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2. 황후가 되는 법
해가 바뀌고, 황궁에서는 일주일 내내 연회가 열리고 태후는 황궁의 곳간을 풀어서 가난한 백성들에게 곡식을 나누어주었다.
현 황제가 등극한 지 여섯 해 만에 귀한 황녀가 태어난 것이다. 태후는 황실의 인척들을 모두 초대해서 축하 연회를 열었다.
그러나 황족들이 모두 모여 웃고 떠들고 있을 때도 녹옥궁은 조용하기만 했다. 아이를 해산한 귀비가 몸조리를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황제는 태후와 자신을 제외한 모두에게 녹옥궁의 출입을 금했다.
귀비가 편히 쉴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귀여워라. 황상, 우리 황녀께서는 어쩜 이리도 귀엽고 예쁜 겁니까.”
손녀를 안고서 태후는 연신 싱글벙글하고 있었다. 비단 강보에 싸인 황녀 보옥은 태후의 품에서 쌔근쌔근 잠을 자고 있었다.
보옥은 삼 일 전에 운서가 낳은 아이였다. 아이는 건강하게 태어나서 벌써 뽀얗게 살이 올라 있었다.
“보옥이가 어마마마를 닮은 것도 같습니다. 눈매를 보세요. 어마마마를 쏙 빼닮았습니다.”
“나를 닮았다고요? 호호, 제가 보기엔 황상을 더 닮았습니다. 코가 반듯하고 입매도 딱 황상이 아닙니까.”
보옥을 안고 태후는 아이를 이리저리 보며 눈물을 다 글썽거렸다. 아들이 후궁들과 혼례를 치른 지 다섯 해가 지날 때까지도 후사가 없어 황실의 인척들과 백성들까지 계속 황실의 후사를 걱정하는 통에 얼마나 머리가 아프던지.
더군다나 연진이 후궁들을 멀리하는 탓에 속만 끓였었다. 그런데 운서가 보옥을 낳아서 그녀의 걱정거리를 단번에 해결해준 것이다. 그 때문에 보옥이 더욱 귀한 태후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나란히 앉은 태후와 연진은 보옥을 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반면, 아직 침상에 누워 있는 운서가 진이 빠진 듯 넋을 놓고 있었다.
그의 방 한가운데는 태후가 가져온 선물이 쌓여 있는데도 계속 몸에 기운이 나지 않았다.
‘…아이를 낳는 게 녹록하지 않구나.’
죽다 살아난 것 같은 운서였다. 운서는 해산 날만 떠올리면 다시는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다. 해산 날만 그런 게 아니고 지금도 몸을 조금만 움직이려고 해도 골반이 빠질 것 같았다.
‘황후고 뭐고, 다시는 안 낳고 싶은데….’
보옥을 보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처럼 예뻤다. 그렇지만 두 번 다시 출산은 하고 싶지 않았다.
‘잠깐, 아니지! 내가 보옥이를 위해서라도 꼭 후계자를 낳아야지.’
같은 황녀라도 정실인 황후의 딸과 후궁의 딸은 엄연히 신분의 차이가 있는 법이었다. 어렵게 귀한 아이를 낳았는데, 출산이 두렵다는 이유로 황후의 자리를 포기하고 보옥을 후궁의 딸로 머물게 할 수 없었다.
게다가 보옥이가 시집을 갈 때도 좋은 집안의 남편을 고르려면 반드시 황후의 딸이어야만 했다.
‘선선대 황제의 딸도 시집을 갈 때, 어미가 궁인 출신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을 당했었지.’
황제의 딸이라도 모친의 출신이 천하다는 이유로 명문가에 시집을 가지 못했었다. 운서는 이대로 자신이 후궁 자리에 머무르면 보옥도 그때의 황녀와 같은 처지가 될 거라는 생각에 지금이라도 다시 아이를 가지고 싶어졌다.
천금보다 귀한 제 자식을 그렇고 그런 가문에 시집보낼 수는 없었다.
‘내 딸들을 위해서라도 다음에는 꼭 황자를 낳아야지. 가만 보자, 지금이 늦가을이니 내년 여름에는 낳을 수 있겠네.’
운서는 아직 생기지도 않은 둘째 딸의 미래까지 걱정하며 황후가 되겠다는 투지를 불태웠다.
***
태후가 영현궁으로 돌아가자 연진은 보옥을 안고 운서의 곁으로 다가왔다. 운서는 연진에게서 보옥을 받고는 딸아이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아이는 주변이 시끄러운데도 울지 않고 얌전히 눈만 말똥거리고 있었다. 운서는 동그란 눈을 이리저리 굴려서 자신을 쳐다보는 보옥의 뺨에 입맞춤을 하고 연진을 힐긋 바라봤다.
연진은 그저 자신과 보옥을 사랑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뭐가 좋은지 계속 싱글벙글 웃어서 얼빠진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폐하, 뭐가 그리 좋으십니까?”
“사랑하는 너와 보옥이를 동시에 보고 있으니 좋지 않겠느냐.”
“…폐하도 참, 간지럽습니다.”
“그동안 보옥이를 낳느라 고생했다. 몸 상태가 좋아지고 태의가 움직여도 된다 하면 가까운 별장에라도 가서 잠시라도 쉬자꾸나.”
“정말이십니까?”
“당연하지 않으냐. 네 몸이 어서 회복했으면 좋겠구나.”
사실 운서는 별장으로 가는 게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운서가 바라는 건 별장이 아니라 회임이었다. 운서의 머릿속엔 별장 대신 하루빨리 연진을 덮치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다.
음흉한 욕망을 숨긴 운서와는 다르게 연진은 그저 순수하게 운서 걱정만 하고 있었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 입덧도 심하게 했으니 이제 잘 쉬게 하고 먹이고 싶은 마음이었다.
물론 운서의 발긋한 눈가를 보고 있으면 음심이 들긴 했지만 아직 몸도 성치 않은 사람을 덮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운서의 발긋한 눈에서 애써 시선을 돌린 연진이 얌전한 보옥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보옥이는 볼수록 예쁘게 생겼다. 유모의 말에 의하면 원래 갓난아기는 쭈글쭈글하여 못생겼다고 하던데. 너를 닮아서 아주 미인이구나.”
“아까는 어마마마를 쏙 빼닮았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거야 어마마마께서 보옥이를 너무 좋아하시니 더 기쁘게 해드리려고 한 말이지. 그 때문에 별장까지 얻은 것이 아니냐.”
태후는 운서에게 비단과 은자를 하사해줄 뿐만 아니라 별장까지 지어주겠다고 했다. 별장이 완공되려면 몇 년은 있어야겠지만 운서는 자신이 태후에게 더욱 사랑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폐하, 보옥이는 저나 태후마마가 아니라 제 형을 닮지 않았습니까? 아무리 봐도 눈매며 코며 입 모양이 딱 형님인데요…?”
운서는 아무리 봐도 제 딸이 영서를 닮은 것 같아 고개를 갸웃거렸다.
“실은…, 나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보옥의 이목구비를 살피던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 봤다. 그러고는 동시에 영서의 선녀 같은 외모를 떠올리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네 형을 닮았으니 커서 엄청난 미인이 되겠구나.”
“키도 크겠고요. 저를 닮지 않아서 차라리 잘됐습니다.”
아이가 자신을 닮아서 키가 작을까 봐 내심 걱정했던 운서였다. 운서는 보옥의 뺨에 살며시 입을 맞추고 아이를 연진에게 넘겨주었다.
