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프고 난 이후부터 예전보다 더 심하게 그를 생각했다. 하루 종일 그를 떠올리고 있다고 해도 거짓이 아닐 정도였다. 잠자기 전 기침을 하면서도 그를 생각했고, 아침엔 그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깨어났다. 욕실에서는 그가 씻은 흔적 위에서 씻었고 밥을 먹을 때에도 그를 생각하며 먹었다. 그로 시작된 하루가 그로 끝나는 날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비로소 내내 누워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난 날이었다.
나의 절박한 바람과는 달리 그가 말한 금요일에 공부를 할 수 없었다. 이번에 꽤 오랫동안 자리보전을 했어야 했는데 그 기간이 일주일이었다. 공부는 물론이거니와 식사도 식당에서 할 수 없었다. 방 안 침대 그리고 그와 같이 쓰는 화장실만이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최대 동선이었다.
식사는 주로 한 실장이 가져다주었는데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그녀가 더 이상 나에게 알약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가루와 물이 섞인 작은 잔을 주었는데 그것이 내 약이었다. 나는 그 약을 한 번에 꼴깍 마시고 크나큰 쓴맛에 눈을 꾹 감고 침을 돌게 해 입맛을 다셨다. 그래야 쓴맛이 중화됐기 때문이었다.
내 이런 표정을 보고도 한 실장은 내게 초콜릿이나 사탕, 아니면 단 음료를 주고 싶은 동정심이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한 실장에게 사탕이나 초콜릿을 달라고 해 볼까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녀에겐 부탁하고 싶지가 않았다. 부드러운 미소 속에도 뾰족한 칼날을 숨긴 것 같은 한 실장이 좀 꺼려졌다.
일주일 동안 넓지만 답답한 방에서 내내 혼자 견디었다. 회장님께서는 바쁘신 것 같았다. 아파서 쓰러진 뒤로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관장님께서는 하루에 한 번씩 나를 보러 와 주셨는데 들어오셔서 무언가를 하시는 건 아니었다. ‘기분은 좀 어떠니?’, ‘지낼 만하니?’와 같은 물음을 해 주시곤 나가셨다.
마냥 다정하고 따듯한 어조는 아니었지만 그 행동만으로도 나는 그녀가 나에게 적대감이나 모진 멸시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나에게 다정한 행동이었다. 그녀가 남편의 혼외자를 대하는 모습에 난 그의 다정함의 근원을 도출할 수 있었다. 그는 관장님을 닮은 것이 분명했다. 나는 관장님의 다정함과 그가 내게 베푼 배려의 결과인 물에 탄 가루약 덕분에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어제 한 실장에게 공부는 오늘부터 시작한다는 기분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그가 내게 전해 주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 바람은 너무나 큰 욕심일 것이다. 그가 내게 야외 공부를 허락해 주고 돈가스 따위를 잘라 주고, 미음을 먹여 주고, 알약을 빻아 주었다. 그것만으로도 나의 조그맣던 마음은 터지기 직전의 풍선처럼 빵빵하게 부풀어 있었다. 터질까 봐 조심조심 다뤄야 할 정도였다.
자리를 털고 오랜만에 내려온 1층의 식당은 전과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관장님께서 계셨기 때문이었다. 관장님께서는 그가 앉았던 자리에 앉아 계셨고 그는 내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오늘도 의도치 않게 가장 늦게 온 나는 서둘러 자리에 앉았다. 늦은 건 나인데 한 실장이 더 안절부절못하며 내 의자를 빼 주었다. 내 맞은편에 앉은 관장님께서 맞이해 주셨다.
“내려왔구나. 어서 앉으렴.”
“늦어서 죄송해요.”
나는 서둘러 늦게 인사했다. 관장님과 회장님께선 나의 지각에도 별말씀이 없으셨다. 물론 그도 마찬가지였다. 회장님이 수저를 들자 식사는 평소와 같이 시작됐다. 가끔씩 식기가 부딪치는 맑은 소리를 제외하곤 조용했다.
좀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관장님께서 안 계실 땐 회장님께서 먼저 내게 이런저런 말씀도 해 주셨었는데 오늘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원래 말없이 밥을 먹는 타입이었고, 나 역시 이 저택에선 그랬다.
