힘들다던데 진짜 잘하시네요]

[파티/나한테명령하지마: 님덕분이죠]

패치노트가 버스 태워 주지 않았더라면 레벨 차이로 한 방에 나가떨어졌을 것이다.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마저 사냥을 계속했다. 이번에는 내 장비도 제대로 맞췄겠다, 패치노트와 약간 떨어진 구간에서 사냥을 하며 경험치를 먹었다. 패치노트가 사냥하면서 얻은 경험치 플러스 내가 사냥하면서 먹은 경험치까지 모두 합치니 그 양이 꽤 되었다.

[파티/패치노트: 나중에 피빞 함 가실래요?]

[파티/패치노트: 만렙 찍으시고]

[파티/나한테명령하지마: ㅋㅋㅋㅋ아 좋아요]

[파티/나한테명령하지마: 저 피빞 장인인디]

[파티/나한테명령하지마: 안 봐드립니다]

[파티/패치노트: 저도 안 봐드릴거에요ㅋㅋㅋ]

생각보다 잘 맞는 성격에 수다를 떠는 사이 70까지 레벨을 올린 나는 이만 컴퓨터를 끄기 위해 아이템 창을 정리했다. 잡템이란 잡템은 모두 주웠더니 아이템 창이 터지려고 한다. 어쩔 수 없지. 나중에 다 잡화점에 파는 수밖에.

[파티/나한테명령하지마: 저 이제 끄려는데]

[파티/나한테명령하지마: 친추해도 돼요?]

그렇게 오랜 시간 같이 게임했음에도 불구하고 패치노트와 나는 아직 친구도 무엇도 아니었다. 오로지 그의 호의로 이어진 관계였던지라 아쉬움이 남았던 나는 평소 잘 신청하지 않는 친구 추가를 보냈다.

[파티/패치노트: 저야 좋죠 다음에 또 같이 해요]

[패치노트 님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기분 좋은 알림을 확인하고 밝은 미소를 지으며 게임을 종료했다. 만렙까지 앞으로 30렙 남았으니 빨리 레벨을 올려서 패치노트와 함께 레이드를 뛰고 싶다. 이렇게 기분 좋게 게임을 끈 것은 오랜만인 것 같다.

***

[업데이트 노트] PK 옵션 및 장소 변경 안내

안녕하세요, 모험가 여러분.

모험가님들의 찬란한 여정을 응원하는 프리지아입니다.

최근 모험가님들께 PK(Player Kill)과 관련하여 다양한 문의가 들어왔습니다. 해당 문제와 관련하여 업데이트가 진행될 예정이니 안심하고 모험을 즐겨 주시길 바랍니다.

※PK 페널티 변경

-사망 시 경험치 감소율 변경 10% → 5%

-사망 시 아이템 드롭 추가

└ 아이템 드롭 확률 10%

-PK 시 악명 지수 추가

└ 킬당 증가하는 악명 지수 10

-악명 500 이상 획득 시 NPC 우호도 하락

└ 악명으로 인해 NPC와의 우호도가 하락했을 경우 다양한 스크립트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악명 지수가 높은 모험가 처치 시 명성 획득

└ 획득 명성 지수는 대상의 악명 지수에 따라 달라집니다.

-명성 500 이상 획득 시 NPC 우호도 증가

└ 명성으로 인해 NPC와의 우호도가 증가했을 경우 다양한 스크립트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PK 옵션 추가

PK를 즐기고 싶지 않으신 모험가 여러분들을 위한 옵션 또한 새롭게 생겨났습니다.

[게임 설정] > [플레이 옵션] > [PK 비활성화]

-[PK 비활성화] 설정 시 악명과 명성이 비활성화됩니다.

-해당 옵션은 투기장과는 별개의 옵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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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다음 날 아침, 부스스한 머리를 매만지며 침대에서 일어난 나는 곧바로 게임을 켰다. 어제 하다가 만 레벨 업을 할 때다. 비척비척 의자로 가며 제대로 떠지지 않는 눈을 비볐다. 눈꼽을 떼며 프리지아에 접속했는데, 로딩이 끝나고 등장한 건 곧죽을놈이었다. 습관이라는 게 참 무섭다니까.

“하아아아암…. 아 졸려….”

나는 길게 하품을 하며 나한테명령하지마가 들어 있는 다른 계정으로 다시 로그인했다. 친구 창을 확인한 뒤 패치노트가 접속해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던전에 들어갔다. 어제 덕분에 빠른 레벨링이 가능해서 편했는데, 새삼 혼자 돌려고 하니 심심해졌다.

멍한 눈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몬스터를 때려잡았다.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손길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아직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못해 멍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손가락은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아, 맞다. 베타 누나한테 귓말 해야 하는데.”

레벨링 한다고 까맣게 잊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연락하면 받아 주려나. 머리를 긁적이며 베타 누나한테 귓속말을 보냈다. 비접속 중이면 어떡하지? 언제 접속할 줄 알고 기다려.

[귓속말/나한테명령하지마>베타: 접속해있음?]

[귓속말/베타>나한테명령하지마: 뭐임 ㄴㄱ?]

[귓속말/나한테명령하지마>베타: 나 곧죽이요]

[귓속말/나한테명령하지마>베타: 부캐임]

단답에 가까운 채팅에 한동안 답이 없던 베타 누나는 이윽고 자음으로 도배된 채팅을 보내왔다.

[귓속말/베타>나한테명령하지마: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닉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귓속말/베타>나한테명령하지마: 처도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귓속말/베타>나한테명령하지마: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너뭌ㅋㅋㅋ웃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귓속말/나한테명령하지마>베타: 이제 그만 웃으시고;]

[귓속말/나한테명령하지마>베타: 친추넣겟음]

[귓속말/베타>나한테명령하지마: ㅇㅋㄷㅋㅇ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베타 님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단박에 친추를 받은 누나는 그동안 뭘 했길래 이렇게 연락이 늦었냐며 물어 왔다. 나? 빡세게 레벨링 돌리느라 바빴지. 내 대답에 누나는 내 프로필을 확인했는지 언제 이렇게 레벨을 올렸냐며 호들갑을 떨었다.

[귓속말/나한테명령하지마>베타: 엄청난 리무진이 있었음ㅇㅇㅇ]

[귓속말/베타>나한테명령하지마: ㄹㅇ??누군데??]

[귓속말/나한테명령하지마>베타: 패치노트라는 분인데 사람 참 좋더라]

[귓속말/베타>나한테명령하지마: ㅍㅐ치노트????]

[귓속말/베타>나한테명령하지마: 어 그거 내가 어제 할거없으면 보라고 링크 준 스트리머잖아]

“예?”

뭐라고요? 그 게임 잘하던 스트리머가 패치노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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