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서재로 가기 10분 전이었다. 나는 옷장을 열어 한 실장이 준비해 둔 옷이 있나 살펴보았지만 ‘공부’라고 표시된 옷은 없었다. 김재형 선생님과 공부할 때 입는 멋있는 옷을 입고 싶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옆에 걸린 멍청한 잠옷보단 지금 입고 있는 면 소재의 일상복이 나았다. 허전한 옷장 문을 닫고 거울을 보며 앞머리를 가지런하게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영우 도련님.”
한 실장이 아닌 다른 사용인의 목소리였다.
“네.”
자꾸만 옆으로 뻗는 옆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대답하자마자 문이 열리고 사용인이 들어왔다.
“도련님, 회장님과 관장님께서 들어오고 계세요.”
“아…… 알겠습니다. 내려갈게요.”
10분 뒤에 있을 수업이 생각났다. 하지만 이곳에서 회장님의 존재는 절대적이기에 그와의 수업을 미루고 내려가야 했다. 물론 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뤄질 수업에 대한 안타까움을 곱씹는데 아직도 내 방에 있는 사용인이 보였다. 알아서 내려가겠다고 말했는데도 사용인은 방 안에서 나가지 않고 나를 보고 있었다.
“한 실장이 모시고 내려오라 했습니다.”
“……네.”
느릿느릿한 나를 염려한 한 실장의 지시였을 것이다. 수업을 제외하고는 지각이 잦은 나이기에 군말 없이 사용인과 함께 방을 나섰다. 나가면서 그의 방 쪽을 보았지만 기척은 없었다. 벌써 내려갔는지도 모른다.
회장님을 맞이하는 것은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아파서 누워 있는 날이 훨씬 많았고, 내가 아프지 않을 때는 회장님의 귀가가 늦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관장님과 회장님을 같이 맞이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사용인의 걸음에 맞춰 서둘러 현관 앞에 도착하니 이 저택에 일하는 사용인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모두 모인 상태였다. 한 치의 오차 없이 반듯한 모습에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작게 숨을 내쉬고 사용인이 이끈 내 자리에 섰다. 회장님과 관장님이니 두 손은 공손히 모으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남자 사용인의 자세를 보고 대충 몸가짐을 바로 하고 있는데 커다란 손이 내 손을 제지했다.
“너는 네가 누구인지 자꾸 잊나 보지?”
그였다. 지금 막 내려왔는지 그는 내 옆에 자리를 잡고 허리를 곧게 펴 섰다. 널따란 어깨는 당당하게 벌어져 있었고, 양손은 허벅지 부근에 가볍게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회장님과 관장님의 아들이다. 내가 그런 그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그가 일깨워 주었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그의 자세를 훑었다. 그대로 따라 하자마자 현관의 문이 열렸다. 많은 사용인들이 허리 숙여 인사했다. 엉거주춤 나도 모르게 절로 허리가 숙여지려 했으나 내 옆에 선 그가 그런 나를 막았다. 나는 어정쩡한 자세로 회장님과 관장님을 맞이했다.
회장님께서 앞서 들어오셨다. 오랜만에 뵙는 회장님께서는 맨 끄트머리 중앙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시곤 내 쪽으로 다가오셨다. 나는 작게 고개를 숙이고 인사했다.
“회장님, 오셨어요?”
“아픈 건 이제 괜찮아?”
“네, 괜찮아요.”
나는 회장님만 보면 방긋 미소 짓는 버릇이 있었다. 고택에서 살 때부터 길들여진 습관이었다. 이렇게 미소 짓고 있으면 회장님은 참 좋아하셨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무뚝뚝한 지 이사 혼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우리 영우가 이렇게 있으니 퇴근이 즐겁구나. 이제 아프지 말고 이렇게 자주 나와 있으면 좋겠어.”
“네, 저도 오랜만에 회장님 봬서 정말 좋아요.”
조금 더 회장님께 다가가 표현했다. 회장님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며 내 곁을 떠나지 않으셨다. 그는 잠자코 회장님과 나를 지켜보다 다른 곳을 향해 입을 열었다.
“어머니, 오셨어요.”
뒤이어 들어오신 관장님께 인사드리는 것이었다. 나는 시선을 돌려 회장님 뒤쪽에서 들어오시는 관장님을 발견했다.
“다녀오셨어요. 관장님.”
