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조리 벗은 볼품없는 몸을 감추고 싶어 손가락에 잡히는 이불을 끌어 올렸다. 긴장으로 흥건하게 배어 나온 손바닥의 땀이 이불을 적셨다. 온몸에 닿는 공기가 너무나 어색해 몸 둘 바를 몰랐다. 등에 닿은 침대 시트가 펄펄 끓어오른 몸 때문인지 서늘하게만 느껴졌다.
새카만 방 안은 창문조차 커튼에 가려 달빛 하나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느낄 수 있는 건 몸과 마음이 원하고 있는 그를 향한 정욕뿐이었다.
그의 입술이 내 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놨다. 긴장과 흥분으로 멍해진 나를 이리저리 움직여 옷을 벗겨 낸 그가 자신도 옷을 벗으며 말했다.
“떨고 있어.”
몸을 가리느라 이불을 붙잡고 있는 내 손을 그가 치워 내고 이불을 내렸다. 몸을 훤히 내보이는 것이 부끄러워 손아귀에 힘을 줘 봤지만 그 앞에서는 어림도 없었다. 쉽게 빼앗긴 이불에 내 몸은 그에게 온전히 노출됐다. 생각보다 더 큰 부끄러움이 일었다.
뜨거운 내 몸은 차갑지 않은 공기에도 바들바들 떨렸다. 위로하듯 그가 손을 내려 내 떨림을 어루만졌다. 쇄골에서 시작된 움직임은 가슴을 지나 옆구리로 향했다. 마치 부드러운 진동을 느끼는 것처럼 느릿느릿 그러나 강하게 움켜잡았다.
너무도 긴장한 나는 떠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 시야가 무서워 아예 눈을 꾹 감고 앞으로의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았지만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와 함께할 섹스는 미지의 세계였다. 동성과 관계하는 방법도 모르면서 겁도 없이 원했다.
“지영우.”
“흐으…… 네.”
“네가 생각하는 섹스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내 몸을 어루만지는 손길을 멈추지 않은 채 그가 쇄골에 입술을 묻으며 말했다. 그가 말을 할수록 입김이 내려앉아 간질간질했다. 나는 그를 잡지도 안지도 못하고 손바닥으로 침대 매트리스를 부여잡았다. 그마저도 잘 잡히지 않아 긁듯이 손을 세웠다.
“오늘 하는 섹스는 마냥 좋진 않을 거야.”
“흐읏.”
쇄골 부근을 잘근잘근 씹으며 그가 경고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귀담아들었다. 그가 더 세게 깨물자 약한 신음이 섞인 비명이 흘렀다.
“아파?”
“……네. 아파요.”
“네가 원하는 섹스는 이것보다 더 아플 텐데 괜찮겠어?”
걱정의 뜻이 담긴 말이었으나 그의 말투는 염려스러움이 묻어나지 않았다. 꼭 각오하라는 듯 다그치는 말투였다.
“흐으…… 괜찮아요. 아프게 해 달라고 말했잖아요. 원래 처음엔 아프대요. 책에서 봤어요. 여자들 얘기였지만…….”
나의 맹랑한 대답에 그가 작게 코웃음 치는 것이 들렸다.
“괜찮다는 것치고, 세우지도 못했잖아.”
“윽.”
긴장으로 축 늘어져 있던 내 성기를 그가 손으로 감싸 잡았다. 깜짝 놀라 벌어진 입에 그의 혀가 들어와 입천장을 쓸어 올렸다. 앓는 듯한 신음이 그의 목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말랑한 내 성기를 그가 주물주물 마음대로 주물렀다. 남의 손을 많이 타지 않은 여린 살은 그의 마구잡이인 손길에도 금세 자극을 받았다. 피가 몰리는 느낌에 다리에 힘이 들어가 나도 모르게 허벅지를 배배 꼬았다. 하지만 그의 강한 손힘에 닫힌 허벅지가 활짝 벌어졌다.
그를 부르고 싶었지만 막힌 입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정신을 빼놓으려고 작정한 듯 그의 키스는 거칠었다. 코로 숨을 쉬며 호흡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황홀한 감각을 호흡곤란으로 놓치고 싶지 않았다. 호흡에 집중을 하니 긴장이 풀리고 그가 주무르고 있는 내 성기가 빳빳해졌다.