추측하기로 회장님께서는 관장님이 계시기에 그런 것 같았다. 내가 아파도 내 방으로 방문 한 번 안 하신 것도 관장님이 이 저택에 계셔서 그런 것 같다. 약간은 서운했지만 괜찮았다. 나는 집 밖에서 낳은 혼외자이니까.
밥그릇 근처에 놓인 씀바귀무침만 집어 먹으며 식사를 했다. 나는 늘 쓴 약을 먹고 사는 처지라 먹는 것은 달콤한 것을 좋아했는데 그럼에도 씀바귀만 먹는 이유는 내 그릇과 제일 가까워서였다. 또, 내 밥 위에 흰 살 생선이나 꿀에 절인 소고기를 올려 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씀바귀가 맛있니?”
조용한 식당에 또렷한 관장님이 음성이 울렸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밥만 먹고 있었는데 마침 씀바귀를 씹고 있던 터라 그 소리가 나를 향한 것임을 눈치채고 고개를 들었다.
“씀바귀만 먹네. 좀 씁쓸하지 않아? 나이 든 나도 잘 안 먹는데 잘 먹는구나.”
그도 회장님도 관장님의 대화에 끼지 않았다. 나에게 말을 거는 상황에 관망하는 상태였다. 나는 씁쓸하게 넘어가는 씀바귀를 넘기며 그녀를 보았다. 그녀의 눈은 날카로웠는데 그 안의 눈동자만큼은 다정해 보여 나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 볼 수 있었다. 또, 솔직히 말할 수 있었다.
“실은…… 저도 싫어해요.”
“그런데?”
“그냥, 씀바귀가 제일 가까워서요. 저는 달콤한 것 좋아해요.”
“아직 어린아이구나.”
관장님께서는 보일락 말락 웃음 지으셨다.
“한 실장, 영우 쪽으로 달걀찜하고 돔 구이 옮겨 줘.”
“네, 관장님.”
관장님의 지시에 한 실장이 관장님 쪽에 있는 달걀찜을, 그의 옆에 놓인 돔 구이를 내 코앞으로 옮겨 주었다. 회장님은 나를 향한 관장님의 배려 있는 행동이 의외였는지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하셨다. 반대로 내 옆에 앉은 그는 아무렇지 않게 묵묵히 식사를 했다.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렴.”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처럼 관장님께서 내게 말하셨다. 정말이지 다 들어주실 것 같은 어조였다. 나는 조금 고민을 했다. 지금이 아니면 부탁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곳에서 조금 더 욕심을 내 보기로 했다.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되고 싶지 않았다.
“저…….”
“그래.”
“약을 먹고 나면 입이 너무 써서 초콜릿이나 사탕을 먹고 싶어요.”
살면서 돈을 주고 무언가를 사 본 적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돈을 만진 적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옷이든 신발이든 초콜릿이든 사탕이든 모두 누군가가 가져다주었다. 누가 가져다주지 않으면 입지도 신지도 먹지도 못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기나 한 걸까? 갑자기 서러워졌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아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참았다.
“그래, 알겠다.”
관장님이 별것 아니라는 듯 대답하셨다. 그랬다. 내가 간신히 용기 내서 말해야 하는 것들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별것 아닌 일들 투성이였다.
엄마도 회장님도 유모도 어찌해 주지 못했던, 정체되어 있던 세상이 고택을 떠나 이곳에 정착하며 조금씩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 변화는 나를 움직이게 하고 나를 끓어오르게 했다.
오늘 내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간이 왔다. 나는 그의 서재에 있었다. ‘공부’ 옷을 입고 이제 막 들어오는 선생님을 맞이했다. 일주일도 넘은 만남이었다.
“영우 군 많이 아팠나 봐요. 얼굴 핼쑥해진 것 봐.”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본 선생님의 옷차림은 전보다 가벼워 보였다. 내가 앓고 있던 동안 봄이 한 걸음 더 다가온 모양이었다. 선생님은 옆 의자에 앉아 내 얼굴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는 그의 시선이 집요해 조금 민망해졌다.
“안 그래도 하얀 얼굴이 더 하얗게 됐네. 이제 괜찮은 거 맞아요? 걱정 많이 했어요. 내가 괜한 곳을 데려가서…….”
“아니에요! 저 그날 진짜 좋았어요. 걱정시켜서 죄송해요.”
