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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돌의 해체를 막는 방법-42화 (42/82)

내 아이돌의 해체를 막는 방법 42화

와인의 데뷔를 알리는 첫 신호탄은 성공적이다 못해 대박이었다. 의도치 않은 신비주의 마케팅이 효과가 있었던 모양인지, 시찬의 티저가 공개되고 난 뒤부터 SNS와 커뮤니티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런 애들을 어떻게 꽁꽁 숨겨뒀던 거냐면서.

시찬을 이어 차율과 호재가 차례로 공개되는 동안 반응은 점점 달아올랐고, 강문과 휘건이 동시에 공개되자 거의 폭발 직전까지 갔다. 비게퍼가 아니라 현게퍼라며 이마를 빡빡 치는 덕후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뭐야? 왜 얘랑 나 둘이지?”

“어, 그러게? 휘건이 형은 내일 아니었어?”

“실수인 거 아니야?”

분명 마지막 공개 멤버는 휘건이었는데, 뜬금없이 강문과 같이 하루 먼저 공개되어버려 놀란 멤버들이 동요했다. 이 작은 회사에 따로 마케팅 팀이랄 게 있을 리는 없으니, 매니저의 실수라고 생각했다.

강문은 당황한 나머지 반응을 살펴보는 것도 잊었다. 벌써 이렇게 실수가 생기면 나중에 어쩌려고 이러는지 걱정되었다. 전화로 확인을 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성수가 숙소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형! 안 그래도 전화…….”

“이 존나 고마운 새끼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성큼성큼 다가온 성수가 휘건과 강문을 동시에 와락 끌어안았다. 강문은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서 눈만 멀뚱거리고, 휘건은 예기치 못한 스킨십이 불편해 온 힘을 다해 벗어나려 발버둥 쳤다. 그러나 그럴수록 성수는 두 사람을 더욱 꽉 끌어안았다.

“너희 대박났어! 대박났다고!”

성수는 거의 울다시피 웃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멤버들의 머리통 위로 물음표가 둥둥 떠다녔다.

* * *

직원이라고는 달랑 다섯 명 있는 회사에서, 그마저도 실무는 거의 성수 혼자 담당했다. 오늘도 원래는 마케팅을 담당하는 직원이 티저 업로드까지 마쳐야 했는데, 갑자기 일이 생겨 그 업무가 성수에게 넘어왔다. 원래 모든 펑크 나는 일들은 다 성수 몫이었다. 대표는 예약 업로드 시스템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무실에 앉아 대기하고 있는데, 문제는 그간 와인의 일정이 너무 타이트했다는 것이다. 매니저 일 외에도 이것저것 할 일이 많은 터라 피로가 겹겹이 쌓여 수마를 몰고 왔다.

저도 모르게 깜빡 잠들었다 알람소리에 퍼뜩 깨서 서둘러 업로드 버튼을 눌렀다. SNS에는 사진을, 공식 채널에는 동영상을 올리느라 정신없는 사이 다음날 공개되어야 했던 휘건의 티저 영상이 같이 올라가버렸다. 실수를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다 망했다고 생각하며 어떻게 수습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대표에게 전화가 왔다. 대놓고 화를 내거나 욕을 해대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실수를 추궁당할 것을 생각하니 무서웠다. 한참을 고민하다 눈을 질끈 감고 전화를 받았다.

「대, 대표님. 그게…….」

-최 실장! 휘건이 사진은 왜 안 올려?

「어…… 네?」

-영상만 올라갔던데? 확인해 봐. 그나저나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대?

대표는 성수가 일부러 머리를 써서 둘을 같이 공개했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암암리에 휘건과 강문의 관계성을 알고 있던 사람들은 회사에서도 공식으로 떠먹여준다며 환호를 터트리고 있었고, 그 불씨는 와인에 관심이 없던 변방의 덕후들에게까지 빠른 속도로 닿아 불을 지폈다. 두 사람이 만들어낸 시너지가 제대로 폭발한 것이다.

사딸라 @4_ddallarr_4

게이…… 아니 케이팝의 부활

삐동 @BBIDONGDONG

딸님 왜여???