그의 손이 위아래로 여린 살을 흔들며 숨어 있는 귀두를 끄집어냈다. 포경하지 않은 성기는 아이의 것처럼 뽀얬다. 붉은빛의 빛나는 여린 귀두가 엄지에 살살 문질러졌다. 집중하고 있던 호흡이 흐트러지고 몸이 활처럼 휘었다.
귀두 끝에서 맑고 투명한 액체가 스며 나왔다. 그 점성을 이용해 더 빠르게 문지르니 쾌감이 치솟았다. 나는 그의 키스를 벗어나려 했다. 하나의 쾌감이라도 벗어나고자 하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는 집요하게 내 입술을 물고 놔 주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허리를 활처럼 들어 올린 채 무릎을 세워 발만 동동 굴렀다.
그런 내 반항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그가 한쪽 다리를 들어 내 두 다리를 잡아 눌렀다. 눌린 다리는 발도 구르지 못하고 발끝만 오므리며 그가 주는 감각을 견디었다.
입술을 빨아들이는 젖은 소리가 점점 커지고, 내 귀두를 잡은 손의 움직임은 빨라졌다. 머리끝까지 오른 쾌감을 피하고 싶어 두 손으로 그의 어깨와 가슴팍을 밀어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돌처럼 단단한 그의 몸은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건 그저 그가 주는 흥분을 언제까지고 받아들이는 일뿐이었다. 귀두 끝으로 내 온몸의 감각이 쏠리고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소리를 내서 풀어내고 싶었지만 입이 막혀 할 수 없었다. 쾌감을 쏟아 낼 탈출구는 내 성기뿐이었다.
사정이 코앞이었다. 손에 잡히는 성기에서 사정의 기운을 느낀 그가 키스를 멈추더니 귀두를 문지르던 엄지를 떼고 기둥을 훑어 내렸다.
“흐앗, 응, 으응! 아아아, 아!”
해방된 입 안에서 신음이 마구 터졌다. 핏핏 쏘아 대는 정액이 그의 손등을 타고 내리고 내 배를 적셨다. 그를 밀어 내던 손은 어느새 늘어져 다시 매트리스를 부여잡고 있었다. 숨이 차올라 헥헥거리며 눈을 감았다. 그가 내 가슴을 쓸어내리며 진정시켰다.
“숨차면 언제든지 말해. 참지 말고.”
“……으응, 네에…….”
병약한 몸뚱이는 언제나 그를 걱정시켰다. 키스하는 도중에도 내 호흡을 긴밀히 살피는 걸 알고 있었다. 이번 첫 섹스에도 그럴 것이 분명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내 가슴이 어느 정도 가라앉자 그가 손끝으로 가슴 주위를 덧그렸다. 근육 없이 마른 가슴을 몇 번이고 배회하다가 움켜잡았다. 말랑한 피부가 그의 손에 구겨졌다. 유두까지 함께 구겨진지라 따끔하고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아프기 전에 기분 좋게 해 줄게.”
“네? 아, 아! 으응!”
마른 가슴에 축축한 혀가 닿았다. 내 몸은 열로 뜨거웠던지라 그의 입 안이 차갑게 느껴졌다. 차고 미끄러운 요상한 감촉이 가슴과 유두를 강하게 스쳤다. 혀끝이 뾰족한 것도 아닌데 날카로운 바늘이 콕콕콕 찌르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낯선 감각이 무서워 울음이 터졌다. 내 울음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계속해서 핥아 내렸다. 아까는 귀두, 지금은 가슴이었다. 하나하나 내 쾌감을 정복해 나가는 그가 미치도록 좋았다. 나는 그의 거침없는 정복에 몸을 내맡겼다. 그의 머리를 붙잡아 가슴을 더 내밀었다. 나의 적극적인 행동에 보답하듯 그는 내 유두를 입에 머금었다.
“하악!”