나는 흐트러졌던 자세를 곧게 하며 부인했다. 선생님도 지난 수업에 대해 죄책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쓸모없는 몸은 언제나 그랬듯 여러 사람을 힘들게 했다.
“기다렸어요. 공부하는 날만 기다리며 누워 있었어요.”
“감동이에요. 이렇게 예쁜 학생에게 오늘은 어떤 수업을 해야 하나 고민 많이 했어요.”
선생님이 활짝 웃으며 내게 말했다. 나를 위해 고민했다는 선생님이 고마워서 나도 그를 마주 보며 활짝 웃었다. 오늘은 기분이 좋았다. 눈을 뜨고 일어난 순간부터 그랬다. 아침 식사에서 관장님의 대화도, 약을 먹고 달콤한 주스를 먹은 일도, 공부를 기다리는 일도 굉장히 즐겁고 행복했다. 그래서 그랬을까? 내 웃음이 평소보다 진했을까? 내 얼굴을 보는 선생님의 눈이 조금 가라앉아 보였다. 근데 그게 꼭 나 때문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영우 군, 정말 예쁘다.”
“……네?”
“예쁘다구요. 질투 날 만큼.”
선생님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선생님은 내가 본 남자들 중에서-물론 TV 화면 속 사람들이지만- 제일 예쁘고 아름다웠다. 그런 사람이 나한테 질투가 난다니.
“선생님이 더 예뻐요. 이런 말 하면 기분 나쁘실 수 있지만, 아름다우세요.”
나는 진실을 말했다. 선생님은 그랬다. 남자인 그도 그렇게 느낄까 싶을 정도로.
“다 큰 남자들끼리 서로 예쁘다고 칭찬하고 있어요. 우리.”
갑자기 크게 웃으며 선생님이 말했다. 나는 예쁜 걸 예쁘다 말하고 아름다운 걸 아름답다 말하는데 뭐가 웃을 일인지 몰라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그는 웃음을 갈무리하며 다시 말했다.
“그냥 우스워서 그래요. 미안, 이제 수업 시작해 볼까요? 영우 군이 아팠다가 공부하는 거니까 쉬엄쉬엄할게요. 선배가 부탁했어요. 저번에 엄청 혼났거든요. 야외 수업 때문에.”
그가 곤란했다는 듯 코를 찡긋거리며 말했다. 선생님은 그의 후배라 그런지 그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하는 편이었다. 선생님이 말하는 그는 뭔가 새로워 보였다. 내가 알 수 없는 부분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차갑고, 매섭고, 때론 다정한 그. 그에 대해서 나는 더 알고 싶었다.
“저기…… 선생님, 이사님이 많이 화냈어요? 죄송해요, 저 때문에”
“이사님? 학영 선배요? 아직 형이라고 안 부르나요?”
선생님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내게 물었다. 조금 놀란 눈치였다. 그러더니 곧 눈을 휘며 웃었다.
“네…….”
“선배가 좀 무뚝뚝하죠? 원래 그래요. 만나는 사람한테도 그래요.”
“만나는 사람이요?”
“네. 데이트할 때도, 섹스할 때도 그래요.”
“아…….”
선생님의 말에 깜짝 놀랐다. 그가 사귀는 사람이 있었나 보다. 갑자기 나의 마음이 푹 가라앉았다. 하루 종일 그를 떠올렸던 풍선 같던 마음이 조금 줄어들었다. 또 멍청이가 된 기분이었다. 그가 만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더 이상한 것이고 만나는 사람과 섹스를 하지 않는 것 또한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영우 군, 스무 살 성인이죠?”
“네.”
“내가 섹스 얘기 해 놓고 이 순한 얼굴이 꼭 아이 같아서 실수했나 싶었어요. 영우 군 알긴 알죠?”
“어떤 것을…….”
“섹스요.”
그가 만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잠시 멍해 있었던 내게 선생님이 닫혀 있던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섹스를 하는 그가 상상이 됐다.
“아……. 네. 알아요.”
나는 조금 얼굴이 빨개졌다. 열이 올랐기 때문이다. 아파서 열이 오른 것은 아니고 조금 부끄러워서 그랬다. 선생님이 말하는 ‘섹스’는 내가 알고 싶었던 세상 중에 하나이기도 했다.