‘귀여운 놈.’
운서는 딸이 키가 큰 미인이 되겠다며 헤헤 웃는 운서가 참 사랑스러웠다. 어쩌면 운서의 성격이 단순해서 더 사랑스러운 건지도 몰랐다.
운서는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또 상인 집안에 형제 관계도 단출했다. 황궁에서 출세하기 위해 혈안이 된 인척도 없어서 연진에게 운서는 여러모로 가장 만족스러운 배우자였다.
돈을 좀 많이 밝히긴 하지만 운서는 사치를 위해서 재물을 밝히는 게 아니라 다람쥐처럼 모으는 걸 좋아할 뿐이었다. 설사 사치를 한다고 해도 황궁의 재정 상태가 넉넉하니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폐하, 저는 이제 좀 쉬어야겠습니다.”
“그래, 오늘은 오래 앉아 있었으니 피곤하겠지. 어서 쉬어라.”
“예.”
운서는 배부른 고양이처럼 이불 안으로 파고들었다. 평소라면 태후에게서 얻은 비단이며 은자를 하나하나 살피며 기뻐했을 텐데, 아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조금만 움직여도 피곤했다.
비단 이불을 목까지 끌어 올리고 운서는 저를 토닥여주는 연진의 손길을 받았다. 그에 절로 잠이 솔솔 오는 것을 느끼며 살짝 잠이 들었다. 그대로 숙면에 빠지나 싶은 순간, 운서는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하마터면 자신의 목표를 잊고 그냥 잘 뻔한 것이다.
‘내가 깜박하고 잘 뻔했구나. 황후의 자리가 목전에 있는데, 방심할 뻔했어.’
아무리 피곤해도 자신의 목표를 잊지 않은 운서는 벌떡 일어나서 연진을 향해 웃음을 흘렸다.
“폐하….”
웃음만 흘리는 게 아니라 옷을 여민 매듭을 하나하나 풀기까지 했다.
“…피곤하여 일찍 잠자리에 들겠다고 하더니, 갑자기 옷은 왜 벗는 것이냐? 아, 또 땀을 흘렸구나.”
태의가 한동안 식은땀을 자주 흘릴 수 있으니 옷을 자주 갈아입히고 몸도 깨끗하게 해주라고 했었다. 연진은 옷을 갈아입혀 주겠다면서 옷상자로 가서 운서가 입을 것들을 손수 챙겨 왔다.
“…….”
운서는 그런 연진을 말없이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 다른 사람의 수발을 들겠다는 황제가 낯설기도 하고, 또 그만큼 사랑을 받는 것 같아 기뻤다.
그러나 지금은 눈치 없다고 욕을 하고 싶었다. 자신은 회임이 급한데 연진은 옷을 벗는 저를 보고도 음심을 품지 않으니 말이다.
그래도 자신을 챙겨주려는 연진의 정성이 고마워서 운서는 순순히 옷을 갈아입었다.
“이제 편히 자거라. 네가 잠이 들 때까지 곁에 있을 테니.”
“…폐하, 소인을 위하시는 폐하의 정성이 하늘 같사옵니다. 이리 다감하신 지아비가 있어 소인은 행복하옵니다.”
“그러냐?”
연진은 운서의 칭찬에 마냥 좋아했다. 연진이 함박웃음을 짓는 사이 운서는 이불 속에서 손을 빼서 그의 단단한 손을 살그머니 잡았다.
“예, 폐하께서 다정하시니 너무 좋습니다.”
운서는 몸까지 살며시 기대고 다시 옷의 매듭을 천천히 풀었다. 연진은 홀린 눈으로 운서의 손길을 따라 눈동자를 굴렸다.
“그동안 폐하께서 외로우셨지 않습니까. 이제 아이도 낳았으니, 오늘은 소인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는 게 어떠십니까?”
“…….”
연진은 꿀꺽하고 욕망이 섞인 침을 삼켰다. 운서의 작은 손이 옷의 매듭을 전부 풀고는 얇은 옷을 벗기 시작하자 당황한 듯 얼굴을 화르륵 붉혔다.
운서가 만삭이 되고부터는 눕는 것도 힘들다고 해서 입맞춤만 좀 하고 교접은 전혀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아이를 낳자마자 유혹해주니 심장이 또 살살 녹을 것 같았다.
“…우, 운서야.”
연진은 커다란 손으로 운서의 팔을 잡고 입술을 바짝 들이댔다. 운서는 기다란 속눈썹을 팔락거리면서 연진의 입술을 기다렸다. 그러다 뜨거운 입술이 맞닿기 직전, 운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연진의 입술을 막았다.
“잠깐만요!”
“왜, 왜 그러느냐?”
연진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오랜만에 교접할 생각에 몸은 이미 흥분했고, 머릿속까지 쭈뼛거릴 정도였다.
“폐하, 약은 가져오셨지요?”
옷을 벗다 만 채로 운서는 연진에게 매달려서 그의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야, 약이라니? 운서야, 어디 몸이라도 불편한 것이냐? 태의 다시 부르랴?”
“아이 만드는 약 말입니다. 전에 많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아이나 많이 낳으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
욕망으로 눈이 말똥말똥한 운서를 앞에 두고서 연진은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보옥이 태어난 지 이제 겨우 삼 일이 지났을 뿐이었다. 그런데 운서는 어서 더 낳자고 재촉하는 것이다.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라 둘째를 가지려면 몇 달의 시간을 두라는 태의의 신신당부가 있었다. 그런데 이놈은 당장 애를 만들겠다고 덤벼들 태세였다.
‘보나 마나 황후의 자리가 탐나서 이러는 거겠지.’
운서의 발긋한 눈 속에 황후가 되겠다는 야망이 마른 들판을 태우는 불길처럼 화르륵 타오르고 있었다.
사실 연진도 운서와 다르지 않았다. 보옥을 낳아서 기쁘지만, 이제나저제나 아들을 기다리는 모후 때문이라도 빨리 후계자를 낳고 싶었다.
게다가 헐벗은 운서와 단둘이 있으니 아랫도리가 뻐근해서 이대로 침수 들기에는 아쉬움이 컸다.
“…흠, 태의가 한 달은 몸을 보존하라고 하지 않았더냐?”
당장에 운서의 다리를 벌리고 성기를 꽂아 넣고 싶은 마음을 숨기고 연진은 깊은숨과 함께 욕망을 꾹 눌렀다. 생각해보니 해산한 지 삼 일밖에 되지 않아 몸도 다 추스르지 못한 사람을 덮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발긋한 눈가를 더 붉힌 운서가 또 기다란 속눈썹을 깜박거리며 연진을 더욱 유혹했다. 살짝 가슴과 허리까지 흔드는 모습이 아주 요망했다.
“하, ‘하지만’은 뭐가 ‘하지만’이냐! 이 요망한 것! 한 달은 그냥 자거라.”
연진은 욕망에 눈이 돌아갈 것 같았지만 재차 음심을 억누르며 품에서 운서를 떨어뜨려 놓았다. 이대로 운서의 곁에 있다가는 제가 먼저 덮쳐질 것 같아 잠시 밖에 나가 있을 요량이었다.
연진은 밖에서 바람이라도 쐬다가 그사이 운서가 잠이 들면 살그머니 들어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운서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게 변하고 있었다.
“운서야, 보옥이는 이만 유모에게 건네고 나는 잠시….”
잠시 산책을 다녀오겠고 말하려는 연진을, 운서가 표독스러운 눈초리로 노려봤다.