그녀를 좋아하는 나는 회장님에게 벗어나 발을 옮겼다. 회장님에 조금 가려져 있던 시야가 확보되자 나는 멈칫 발걸음을 멈추었다. 관장님 옆에는 김재형 선생님이 있었다. 반가움 마음과 함께 미약한 거부감이 이상하리만치 느껴졌다. 나는 선생님과 그가 만나는 것이 싫은 것 같았다. 내가 선생님을 좋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내가 그를 사랑하는 이상, 아름다운 선생님이 그와 있는 것이 싫었다.
선생님은 내가 배우고 싶은 수업을 위해 노력했고 그 수업의 일환을 난 즐거워하고 기대했다. 그런 선생님에게 느껴지는 배반적인 감정이 못내 부끄러웠다.
“영우 이제 괜찮은 거니?”
관장님은 그에게 눈으로만 가볍게 인사하고 내게 다가왔다. 그러자 내 곁에 있는 회장님은 한 걸음 물러서 한 실장에게 무언가를 지시했다. 관장님이 다가오자 그 옆에 있는 선생님도 같이 가까워졌다.
“네, 이제 괜찮아요. 저녁도 식당에서 먹었어요.”
“그래, 다행이구나. 재형이는 알고 있지? 네 공부 선생님인.”
“네, 선생님 안녕하세요.”
“그동안 잘 지냈어요? 갑자기 그만두는 바람에 인사도 못하고 미안했어요.”
오랜만에 보는 선생님은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마지막 수업 때보다 조금 더 수척해진 얼굴이 무슨 일이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될 정도였다. 혹시 나와 은밀한 수업을 한 것 때문에 그가 쓴소리를 했던 것일까?
“그래서 이 집에 왔구나? 왔으면 연락을 했어야지 왜 문 앞에 그냥 서 있었어. 내가 만약 보지 못했다면 그냥 서 있다 갈 셈이었어?”
“아니에요. 선배한테 마침 연락하려고 했어요.”
선생님과 관장님이 문 앞에서 만난 모양이었다. 선생님은 작은 미소와 함께 그를 보며 말했다. 목적은 내가 아닌 그에게 있어 보였다. 나는 저 사소한 행동 하나에도 걱정이 일었다. 그가 저 아름다운 웃음을 보고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는 아름다운 것을 보고 흥분하며 그것을 하고 싶다고 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았으나 그는 선생님을 바라보지 않았다. 시기심과 안도감이 내 마음속에서 폭풍처럼 몰아쳤다.
폭풍처럼 흔들리는 유약한 내 마음은 회장님과 관장님, 그와 나 그리고 선생님까지 많은 사람들이 얽힌 이 관계로 버겁기 시작했다. 사이가 좋아 보이지 않는 회장님과 관장님. 그 사이에 자리한 원인의 씨앗인 나. 그리고 그와 선생님. 나는 갈피를 잃은 어린아이 같았다. 엄마와 유모와 살던 열대어가 있는 고택으로 달아나고 싶었다. 갑자기 솟아나는 못된 감정을 담아내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이런 내 바람과는 달리 이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한 실장에게 무언가를 지시하던 회장님이 선생님을 보며 말했다.
“재형아, 오랜만에 왔으니 우리 집 식구들하고 차 한 잔하고 가거라.”
“네, 그럴게요. 회장님.”
선생님이 달갑게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 제안이 반갑지 않은 건 나뿐인 걸까?
“회장님, 저는 먼저 올라가 보겠습니다.”
그렇지 않았다. 그도 달갑지 않았는지 회장님에게 거절의 의사를 표현했다. 나는 그가 서 있는 쪽으로 몸을 옮겼다. 나도 데려가 주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지 이사 네 얘기를 하려고 차를 마시자고 했다. 당신도 같이 갑시다.”
회장님이 자리를 피하려는 그를 불러 세웠다. 그에 관한 이야기라니,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일까? 관장님에게도 말을 건넨 회장님이 마지막으로 나를 보았다. 방금 전까지 달아나고 싶었던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에 관한 이야기이니 나도 듣고 싶었고, 알고 싶었다. 참으로 간사했다.
“영우는 힘들면 먼저 올라갈 테냐?”
“아니요. 저도 같이 차 마시고 싶어요. 그래도 되죠?”
회장님의 물음에 대답을 하며 관장님을 보았다. 허락은 관장님께 맡아야 할 것 같았다.