고택에서만 지내던 나도 섹스는 알고 있었다. 집에 있는 책에서 배웠고, 통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할 때 보고 있던 TV에서 나오는 행위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또 어쩌다 몰래 보게 되었던 장면으로도 알게 되었었다. 그때가 언제였더라…….
“무슨 생각해요? 얼굴 빨개졌어요.”
“……아, 아니에요!”
아니라곤 했지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의 부정은 티가 났을 것이다. 양손을 흔들며 고개까지 도리도리하는 나를 보며 선생님은 또 한 번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이지, 귀엽다고 해야 할지 순수하다고 해야 할지. 영우 군 얼마나 알고 있어요?”
“네?”
“얼마나 알고 있냐고요. ‘섹스’ 말이에요.”
선생님은 이제 아예 내 쪽으로 몸을 돌려 앉아 묻고 있었다. 나는 식은땀이 나는 것 같았다. 이것도 세상을 알아 가는 수업 중의 하나라고 생각됐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것, 말할 수 있는 것만 골라서 선생님에게 얘기했다.
“책이…… 있었어요. 유모가 성장기에 관한 지침서를 사다 줘서 읽어 본 것 중에 나와 있었어요. 그리고 TV에서 봤어요.”
“무엇을 봤어요?”
나는 작게 몸을 움츠리고 그의 서재를 한번 휘 둘러보았다. 아무도 보지 않고 나와 선생님 둘 만 있는 공간인 걸 알면서도 그랬다. 왠지 선생님과 내가 나누는 대화를 누군가에게 들켜선 안 될 것 같았다.
“책에선…… 그냥…… 몸의 변화가 오는 과정 중의 한 부분이라고 봤고요. TV에선…….”
“말하기 어려우면 괜찮아요. 내가 괜한 걸 물어봤죠?”
귀까지 화끈거릴 정도로 나는 열이 올라 있는 상태였다. 말소리는 귀를 기울여야 할 정도로 점점 작아졌다. 그래서인지 선생님은 그만 말해도 된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선생님 말처럼 스무 살이나 돼서 ‘섹스’를 자세히 모른다는 것이 창피했다. 내가 알고 싶은 세상이었고 궁금한 것이기도 했다.
“아니에요, 알고 싶었어요. 무엇인지는 대략 알지만 자세히는 몰라요. 저 멍청이 같죠?”
무릎 위의 두 손을 꾹 말아 쥐었다. 창피해서 선생님의 눈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판도라의 상자를 연 이상 알고 싶었다. 내 손 위로 선생님의 하얗고 가지런한 손이 내려앉았다. 토닥거림이 이어졌다.
“아뇨, 하나도 안 멍청해요. 영우 군 세상 배우고 싶다면서요. 스무 해 동안 엄마와 유모, 그리고 가끔 보는 회장님이 세상의 전부였다면서요.”
“…….”
용기를 내어 선생님을 보았다. 여전히 온화한 표정이었는데 어딘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빠져들 것 같았다. 선생님이 열어 줄 세상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할 것 같았다.
“내가 알려 줄게요. 영우 군은 나의 학생이니까 알고 싶고, 배우고 싶은 세상 알려 줄게요.”
선생님이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선생님의 말이 달콤하게 들렸다. 얼마 남지 않은 동안 멍청이인 나를 구제해 줄, 악마와 같은 속삭임이었다.
남은 공부 시간은 내가 어디까지 정확히 ‘성(性)’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알고 있는 대로 가감 없이 선생님에게 얘기했다. 물론 책에서 배운 내용의 것들이 전부였지만 말이다. 청소년기의 2차 성징으로 남녀의 성기가 발달하는 점, 여자는 ‘월경’을 시작하고 남자는 ‘사정’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점들 같은 것들을 말이다. 그러면서 섹스를 통해 아이를 가질 수 있고…….
“앞으로 배울 세상이 까마득해요. 다음 수업도 실내에서 합시다.”
“네…….”
벌써 수업이 끝나 가는 시간이었다. 나는 기대와 호기심으로 선생님을 보았다. 선생님은 웃음과 함께 책상 위를 정리하며 가방을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따라 일어서 선생님과 같이 문으로 향하는데 노크 소리가 서재 안을 울렸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자 나와 선생님은 동시에 음성을 터트렸다. 한 실장이 아니라 그였기 때문이었다.
