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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돌의 해체를 막는 방법-70화 (70/82)

내 아이돌의 해체를 막는 방법 70화

“이런 친구 옆에 있으면 괜히 막 질투 나지 않아?”

강서면의 너스레에 휘건이 티 나지 않게 살짝 움찔하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웃었다. 다른 멤버들과 강서면은 알아채지 못했지만, 강문은 휘건이 그 짧은 순간에 눈동자를 흔들며 동요하는 모습을 보았다.

질투라는 단어에 안 좋은 기억이라도 있는 건가. 미심쩍은 구석이 있었지만, 지금은 촬영 중이니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왜? 난 좋은데. 멋있잖아.”

“맞아. 문이가 휘건이 얼굴 얼마나 좋아하는데. 1호 팬이라고.”

시찬의 말에 강문은 일부러 더 과장스럽게 동의하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강문이 휘건의 얼굴을 지독하게 좋아한다는 사실은 이미 너도 알고 나도 알고 팬들도 알고 있다.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주제라 오히려 더 당당하게 받아쳤다.

“내가 좀 눈이 높아. 곱게 자라서.”

강문이 제 손가락으로 눈가를 톡톡 두드리고는 씨익 웃었다. 그런 저를 바라보는 휘건과 눈이 마주치자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윙크했다. 휘건은 으으, 하고 질색하는 소리를 내며 받아주면서도 눈은 웃고 있었다.

“뭐지? 이거 지금 공개 고백인 거야?”

두 사람에게 번갈아 손가락질 하며 놀라는 척하는 강서면의 모습에 멤버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분위기가 한층 더 풀어지자 휘건이 식기 전에 얼른 먹으라며 재촉했다. 기다란 테이블에 둘러앉은 이들이 하나 둘 포크를 들었다.

휘건의 요리 솜씨는 역시나 나무랄 데 없었다. 강서면 역시 입맛에 굉장히 잘 맞았는지 먹는 내내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제 외모에 대한 칭찬은 그렇게 부끄러워하면서, 요리 실력에 대한 건 또 괜찮은지 내심 뿌듯해 하는 모습이 귀여워 강문은 파스타 면 대신 볼살을 더 많이 꾹꾹 씹었다.

“30분 휴식 뒤에 2부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1부 촬영이 마무리 되고, 잠깐 쉬면서 의상을 갈아입은 뒤 2부 촬영을 준비했다. 비슷한 디자인과 색상으로 맞춘 잠옷을 입고 대기실에서 대기하는데, 다들 옷을 갖춰 입고 있는 와중에 자신들만 잠옷을 입고 있으려니 뭔가 부끄러웠다. 강문은 눈치를 살살 보다 포인트로 머리에 얹은 수면 안대를 슬쩍 벗었다.

“오늘도 그거 가져왔어?”

복슬복슬한 수면 안대를 소파 저 편으로 치우고 있는데, 앞머리를 핀으로 야무지게 고정한 휘건이 다가왔다. 저 꼴을 하고 있는데도 멋있어 보이는 게 참 신기했다.

“어떤 거?”

“그거…… 셀카봉.”

쭈뼛쭈뼛 말을 꺼낸 휘건이 이내 입을 다물고 입술을 꾹꾹 물었다. 갑자기 셀카봉은 왜 찾나 하다가, 지난번에 꽃 축제에서 휘건만 사진을 못 찍은 게 퍼뜩 기억났다.

미친, 씨발. 귀여워!

그걸 아직도 마음에 담아 두고 있었던 거냐고. 귀여움이 지나치게 과한 나머지 이번엔 참지 못하고 휘건의 양 볼을 움켜쥐고 도리도리 흔들었다. 붕어처럼 뺨이 찌그러진 상태로 휘건이 눈만 동그랗게 떴다.

“뭐야, 너 왜 이렇게 귀여워? 같이 사진 못 찍은 게 그렇게 서운했어?”

“아니…….”

“너 다른 데서도 막 이렇게 매력 흘리고 다녀? 아오, 진짜. 귀여워서 어떡하지?”

강문은 차마 뽀뽀는 하지 못하고 끙끙 앓는 소리만 냈다. 갑자기 작은 소란이 일자 멤버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휘건은 차마 손을 쳐내지도 못하고 미간만 잔뜩 찌푸렸다.

“뭔데? 왜 그러는데?”

뭔가 재밌는 일이라도 생겼나 싶어 차율이 가까이 와 기웃거렸다. 강문은 휘건의 볼을 한번 주욱 늘이고는 손을 떼고 씨익 웃었다.