축축한 입 안에 갇힌 유두가 이에 깨물렸다. 날카로운 아픔에 눈물이 줄줄 흘렀다. 깨물린 유두를 얼얼할 정도로 빨아올리다 핥기를 반복하던 그는 통증이 잠잠해지면 다시 깨물어 나를 울게 만들었다. 유두가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흐읍, 이사니임. 아아! 피 나면 어떡해요. 상처 난 것 같아요. 으응!”
내 유두를 한참이고 빨던 그가 고개를 들었다. 한 손으로는 나머지 유두를 비틀어 꼬집으며 문지르는 중이었다. 걱정되는 마음에 그가 입을 뗀 가슴에 손을 가져가 만져 보았다. 퉁퉁 불은 유두가 느껴졌다. 조심스레 집어 보자 다행히 어디가 뜯기거나 하지 않았다. 내 행동이 우스운지 그가 흔치 않은 웃음을 입에 걸고 물었다.
“확인했어?”
“네…….”
내 대답이 끝나자마자 다시 그의 입술이 내려앉았다. 나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입을 벌렸다. 저택에 있는 사람들이 들을까 무서워 크게 소리 내지도 못했다. 미약한 신음만 끙끙거린 채 정작 큰 소리의 비명은 지르지 못하고 속으로 삼켰다.
그의 손이 다시 내 성기에 내려왔다. 나는 무서운 쾌감에 긴장이 되어 몸을 굳혔다. 그래도 아직까진 황홀하기만 했다. 잠깐씩 몸을 움츠리게 만드는 통증이 있었으나 쾌감을 동반한 것이었기에 괜찮았다.
“하아…… 아직까진 정말 좋아요. 으응, 섹스라는 거 흐읏! 좋은 것 같아요.”
내 성기를 다시 세우는 그의 손길을 느끼고 헐떡이며 말했다. 그는 대답 없이 가슴에서 입술을 떼고 내 양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두 무릎을 잡아 세우고 양쪽으로 밀자 다리 사이가 활짝 벌어졌다. 허벅지 안쪽 근육이 뻐근했지만 참을 만했다.
“네가 하고 싶은 섹스, 아직 시작도 안 했어.”
그가 바디 오일을 손에 더는 것이 보였다. 어두움 속에서도 그의 손바닥이 빛났다. 그의 앞에서 아무것도 입지 않은 몸으로 다리가 활짝 벌려진 민망한 모습이었다. 저것의 쓰임새도 알지 못하면서 왠지 모를 기대감이 덮쳐 왔다.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지영우.”
그가 내 이름을 부르며 손에 덜어 낸 오일을 내 성기 아래 회음부에 바르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항문이었다. 예상치 못한 부위가 만져지자 당황한 마음이 들어 다리를 오므려 보았지만 그가 다리 사이에 있었기에 그럴 수 없었다.
“이, 이사님! 거기는.”
“나랑 섹스하고 싶다며.”
“그…그렇긴 한데, 하응!”
알몸을 보였을 때보다 더 큰 부끄러움이 일었다. 오일이 발린 그의 손바닥은 내 항문을 덮어 문질렀고 손가락은 촘촘히 접힌 주름을 하나하나 펴듯이 매만졌다. 나는 숨을 들이켜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와 섹스를 하는데 왜 더러운 항문이 만져져야 하는지, 또 왜 짜릿한 쾌감이 드는지 혼란스러웠다.
“그곳은, 흐으…… 제발 안 하시면…… 으응!”
수치스러운 부위가 매만져지자 나는 끙끙거리며 부탁했다. 기분이 좋은 것과는 별개로 만져지고 싶지 않은 부위였다. 내 애절한 부탁에도 그는 내 항문을 만지고 누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검지를 미끄러트리듯이 집어넣으려 했다.
“이…이사님!”
다급하게 그를 부르며 손을 아래로 내렸지만 뻑뻑한 이물감을 피할 순 없었다.
“김재형한테 이것까진 안 배웠나 봐?”
선생님과의 수업은 네 번뿐이었다. 그 짧은 수업 중에서 남자와 섹스하는 법을 배우지는 못했다. 잡지책에서도 여자와의 관계는 나왔어도 남자와의 관계는 없었다. 그리고 지금 나의 선생님은 그였다.
