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아이돌의 해체를 막는 방법-71화 (71/82)

내 아이돌의 해체를 막는 방법 71화

미쳐야 한다면 이들처럼 미치고 싶다

We Are Insane!

청춘을 가득 품은 W.A.IN 멤버들과 함께 한 한낮의 데이트

Q. 슈퍼 루키로 화제가 되고 있는 만큼 데뷔 소감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문 : 감사하다. 처음엔 믿기지 않아서 서로 볼을 꼬집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꿈이 아니더라.

호재 : 아직도 아침에 눈을 뜨면 실감이 잘 안 날 때가 있다. 관심을 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고 있다.

Q. 데뷔 전부터 신비주의 마케팅으로 입소문을 탔는데.

휘건 : 의도한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작은 회사이다 보니 정보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시찬 : 휘건이 형과 문이 형은 데뷔 전부터 유명했다. 덕분에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있었다.

율 : 두 사람 다 우리 팀의 기둥 같은 존재들이다.

휘건, 문 : (서로 마주보며 쑥스러운 듯 웃는다)

Q. 멤버들 모두 사이가 좋아 보인다.

문 : 다들 착하고 좋은 아이들이다. 가끔 리더로서 싫은 소리를 해야 할 때도 있는데, 불만 없이 모두 받아준다. 모난 데 없이 둥글둥글한 성격들이라 많이 배운다.

시찬 : 다 형들을 보고 배운 것이다.

호재 : 그냥 받아치기 귀찮아서 넘어가는 것일 뿐이다.

(일동 웃음이 터진다)

Q. 차율 군은 독일 교포라고 들었다. 어떻게 한국에서 데뷔하게 되었나?

율 : 모친이 한국 분이시라 자주 놀러 왔다. 평소에도 K-POP을 즐겨 들었는데, 버스킹 공연을 보고 흥에 겨워 함께 즐기다 현재 매니저에게 캐스팅 되었다. 처음에는 사기인 줄 알았다. (웃음)

Q. 언어 구사가 특이하다. 보통은 ‘모친’보다 ‘어머니’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나?

율 : 집에서는 아무래도 독일어를 사용하다 보니, 혼자 사극과 한류 드라마를 보며 한국어를 배웠다. 그래서인지 가끔 옛스러운 단어나 말투가 튀어 나온다. 고치려고 노력 중이다.

Q. 휘건 군은 수영 선수 생활을 오래 했다고 들었다. 갑자기 진로를 바꾸게 된 계기는?

휘건 : 원래 이것저것 도전하기 좋아하는 성격이다. 길에서 대표님에게 직접 캐스팅 되었는데, 제안을 듣고 보니 한번 해 보고 싶었다.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 보니 춤추는 게 너무 재미있어 더 열심히 하게 됐다. 멤버들의 도움도 컸다.

Q. 학창시절부터 절친한 친구와 같은 그룹으로 데뷔하다니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휘건 : 항상 같이 있는 게 당연해서 그런지 그다지 새롭지는 않다. 사실 좀 지겹기도 하다. (웃음)

문 : 나를 잘 아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그래도 역시 좀 지겹다.

Q. 지겹다고 말하는 것 치고는 평소에도 사이가 남다른 것으로 유명하다.

문 :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렇게 보인다니 안타깝다.

휘건 : 노 코멘트 하겠다.

Q. 시찬 군은 막내여서 힘든 점은 없나?

시찬 : 힘든 점은 전혀 없다. 아, 하나 있다면 형들이 가끔 아기 취급을 한다. 몇 개월 뒤면 성인인데, 예의를 갖춰 줬으면 좋겠다.

(시찬을 제외한 멤버들이 귀엽다는 듯 웃음을 터트린다)

율 : 떡볶이 하나로도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역시 아직 어린 애가 맞다.

Q. 학교에서의 반응은 어떤지?

시찬 : 지금은 한창 활동하는 시기라 출석이 힘들다. 친구들과 자주 연락하지는 못하지만, 다들 응원해주고 있다. 다음에 만나면 사인을 백 장 해달라고 하더라.