“폐하, 어디를 가십니까? 설마 저를 두고 후궁전에 가실 생각입니까?”
“아니, 아니다.”
“아이고, 사내의 몸으로 산고를 겪으며 황실의 핏줄을 낳았더니. 폐하께서는 합궁을 못 한다는 이유로 그간 외면하시던 후궁들에게 가시는 겁니까?!”
“아니다. 아니라니까!”
“소인은 몸도 성치 않은데…. 흑, 훌쩍…, 아직 지아비의 애정과 관심이 절실한데…, 흑, 너무 서럽습니다.”
운서는 소매로 눈가를 힘껏 누르며 억지로 눈물을 짜냈다. 연진이 자신이 아닌 다른 후궁을 찾아간다는 생각만 해도 분노가 치솟아서 눈물도 나지 않은 것이다.
‘어마마마께서 왜 선대 귀비마마라면 무조건 미워하시는지 이제야 알겠네! 사랑하는 지아비를 뺏기는데, 누가 눈이 돌아가지 않겠냐고!’
운서의 눈 속에선 아까와는 다른 불길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질투라는 이름을 가진 불꽃은 욕망보다 몇 배나 뜨겁고 거대했다.
‘폐하는 내 것이야! 절대로 안 뺏겨!’
연진을 빼앗아 가려는 사람이라면 항상 믿고 따르던 덕비와 현비라도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이불 속에서 작은 주먹을 힘껏 쥐었다.
“흑, 소인은 폐하를 이리 정이 없는 사내로 자라도록 키우지 않았습니다. 항상 다정히 대하고 몸도 마음도 홀랑 내드렸건만…. 심지어 폐하의 자식도 낳지 않았습니까. 흐윽, 소인을 폐하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으로 만드시고는 너무하십니다!”
운서는 눈가를 마구 비벼서 눈을 촉촉하게 적시고는 어깨를 들썩거리며 우는 척을 했다.
“운서야, 내가 잠시 산책을 다녀오겠다고 하지 않았더냐.”
“…예?!”
“너는 항상 말을 잘 듣지도 않고 짐을 다그치는구나.”
“…….”
마음이 상한 듯한 연진을 보고서 운서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다 눈동자를 살짝 굴려서 연진을 힐금거리니 역시 화가 난 듯 보였다.
“보옥이를 유모에게 맡기고 네가 잠들 동안 잠시 정원을 거닐다 온다고 하였다. 네가 있는데, 왜 짐이 다른 후궁과 밤을 보낸단 말이냐!”
“아니, 그게….”
“이미 너만 사랑해주기로 약조하지 않았더냐. 너는 짐의 말을 허투루 들었구나.”
“아니, 그게 아니옵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운서는 고개만 떨궜다. 이십 년 동안 자신만 바라봤던 연진의 애정이 갑자기 변할 리도 없는데 괜히 안달복달해서 또 연진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이다.
“됐다. 나는 마음이 상하여 산책은 건너뛰고 건넛방에서 보옥이와 함께 자야겠구나.”
연진은 넓고 단단한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문으로 향했다. 그 걸음이 어찌나 안쓰럽고 처량 맞던지 운서는 재빨리 연진에게 매달렸다.
“폐하, 소인이 잘못했사옵니다!”
침상에서 후다닥 내려온 운서는 얼른 연진의 소맷자락을 잡고 잘못을 고했다. 그래도 연진의 침울한 표정은 좋아지지 않았다.
“너는 평생의 사랑인데….”
“…폐, 폐하.”
평생의 사랑이라는 말에 운서는 움찔했다. 연진이 사랑한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혹시라도 연진이 한눈을 팔까 노심초사해서 제 말만 와다다 쏟아낸 게 잘못이었다.
“운서야, 네가 무슨 잘못이 있더냐. 너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 짐의 잘못이니라.”
“흑, 폐하. 소인이 잘못했습니다. 폐하의 한결같은 애정을 의심하다니 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운서는 거듭 잘못을 빌었다. 연진에게 매달린 채로 운서는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진심으로 반성했다.
자신이 연진을 업어 키운 터라 아무리 황제라도 늘 어리게만 보고 만만하게 생각한 경향이 있었다. 운서는 이제 연진을 대하는 태도부터 달라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연진은 평생 함께할 배우자에 아이까지 낳은 사이였다. 보옥이를 낳고 나니 더욱 연진 없이는 못 살 것 같았다. 더군다나 평생을 믿고 함께 할 사람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럼 되었다.”
연진은 운서의 애원에 못 이기는 척 그를 번쩍 안고 침상으로 돌아갔다. 이불까지 꼼꼼히 덮어준 연진은 운서가 편히 잘 수 있도록 처소를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운서가 또 살며시 그의 소매를 잡았다.
“…폐하, 혼자서 자면 쓸쓸합니다.”
운서는 연진에게 제 옆으로 오라고 했다. 연진은 거절하지 않고 이불 안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침상 안에 나란히 누워 서로의 체온을 맞대고 함께 있으니 그저 좋았다.
특히 운서는 마음이 좀 싱숭생숭 이상했다. 자신은 항상 연진을 사랑하고 좋아했다. 그렇지만 연진에게 가슴이 설렐 때는 돈주머니를 받았을 때뿐이었다.
황제의 비단 주머니에서 나오는 옥팔찌며 은자들이 얼마나 자신을 기쁘게 했는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런데 이제는 연진의 얼굴만 봐도 가슴이 설레고 있었다.
“…….”
운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귀비가 되어 안정적으로 녹봉을 받을 수 있어서 그런가, 아니면 아이를 낳아서 그런지, 연진이 옆에만 있어도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 것이다.
연진을 힐긋거리는 운서의 붉은 눈가가 더 발그레하게 물들었다. 확실히 아이를 낳기 전에는 찬이나 명석이 좀 보고 싶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고 온통 연진만 보였다.
‘폐하께서 유독 늠름해 보이다니, 내가 병이 났나?’
아니면 입에 발린 아부를 하다 하다 제 말에 자신이 세뇌된 것인지 모르지만, 연진이 참 멋지고 근사해 보였다. 당장 덮치고 싶을 정도로.
“폐하, 이상하게 몸이 으슬으슬합니다.”
운서는 한껏 교태로운 목소리로 춥다며 연진에게 몸을 붙였다. 다정한 연진은 또 유혹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이불을 좀 더 꼭꼭 덮어주고 운서의 작은 몸을 꽉 안아주었다.
“이래도 추운 것이냐?”
“따뜻하옵니다. 역시 폐하의 품이 어찌나 든든하고 뜨거워서 잠깐만 안겨 있어도 몸에 열이 펄펄 날 것 같습니다. 이제는 덥네요.”
“아, 너는 정말…!”
여전히 술술 나오는 아양에 연진은 화도 내지 못하겠다고 투덜거렸다.
그러자 살그머니 웃은 운서가 그의 뺨에 입을 맞췄다. 쪽쪽, 교태를 더한 입맞춤에 다물려 있던 연진의 입술이 헤실헤실 풀어졌다.
연진은 운서를 더 꽉 끌어안고 보들보들한 뺨에 제 뺨을 비볐다.
“귀여운 놈. 너처럼 귀여운 사람은 없을 거다. 사실 보옥이도 너만큼은 예쁘지 않구나.”
“보옥이보다 소인이 훨씬 예쁘다니. 폐하, 진심이시지요?”
“당연하지 않으냐.”