“으응, 네…… 이사님이 알려 주세요.”
“……후.”
깊은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눈을 뜨고 내 항문을 휘젓는 그를 바라보았다. 항문을 파고드는 그의 손가락이 버거워 자꾸 몸에 힘이 들어갔다.
“조금이라도 덜 아프고 싶으면 힘 빼.”
오일을 조금 더 항문에 덜어 낸 그가 주름을 간질이듯이 꾹꾹 눌러 댔다. 덕분에 내 신음이 다시 터졌다. 그는 내 얼굴을 살피며 손가락을 깊숙이 집어넣었다. 나도 모르게 삼키듯이 그의 손가락을 항문으로 조여 댔다. 뻑뻑한 거부감이 있었지만 아픈 정도는 아니었다. 그도 그걸 아는지 중지로도 주름을 긁어 대며 항문 안으로 집어넣었다.
“으으…….”
“기분 나빠도 참아. 손가락 두 개로는 어림도 없으니까.”
단호한 그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수치감에 눈물이 났다. 왜 하필 이곳을 괴롭히는지 아직 머리로 납득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지영우.”
“네에…….”
그가 두 손가락을 항문 안에서 벌리는 것이 느껴졌다. 벌어지는 느낌이 생경하게 느껴져 무서웠다.
“남자들끼리의 섹스는 이곳에 성기를 집어넣고 하는 거야.”
“네?”
“내가 네 안으로 들어가는 거라고.”
“아…….”
바보 같은 깨달음이었다. 나는 눈을 멍하게 뜨고 내벽을 늘리는 그의 손길을 느꼈다. 무언가 들어가 본 적이 없는 구멍이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내 안에 그가 들어온다는 생각만으로도 쾌감이 일어 아래가 젖는 기분이었다.
“무슨 생각하길래 이렇게 힘이 들어가?”
“아, 아니…….”
“벌써부터 이러면 곤란하지, 힘 좀 빼 봐.”
꾸역꾸역 그의 약지가 들어오자 손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오일에 젖은 살 때문에 찌걱찌걱 마찰음이 생겼다. 내벽이 쓸리는 느낌이 거북해 눈을 감았다. 그의 손가락이 느껴질 정도로 안이 꽉 차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까진 아무런 느낌 없이 손가락이 왔다 갔다 하는 움직임에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었다. 조금 아프긴 했지만 참을 만하기도 했었다.
“이사님, 왜 이사님 거로 안 해 주시고 손으로만 하시는 거예요?”
내벽을 늘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그에게 물었다.
“내 거로도 할 거야. 그냥 하면 다치니까 기다려.”
작게 웃으며 그가 대답해 주었다. 배꼽 아래 홀쭉 들어간 배에 입을 맞추고 그가 손짓을 좀 더 빨리하며 움직였다. 빨라진 그의 동작에 내벽 깊숙한 곳까지 손끝이 닿는 것 같았다.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부위가 자극되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어딘가를 찾는 듯하는 손끝이 이곳저곳을 찔러 댔다.
아무 생각 없이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의 손끝이 스친 뱃가죽 쪽 내벽에 찌릿한 감각이 느껴졌다. 무릎이 살짝 떨릴 정도였다. 내 떨림을 알아챈 그가 손짓을 멈추더니 방금 찔린 내벽을 꾸욱 눌렀다.
“으읏!”
누가 내 성기를 잡아챈 느낌이었다. 혹시 그가 다시 내 성기를 쥐어 잡았나 하고 고개를 내려 아래를 보았지만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손가락을 넣은 채였고 나머지 한 손으론 내가 다리를 오므리지 못하도록 허벅지를 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성기는 아무도 만지지 않았음에도 발딱 서 있었다. 어안이 벙벙했다. 잠시 넋을 놓고 있는데 그가 다시 아까 그 내벽을 꾸욱 비볐다.
“흐윽!”
몸이 번쩍 튀어 올랐다. 이상한 느낌이었다. 그가 손끝으로 비비는 내벽 어딘가가 잘못된 것 같았다.
“지영우.”
“으읏, 네…….”
“섹스하자.”