“그럼, 당연히 되고말고. 가자꾸나.”
관장님의 허락이 떨어지자 회장님을 필두로 나머지 네 사람은 응접실로 향했다. 선생님은 회장님 바로 뒤에 선 그의 옆에 바짝 붙어 갔고, 나는 그 두 사람을 지켜보며 관장님과 나란히 걸어갔다. 멀지 않은 응접실이었는데 앞서가는 두 사람을 보고 있자니 멀게만 느껴졌다. 이 짧은 순간에도 선생님이 그를 사로잡을까 마음이 다급했다. 경험해 보지 못한 감정에 마음이 아프기 시작할 때쯤 응접실에 도착했다.
응접실 안은 한 실장이 준비해 놓은 다기와 찻잔이 놓여 있었다. 상석에 회장님이 앉자 오른쪽에는 그와 선생님이, 왼쪽에는 나와 관장님이 나란히 앉았다.
찻잔에 뜨거운 차가 부어지자 응접실 안은 훈훈한 기운과 함께 약차의 향이 퍼졌다. 냄새를 맡아 보니 내가 늘 약으로 마시던 차의 향이었다.
“영우 덕분에 몸에 좋은 차도 마시고 좋구나.”
내 옆에서 한 모금 찻물을 머금은 관장님께서 대화의 문을 여셨다. 이 약차는 회장님이 고택에 오실 때마다 나와 엄마를 위해 직접 가져오시는 차였다. 흰색 종이봉투에 돌돌 말려진 한약재 같은 것은 매일 저녁 유모가 탕기로 달여 올리는 차이기도 했다. 이 차가 어떤 차인지 관장님께서 알고 계신 것 같았다. 나는 또 죄책감이 몰려와 몸을 움츠렸다.
“수업할 때마다 마셨던 박하차도 참 좋았는데요. 이 차는 어떤 차예요?”
선생님이 두 손으로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며 물었다. 회장님은 진작 마시고 있었고 나는 늘 마시던 습관이 있는지라 버릇처럼 입을 적셨다. 약차를 마시지 않는 사람은 그뿐이었다. 그는 찻잔에 눈길 한번, 손길 한번 주지 않고 회장님을 보고 있었다.
“우리 집 막내가 몸이 좋질 않아 늘 마시던 차지, 몸에 좋은 약재를 이것저것 넣고 달인 거라 이름은 딱히 없어.”
회장님의 말투는 마치 이 저택에서 태어나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자란 막내 도련님인 내가 즐겨 마시는 차에 대해 설명하는 듯했다. 선생님은 내가 혼외자인 것도, 엄마가 죽어 최근에 이 저택에 들어온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상황에 티끌 하나의 수치도 없는 회장님은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어 나가셨다.
“재형이는 우리 식구와 다름없는 아이기도 하고, 영우가 모처럼 몸이 괜찮으니 차 한 잔 마시자고 했다. 다 모였으니 이야기하마. 지 이사.”
“네. 회장님.”
계속 회장님을 주시하고 있던 그가 대답했다. 궁금했다. 회장님께서 그에게 하실 말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그는 짐작하고 있는 바가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차분하게 회장님을 보고 있었다. 어른들 사이에 끼인 나는 요리조리 눈치를 보았다. 관장님께서는 찻잔의 손잡이를 엄지로 매만지고 계셨다. 그녀의 의미 없는 손짓은 지루함을 견디기 위한 행동 같았다. 이미 회장님의 입에서 어떠한 말이 나올 것임을 알고 있는 듯이.
이 자리에서 회장님의 뜻을 예상하지 못하는 사람은 나와 선생님 두 사람이었다. 나도 그렇고 선생님도 그렇고 회장님께서 말씀하실 그의 대한 이야기를 무척이나 기대하고 알고 싶어 했으니까.
관장님은 회장님이 아닌 그를 보고 있었고, 나와 선생님은 회장님을 보고 있었다. 그 역시 회장님을 보고 있었으나 나와 선생님과의 차이는 있었다. 그의 눈길은 매우 무심했다. 자신에 관한 말이 나올 것임에도 딴 세상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나는 내 며느리가 재벌가 며느리인 건 싫다. 윤 교수 장녀가 올해 스물여덟이라는구나.”