“선배!”
“다 끝났나?”
평소보다 이른 그의 퇴근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는 슈트를 입은 채였다. 퇴근을 하고 바로 서재로 올라온 듯했다. 반갑게 달려가고 싶은 사람은 나였는데, 선생님이 안으로 들어오는 그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살랑거리는 걸음이었다. 어느새 코앞에 다가간 선생님이 그를 올려 보며 물었다.
“수업할 때마다 감시하러 올 거예요?”
“두고 간 것이 있어서 가지러 왔어. 다시 나가 봐야 해.”
“사람 시켜도 되는 거였잖아요. 감시하러 온 거 맞죠?”
“후…….”
선생님의 질문이 성가셨는지 자신의 책상 서랍을 뒤적이며 그가 한숨을 쉬었다. 두고 간 것이 서류 봉투였는지 봉투를 꺼낸 그가 서재에서 나가려는 나를 불렀다.
“지영우.”
그의 부름으로 문 앞에서 멈춰 섰다. 선생님과 그와 같이 있을 때면 외톨이가 되는 기분에 보고 싶고, 반가운 마음을 접어 두고 서둘러 나가려 했었다. 일주일 전 그가 미음을 먹여 준 뒤로 처음 나누는 대화였다. 오랜만의 대화에 갑자기 설렘이 밀려 들어왔다. 하루 종일 그를 생각하는 나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네.”
“이리 와 봐.”
그가 무심한 표정으로 나를 향해 손짓했다. 나는 그 손짓에 이끌려 그에게로 다가갔다. 무엇일까? 무엇 때문에 나를 부르는 걸까?
짐작할 수 없는 표정은 예측하기 어려웠다. 궁금한 마음이 가득 들어찼다. 다가가는 발끝에 힘이 들어갔다.
“가져가.”
“……?”
그가 내게 손잡이가 달린 작은 쇼핑백을 내밀었다. 진한 고동색 바탕 종이 쇼핑백에 하얀 글씨로 영어가 쓰여 있었다. 무엇인지 영문을 몰라 그를 빤히 올려 보았다. 이거 나를 주는 건가? 아니, 가져가라고 했으니 나를 주는 건 맞는 것 같았다. 공중에 떠 있는 그의 손이 민망할까 나는 그의 손에 있는 쇼핑백을 내 손으로 가져왔다.
“그만 나가 봐.”
“아…… 네.”
축객령을 내린 그에게 무엇이냐고 묻지도 못하고, 물건을 받고도 인사하지 못한 나는 얼떨결에 그와 선생님을 서재에 남겨 두고 나왔다. 얼른 방으로 돌아가 열어 보고 싶었다. 손에 들린 쇼핑백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무게였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작고 하얀 글씨로 ‘bonbon au chocolat’라는 영문이 쓰여 있었다.
좀 더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지나쳐 내 방으로 들어왔다. 침대에 앉아 서둘러 쇼핑백을 조이고 있는 리본을 풀어냈다. 안에는 작은 상자가 들어 있었는데 상자를 꺼내니 살짝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귓가에 대고 흔들어 보았다. 흐음, 여전히 달그락거리기에 나는 네모난 상자의 뚜껑을 열어 보았다.
“……와.”
상자 안에는 처음 보는 모양의 초콜릿들이 얇고 하얀 종이에 옹기종기 올려 있었다. 달콤한 냄새가 진동을 하며 콧속으로 들어왔다. 동글동글한 모양의 초콜릿, 기다란 막대 모양도 있었고 반짝반짝 빛나는 별 모양에 꼭 날카로운 칼로 예리하게 도려냈을 것 같은 모양의 초콜릿도 있었다. 나는 그에게 초콜릿을 받은 것이었다.
선물인 걸까? 아침 식사에 쓴 약을 먹고 사탕이나 초콜릿을 먹고 싶다고 말한 나의 말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걸까? 그래서 내게 달콤한 초콜릿을 주고 싶었던 걸까?