어렵게 얻은 딸보다 예쁘다고 해주다니. 연진의 사랑을 다시금 느낀 운서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항상 자신만 사랑해주겠다더니 그 말이 진심이라서 새삼 감동이었다.
“폐하, 소인도 폐하를 사랑하옵니다.”
운서는 수줍은 얼굴로 고백했다. 예전부터 자신만 예뻐해 주는 연진의 마음이 정말 고맙기 때문이었다. 또 전에 다른 사내들에게 한눈을 판 것도 미안했고.
“…….”
“왜 대답이 없으십니까?”
운서는 괜히 초조한 마음에 대답을 재촉했다. 예전에는 연진이 안달복달해도 자신은 늘 태연했는데 지금은 반대가 된 것 같았다.
하지만 걱정도 잠시, 사랑한다는 운서의 말에 연진은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더니 운서의 몸이 부서질 것처럼 안아주었다.
“운서야, 네가 그런 말을 해주는 게 처음이구나. 나도 사랑한다, 언제나처럼!”
단단한 팔로 운서를 힘껏 안은 연진이 그의 입술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작은 등을 쓰다듬던 연진의 손이 허리에 감기고 입술은 더욱 깊게 포개졌다.
운서는 냉큼 입을 벌려서 그의 혀를 받아들였다. 연진의 손은 운서의 허리를 주무르다가 엉덩이로 내려갔다. 커다란 손이 작은 엉덩이를 욕심껏 주물럭거렸다.
“운서야!”
“아응, 폐하….”
연진도 운서도 서로를 애절하게 불렀다. 운서는 발긋한 눈으로 연진을 요망하게 바라보면서 다시 옷을 벗기 시작했다.
뽀얀 어깨와 가슴이 드러나자 두 사람의 욕망 어린 시선이 다시 부딪쳤다. 둘은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듯한 욕정에 서로를 훑어보면서 다시 입술을 겹쳤다.
입술을 벌려서 연진의 혀를 받은 운서가 뜨거운 혀를 달게 빨았다. 그렇게 쪽쪽, 입을 맞추고 있자 커다란 손이 엉덩이에서 허리로 또 가슴으로 올라와서 볼록하게 부풀어 있는 유두를 건드렸다.
“으응, 응.”
운서는 그것만으로 욕정을 참지 못하고 콧소리가 가득한 신음을 냈다. 욕망을 더 부추기는 신음에 연진은 참지 못하겠다고 속삭였다.
“운서야, 그런 신음을 내면….”
“하윽, 폐하…. 소인도 그간 말을 하지 못하였지만, 오래전부터 폐하만을 마음에 품고 있었습니다.”
“…그, 그러냐?”
“당연하지요! 혹시, 소인의 진심을 믿지 못하시는 겁니까?”
단단한 팔에 안긴 운서가 발긋하고 해맑은 눈으로 연진을 올려다봤다. 그러나 그 눈 속에는 믿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표독함이 담겨 있었다. 연진은 얼른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믿고말고. 어릴 적부터 나와 꼭 붙어 자랐는데, 네가 다른 놈들을 마음에 품을 리 없겠지….”
연진은 말끝을 흐리고서 운서를 토닥거리며 거듭 그럴 리 없다고 중얼거렸다. 마치 자신에게 세뇌를 걸듯이.
운서는 연진이 자신을 믿는다고 하자 좋아서 그의 목을 안고 따뜻한 입술에 진득하게 입 맞췄다. 운서는 기분이 좋았다. 이제 아이도 생기고, 연진의 사랑도 여전히 뜨겁고, 태후마마의 총애는 나날이 깊어지니 복이란 복은 모두 누리는 것만 같았다.
‘이대로 좀 더….’
더 큰 행복을 누리고 싶은 운서가 점점 연진에게 몸을 맞대고 비비적거렸다. 그런데 연진은 운서의 가슴을 더듬으면서 못내 아쉬운 얼굴로 손을 떼는 것이다.
“피곤할 텐데 이제 좀 자거라.”
“아니, 폐하. 잠이 올 리가 없잖습니까.”
‘연진의 사랑으로 한없이 행복하긴 하지만….’
운서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지만 이대로 자기에는 육체적인 사랑이 부족했다. 배 속의 아이를 낳고 이제야 좀 홀가분해져서 연진과 몸을 마구 비비고 싶은데, 자라니?
그러고 보니 몇 달 동안 연진과 합궁을 하지 못했었다.
연진을 보면 볼수록 설렌다는 걸 깨달았는데, 노부부처럼 얌전히 자야 한다니. 아이를 낳은 건 황후가 되어 연진을 차지하려는 이유였지, 수절을 하려고 낳은 게 아니었다.
연진을 홀랑 벗겨서 대물 맛을 보고 싶은 운서가 얄망궂은 웃음을 흘렸다.
“폐하, 더워서 옷을 벗고 싶습니다.”
“덥다니?”
운서는 대답하지 않고 다짜고짜 옷을 훌렁훌렁 벗기 시작했다. 운서가 가슴과 어깨를 드러내자마자 연진의 눈빛은 단번에 달라졌다.
연진의 팔이 운서의 허리에 감기고, 다시 연진의 입술이 운서의 입술 위로 내려왔다. 운서의 작은 손은 연진의 가슴을 훑으면서 자신의 옷을 그대로 모두 풀어 헤쳤다.
“아, 운서야….”
운서의 입술에 가벼운 입맞춤을 한 연진도 운서의 가슴을 더듬었다. 커다랗고 매끈한 손이 보들보들한 살을 만지고 양쪽의 볼록한 돌기를 건드렸다.
유독 탱글탱글하게 솟은 젖꼭지가 연진의 손끝에 닿은 것만으로 운서의 작은 몸이 바르르 떨렸다. 요즘에는 연진이 젖꼭지만 만져도 아래가 다 부들거릴 정도였다.
연진은 며칠 만에 납작해진 운서의 배에 입술을 가져갔다. 그곳에 천천히 입을 맞추고 배꼽 주변을 천천히 혀로 굴렸다.
“아앙.”
운서는 허리를 비틀면서 스스로 제 가슴을 더듬었다. 운서의 손가락이 제 젖꼭지를 더듬자 연진의 눈동자가 그의 손끝을 좇았다.
다시 한번 배꼽을 핥은 연진의 혀가 이번에는 위로 올라와서 통통하게 부푼 유두를 핥았다. 연진이 바지의 끈을 풀기 시작하자 운서는 그를 다시 만류했다.
“…왜 그러느냐?”
“폐하, 약은요?”
“어쩌지, 약은 태선각에 있다. 오 내관을 시켜서 가져오게 할까?”
“…어, 어서요.”
운서는 빨리 약을 가져오게 하라며 연진을 바짝 끌어당겨 안았다. 운서의 팔 안에 갇힌 연진은 낮은 신음과 함께 오 내관을 큰 소리로 불렀다.
***
“아흣, 폐하…, 아흑.”
운서가 다리를 활짝 벌리고 연진이 보는 앞에서 향유를 자신의 비부에 발랐다.
선홍색의 구멍을 작은 손으로 벌린 채 운서는 자신의 새빨간 내벽을 연진의 눈앞에 다 보이고 있었다. 운서의 음문은 속살도 입구도 모두 피를 머금고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
아이를 만들자고 유혹했더니 연진은 몇 날 며칠 동안 운서를 놓아주지 않고 안았다. 운서의 구멍은 매일 몇 번이나 연진의 성기에 끊임없이 범해지느라 가라앉지 못한 상태였다.