Q. 강문 군은 리더로서 무엇을 느끼나?

문 : 역시 책임감을 가장 강하게 느낀다. 혼자인 것과 여럿이 함께인 것은 확실히 다르다. 내가 모범이 되어야 멤버들이 잘 따라줄 거라는 생각에 조금 엄격해지기도 한다. 자칫 오해가 생길까 걱정될 때도 있다.

Q. 생각이 굉장히 깊은 타입인 것 같다.

문 : 정확히 보셨다. (웃음) 아무래도 리더라는 자리를 맡다 보니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게 된다. 원래 성격이 이렇지는 않았는데,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모양이다. 데뷔하기 전보다 좀 더 진중해진 것 같다.

Q. 호재 군은 대기실에서 보통 잠을 잔다고 들었다. 평소에도 잠이 많은지?

호재 : 다른 사람들에 비해 유난히 잠에 약한 편이다. 특히나 아침에는 깨는 데 오래 걸린다. 중간중간 잠을 보충해 그런 일은 없도록 노력하지만 혹시라도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거나 느릴 때는 졸려서 그런 것이니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Q. 굉장히 건강해 보이는데, 혹시 체력이 약한 편인가?

호재 :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체력은 남들보다 좋은 편이다. 그냥 체질적으로 잠이 많이 필요한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이동할 때나 대기 시간에 틈틈이 잠을 보충하며 지내고 있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Q. W.A.IN이 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호재 : 열심히 노력하는 건 모두들 그런 거라,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노래와 퍼포먼스도 좋았고.

시찬 : 멤버들의 관계성? 이젠 정말 다들 가족 같다. 집보다 숙소가 더 편하다.

율 : 얼굴이다. 솔직히 다들 잘생겼다. (제법 단호한 표정)

휘건 : (웃음을 참으며) 멤버들 간의 목소리 합이 정말 좋다. 더욱 매력적으로 보여드리기 위해 작곡도 배우는 중이다.

문 : 이미 멤버들이 앞에서 전부 말했다. (웃음) 이 모든 것들이 모여 시너지를 발휘한 게 아닐까 싶다.

Q. 무대에서의 흡입력이 신인답지 않다는 평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휘건 : 다들 그렇겠지만, 정말 많이 연습했다.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

문 : 무대에 올라 팬들을 마주하면 전율이 흐른다.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더욱 열심히 하게 된다.

시찬 : 특히 휘건이 형과 문이 형은 연습 벌레들이다. 지치지 않고 달리는 형들을 보면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율, 호재 :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Q. 이제 막 후속곡 활동을 시작했는데, 간단하게 소개 부탁한다.

호재 : 후속곡인 ‘피넛 버터 젤리’는 타이틀 곡 ‘마그넷’보다 좀 더 차분한 매력이 있는 곡이다. ‘마그넷’이 여름밤의 시원함과 청량함을 담고 있다면, ‘피넛 버터 젤리’는 가을 햇살의 포근함이 느껴진다.

휘건 : 안무도 파워풀한 마그넷과는 달리 아기자기하게 구성되어서, 멤버들의 또 다른 매력을 보실 수 있을 것이다. 포인트 안무는 챌린지 영상도 준비되어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문 : 앞으로도 오래오래 함께할 수 있도록 멋진 모습 많이 보여드리겠습니다. 끝까지 지켜봐 주시고, 응원 부탁드립니다. 사랑합니다!

휘건 : 저희는 여러분의 사랑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망시키는 일 없도록 늘 최선을 다하며 음악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호재 : 잠깐의 관심이 일생의 호감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앞으로 더욱 성장할 멤버들을 기대해 주세요.

율 : 처음 와이너리를 만났을 때 그 반짝이던 눈동자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언제나 초심을 잃지 않으며 발전하는 모습 보여드릴게요. Ich hab dich sehr sehr lieb!1)

시찬 : 십 대의 마지막을 와이너리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 저의 이십 대, 그리고 형들의 이십 대도 계속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떡볶이보다 우리 와이너리가 백만 배는 더 좋아요!