그와 내가 벌일 짓은 이제 시작이었다. 항문에 박힌 손가락을 쑤욱 꺼낸 그가 바디 오일을 다시 손바닥에 짜더니 무릎을 꿇고 앉아 자신의 성기에 비볐다. 나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화들짝 놀랐다. 그의 성기를 아니, 다른 성인 남자의 성기를 본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나와는 전혀 다른 생김새와 크기에 겁이 날 정도였다.
얼어붙은 나를 눈치챘는지 그가 허리를 숙여 내게 키스했다. 나는 또 그의 키스에 머릿속이 멍해졌다. 지금부터 벌일 행위에 흥분이 고조됐다. 조금 전의 행위와 감각들은 모두 다 지금을 위한 전조일 뿐이었다. 나의 또 다른 세상을 만나기 전이었다. 그의 목덜미를 끌어안고 매달리듯이 입을 맞췄다.
내 다리 사이에 자릴 잡은 그가 허벅지로 자리를 넓혀 오는 것을 느끼고 활짝 다리를 벌려 주었다. 그를 받아 낼 준비가 됐다는 신호였다. 그가 풀어 준 항문에 단단한 것이 미끄러지듯이 닿았다. 주름을 긁어내듯이 깔짝깔짝 부딪치던 그의 성기가 입구를 꾸욱 하고 눌러 왔다. 주름이 벌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손가락과 비교할 수 없는 이물감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허억…… 읏.”
엄청난 통증이었다. 늘 병을 달고 산 나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고통이었다. 외부에서 전해지는 폭력과 같았다. 그럼에도 나는 그 고통을 뿌리칠 수 없었다. 얼마나 기다리고 기대한 것이었는데 통증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었다.
“읏…… 지영우, 힘 풀고…….”
“으읏…… 네에, 네.”
손에 잡히는 그의 등은 땀이 흥건했다. 나는 힘을 풀려 노력하며 호흡했다. 쌕쌕거리는 호흡을 유지하며 다리를 더욱 벌려 그를 받아들이려 했다. 고통으로 다리가 바들바들 떨렸지만 멈출 수 없었다. 그도 내 노력에 힘입어 허리를 깊이 묻고 성기를 끝까지 밀어 넣었다. 호흡을 하는데도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았다.
어느새 두 눈에서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그런 내 얼굴을 그가 혀로 핥아 내렸다. 하체가 쪼개지다 못해 찢어질 것 같았지만 아프다고 말하지 않았다. 아프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아프지 않았다. 이 정도는 아픔이 아니었다. 그가 내게 주는 선물이었다.
힘들어하는 나 때문에 성기를 파묻고 움직이지 않는 그가 나를 꼭 끌어안았다. 가슴과 가슴이 틈 없이 꽉 맞닿았다. 서로의 심장이 뛰는 것이 느껴질 만큼.
“이사님.”
“…….”
“저 지금 행복해요.”
그의 일부가 내 안에 들어와 있는 이 단순한 행위가 미치도록 행복했다. 거대한 크기의 성기가 내 항문을 벌려 꾸역꾸역 들어차 있는 이 야만적인 행위가 나를 기쁘게 만들었다. 하지 말아야 할 짓을 그와 벌였다는 것이 나를 흥분시켰다.
행복하다는 말을 들은 그는 내 양 뺨을 잡고 짧게 키스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허리를 뒤로 움직여 성기를 빼더니 곧장 들이박았다. 강한 충격에 입을 벌렸다. 쾌감이 아닌 아픔이었다. 하지만 이를 악물어 참고 그를 받아 냈다.
“으윽! ……아, 아!”
“후우…… 지영우.”
“읏, 이, 사님! 저 괜, 찮으니까……! 더, 더요!”
내 부탁에 그의 몸짓이 더 거칠어졌다. 쾅쾅 박아 대는 허리 짓에 몸이 인형처럼 흔들렸다. 고통으로 자꾸만 움츠러드는 항문을 벌리려 노력했다. 나에겐 이 아픔마저 쾌락이자 기쁨이었다. 불타오르는 것 같은 내벽도, 따끔거리다 못해 후벼 파이는 것 같은 고통도 나에겐 행복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그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받아 냈다. 그가 나를 엉망으로 만들어 주었으면 했다. 아무런 생각 할 수 없도록, 이대로 이렇게 울부짖고 싶었다.