내 무릎 위에 있는 초콜릿 상자에서 한가운데에 놓여 있는 하트 모양의 초콜릿을 집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입 안에 넣자, 사르르 녹으며 달콤함이 퍼졌다. 그 달콤함이 입 안을 넘어 나의 왼쪽 가슴에 자리한 심장까지 아릿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만나는 사람이 있다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가라앉았던 내 마음이 다시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환희와 기쁨의 감정이 넘실넘실 넘쳐흘러 주체할 수가 없었다. 내게 너무나 다정한 그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었다. 지금, 그의 얼굴을 보고 웃어 주고 싶었다. 상자 뚜껑을 닫고 두 손에 쥔 채 방을 나섰다. 아까보다 더 빠른 발걸음으로 그의 서재로 달려갔다.
다시 회사로 돌아간다고 했던 그였다. 벌써 돌아갔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다급했다. 아직 가지 않았으면! 하루가 지난 내일이 아니고 지금 말하고 싶은데 아직 서재에 있었으면!
나의 간절한 바람 때문일까? 서재로 다가갈수록 그의 말소리가 들렸다. 아직 떠나지 않은 것이다. 선생님의 말소리도 들렸는데 둘이 대화중인 것 같았다. 두 사람이 대화중이라도 나는 이 기쁘고 벅찬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 다급했던 발걸음이 서재 문 앞에서 우뚝 멈추었다. 아까 그의 서재에서 나오면서 내가 문을 닫지 않고 나왔었는지 두 사람의 말소리가 꽤 또렷하고 크게 들려왔다.
“우리 언제 만나요? 안 한 지 오래됐잖아요.”
“나가 봐야 해.”
“바쁘면 지금 나가는 길에 해요. 저번처럼 차 안에서 하면 되잖아요.”
“왜 그래, 발정이라도 났어?”
나긋나긋한 선생님의 말투,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약간의 짜증이 묻은 그의 말투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듣지 말아야 할 것을 듣고 있는 것 같았다. 훔쳐 듣는 기분에 도둑이 된 듯 가슴이 쿵쾅거렸다. 그에게 감사 인사를 하러 온 패기는 사라지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 더 듣고 싶은 마음이 서로 부딪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하고 싶어서 그래요. 내가 지금 하고 싶어요. 선배 거 빨고, 물고, 질질 싸고 싶다고.”
“목소리 낮춰.”
그의 목소리는 낮고 사나웠다. 화가 난 것 같았다. 선생님은 그가 무섭지 않은 걸까? 밖에 서 있는 내가 무서움으로 한기가 몸에 돌 정도였다. 부스럭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책상 위의 서류가 움직이는 소리일까? 달그락거리는 쇳소리도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그만 둬.”
“왜 안 하는 건데요? 나랑 하는 거 만족해했잖아요.”
나긋나긋하던 선생님의 말투가 신경질적으로 바뀌었다. 높고 빠른 속삭임이었다. 이어서 피곤한 기색이 가득한 그의 말투가 뒤따랐다.
“김재형, 파트너답게 깔끔하게 굴어. 피곤하게 하지 말고.”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대화가 내 머릿속을 구석구석 휘젓고 있었다. 더 이상 들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감당치 못한 큰 사실을 알아 버린 것 같았다. 피하고 싶었다. 외톨이인 나는 이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발끝에 힘을 주고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고택에서의 발걸음처럼 소리 없이 조용히, 내 방으로 향했다.
여전히 심장은 쿵쿵 뛰고 있었지만 무력감이 덮쳐 와 약간 후들거리는 다리를 접어 침대에 앉았다. 침대 위엔 초콜릿 쇼핑백을 묶고 있던 리본이 늘어져 있었다. 나는 그 리본을 소중히 집어 들어 땀이 난 한쪽 손아귀에 쥐었다. 어느새 입 안은 초콜릿의 달콤함이 사라지고 씁쓸함만이 맴돌았다. 그가 선물한 상자를 조심스레 열었다. 하트 모양의 초콜릿 옆자리에 놓인 동그란 초콜릿을 집어 다시 입 안에 넣었다. 퍼지는 달콤함이 아까와 마찬가지로 내 심장을 아릿하게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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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살이었을 거다. 나의 생일날이었다. 내 생일날엔 회장님께서 엄마와 나를 만나러 와 주셨었다. 그때만큼은 엄마와 내가 아프든 안 아프든 회장님께서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매해 커다란 삼단 초콜릿 케이크와 장난감, 인형, 옷, 책, 그리고 목걸이, 팔찌와 같은 액세서리를 선물로 사 오셨다. 아플 때는 누워서, 안 아플 때는 정원에서 회장님을 맞이했었다.