“어서, 더 벌려라. 네놈의 음탕한 음문 속이 보이지 않는다!”
“힛, 용서하세요….”
쾌락에 절어 며칠을 보낸 운서는 헐떡거리며 제 속살을 더 열었다. 그러나 난폭하게 범해진 그의 안쪽은 완전히 퉁퉁 부어서 잘 벌어지지 않았다. 심지어는 운서의 가는 손가락 하나도 부은 내벽을 헤치며 겨우 넣어야 할 정도였다.
“하앙, 잘 벌어지지 않습니다.”
운서는 앙탈을 부리며 젖은 입술을 달싹거렸다. 운서의 꽃잎 같은 입술이 움직일 때마다 연진의 눈이 바쁘게 움직이며 음란한 몸을 홀린 듯 바라봤다.
그러는 동안 운서는 제 창피한 곳을 연진에게 적나라하게 보이면서 손가락을 부지런히 돌렸다. 그러자 안에 가득한 연진의 씨물이 주륵 흘러나왔다.
“쯧, 아까운 것을 흘리는구나.”
“힛, 폐하… 제발, 폐하의 굵은 손가락으로 소인의 음란한 속살을…, 읏, 제발요.”
“네놈의 손가락으로는 모자라는 것이냐?”
“흐읏…, 예. 폐하의 손가락이… 훠, 훨씬 더 맛있습니다.”
운서는 작은 엉덩이를 크게 움찔거리며 연진을 유혹했다. 그의 음문이 정액에 온통 젖어 있는데도 부족하다고 입을 오물거렸다.
“귀여운 놈.”
연진은 제 손가락이 더 맛있다고 교태를 떠는 운서의 작은 턱을 들어서 가만히 입을 맞췄다. 연진의 뜨거운 입술에 닿자 운서는 작은 몸을 바들거렸다.
“폐하….”
연진의 이름을 내뱉고서 운서는 그의 혀를 받으며 향유를 듬뿍 묻힌 손가락을 제 속살에서 돌렸다.
“아읏!”
스스로 만지는 안쪽이 간지러워서 허리며 엉덩이를 꿈틀대는 운서의 눈가가 유독 촉촉하게 빛났다. 연진의 시선은 유혹적으로 하늘거리는 운서의 색스러운 몸과 눈가에서 떠나지 못했다.
가뜩이나 커다란 양물이 더 우락부락하게 커지는 걸 보며 운서는 숨을 꼴깍꼴깍 삼켰다. 오늘따라 연진의 양물이 한없이 크고 튼실해 보였다.
“…폐하의 자지가 너무 크옵니다.”
운서는 저 물건으로 오늘 밤은 또 얼마나 당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훌쩍였다. 어제도 배가 가득 차도록 정액을 받았는데 오늘은 더 많이 받을 것 같았다.
그러나 사실 운서는 싫어서 훌쩍거리는 게 아니었다. 좋아하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내숭을 떠는 거였다.
“짐의 자지가 커서 더 좋아하는 것이 아니냐?”
운서의 내숭이 싫지 않은 연진이 낮은 웃음과 함께 작은 턱을 들어 올려서 입 맞추기 시작했다. 연진의 혀를 받은 운서는 기분 좋은 콧소리를 잔뜩 내며 그를 더욱 유혹했다.
‘꼭 폐하의 정액을 잔뜩 받아서 다시 임신해야 해! 그래야 황후가 되지!’
이번에야말로 황후가 되겠다는 야망에 불타는 운서의 눈에서 섬광이 뿜어져 나올 것 같았다.
운서는 황후가 되어 보옥이를 정실의 딸로 만들고, 온갖 금은보화를 소유하고 싶었다. 운서는 자신이 옥궁을 차지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춤을 추고 싶어졌다.
‘그래, 내가 황후가 되기 위해서 일곱 살 때부터 폐하를 지극정성으로 키워온 거야! 유달리 똑똑한 나는 미래를 내다보고 내관의 길을 선택한 것이지!’
운서는 욕망으로 이글거리는 눈빛을 살짝 감추며 풍성한 속눈썹을 살짝 내렸다. 그리고 제 속살을 계속 뒤적거리면서 허리를 흔들고 연진을 유혹했다.
입맞춤을 받는 운서가 계속 몸을 들썩거리자 연진은 입술을 떼고 다시 그의 작은 엉덩이로 시선을 돌렸다.
“엉덩이를 벌리고 손가락을 하나 더 넣어서 안을 벌려 봐라.”
연진은 감질나게 움직이는 운서의 손가락에 애가 타는지 그의 발목을 잡아 더 벌렸다. 그는 아무래도 안 되겠는지 운서를 이부자리에 눕히고는 비부를 완전히 드러나게 했다.
“힛, 부끄럽습니다….”
“어서 손가락을 더 넣어서 벌리라니까.”
운서를 침상에 눕히자마자 그의 양물을 만지기 시작한 연진이었다. 민감한 곳을 쓰다듬는 탓에 더 흥분하기 시작한 운서가 더욱 부끄러운 마음에 훌쩍거리며 손가락을 하나 더 넣었다. 그러자마자 연진이 안을 벌리라며 재촉했다.
“제발. 차, 창피합니다.”
“네 속살을 보이는 게 그리 창피하냐?”
며칠 내내 온몸을 물고 빨았는데도 운서는 창피하다며 야살을 떨었다. 운서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린 어깨를 떨면서 창피해하는 모습에 연진은 더 흥분했다.
“그렇다면 내가 대신해주마.”
연진은 얼른 운서의 손가락을 빼내고 자신의 손가락을 깊게 넣었다. 굵고 기다란 손가락이 파고들자마자 운서의 안에서 그의 정액이 더 주륵주륵 흘러나왔다.
“흐아앙. 깊어…. 아흑, 제발. 싫어요.”
“짐의 정수를 다 흘리는구나. 이래서 어떻게 회임을 하려고?! 음탕한 구멍 닫지 못하겠느냐!”
연진은 다시 운서의 엉덩이를 철썩 때렸다.
“하앙, 조, 조이겠습니다. 힝, 아파요, 폐하….”
운서는 가뜩이나 좁은 밑구멍을 서둘러 조였다. 그러나 퉁퉁 부은 내벽 때문에 더 바짝 좁아져 조이기가 어려웠다.
연진은 기다란 손가락으로 그런 안을 휘젓고 벌려댔다. 새빨갛게 부은 속살이 연진의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살짝살짝 드러났다.
“음란한 것. 네 속살이 이렇게 새빨갛게 익었는데도 임신하고 싶어서 정액을 원하다니, 음란하기 짝이 없구나! 오늘도 엉덩이에 매질을 당해보겠느냐?”
“흐윽…, 싫습니다. 폐하.”
“음탕한 것!”
연진은 운서를 노려보면서도 열심히 손가락을 휘저어서 그의 질퍽한 속살을 헤집었다.
“하윽, 앗, 앗, 제발, 간지럽사옵니다. 폐하, 제발….”
운서는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간지럽다고 난리였다. 전립선까지 훑는 굵은 손가락에 크게 훌쩍거리면서 속살을 조였다가 풀었다.
“안쪽이 너무 간지럽습니다. 폐하… 제발, 소인을 어떻게든, 앙앙. 제발요.”
운서가 눈물을 달고 훌쩍거리자 연진은 바로 손가락을 빼주었다. 그러고는 제 성기를 운서에게 내보였다. 운서는 분비액을 흘리며 강인하게 발기한 육봉을 핥듯이 쳐다봤다.