느릿느릿 고개가 그에게로 천천히 돌아갔다. 회장님의 말을 듣고 그를 보기 위해 고개를 움직이는 순간이 참으로 길게 느껴졌다. 그 긴 시간에 수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 그가 결혼을 해야 하는 것도 알았고, 그가 나를 사랑할 수 없다는 것도 안다.
다만, 다만 나는 내게 새롭게 주어진 사랑이라는 감정을 조금이나마 예쁘게 간직하고 싶었다. 마음 아프지 않고 조금이라도 애틋한 애정을 온전하게 제대로 가져 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세상은 내게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그를 향한, 끝이 보이지 않는 아득한 애정에 잠식되어 죽어 갈 운명이 되어 버린 것만 같았다.
“세연이 말씀이세요?”
회장님 말씀에 반응을 보인 건 그의 어머니인 관장님도 아니고 당사자인 그도 아니었다. 바로 그의 후배인 선생님이었다. 그를 향하던 내 시선이 선생님에게로 향했다.
“아, 그래. 재형이 너도 잘 알고 있겠구나. 윤 교수의 딸이니.”
“세연이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지난주에 아예 들어왔다고 하는구나.”
“……네.”
나는 선생님의 표정을 보고 내 뺨을 만졌다. 혹시 선생님과 같은 표정일까 싶어서 나도 모르게 한 행동이었다. 선생님의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그렇지 않았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보일 정도였다. 선생님도 나처럼 이룰 수 없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슬픈 눈을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나는 또 지난번 목격한 그와 함께 있는 선생님이 떠올랐다.
“윤 교수 정도면 재력은 없지만 명망 정도는 갖추고 있으니 크게 위신이 떨어지진 않을 게다. 게다가 그 아이가 미술을 공부하고 있으니 네 엄마가 일을 하기에도 좋고 말이야.”
“제 생각도 해 주시고, 아주 상냥한 처사네요.”
내 옆에서 잠자코 계시던 관장님께서 입을 여셨다. 관장님은 화사하게 웃고 계셨는데 회장님을 향한 그 웃음이 어딘가 매서웠다.
“당신 마음에 쏙 드는 며느리일 거요.”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아나요?”
“학영이가 만족해할 테니까. 당신은 학영이가 괜찮으면 괜찮은 사람 아니오.”
나의 눈이 바빠졌다. 이어지는 핑퐁 같은 대화가 버거웠다. 그러고 보니 나는 이런 대화의 자리에 있어 본 적이 없었다. 회장님과 관장님께서는 모두 웃고 계셨다. 하지만 분위기만큼은 얼음장 같았다. 객인 선생님은 차마 끼어들지 못했고, 객보다 못한 처지인 나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냉랭한 상황에 끼어들 생각도 없었다. 회장님이 그의 결혼 상대를 언급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을 정도였으니까.
이 대화의 주인공인 그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관망하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S 자동차 차녀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차에 대한 미련은 포기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혼담을 나누는 부자지간이 아니라 사무실에서 대화하는 상사와 부하 직원 같았다. 최대한 이익을 끌어내기 위한 일적인 대화.
“그러시다면, 만나 보겠습니다. 윤 교수님 딸.”
그가 이제는 식어 버린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그의 입에서 나온 확고한 말 한마디가 내 마음을 허전하게 했다. 혼기가 찬 그가 결혼을 전제로 좋은 조건의 여자를 만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당연한 것이었다.
“그래, 내 따로 윤 교수에게 말하마.”
“네.”
내 옆에 앉아 계신 관장님을 보았다. 어떤 말씀이라도 하실 줄 알았던 관장님께서는 말없이 그저 그를 지켜보실 뿐이었다. 호수와 같던 그의 눈은 관장님을 닮은 것이었나 보다. 지금 관장님의 눈빛은 의중을 알 수 없는 깊고 고요한 호수와 같았다. 그 고요한 눈을 보자 나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마음이 허전한들 달라지는 것은 없었고, 또한 내가 슬퍼한들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렇다고 무력감이 몰려오진 않았다. 원래도 내 생에 있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기에 괜찮았다.
내 사랑의 흔적을 그에게 남길 수만 있다면, 혼자서 외로이 사랑을 시작하고 끝내더라도 괜찮았다.