그날따라 나는 내 생일인데도 무척이나 아팠다. 내 몸은 원래 사정 보지 않고 제멋대로인지라 ‘하필이면 오늘 아프다니’와 같은 생각은 없었다. 어린 나이에도 나는 아픔에 이력이 난 상태였다.
열네 살까지만 해도 많이 작았던 나는 그해 갑자기 쑥쑥 크기 시작했다. 성장통이 관절마다 생길 정도였는데 저녁때 오신 회장님은 훌쩍 자란 나를 보곤 언제 이렇게 컸느냐며 놀라셨다. 원체 작았던 나는 회장님께서 종종 말씀해 주시는 형만큼 크고 싶다고 수줍게 말했었다. 회장님의 축하와 위로를 받은 나는 촛불을 끈 초콜릿 케이크를 한 입 맛보곤 다시 내 이부자리에 누웠다. 늘 함께하는 내 질병의 고통과 성장통이 버거웠기 때문이었다.
나는 눈이 펑펑 오는 한겨울에 태어났는데 열다섯 번째 생일날도 눈이 내렸다. 유모 몰래 열어 둔 창문 사이로 내리는 눈을 보고 있었다. 손발도 뜨겁고 몸과 머리까지 뜨거웠다. 문을 열어 둔 덕분에 들어오는 찬바람이 코끝을 시원하게 해 줘서 그나마 숨통이 트일 것 같았다. 원래는 이렇게 아프면 유모가 내 방 안에서 내내 나를 돌보아 줬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었다. 회장님께서 머무시기 때문이었다. 평소엔 잠깐 만나고만 가시는 분인데 1년에 두 번은 고택에서 지내셨다. 엄마의 생일과 내 생일이었다.
회장님이 머물면 유모가 바빠지기 때문에 나를 평소보다 아주 조금 덜 돌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난 그 점에 대해서 전혀 불만이 없었다. 오늘은 더욱이 엄마의 컨디션 상태가 매우 좋았기 때문에 엄마는 회장님과 단둘이 함께할 수 있었다. 그러면 엄마의 기분은 날아갈 듯이 좋아졌고 그 기분은 최소 5일은 갔다. 이번엔 더 길게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종종 말수 없이 조용할 때가 있었는데 그때는 내가 가서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창밖의 하늘만 조용히 보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이 다였다. 아들인 나도 어찌할 수 없는 그녀의 침묵을 풀어 줄 수 있는 이는 회장님이었다. 그래서 나는 회장님이 좋았다.
벌써 내 생일의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요번 생일은 이렇게 지나가는구나 싶었다. 앞으로 생일을 몇 번이나 더 맞이할 수 있을까. 세 번? 다섯 번? 모르겠다. 지난 기억의 날들이 항상 같았기에 내 생일이 열 번, 스무 번이 온다 해도 나의 생활은 똑같을 것이라고 자조했다. 이렇게 사는 것은 참 재미없고 쓸쓸했다.
몸을 웅크리고 이불을 목까지 끌어 올렸다. 창밖의 하늘은 새카맸다. 나는 조용히 하늘을 바라보다 뜨거운 손을 바지춤에 집어넣었다. 정확히는 속옷 안이었다.
몇 개월 전부터 고추 근처에 부드럽고 얇은 털이 자라기 시작했다. 샤워를 하다가 발견한 털은 나를 당황시켰는데 처음엔 내가 아프다, 아프다 이제 이상한 곳에 털이 자라는구나 싶었었다. 고추 주변에 자라던 털은 나중에 겨드랑이에도 자랐다. 나는 무서웠었다. 무서운 마음에 몇 날 며칠을 잠을 이루지 못하고 끙끙 앓았다. 이 사실을 유모와 엄마에게 알리지도 못했다. 정확한 교육은 받지 못했어도 여자인 그들과 남자인 나의 차이는 알았으니까. 고추에 하자가 생긴걸 말하기 창피했으니까.
하지만 결국 난 유모에게 SOS를 요청할 수밖에 없는 일이 생겼다. 고추가 부푸는 사건이 생겼기 때문이다. 놀란 나는 울면서 헐레벌떡 유모에게 달려갔다. 이보다 어릴 때도 이런 적이 종종 있었지만 이번엔 어릴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였다. 심지어 고추 끝에 이슬 같은 것이 맺히기도 했다. 오줌이 아니었다. 근처에 난 털을 만지작거리다가 생긴 일이었다.