연진은 제 손으로 울퉁불퉁한 살 몽둥이를 쓰윽 훑었다. 그러자 뜨거운 선단에서 나온 액이 운서의 엉덩이와 다리에 후드득 흩어졌다.
음액들은 운서의 뽀얀 허벅지와 배 그리고 음란한 구멍에까지 튀었다.
“항, 폐하, 어서요….”
“어디에 넣어주었으면 좋은지 네놈 손으로 벌려 보아라.”
속눈썹을 촉촉하게 적신 운서는 여린 어깨를 바들거리며 제 엉덩이로 손을 뻗었다. 작은 손이 엉덩이 사이의 음탕한 음문을 살짝 벌렸다. 그러자 새빨갛게 부은 내벽이 연진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폐하…, 소인의 이곳이 한시도 가만히 있을 수 없을 정도로 간지럽사옵니다. 어서 옥근으로 푹 찔러주십시오.”
운서의 작게 바들거리며 어서 넣어달라고 애원했다.
“넣어주마, 넣어주고말고. 허나, 그 전에 네놈의 음문 맛이나 봐야겠다.”
“아, 안 됩니다!”
운서는 제 창피한 곳을 핥겠다는 말에 팔짝 뛰면서 안 된다고 작은 손으로 구멍을 가렸다. 그러나 그런 행동은 연진을 더욱 도발하는 꼴밖에 되지 않았다. 연진의 눈이 욕정으로 이글이글 타올랐다. 하루빨리 운서를 임신시키고 싶은 욕망과 맞물린 그의 욕정은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연진의 성기가 그 어느 때보다 크고 단단하게 발기했다. 연진은 입술을 꽉 물고 운서의 가느다란 발목을 잡아 벌리고 양쪽으로 눌렀다.
발목이 이불에 눌리자마자 작고 말랑한 엉덩이가 볼록하게 올라왔다. 연진은 바로 운서의 작은 엉덩이에 제 얼굴을 파묻었다.
“하앙, 폐하… 거, 거길 핥으시면 더 간지럽사옵니다. 힛, 싫어! 아흥.”
운서는 연진의 입술이 닿자마자 그의 머리카락을 쥐고서 간지럽다며 야살을 떨었다.
심지어 연진을 도발하려고 일부러 엉덩이를 이리저리 흔들기까지 했다. 또 운서의 내숭에 홀딱 넘어가는 연진이 깊은 신음과 함께 본격적으로 음탕한 구멍을 핥기 시작했다. 뜨거운 혀가 통통하게 부푼 구멍을 욕심껏 핥았다.
“아읏, 으응, 응… 뜨거워, 폐하.”
매일 연진의 육봉에 쉼 없이 쑤셔지던 밑구멍이 부들거리며 살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음탕한 것! 네놈의 밑구멍이 핥기만 해도 살살 녹아버리는구나. 여길 핥고 쑤셔주는 게 그리 좋으냐?”
“항, 하읏…, 폐하의 손길이라, 아앗… 좋은 것입니다.”
“그럼 구멍을 잘 대고 있어야지.”
운서의 구멍에 혀를 대고 웃으며 연진은 보란 듯이 음탕하게 부어오른 살에 제 혀를 굴렸다. 운서는 연진의 붉은 혀가 제 창피한 곳에서 움직이는 것을 보고 얼굴을 화락화락 붉혔다.
“힛, 창피합니다. 제발, 앗, 앗, 앙, 뜨거워요.”
아무리 창피하다고 훌쩍여도 연진은 운서의 창피한 곳에 입술을 깊게 묻고 비볐다. 입술로 구멍을 문지르고 혀로 핥을 때마다 붉게 부어오른 곳이 부들거리며 떨렸다. 연진은 제 혀로 인해 음란하게 떨리는 살들을 계속 핥았다.
“하앙, 제발, 간지러워…, 폐하, 제발, 소인의 미, 밑구멍을 어서 더 세게 괴롭혀주십시오.”
운서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다시 어서 성기를 넣어달라고 애원했다. 그 와중에도 제 음문에 입을 맞추는 연진의 입술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통통하게 부풀어서 새빨갛게 달아오른 입구를 핥던 연진은 혀를 뾰족하게 세워서 그대로 음문에 박았다.
“아흣!”
운서는 그것만으로 엉덩이를 발발 떨었다. 속살까지 부들거리며 연진의 혀를 꽉 조이는데, 연진이 바로 혀를 돌려서 점막을 괴롭혔다.
치덕치덕.
음란한 소리와 함께 퉁퉁 부은 내벽이 온통 핥아졌다.
“앗, 앗, 제발, 항, 제발요. 그냥 박아주세요! 앗!”
운서는 허리를 부들거리며 계속 훌쩍훌쩍 흐느꼈다. 연진의 혀가 속살에 박힌 것만으로 벌레가 지나가는 듯 안쪽이 간지럽고 뜨거웠다. 어서 뜨겁고 거친 대물로 음문이 들쑤셔졌으면 하고 바랐다.
연진은 계속 혀를 돌리며 운서를 괴롭혔다. 그뿐 아니라 커다란 손으로 그새 엄지손톱만 하게 부푼 유두도 이리저리 당기면서 희롱했다.
“하응, 제발….”
젖꼭지가 아프게 당겨지는 것과 동시에 속살에 뜨거운 혀가 콱 박히니 숨이 턱 막혔다. 그 순간 갑자기 연진의 혀가 쑥 빠졌다. 연진도 더는 욕정을 억누르기 힘들었던 것이다.
연진은 운서의 몸을 뒤로 올려서 엎드리게 한 후에 바로 제 커다란 대물을 퍽 박았다.
“흐앗, 뜨거! 아흑, 너무 기, 깊어요.”
뜨겁게 열을 내는 울퉁불퉁한 거근이 잔뜩 부은 속살을 헤치고 내장까지 파고들 듯이 박혔다. 연진은 그대로 허리를 떨며 쾌감에 신음했다.
굵은 고환도 운서의 음문 입구에 찰싹 붙었다. 연진은 허리를 흔들면서 돌리기 시작했다. 좁디좁은 구멍 속을 커다란 성기가 질퍽한 소리와 함께 마구 휘젓기 시작했다.
치덕치덕.
“아으읏, 앙, 폐, 폐하… 가뜩이나 큰데, 대물을, 아읏, 허, 허리를 그리 돌리시면, 앗, 앗, 안이 다 휘저어져…, 제발, 아응.”
“그럴 때는 좋다고 해야지.”
연진은 허리를 크게 돌렸다. 질퍽한 소리와 함께 살 몽둥이가 휘적휘적 안을 휘저었다.
진짜 몽둥이 같은 물건이 커다란 원을 그리면서 밑구멍을 휘저으니 운서의 엉덩이까지 절로 크게 흔들렸다. 잔뜩 충혈된 운서의 내벽이 또 발발 떨리며 좋다고 몸부림쳤다.
“흐아앙… 좋아, 힛, 그렇게 도, 돌리는 거 좋아요. 하으읏.”
전립선이 전부 짓눌리는 쾌감에 운서는 양물을 꼿꼿하게 세우고 울기 시작했다. 계속 성교만 해서 그런지 이제는 연진의 성기가 안에 박히는 것만으로 느낄 것 같았다.
연진은 운서의 몸과 그의 작은 남근을 잡고 허리를 돌리면서 성기를 깊게 박아댔다.
퍽퍽.
“아우욱, 아욱, 폐, 폐하, 아윽!”