응접실에서의 대화가 끝났다. 그의 혼처에 관한 이야기가 끝난 뒤에 간단한 이야기들이 오갔을 뿐이었다. 선생님의 요즘 근황이나, 선생님 아버지의 안부 정도였다. 알고 보니 선생님의 아버지는 관장님 집안이 경영하는 회사의 임원이었다. 더군다나 관장님과는 대학 동기였다.
그래서였나 보다. 선생님이 그와 친한 선후배 정도라 이 집 안에 들락날락거릴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집안끼리 오가는 사이었던 것이다.
대화가 끝난 응접실에는 나와 그, 그리고 선생님 셋이 있었다. 회장님과 관장님은 먼저 나가셨고 우리 세 사람도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나는 회장님과 관장님의 귀가로 지연된 내 수업이 시작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궁금했다. 그래서 그와 단둘이 무언가 할 말이 있어 보이는 선생님을 알고도 모른 체하며 소파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었다.
“선배, 얘기 좀 해요.”
차가운 침묵을 깨트리고 선생님이 먼저 말을 꺼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선생님의 목소리는 떠나는 그를 잡느라 다급했다. 역시 선생님이 이곳에 온 이유는 갑작스레 할 수 없게 된 내 수업에 관한 인사보다 그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 사실을 알자 심술궂은 마음이 일기 시작했다.
“잠깐, 잠깐이면 돼요.”
꺼져 가는 목소리로 선생님이 재차 부탁하자, 그는 일어났던 몸을 다시 의자에 앉혔다. 대답은 없었지만 침묵은 긍정이었다. 선생님의 얼굴에 잠시 안도의 빛이 스쳤다. 그리고 이제야 발견했는지 화들짝 놀란 얼굴로 나를 보았다. 자리를 비켜 달라는 암묵적인 행동이었지만 그냥 모른 체했다. 비켜 주고 싶지 않았다.
“지영우.”
“……네.”
“서재에 먼저 올라가 있어. 바로 올라갈 테니.”
다행이었다. 수업은 취소 없이 시작될 예정인가 보다. 이 기쁜 소식에도 나는 응접실을 섣불리 떠날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명령에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를 이유를 찾지 못한 나는 나가야 했다.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옆에 앉은 선생님에게 인사했다.
“올라가 볼게요. 선생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항상 건강하길 바라요. 영우 군이랑 하는 수업 언제나 즐거웠어요. 다음에 또 봐요.”
선생님은 활짝 웃으며 내게 말했다. 나는 그 아름다운 웃음을 온전한 마음으로 담을 수 없었다. 낯선 감정이 끓어올랐다. 좋지 못한 감정이었다. 웃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피하고 마는 치졸한 감정이 부끄러워 도망치듯이 응접실을 나왔다.
그의 말대로 그는 바로 올라왔다. 느릿느릿 걷는 내 걸음이 2층 계단을 오르고 있을 때 뒤에서 그의 기척이 느껴졌으니까. 선생님과 오래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나에게 안도감을 주었다. 참 아이러니했다. 그는 올해 안에 김재형 선생님이 아닌 회장님이 정해 주신 여자와 결혼을 할 것이다. 그 여자에게 가져야 할 질투와 초조함, 열등감을 왜 선생님에게 느끼는 것일까. 윤 교수의 딸이라는 여자는 내가 아직 보지 못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나와 상대조차 될 수 없는 존재라서 그런 걸까. 어쨌든 선생님도 나와 같이 이루어질 수 없는 신세이기에 비참한 경쟁의식을 느끼는 걸까.
“들어가자.”
어느새 내 옆에 다가온 그가 서재 문을 열며 말했다. 나는 그가 열어 준 문을 지나 서재로 들어갔다. 서재 안은 내가 선생님과 공부하던 책상이 치워져 있었다. 예전의 서재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어두운 색의 커다란 그의 원목 책상, 그리고 가운데에 자리한 편안한 1인용 소파, 동그란 테이블 스툴이 있었다.
“내 책상에 앉아.”
그가 책상을 가리키며 말했다. 늘 어지러이 널려 있던 서류들이 깔끔하게 치워진 상태였다. 그가 없을 때나 몰래 앉던 자리를 그의 허락 아래 앉게 된 나는 당당하게 검은색 가죽 회전의자에 앉았다. 내가 여기에 앉으면 그는 어디에 앉는다는 걸까. 내 곁으로 다가온 그가 담배가 든 서랍을 열어 한 갑을 집어 들었다.
“한 대 피우고 있을 테니, 잠시만.”