“사진 하나 찍을까? 프롬에 올리게.”

혹시나 하고 늘 가방에 챙겨 다니는데, 덕분에 이렇게 귀여운 모습을 보게 되다니 무겁게 가지고 다닌 보람이 있었다.

셀카봉에 휴대폰을 끼우고, 강문을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사진을 찍었다. 처음 한두 장은 뚱한 표정으로 있던 휘건도 나중엔 멤버들과 함께 이것저것 포즈를 취했다. 강문이 휘건의 볼에 손가락을 콕 찍는 사진으로 마무리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2부 촬영이 시작되었다.

“와~ 나만 빼고 잠옷 다 맞춰 입고 왔잖아?”

“그래서 네 거도 준비했지. 짠!”

서운해 하는 강서면에게 시찬이 미리 준비했던 잠옷 한 벌을 선물로 건넸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좋아하던 강서면이 아까우니까 나중에 입겠다며 구석에 잘 챙겨 두었다. 옷을 갈아입으려면 촬영을 잠깐 끊었다 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제 앉아서 좀 깊은 대화를 나눠 볼까?”

멤버들이 강서면을 따라 가운데에 모닥불 모양 램프를 두고 짧은 반원 모양으로 둘러앉았다. 램프 옆에는 커다란 상자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 그 속엔 벌칙에 사용될 소품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한국인 인심답게 모자라지 않도록 참 가득도 담겨 있었다.

걱정했던 것에 비해 질문은 피해가기 쉽게 준비되어 있었다. 일부러 벌칙을 받으라고 던져 주는 듯한 괴랄한 질문들에 멤버들은 앞에 마련된 상자에서 소품들을 꺼내 알아서 척척 벌칙을 수행했다.

그렇다고 너무 벌칙만 받는 건 또 재미가 없어서, ‘화성에 사는 외계인의 첫 인사말은 무엇일까’ 같은 질문에는 호재가 엉뚱한 대답을 내놓기도 해 웃음을 자아냈다. 호재는 위의 질문에 ‘안녕화성?’ 이라고 대답했다.

“그럼, 시찬이한테 질문할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진짜야?”

보통은 ‘제가 사랑하는 건 팬 여러분’ 이라는 대답을 유도하기 위한 질문이었지만, 순간 강문은 휘건에게서 ‘시찬이 연애 때문에 한번 주의를 받은 적이 있다’고 들었던 것을 기억해냈다. 데뷔한 지 아직 한 달도 안 됐는데 설마 싶으면서도,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어 슬쩍 시찬의 표정을 살폈다.

“소문이 벌써 거기까지 갔어? 아, 안되는데…….”

시찬이 정말로 당황한 듯 안절부절못하자 다들 긴장한 채 동공을 흔들었다. 강서면 역시 ‘이게 아닌데?’ 하는 표정으로 스태프에게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심호흡을 크게 한 시찬이 비장하게 입을 열었다.

“저는 떡볶이 양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에이, 뭐야!”

긴장되었던 분위기가 시찬의 엉뚱한 대답에 한순간에 풀렸다. 모두를 감쪽같이 속여먹은 게 신이 나는 듯 시찬이 배를 잡고 낄낄거렸다. 강서면은 나중에 꼭 연기를 시키라는 대답으로 그 능력을 인정해 주었다.

“다음, 율이! 갈수록 노령화 되어 가고 있는 사회에서 우리 20대 청년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포르투갈어로 대답해줄 수 있을까?”

“……Was?1) 왜 나만 질문이 이래?”

“5, 4, 3…….”

“잠깐! 문제부터 이해가 안 돼!”

“그럼 벌칙 받으러 가실게요~”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

문제가 이상하다며 투덜거리면서도 입은 웃고 있는 차율이 상자 속을 뒤적여 소품을 골랐다. 머리가 망가진다며 모자나 머리띠는 피했더니, 이젠 남은 선택지가 없었다.

“뭐야, 귀엽잖아~”

유니콘 뿔에 파스텔 톤으로 염색된 피스가 붙어 있는 머리띠를 쓴 차율이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어 얼굴 가까이 가져다 댔다. ‘마법 소녀’ 키워드가 적용되어서인지, 소품들은 대부분 화려한 가발과 요술봉, 모자, 액세서리, 의상 등이었다.