힘없이 늘어진 몸을 축 늘어트리고 계속해서 그를 받아 냈다. 쓰라린 내벽은 화끈거렸다. 하지만 멈추지 않는 그의 성기가 어느 한 곳을 집요하게 찔러 대고 있었다.
숨이 차지 않도록 호흡을 정리하는데 집요하게 찔리는 내벽에서 뭉근한 기운이 미약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주인처럼 늘어져 있는 내 성기가 조금씩 힘을 받는 것이 느껴졌다.
지독한 아픔 속에서도 질기게 살아남은 쾌감이 피어올랐다. 그 쾌감이 꼭 나 자신 같아서 놓치고 싶지 않았다. 사라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남은 힘을 모조리 끌어모아 그의 목덜미를 끌어안고 다리로 허리를 감싸 안았다. 한 몸이 된 것처럼 밀착해서 매달렸다. 그가 주는 쾌감을 찾아 허리를 들썩였다. 끓는 비명이 새어 나오고 나는 절정을 맞이했다.
정신이 회까닥 뒤집히는 느낌을 받으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지독한 쾌감과 고통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젖은 두 눈 사이로 어둠에 익숙해진 시야에 그의 방 벽면에 걸린 소멸이 보였다. 눈을 깜박이며 눈물을 털어 내 그림을 마음속에 정확히 담았다.
아, 그랬다. 그를 사랑하는 나는 이기적이게도 그의 품 안에서 소멸하고 싶었다. 꼭 그러고 싶었다.
아직도 그의 몸짓에 내 몸이 미친 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모든 것을 주는 듯한 그의 움직임이 거칠었다. 헐떡이는 신음이 꼭 울음 같아서, 나보다 더 큰 아픔을 간직할 그가 애달파 꼭 끌어안았다.
그러자 내 안에, 그의 처절한 아픔이 쏟아지듯 정액이 뜨겁게 쏟아졌다. 불에 덴 것 같은 지독한 황홀경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이제, 나와 그는 돌이킬 수 없다. 내가 그렇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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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배가 아팠다. 정확히는 그에게 휘저어지는 내장이 아픈 것이었지만 고통을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내가 평소에 꾸준히 먹는 약 중엔 해열제와 진통제가 있어서 한 실장 몰래 훔쳐다가 먹었는데도 아픈 걸 보니 오늘 컨디션이 썩 좋지 않은 것 같았다. 날카로운 통증을 느끼며 정신없이 흔들리고 있는 상체를 다잡으려 했다. 팔꿈치로 디디고 있는 매트리스가 자꾸 아래로 푹푹 꺼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와의 거친 행위는 그날 밤 이후 계속되고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유지하던 선을 넘어서자 거리낄 것이 없었다. 나는 홀린 듯 매일 밤 그의 방에 찾아갔고, 그런 나를 그가 매일 밤 탐했다. 무겁게 내려앉은 저택의 분위기에서도 서로를 욕정하는 것 외에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없었다.
“읏, 흐응. 응, 으응.”
퍽퍽 쑤셔지고 있는 힘이 강해질수록 참고 있던 신음이 속절없이 입 안에서 나왔다. 열상을 입은 것처럼 성기가 빠르게 마찰되고 있는 항문이 쓰리고 아팠다. 뒤에서 계속해서 들이박자 결국 상체가 힘없이 무너졌다. 말없이 거친 숨만 내쉬며 움직이던 그가 내 골반을 손으로 감싸 안아 자세를 잡게끔 들어 올렸다.
종이처럼 흐느적거리는 몸이 그의 손길에 맥없이 이끌렸다. 엉덩이가 그의 중심에 난 터럭에 거세게 비벼졌다. 꾸욱 압박하듯이 찔러 오는 그의 성기가 내 미약한 쾌감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하악.”
그가 상체를 숙여 내 등을 가슴으로 꼭 끌어안았다. 더 심해지는 압박에 엉덩이만 높이 치든 난 손바닥에 잡히는 침대 시트를 엉망으로 구길 수밖에 없었다.