사딸라 @4_ddallarr_4

저 공유한 거 보세여 쟤네 고딩때 별명이 부부였대여 존나 대가리깸

삐동 @BBIDONGDONG

허미 벌써 맛도리다

소라게 @lage_so

소속사 빌드업 미쳤네

감빵순 @bbanggams

이걸 이렇게 푼다고?

존나 감사합니다 념념긋

대표와의 전화를 끊고 SNS에 들어가 보니 난리도 아니었다. 소소하게 입소문이나 타면 다행일 거라 생각했는데, 서치하기 무섭게 새로운 글이 휘몰아치듯 올라왔다.

멍하니 이 광경을 바라보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서둘러 공식 계정에 휘건의 컨셉 포토를 올렸다. 업로드하기 무섭게 공유와 인용 숫자가 미친 듯이 올라갔다. 이렇게 빠르게 오르는 숫자는 처음 봐서, 두 눈을 의심했다.

대한민국 실시간 트렌드

1위 게이팝

2위 부부

3위 박휘건

4위 강문

5위 와인

실시간 트렌드까지 전부 장악한 것을 보자 저도 모르게 왈칵 울음이 터졌다. 실수가 오히려 기회가 되었다는 안도감과 그간의 고생들이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가서였다.

강문이 기억을 잃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눈앞이 정말 캄캄했는데, 이렇게 빨리 보상받을 줄은 몰랐다. 물론 이제 시작이니만큼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 * *

“이 형 왜 이래?”

“나도 몰라…….”

그러나 이 모든 상황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멤버들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버둥거리는 것을 포기한 휘건이 못마땅한 얼굴로 강문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눈이 마주치자 동시에 피식 웃음이 터졌다.

이내 웃음 섞인 한숨을 내쉰 두 사람이 성수의 등을 같이 끌어안았다. 언제부터 울고 있던 건지, 훌쩍임 사이로 성수는 계속 다행이라는 말만 되뇌었다.

“형, 전화 오는데?”

강문이 겨우 성수를 떨어트려놓고 뻐근해진 목을 돌리는데, 차율이 휴대폰을 내밀었다. 매니저나 멤버들 이외에는 전화가 온 적이 없어 강문이 의아한 듯 고개를 기울였다.

“전화? 나한테?”

“응. ‘홍규민’이라고 하오.”

“홍규민?”

차율의 말대로 휴대폰 화면에 ‘홍규민’이라는 이름과 함께 번호가 떠 있었다. 강문의 눈동자가 당황으로 흔들렸다.

그럴 리가 없는데.

분명 주인공의 휴대폰엔 저장된 연락처가 하나도 없었다. 몇 번이고 확인해도 아무것도 없는 걸 제 눈으로 똑똑히 봤다. 부모님 연락처 정도는 있을 법도 한데, 텅 비어 있어서 확인하면서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저장된 연락처로 걸려온 전화라니. 그것도 현실 세계의 친구와 똑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에게서.

“……여보세요?”

-깡문! 데뷔하면 한다고 자랑을 해야지, 왜 말 안 했어?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제 기억속의 것과 똑같았다. 당황스러워서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입만 벙긋거렸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지?

-여보세요? 뭐지? 잘 안 들리나…….

“아…… 미안. 지금 좀 정신이 없어서.”

-얼마만이야, 이게? 연락 끊고 사라져서 어디 산 속에 들어간 줄 알았더니.

겨우 입을 떼고 대답하자 규민이 반가운 듯 기뻐했다. 하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하기만 했다. 그가 정말 자신이 알고 지낸 친구가 맞다면,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

거기는 지금 어때? 다들 나 찾고 있지는 않아? 너는 어떻게 지냈어? 다른 친구들은? 우리 부모님은? 학교는?

나는…… 무사한 거지?

-박뿌랑은 화해한 거야?

규민의 물음에 혼란스럽게 휘몰아치던 머릿속이 스위치를 끈 듯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단 한 마디로도 알 수 있었다. 지금 대화를 나누고 있는 휴대폰 너머의 상대는 자신이 알던 그 사람이 아니라는 걸.

뭘 기대한 거야. 바보 같이.

“응……. 그렇지, 뭐.”

순간 울컥 눈물이 터져 나올 뻔한 것을 겨우 눌러 참고 대답했다. 그럴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규민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잘 붙잡고 있던 이성이 끊길 뻔했다.