그의 방에 딸린 발코니엔 테이블과 재떨이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지만 서재는 아니었다. 그가 책상에 있는 재떨이를 들고 발코니로 나갔다. 폐가 좋지 않은 나를 위한 배려였다.
뒷모습을 보인 채 희끄무레한 담배 연기를 내보내는 그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는 지금 무슨 생각 중일까, 무슨 생각을 하기에 한숨 같은 담배 연기를 연거푸 내뿜는 것일까. 발코니 창 너머로 보이는 그가 한없이 멀게 느껴졌다.
그는 담배를 다 피우고 나서도 한동안 밖에 머물렀다. 4월의 저녁 바람에도 그는 추운 내색 없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달 아래 서 있었다. 그렇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서 있던 그가 다시 서재 안으로 들어와 책상과 떨어진 1인용 소파에 앉았다. 쌉쌀한 담배 내음이 미약하게 흘렀다. 나는 간질거리는 목구멍을 애써 참고 멀리 앉은 그를 보았다.
“오늘은 뭘 배우고 싶지?”
“……제가 궁금한 것 다 물어봐도 돼요?”
“좋을 대로.”
그가 내게 오늘 수업의 선택권을 주었다. 아까 느릿느릿 혼자서 서재로 올라오는 길에 생각한 것들이 떠올랐다. 나는 응접실에서 나눈 이야기를 물어보고 싶었다. 그는 정말 아무렇지 않은 걸까. 잘 알지 못하는 여자를 회장님이 추천한다는 이유만으로 큰 문제가 없으면 결혼할 수 있는 걸까?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데도 결혼할 수 있어요?”
“못 할 이유는 없지.”
꽤나 충동적인 질문이었다. 내 질문이 예상 의외의 것이었는지 그의 얼굴에 드리운 표정에 변화가 있었다. 재미있는 질문을 받았다는 웃음과 함께 그는 소파에 묻은 몸을 더 편히 하고 다리를 들어 스툴 위에 올렸다. 그의 대답에 초조한 것은 나였다.
“S 자동차 차녀도, 윤 교수의 장녀도 다 괜찮은 거예요?”
오늘 나는 그의 방을 몰래 들어갔다가 들켰고 들키는 바람에 그에 대한 연심을 흘렸다. 이런 나의 마음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지나가 준 그에게 나는 뻔뻔한 물음을 던진다. 눈을 감으며 그가 단조로이 대답했다.
“안 괜찮을 이유는 없어.”
“그럼…… 결혼, 하는 거예요?”
“오늘 네가 궁금한 것이 내 결혼이야?”
“…….”
나는 그의 질문에 입을 다물었다. 내가 대답이 없자 그는 눈을 떴다. 고개를 내 쪽으로 돌려 나를 보았다. 나는 그의 건조한 눈빛에 몸이 버석버석하게 마르는 것 같았다.
“윤 교수의 딸이 천하의 박색이 아니라면 올해 안, 적당히 마음에 들면 빠르게는 상반기 안에 결혼을 하겠지. 들리는 바로는 윤 교수 딸이 욕심 있는 편이라니 별소리 없이 내 뜻에 따라 줄 테고.”
상반기라면 3개월이 채 남지 않은 기간이었다. 그는 아직 만나지도 않은 여자와의 결혼을 아무렇지 않게 계획하고 있었다.
“더 궁금한 거 있어?”
“결혼하면 나가 사시는 거예요?”
비록 아침이나 그가 일찍 퇴근할 때 오며 가며 마주치는 것이 다이지만 같이 생활하고 있었다. 그래도 여기는 정체되어 있는 곳이 아니었다. 버석하고 삭막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고요한 분주함으로 굴러가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나는 그와 같이 살고 있었다.
윤 교수의 딸이 천하 박색이 아니고 절세미인이라면 그와 같이 사는 이 생활도 할 수 없게 된다. 나는 그저 그를 곁에서 보고 싶을 뿐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좋았는데 그조차도 하지 못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그의 대답에 대한 결과가 나를 목마르게 했다. 목이 까끌까끌 따갑기 시작했다. 그가 몰고 온 미약한 담배 내음으로 참았던 기침이 슬금슬금 재발하려 했다.
“그건 왜 궁금하지?”
“나가 사시면, 못…… 보잖아요.”