홧홧하니 따가운 항문과 엉망으로 찢기는 것 같은 내벽, 그 와중에도 솟아나는 쾌감이 나를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만들었다. 철썩철썩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빨라졌다. 더불어 내 신음 소리도 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하악, 응, 응! 아, 아아……! 아! 이, 이사, 님! 제, 제발!”
한계였다.
“아아아…아……. 으응…….”
사정하지 못하게 내 귀두를 움켜잡고 있던 그가 손에 힘을 풀자 곧바로 사정해 버렸다. 몸이 부르르 떨리며 내 머릿속을 부유하는 사정감을 느낄 새도 없이 다시 흔들렸다. 거의 늘어지다 못해 이러저리 팔랑거리는 몸이 그의 허리 짓에 맞춰 움직이다 어느 순간 멈추었다. 쓰라린 내벽 안에 뜨거운 기운이 울컥울컥 쏟아졌다.
배 속에 차오르는 뜨거움이 좋아 나도 모르게 그의 성기를 물고 있는 항문을 오물거렸다. 그가 낮은 신음을 흩뿌리며 내 목덜미를 핥아 내렸다. 단순한 혀 놀림에도 유두까지 바짝 서는 쾌감이 들어 간헐적으로 몸을 떨어대다 아예 침대에 엎드려 버렸다. 그를 품고 있는 엉덩이도 내려가자 그의 몸이 이불처럼 내 등을 덮어 왔다. 내가 힘들어할까 체중을 싣지 않았는지 등 뒤엔 그의 따듯한 온기만 내려앉았다.
“열이 있는데.”
내 목덜미에 키스를 하는 젖은 소리와 함께 걱정이 담긴 목소리가 들렸다.
“아…… 흥분해서 그런 거예요.”
실제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이었지만 그에게 걱정을 끼치기 싫은 나는 말을 둘러댔다. 거친 섹스와 강한 희열이 몸을 축내고 있었지만 내색하고 싶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계속해서 이어진 섹스에도 아직까지 앓아눕지 않은 걸 보면 그와의 행위가 몸을 상하게 만드는 것 같진 않지만 어쨌든 평소보다 무리하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네 안이 뜨거워.”
내 어깨를 아프지 않게 살짝 깨물며 그가 말했다. 아직까지 내 안에 그가 들어와 있었다. 그 충족감이 이루어 말할 수 없이 좋고도 행복했다. 엎드려 있어 그의 얼굴을 볼 수 없는 나는 손을 들어 올려 얼굴 근처에 있는 그의 팔뚝을 손끝으로 쓸어내렸다. 내 손길에 근육들이 섬세하게 움직이며 꿈틀거렸다.
“아, 빼지 마세요. 더 있어 주세요.”
그가 허리를 들어 성기를 빼내려 하자 허전함이 밀려온 나는 간절하게 부탁했다. 내벽이 쓰라리고 항문이 찢어질 듯 아파도 그와의 결합은 황홀하기만 해서 절대 빼고 싶지 않았다.
“아무래도 너, 아픈 것 같아.”
내 간절한 부탁에도 그는 허리를 들어 내 몸 안에서 빠져나갔다. 허전한 아래가 아쉬움에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도톰한 이불을 내게 덮어 준 그가 몸을 일으켜 앉더니 손을 이불 안으로 집어넣었다. 정확히는 내 하체를 향한 손이 허벅지를 더듬어 결합 부분을 찾아내 손가락을 집어넣은 것이다.
“읏!”
긁어내듯이 항문을 휘젓는 그의 손가락이 느껴졌다. 정액을 빼는 행동이었다. 아직도 엎드려 있기에 그의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그는 내가 부끄러운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간단하게 해 버리곤 했다.
“조이지 말고 힘 풀어. 깨끗이 빼야 해.”
“아앗, 그게…… 으응.”
구석구석 부드럽게 내벽을 훑어 내리는 손가락은 그의 성기만큼 크고 사납지 않아 통증 없이 기분 좋은 희열만 가져다주었다. 나도 모르게 그의 손가락을 물었다 풀었다 하며 항문을 움직이고 있었다.