펑펑 울며 유모에게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자, 그녀는 빙긋이 웃으며 괜찮다고 나를 안아 주고 달래 주었다. 가만히 두면 괜찮아질 거라고 이부자리에 나를 눕혀 주기까지 했다. 하지만 한동안 나의 고추는 그대로였고 내가 훌쩍이며 잠들고 깨어나서야 가라앉았다.
다음 날 유모는 내게 책 한 권을 주었다. 그것이 바로 어제였다. 청소년 성장기에 관한 책이었다. 간단한 그림과 사진이 있었고 자세한 설명이 있는 지침서 같은 것이었다. 그러니까 고추를 성기나 음경이라고 부르고, 털을 음모라고 부르는 것을 책을 보고 알았다. 생소한 지식들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그러니까 지금 내게 벌어지는 신체적 변화는 아파서 생기는 것이 아니었다. 남자의 성장기 증후였다. 남자는 목소리도 낮고 굵게 변하는 변성기라는 것도 거친다고 쓰여 있었다. 아직 나의 목소리는 변하지 않았는데 이제 성기에 음모가 나기 시작했으니 목소리도 곧 변할 터였다.
나는 나의 변화를 만지작거렸다. 음모도 만지고, 성기도 만졌다. 따듯한 손에 잡히는 성기는 시원했다. 그 아래에 달린 주머니 같은 것을 뭐라고 한다고 했더라……. 갑자기 생긴 궁금증에 나는 어제 읽다 만 책을 가져오고 싶었다. 마루 근처 나무로 된 수납장 위에 올려놨던 기억이 났다. 나는 열로 무거운 몸을 일으켜 살금살금 내 방에서 나갔다.
오래된 고택은 나무로 된 마루여서 조심하지 않으면 끼익끼익 소리가 나 살그머니 걸어야 했다. 아직 마루로 나가진 않았지만 마루로 가는 복도 중간에 엄마의 방이 있었기에 잠귀가 밝은 그녀를 위해 최대한 발끝에 힘을 주고 조용히 걸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움직일수록 엄마의 방이 가까워졌다. 그런데 가까워질수록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거친 숨소리 같기도 하고 흐느끼는 소리 같기도 했다. 그리고 무언가 질퍽하게 부딪히는 소리. 자정이 다가오는 시간, 내 생일이 지나가기 전, 늦은 밤인데도 엄마는 아직도 잠을 자고 있지 않은 걸까?
“흣.”
“아아! 흐읏…… 앗, 으응…….”
회장님과 엄마의 목소리 같았다. 대화는 아니었다. 꼭 짐승의 울음소리 같았다. 멈출 수 없는 발걸음이 엄마의 방문 앞까지 다다랐다. 점점 소리는 크고 또렷해졌다.
“크흠…… 핫.”
“아! 아! 아아…… 흐응, 기…환 씨!”
엄마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엄마는 회장님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나는 알 수 없는 상황에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기분이었다. 내 고추…… 아니, 성기의 부드러운 음모도 빳빳해지는 기분이었다. 축축하게 젖은 숨소리는 신음 소리였다. 하지만 이 소린 아파서 내는 것 같진 않았다. 나는 알 수 있었다. 엄마의 목소리는 기분 좋은 날에 부르는 노랫가락과 같았다. 엄마는 지금 매우 행복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어느새 나는, 오래돼서 어긋난 틈이 생긴 미닫이 장지문 앞에 서 있었다. 좁은 틈으로 엄마와 회장님을 볼 수 있었다. 나의 눈이 순간 충격으로 크게 뜨였다. 그 충격은 매우 커다래서 마루로 나가려던 나를 방으로 빠르게 돌아가게 만들었다. 돌아가는 그 순간에도 엄마와 회장님에게 들킬까 발끝에 힘을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날 밤 나는 부풀어 오르는 성기를 쥐어 잡고 잠이 들었다. 엄마와 회장님이 한 행위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른 채였다. 다음 날 나는 이부자리에 실수를 하고 말았다. 얼마 후 책을 보고 알았다. 실수가 아닌 내 첫 몽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