뿌리까지 깊게 박히는 육봉에 운서의 여린 몸이 크게 흔들렸다. 연진은 운서의 엉덩이를 더 들어 올리고 퉁퉁 부어오른 붉은 구멍 속을 성기로 마구 쑤셨다.
울퉁불퉁한 남근의 거센 추삽질에 운서는 그저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울기만 했다. 지나치게 굵은 성기가 운서의 좁은 속살에서 점점 더 빠르게 들락거렸다.
그럴 때마다 운서의 앞과 뒤의 구멍 안에서 음액이 뚝뚝 흘러 떨어졌다.
“흐아앙, 앙, 제발, 하앙, 거칠어… 요. 앗!”
육봉이 콱콱 박힐 때마다 배 속까지 전부 휘저어지는 것 같았다. 게다가 머릿속까지 뒤흔드는 저릿한 쾌감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운서는 계속해서 거칠다고 애원했다.
“거칠게 할수록 네놈이 더 좋아하지 않느냐? 얌전히 구멍이나 대고 있어라. 그래야 짐의 정액을 가득 받아 회임을 하지!”
운서의 엉덩이를 힘껏 잡은 채 연진은 제 성기를 양쪽으로 흔들면서 대물을 더 집어넣으려 하고 있었다. 운서의 음란한 구멍 안에 어떻게든 제 물건을 가득 넣어서 임신시키고 싶었다.
“하앙, 임신…, 임신하고 싶어요. 폐하.”
“그래, 그래야지. 운서야, 짐의 아들을 잉태하고 싶다면 엉덩이를 더 들어라.”
엉덩이를 들라는 말에 운서는 냉큼 허리에 힘을 주고 엉덩이를 올렸다. 비단 이불에 얼굴을 파묻은 운서는 연진이 어서 제 속살에 씨물을 잔뜩 싸주길 기다렸다.
운서는 엉덩이를 든 것도 모자라서 연진의 대물을 가득 삼킨 제 음문을 벌렸다. 그리고는 엉덩이를 살살 흔들어서 뜨거운 성기에 제 달아오른 속살을 마찰시켰다.
“폐하, 제발요. 소인의 밑구멍에 폐하의 뜨거운 정액을 가득…, 싸주십시오.”
“읏, 이 음란한 놈!”
어서 씨물을 받고 싶다는 애원에 연진은 얼굴을 확 붉힌 채로 제 성기를 길게 빼냈다. 그의 울퉁불퉁한 기둥을 타고 음액이 후드득 떨어져 내리는 것과 동시에 굵은 남근이 다시 음탕한 속살을 퍽 때리며 박혔다.
“네놈의 망측한 밑구멍이 짓무를 때까지 정액을 싸주마.”
“아우욱!”
거센 추삽질에 크게 흔들리며 운서는 이불을 꽉 쥐고 신음을 내질렀다. 전립선을 세게 얻어맞는 쾌감에 눈앞이 번쩍했다. 연진은 계속 허리를 크게 흔들었다. 남근을 길게 빼내고서 거세게 박고 굵은 성기를 돌리며 안을 휘저었다.
“앗, 아아앙!”
안쪽이 거칠게 휘저어진 순간, 운서는 바로 절정을 느꼈다. 운서가 크게 신음하며 음수를 내뿜는데, 연진은 그 순간에도 운서의 음문에 성기를 박아 넣었다.
운서가 또 바들거리며 속살을 떨어댔다. 그러자 연진은 그의 몸을 빙글 돌려서 제 아래로 깔아 눕혔다. 뒤이어 음란한 마찰 소리와 함께 굵은 남근이 운서의 안에 일직선으로 박혔다.
퍽퍽, 질척질척, 퍽퍽.
“앗, 앗, 폐하, 앗, 제발, 흐앙, 너무…. 아으읏, 거칠어.”
거센 추삽질에 운서가 앙앙 울면서 애원했다. 그러나 연진은 난폭한 허릿짓을 멈추지 않았다. 사정없는 허릿짓과 함께 운서의 음탕한 구멍이 발발 떨리는 것은 물론, 연진의 성기를 우물거리며 빨았다.
연진은 운서의 허리를 잡고 힘껏 흔들면서 제 성기를 운서의 밑구멍 속에 마구 비비고 쑤셨다.
“아흑, 악. 빠, 빨라. 흑, 제발, 아으읏, 제발!”
전립선을 마구 때리고 짓이기는 통에 운서는 타액을 흘리며 신음만 내질렀다. 질퍽한 속살로 연진의 남근을 삼키는 운서는 극상의 쾌감을 맛보며 또 자지러지고 있었다. 연진은 계속 뜨거운 육봉을 퍽퍽 박았다.
음란한 마찰음과 함께 세게 박히는 성기에 운서가 또 밑구멍 속을 경련하며 음탕하게 느껴대었다.
“아아앙! 폐, 폐하!”
“읏, 운서야….”
운서는 몸부림치며 쾌감의 절정에 올랐다. 연진도 마찬가지였다. 연진은 운서의 속살에 씨물을 가득 싸면서 절정을 느꼈다.
“하읏…, 폐하의 진액이 안쪽에 가득….”
운서는 제 배를 만지면서 안이 다 젖었다고 헐떡였다. 그 모습에 연진은 또 흥분했다. 연진의 남근이 운서의 질척한 안에서 단단해져 갔다.
“오늘도 짐의 정액을 밤새도록 먹여주마.”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은 연진이 운서의 허리를 잡아 여린 몸을 다시 빙글 돌렸다.
“흐아앗!”
연진의 진액을 받고 한층 더 뜨거워진 내벽이 녹진녹진하게 녹기 시작하고 있었다. 연진은 더 부드러워진 속살에 헐떡거리며 허리를 거칠게 흔들었다.
***
“아흑….”
운서는 연진의 허벅지 위에서 엉덩이를 흔들고 있었다. 운서가 허리와 엉덩이를 앙큼하게 흔들면서 제 유두도 함께 주물렀다.
“하아, 굉장해.”
운서가 엉덩이를 들었다가 주저앉을 때마다 연진의 허리도 꿈틀꿈틀 흔들렸다. 운서는 부지런히 몸을 흔들어서 커다란 대물을 만족시키려 했다. 그러나 벌써 해가 지고 있는데도 젊고 탄탄한 몸은 어찌나 정력이 좋은지 쉽사리 만족하지 않았다.
“아아, 딱딱해. 폐하의 양물은 어찌 이리 힘차고 딱딱합니까?”
연진의 배에 작은 손을 짚고 허리를 흔드는 운서의 양물은 벌써 꼿꼿하게 일어서 있었다.
“그러니 네놈이 더 좋아하는 거 아니냐?”
“하앙…, 앗, 맞습니다. 아읏, 깊고 거칠고, 읏, 뜨거워서… 너무 좋아.”
“좋다면 내 것을 더 깊게 물어봐라.”
그 말에 운서가 이미 연진의 육봉을 뿌리까지 가득 받고 있는데도 부족하다는 듯 엉덩이를 깊게 내렸다. 그는 연진의 성기를 속살로 문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서 덜덜 허리를 떨었다.
“폐하의 성기가 너무, 아으읏, 울퉁불퉁해서….”
운서는 허리를 빠르게 흔들기 시작했다. 연진의 정액으로 가득 차고 엉망으로 부은 내벽을 또다시 거친 기둥에 문지르는 것이다.
쓱쓱, 질퍽질퍽.