“해열 좌약 넣어야겠는데”
“으으, 싫어요.”
“너 지금 열나고 있어.”
“느낌 이상하단 말예요.”
알약을 못 먹는 내게 그가 해열 좌약을 넣으려 했다. 걸핏하면 심한 고열이 나던 어릴 때 유모가 넣어 주던 것이 생각났다. 그걸 그가 넣겠다고 했다. 늦은 새벽 알약을 물에 곱게 갈아 먹일 수 없기에 선택한 처방이었다. 집어넣을 때와 흡수되기 전까지 이물감이 이상해서 좌약을 좋아하지 않았다.
미약한 내 반항을 묵살하고 그가 나 때문에 구비한 상비약 상자에서 좌약을 꺼내 들고는 이불 안에 다시 손을 집어넣었다. 항문에 조그만 손마디 하나만 한 것이 꽂히는 게 느껴졌다. 그가 좌약 끝을 손가락으로 꾹 눌러 밀어 넣었다. 의도치 않게 절로 신음이 샜다. 생각해 보니 이 조그만 좌약 따위 그의 커다랗고 무서운 성기에 비하면 귀여운 정도였다.
“흐응…….”
마지막으로 해열 좌약까지 집어넣은 그가 손을 수건으로 닦아 내며 이불째로 나를 끌어안았다. 얼굴만 내밀고 있는 나는 몸을 움직여 그의 맨가슴에 코를 묻었다. 땀 냄새가 희미하게 나는 그의 체취가 좋아 숨을 계속 들이마셨다.
“지영우.”
“네.”
나를 재우려 등을 토닥거리는 손길이 느껴졌다. 눈을 감고 그의 체온과 몸의 진동을 느끼고 있자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프지 말고 있어. 내일 주치의 오면 진찰 잘 받고.”
“네에…….”
“짧게 해외에 나갔다 와야 해. 일주일 정도.”
졸음 속으로 빠져들던 정신이 그의 마지막 말에 갑자기 번뜩 들었다.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 보았다. 당연한 일이지만 회장님과의 냉전이 계속되어도 맡은 직책과 업무를 게을리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열흘 넘게 이른 퇴근을 했던 그를 일주일 정도 못 본다고 생각하니 아주 조금 시무룩해졌다. 내 마음을 눈치챈 그가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전화로 확인할 거야.”
“네.”
“필요한 거 있으면 어머니께 말씀드리고.”
“네…… 저, 이사님.”
“그래.”
“…….”
“뭔데, 말해 봐.”
대화 중에 관장님이 나오자 나는 그동안 물어보지 못하고 궁금해했던 것이 떠올랐다. 회장님께서 터트린 탓에 그의 부덕을 알아 버린 관장님께서 뭐라고 하셨을지가 궁금했다.
당연히 그녀는 나와 그가 더 부정한 짓을 저지르고 있는 것을 모를 텐데…… 그는 어쩜 이렇게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지 신기했다.
“그날, 관장님께 안 혼났어요?”
뜸을 들이다가 결국 못 참고 물어보았다.
“회장님과는 다르게 내 성향에 충격은 받으셨지만, 괜찮았어. 네가 걱정할 건 없어.”
“네…….”
그는 내게 항상 걱정할 것이 없다 말한다. 하고 싶은 대로 하라 말한다. 내가 행하고 있는 사랑이 부정하다 말하지 않는다.
“어서 자.”
“싫어요. 자면 일주일 동안 못 보잖아요. 아침까지 깨어 있을래요.”
“그래, 그럼.”
이불째 끌어안은 그가 내 뺨에 입술을 묻고 토닥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일주일 동안 못 본다는 것이 서운해서 밀려오는 잠을 참아 보았지만 흡수가 빠른 좌약 덕분인지 열이 조금씩 내리는 것이 느껴지자 졸음이 마구 쏟아졌다. 눈을 부릅떠 보기를 수십 번, 결국 잠을 이기지 못하고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잠이 드는 와중에도 그의 따듯한 체취와 손길이 계속해서 느껴져 행복함을 만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