나는 여전히 그의 책상, 그는 1인용 소파에 앉아 있었다. 우리는 적당한 간격을 두고 떨어져 앉아 있었다. 수업을 하기에 좋은 거리는 아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여자가 나가 산다고 하면 나가고, 아니면 이곳에 머무르고.”
“이사님은요?”
“나는 상관없어.”
나는 마지막 질문 뒤 입을 다물었다. 그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고 한다. 예비 배우자가 천하 박색만 아니라면 결혼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가문에 누를 끼치지 않는 적당한 집안의 여자면 된다고 한다. 그는 연필 한 자루 고르듯 자신의 인생에 중요한 한 부분을 무심하게 고른다.
그가 사는 세상은, 그가 생각하는 비틀린 세상은 어떤 것이길래 저럴 수 있을까. 남들에게 숨기고 있는 비틀린 세상이라면 나도 그 숨겨진 그곳에 포함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불편한 욕망이 솟구쳤다.
“이사님은 이 세상에서 하고 싶은 것이 없어요? 원하는 결혼도 사랑도 아무것도 없어요?”
나도 모르게 그를 힐난하는 목소릴 냈다. 그는 많은 것을 가졌다. 부와 명예와 건강한 신체, 남들보다 뛰어난 외모, 명석한 두뇌. 그래서인지 그에겐 탐욕이 보이지 않았다. 다 가진 자이기에 더 이상 원하는 것이 없는 걸까.
앞으로 살날이 빠듯한 나는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알고 싶은 것도 많았다. 그를 알게 되고 그의 상냥함을 사랑하기에도 벅찼다. 억울한 마음이 들어찼다. 나는 이렇게 간절한데 그는 이 삶을 사는 것이 간절해 보이지가 않아서.
“없어.”
“……거짓말.”
“이미 내게 주어진 것은 차고도 넘쳐.”
“…….”
“가문을 영위하기에도 벅차지. 내가 짊어진 삶, 무게. 무엇 하나 가벼이 여기지 않아.”
그가 짊어진 삶의 무게에 나도 포함되어 있을까 조잡한 기대감이 피어올랐다. 나는 책상에서 일어나 그에게 걸음을 옮겼다. 뜬금없이 다가가는 나를, 그는 제지하지 않았다. 용기를 내어 더 가까이 다가갔다. 어느새 그의 코앞에 다다랐다. 바닥에 깔린 폭신한 러그에 주저앉았다.
“나는 이사님처럼 가진 것이 많지 않아요.”
간질거리는 목구멍을 애써 참고 소리를 비집어 냈다.
“그리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요.”
“…….”
“이사님이 벅차서 하고 싶지 않은 것들, 제가 대신 할게요.”
그는 알고 있다. 내가 아프다는 것을, 오래 살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그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가 짊어진 삶의 무게 중에 내가 포함되어 있길 바랐다. 나를 가벼이 여기지 않도록.
엉덩이를 움직여 그의 소파 곁에 바투 다가갔다. 역시나 그는 나를 건조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나는 손을 들어 올려 소파 팔걸이에 놓인 그의 커다란 손을 붙잡았다. 메마른 따듯함이 내게 전달됐다.
“그래, 그렇게 해.”
그는 내게 언제나 다정했다. 철없는 애송이의 못난 고백을 가벼이 여기지 않고 받아 주었다. 달라지는 건 없었다. 나는 여전히 그를 사랑했고, 그는 나를 사랑할 수 없었다.
선포하듯이 말한 내 감정을 그가 허락해 준 뒤로 나는 든든한 용기가 생겼다. 하고 싶은 것들을 참지 않고 할 예정이었다. 그 기회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자리했다. 바로 관장님이었다. 관장님은 내게 지니와 같은 분이셨다.
“영우, 집 안에서 답답하지 않니?”
늘 그렇듯 아침 식사 시간이었다. 내 옆엔 그가 묵묵히 식사 중이었고 상석에 앉은 회장님께서도 마찬가지셨다. 내 앞에 마주 앉은 관장님께서 내 쪽으로 수제 소시지를 밀어 주시며 대화를 시작하셨다.
“조금요.”
이 저택에 적응해서 예전보다 솔직하게 내 뜻을 말할 수 있게 된 나는 사실을 대답했다. 마지막 폐렴을 앓고 난 뒤 열흘이 지났다. 그 뒤로 괜찮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나는 평일에 이틀에 한 번씩 그와 서재에서 공부를 하는 것 외에 똑같이 저택 안에서 머무는 중이었다.