-잘됐다. 너네 엄청 친했잖아. 갑자기 어느 날부터 떨어져 지내니까 내가 다 어색하더라.

“아하하…….”

겨우 이런 사소한 것 하나에 무너지는 마음이라니. 스스로가 참 하찮게 느껴져 허탈하게 웃었다. 안 그래도 예고 없이 찾아오는 시스템의 균열 때문에 불안해지는 마음을 애써 외면하느라 심란한데, 이렇게 뜻하지 않게 현실감이 찾아올 때마다 그냥 다 그만두고 싶어졌다.

대충 전화를 마무리하고 열 오른 눈가를 슥슥 문질렀다. 여기저기서 밀려오는 메시지에 정신없이 답장을 보내던 휘건이 슬쩍 붙어 왔다.

“왜? 누군데?

안 좋은 소리라도 들었을까 걱정 섞인 얼굴을 보며 강문은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 현실로 돌아가기 위해서도 있지만, 휘건을 더 높이 날아오르게 해주기 위해서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아니야. 그냥 기분이 좀 이상해서.”

마냥 불안해하고 있을 여유 따위는 없다. 이제 막 첫 발을 내딛었을 뿐,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니까.

* * *

[기사] ST Ent. 신인 남자 아이돌 W.A.IN 전체 멤버 공개

익명 | 조회 2108

출처 : http:coocoonews.com/ent/2345667434

[쿠쿠뉴스 김덕순 기자] 에스티엔터테인먼트(ST 엔터테인먼트)가 신인 남자 아이돌 그룹 ‘W.A.IN’의 전체 멤버 프로필을 공개했다. (사진 출처 = 에스티엔터테인먼트)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에스티엔터가 공식 SNS를 통해 신인 남자 아이돌 그룹 ‘W.A.IN (We Are Insane)’ 5인 (휘건, 문, 호재, 율, 시찬)의 전체 프로필을 선보였다.

‘W.A.IN’은 다가오는 8월 중순 데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데뷔 앨범 타이틀은 ‘MAGNET’이라고 전했다.

에스티엔터의 주상태 대표는 ‘멤버들의 비주얼과 실력이 모두 설명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W.A.IN’의 데뷔 쇼케이스는 8월 1일부터 온라인으로 사전 신청할 수 있으며, 접수 링크는 에스티엔터 공식 SNS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덕순 기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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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밑으로는 지금까지 공개된 티저 정리함

1. 박휘건

(컨셉 포토 1.jpg)

(컨셉 포토 2.jpg)

(컨셉 포토 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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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얘네 뭐임? 데뷔부터 이렇게 존잘일 수 있는 거임? 좆소도?

- 설마 쟤네 산삼고에서 유명했던 뿌?

┗ 헐???

┗ 뿌가 뭔데

┗ 박휘건이랑 강문 둘이 조오오온나 붙어다녀서 부부라고 불림 줄여서 뿌

┗ 미친 이건 되는 주식이다

- (사진) 나 얘네 드림랜드에서 봤는데?

┗ 혹시 얘네가 걔네 아님? 드림랜드 존잘플 돌았을때 걔네

┗ 맞는거같은데??

┗ 그때 데뷔조 없다고 확언하던 애 어디갔냐 ㅋㅋㅋㅋ

- 현게가 데뷔한다는 소식 듣고 찾아왔습니다

┗ 더 큰 대한민국이 이렇게……

- 박휘건은 강문 방으로 가고 강호재는 내 방으로

┗ 그럼 이시찬은 내 방…… 아 근데 너무 어려 씨아앙 왜 미자냐

┗ 괜찮아 누나 개띠라서 기다려 잘해

┗ 여기 개 짖는 소리좀 안나게하라!!

- 뭐지? 나 지금 차율한테 거하게 치인 거 같은데

┗ 나랑 취향 비슷하다 ㅋㅋㅋ

- 간만에 찐으로 잘생긴 남돌 나온듯

- 까봐야 알겠지만 얘네 진짜 얼굴로는 못까겠다

- 강뿌 박뿌를 여기서 보네 근데 박뿌 수영 그만둠?

┗ 이건 사생활인데 좀

┗ 뭐래 시발 박휘건 검색하면 선수때 기사만 오조오억개 나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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