많이 준비되어 있다고는 해도 결국 수량은 한정되어 있으니 나중에 벌칙을 받을수록 더 이상한 소품을 사용해야 하기에 멤버들은 조금이라도 덜 부끄러운 것들을 서둘러 골라 갔다. 그럼에도 점점 화려해지는 꼴이 웃기기도 하고 재밌었다.

“자! 워밍업은 이쯤 하고, 나랑 친구들이 진짜 궁금해 하는 게 있는데…….”

강서면이 손뼉을 짝 마주치고는 눈을 가늘게 뜨고 씨익 웃으며 멤버들을 훑다 휘건에게서 시선을 멈추었다. 휘건은 얼굴만 한 리본이 달린 머리띠를 쓰고 뺨에 반짝이 스티커를 붙인 상태였다.

“휘건이랑 문이, 너네 학교 다닐 때 별명 부부였잖아. 박뿌, 강뿌.”

“그랬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는 휘건에서 이번엔 강문 쪽으로 시선이 옮겨 갔다. 커다란 보석 귀찌를 귀에 달고 곰돌이 인형을 어깨에 얹은 강문이 눈을 말똥말똥 떴다.

“솔직히 말해 봐. 너네 찐으로 사귀었어, 안 사귀었어?”

역시 이 질문은 어딜 가나 꼭 한 번은 나왔다. 쇼케이스 때와 차이가 있다면, 강서면은 대답을 듣든 말든 딱히 상관없어 한다는 것이었다. 이건 그저 두 사람 다 동시에 벌칙을 받게 하려는 장치에 불과했다. 그래서인지 그다지 불쾌하지 않았다.

“이거 공통 질문이야. 대답 못하면 둘 다 벌칙 받아야 해.”

강문과 휘건의 눈이 마주치고, 둘 다 동시에 무릎걸음으로 앞으로 나와 벌칙 박스로 손을 뻗었다. 마치 짠 듯 똑같이 움직이는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트렸다.

강문은 서둘러 소품 박스에서 요술봉을 찾아내 휘건에게 들이밀었다. 어깨끈이 달린 날개를 집어 들려던 휘건이 얼떨결에 받아 들고는 당당한 표정의 강문과 요술봉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이제 막 벌칙 추천도 해 주네?”

“잘 어울린다, 박휘건~”

휘건은 아직도 상황 파악이 덜 되었는지 얼굴에 물음표가 잔뜩이었다. 일단 주길래 받긴 받았는데, 자신이 이걸 왜 들고 있는 건지 이해가 잘 안 되는 모양이었다.

“요술봉은 그거 버튼 누르고 포즈까지 취해야 하는 거 알지?”

새로운 조건까지 추가로 내건 강서면이 재미있다는 듯 킥킥거렸다. 그제야 자신이 이 요술봉으로 벌칙을 수행해야 한다는 걸 깨달은 휘건이 서둘러 다시 강문에게 돌려주려 했다.

“뭐? 나 안…….”

하지만 강문은 벌써 기대에 가득 찬 눈빛을 보내며 두 손을 꼭 모아 쥐고 있었다. 장화 신은 고양이 같은 눈망울에 휘건이 당황하며 살짝 뒤로 몸을 물렸다.

“하…….”

잠깐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일어서서 쭈뼛거리다 마지못해 버튼을 눌렀다. 샤라라랑 하는 효과음이 촬영장에 울려 퍼지고, 가운데 달린 보석이 빙글빙글 돌아가며 요란하게 번쩍거렸다.

그 모습을 막막한 얼굴로 내려다보는 사이 금방 소리가 꺼졌다. 휘건은 착잡하게 입맛을 쩝 다셨다.

“보여줘! 보여줘!”

머뭇거리는 휘건을 향해 다들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멤버들뿐만 아니라 촬영 스태프들까지 한번 둘러본 휘건이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결연한 표정으로 다시 버튼을 눌렀다. 샤라라랑~ 하는 효과음과 함께 요술봉이 다시금 번쩍거렸다.

휘건은 제자리에서 발레리노처럼 가벼운 몸놀림으로 한 바퀴 휘리릭 돌더니 세일러 문 같은 포즈로 벌칙을 마무리했다. 부끄러워도 할 땐 제대로 해야지, 하는 속마음이 살짝 붉게 물든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성실한 성격이 벌칙 수행에서까지 발휘된 것이다.

“잘한다, 박휘건!”

“워후!”

생각보다 더 본격적인 모습에 촬영장은 초토화 되었다. 특히나 강문은 휘건이 보여준 깜찍함이 매우 만족스러워 입을 틀어막았다.

역시, 휘건은 타고난 아이돌이었다.

1)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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