첫 화보 촬영과 인터뷰 소식에 잔뜩 얼어 있었던 것 치고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재미있게 촬영이 진행되었다. ‘청춘을 가득 품은’이라는 타이틀이 붙어서 그런지, 화보는 W.A.IN 멤버들이 함께 MT를 가서 신나게 노는 컨셉이었다.

인터뷰도 휘건과 사전에 미리 말을 맞춰둔 덕에 큰 무리 없이 척척 대답했다. 서로에게 의지하면서도 지겨워한다는 아이디어는 강문이 낸 것이었는데, 휘건이 생각보다 더 재치있게 풀어내 만족스러웠다. 실제로 10년이 넘도록 붙어 있으면 딱 그런 감정일 것 같았다.

* * *

“아으으- 오늘은 그래도 일찍 들어왔네.”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시찬이 소파 위로 철푸덕 쓰러지듯 누우며 앓는 소리를 했다.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면 늘 자정을 훌쩍 넘기기 일쑤였는데,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자정 전에 숙소에 도착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 드디어 팬클럽 이름도 생겼다. 최종 후보는 ‘와이너리’, ‘스파클링’, ‘바커스’ 셋이었는데, 투표와 내부 회의를 거쳐 ‘와이너리’로 결정되었다. 어찌 보면 뻔한 팬 네임이지만, 팬들은 자신들을 ‘농장주’라고 귀엽게 표현하며 좋아했다.

“난 피곤해서 먼저 들어갈게.”

“어엉. 쉬어~”

방으로 들어온 강문이 닫힌 문에 기대어 서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W.A.IN의 타이틀곡 활동은 4주 동안 진행되었기에, 성공적으로 데뷔 무대를 치르고 후속곡 활동을 시작하기까지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내일은 돌아가겠지, 내일은 퀘스트 완료 창이 뜨겠지 하며 기대하고 기다린 게 벌써 한 달째라는 말이다.

하지만 쓸 데 없이 툭툭 튀어나오던 시스템이 이번엔 야속하리만치 잠잠했다. 어떠한 신호도 없었고, 힌트조차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마냥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없으니 속만 까맣게 타들어 갔다.

“언제까지 이러고 기다리라는 거야…….”

주르륵 미끄러지듯 내려가 주저앉은 강문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멤버들과 함께 하는 연예계 생활은 퍽 즐거웠지만, 어쨌든 강문에게 이곳은 현실이 아니었다. 자신에겐 돌아가야 할 집이 있고, 가족들이 있었다.

그룹이 해체되지 않도록 데뷔만 성공적으로 이끌어 두면 모든 게 다 해결 될 거라 생각했는데, 이 이상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막막했다. 점점 뜸해지는 시스템 메시지도 신경 쓰였다. 게임이 자신을 이곳에 붙잡아 두려는 것 같다는 불안한 생각도 들었다.

“잠깐. 설마…….”

그러다 문득 강문은 자신에게 주어진 퀘스트가 ‘성공적으로 데뷔하세요.’가 아니라 ‘해체를 막으세요.’였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두 문장은 얼핏 보기엔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확실히 달랐다.

주인공 캐릭터의 설정 상 W.A.IN은 2집 발매 후 성적 부진으로 해체되었다. 그러니 지금은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더라도 다음 앨범에서 얼마든지 고꾸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2집도 데뷔 앨범만큼 대박날 수 있다는 보장도 없을뿐더러 당장 내일이 불투명한 직업이니까.

어쩌면, 데뷔뿐만 아니라 2집 발매 후의 활동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게 퀘스트 달성의 조건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막막하기만 했던 머릿속이 조금은 정리되는 것 같았다.

“조금만…… 조금만 더 버텨 보자.”

하지만 스스로를 다독여 보아도 이미 생겨난 불안함을 완전히 사그라트릴 수는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방 안을 서성거리던 강문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고는 침대에 털썩 걸터앉았다.

[잠깐 내 방에 좀 와 줄래?]

타닥타닥 손가락으로 만들어 낸 문장이 고민 끝에 강문의 손을 떠났다. 수신인은 당연히 휘건이었다.

1) 아주 많이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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