“혹시 그림 좋아하니?”
관장님께서 다시금 질문하셨다. 그림을 좋아하냐는 물음에 회장님이 식사를 하시다 흘끗 우리를 보시는 것도 같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은 뭐든 다 좋아한다. 딱히 싫어하는 것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관장님께서는 내 의사를 확인하시곤 미소를 지으셨다.
“그럼 우리 오늘 외출할까? 내가 모처럼 시간이 났거든.”
“어머니.”
내게 단비 같은 소리가 관장님의 곱고 고운 입가에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 말이 흘러나오자마자 그의 목소리가 뒤따랐다. ‘외출’이라는 즐거운 소리로 가슴이 쿵쾅거리기도 전에 부정의 말이 나올까 조마조마했다.
“날이 풀렸어도, 아픈 녀석인데요.”
그가 조용히 관장님에게 의견을 말했다. 그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말했으면서 내 병을 빌미 삼아 못하게 하려고 했다. 나는 잠시 시무룩해져 고개를 숙였다. 지난번 그의 모교인 대학교에 다녀오고 나서 폐렴에 걸렸던 일이 생각났다. 아마 이번에도 밖에 나갔다 오면 유리 인형처럼 내가 부서져 버릴까 걱정하는 것 같았다. 회장님께도 오늘의 주제가 신경 쓰였는지 곧 식사를 멈추셨다.
“다들 왜 그래요? 나는 영우의 뜻을 물어봤지. 학영이 네 의견을 물어보진 않았다.”
관장님께선 회장님과 그를 한 번씩 둘러보며 말했다. 부자의 의견을 크게 신경 쓰지 않겠다는 눈빛이었다. 나는 그 눈빛에서 오늘 외출에 대한 희망을 보았다.
“영우야 오늘 나랑 미술관 구경할래?”
“…….”
“여기 있는 남자들 신경 쓰지 말고 네 뜻만 내게 얘기해 주면 돼.”
“……네, 구경할래요.”
회장님과 그를 한번 쳐다보고 마지막으로 관장님을 보며 말했다. 관장님께서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으셨다. 나도 그 웃음에 전염이 되는 것 같았다. 입가가 부드럽게 풀리며 웃음이 피어올랐다. 이 식탁에서 방긋 웃고 있는 사람은 나와 관장님뿐이었다. 회장님과 그는 굳은 얼굴이었다.
“아픈 아이를 미술관에 데리고 가서 무얼 하려고 그러오.”
“무얼 하긴요. 좋은 작품 보여 주고 견문 넓혀 주러 가는 거죠.”
회장님께서는 나를 사랑하셨다. 그리고 나의 엄마도 사랑하셨다. 하지만 그 사랑의 방식은 남들과는 조금 달랐다. 아픈 나와 엄마를 외부에 절대 데리고 나가는 일은 없었다. 밖은 위험하고 우리 모자에게 해로운 곳이었기에.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이와 같은 이유로 나의 외출을 반갑게 여기시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회장님께서는 관장님의 의견을 꺾지 않으시고 침묵으로 수락하셨다. 불편한 침묵이 머물자 나는 꼴깍꼴깍 침만 넘겼다.
“언제 데리고 나가실 예정이세요?”
좀 전에 의견을 피력한 이후 이렇다 할 말이 없던 그가 관장님에게 질문을 했다.
“음, 이따 개관 시간에 맞춰 갈 예정이야. 이번 전시회는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폐관 시간에 사람이 많아. 영우가 보기엔 사람이 적을 개관 시간이 좋을 것 같아서.”
“이번 새로이 개관한 미술관 가시는 건가요?”
“응.”
“점심쯤에 찾아뵐게요. 같이 식사해요.”
“별일이구나. 그래, 알겠다.”
관장님께서는 어깨를 살짝 가볍게 들썩이곤 식사를 시작하셨다. 갑자기 떨어진 행운에 나는 또 극도의 흥분 상태가 되었다. 거의 한 달 만의 외출이었다. 아니, 한 달도 더 넘은 바깥 구경이었다. 이제 4월이 지나 5월이 되어 가고 있었다. 이번에 나가면 쌀쌀한 바람은 없고 따듯하고 포근한 봄바람이 나를 반겨 줄 터였다.
<2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