음란한 마찰음과 함께 요망한 엉덩이가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굵은 성기가 들락거렸다. 속살에서 데워진 뜨끈한 정액을 질질 흘리면서 움직이는 알궁둥이가 육봉을 깊게 삼킬 때마다 경련했다.
“하앗, 앙. 폐하… 커서, 항, 좋아… 며, 몇 번을 해도 단단하고…. 힛, 아흣, 어, 엄청 울퉁불퉁해요.”
벌써 몇 시간째 교접 중인데도 운서는 타액을 흘리며 기뻐하고 있었다.
연진은 운서의 양쪽 가슴 돌기를 잡고 비틀기 시작했다. 운서의 유두는 엄지손톱만큼 크게 부풀어 있었다. 그것도 젖꼭지만이 아니라 유륜까지 도톰하게 커져 있었다.
“네놈이 남근을 먹다 못해 젖까지 잔뜩 부풀렸구나. 아래 속살은 다 녹아서 짐의 성기에 다 달라붙었고, 젖은 퉁퉁 부었으니, 이 음탕한 젖꼭지로 젖이 쏟아져 나오겠다.”
“하앙, 창피해…. 힝, 그런 말 싫어요.”
운서는 그렇게 말하면서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흔들었다. 반면 연진은 그런 운서를 신경 쓰지 않고 통통해진 유두를 즐겁게 잡아 만져댔다. 유륜까지 한꺼번에 잡아서 거칠게 주물럭거리자 운서의 신음이 커지면서 허릿짓이 더 빨라졌다.
“네놈은 창피하다고 하면서도 좋아하지 않더냐. 어서 짐의 남근이나 더 조여봐라.”
“항항, 폐하… 제발, 창피합니다. 앙, 좋아!”
뜨거운 거근을 깊게 품고 음란하게 달아오른 점막을 마구 비비면서 젖꼭지까지 만져지는 게 너무 좋았다. 연진의 성기를 귀두부터 뿌리까지 조이며 헐떡거리던 운서는 제 양물을 작은 손으로 만지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성기를 깊게 삼킨 것으로 모자라 엉덩이를 돌리기 시작했다. 작은 엉덩이가 울퉁불퉁한 대물 위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읏, 운서야!”
“앙, 폐하, 하읏, 앙, 구, 구멍 속이 다 비벼져…. 힛, 폐하, 항.”
질퍽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운서의 엉덩이에 숨을 한 번 삼키고 연진은 허리를 튕기기 시작했다. 운서도 열심히 말랑한 엉덩이를 돌리면서 더 깊게 안을 쑤시는 대물을 조였다.
철썩철썩, 쓱쓱.
연진의 고환이 운서의 탱탱 부은 입구에 철썩 달라붙었다가 찐득한 정액을 흘리며 떨어지고 다시 철썩 달라붙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헐떡거리며 서로의 음란한 살을 비볐다. 그러다 연진이 운서의 엉덩이를 잡고 흉흉하게 선 성기를 콱 박았다.
커다란 것이 뿌리까지 박히고, 연진은 허리를 비틀면서 제 고환까지 욱여넣었다.
“흐아앗!”
안쪽의 자극에 운서가 가느다란 허리를 꺾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운서는 그대로 절정을 느꼈다. 운서가 양물로 음수를 싸면서 작은 몸을 바르르 떨자 연진도 허리를 떨었다. 쾌감에 숨을 삼킨 연진이 자세를 바꿔서 운서를 제 아래에 깔고는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아욱, 앗, 아우욱!”
운서는 고환까지 파고들 정도로 강하게 박히는 성기를 고스란히 받았다. 퍽퍽, 거대한 육봉이 핏줄을 잔뜩 세우고 피를 머금은 음문을 공격했다.
연진은 안에서 성기를 흔들고, 다시 박고 박았다. 거센 추삽질에 운서는 또 다시 양물을 세운 채 비명을 내질렀다.
“흐아앗, 앗, 제발, 아앗!”
“으읏!”
운서와 연진은 다시 동시에 절정을 맞았다. 두 사람이 크게 몸을 떨면서 사정했다. 뜨거운 씨물을 받으며 운서는 덜덜 떨었다. 계속 정액을 받아서인지 배 속이 가득 차서 더는 받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윽… 폐하의 저, 정액으로 배, 배 속이 터질 거 같아요. 히잉, 흑….”
연진의 진액을 가득 받은 운서가 더 크게 헐떡거리면서 제 아랫배를 만졌다. 연진은 운서의 여린 몸을 제 다리 위로 올리고는 그의 배를 살짝 만졌다.
“정말로 아랫배가 부풀었구나. 짐의 정액을 계속 밑구멍으로 먹어서 이런 것이냐?”
“흑, 그러하옵니다. 폐하께서 계속 소인의 밑구멍에 씨, 씨물을 너무 많이 싸셔서…, 이제 배가 터질 것 같사옵니다.”
“배가 터지도록 짐의 정액을 받아야 다시 회임을 하지.”
“…그, 그런 것이옵니까?”
운서는 동그란 눈을 치켜뜨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연진을 올려다봤다. 운서가 젖은 속눈썹을 깜박거렸다. 눈물에 젖은 촉촉하고 맑은 눈이 무척 순진해 보였다.
연진은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운서가 참 귀하고 예뻐 보였다. 한때 다른 사내들에게 한눈을 판 것을 알지만 그래도 여전히 귀했다. 이제 운서는 완전히 제 사람이었고, 이십 년을 함께해온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그러니 밤새 씨물을 먹여주마.”
“히잉, 폐하… 힘듭니다.”
“짐의 아이를 잉태하기 싫은 것이냐?”
“…그런 게 아니오라, 그냥 좀 힘드니 투정하는 거지요. 소인은 폐하의 아이라면 열둘은 낳을 수 있습니다.”
“저, 정말이냐?”
열둘은 낳을 수 있다는 운서의 말에 연진의 입술이 헤벌쭉 벌어졌다. 운서는 연진에게 바짝 다가가서 몸을 겹쳤다. 그리고 제 가슴과 양물을 그의 탄탄한 몸에 살살 비볐다.
“폐하….”
운서가 연진을 부르는 것과 동시에 뜨거운 입술에 겹쳐졌다. 운서는 아직 밑구멍에 박힌 연진의 남근도 함께 조였다. 운서가 단단한 목에 팔을 감고 매달리자 연진의 입술이 다시 양쪽으로 찢어졌다.
연진은 좋은 내색을 하지 않으려 했지만, 운서의 교태에 심장이 부들거려 참을 수가 없었다. 운서는 계속 연진의 몸에 제 몸을 비벼댔다.
그의 탱글탱글한 유두가 연진의 가슴에 눌리고 양물이 뜨거운 아랫배에 눌려 마찰했다. 운서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흔들리는 엉덩이 때문에 연진의 성기도 점막에 비벼졌다.
“앗, 우, 운서야.”
흥분하기 시작한 연진이 운서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래도 운서는 멈추지 않고 앙탈을 부렸다.
“하앙, 폐하, 폐하는 몸도 너무 단단해서 이렇게 비비기만 해도…. 앗, 앗, 소인의 양물과 젖이 또 부풀어서. 항, 부끄러워….”
“하아, 운서야 제발….”
운서의 갖은 앙탈과 교태에 연진의 성기가 단번에 빳빳하게 달아올랐다.
“흐앙, 버, 벌써 성기를 세우시면 소인은 죽습니다. 폐하, 너무하세요. 소인의 밑구멍을 찢어 놓으실 겁니까?”
방금까지만 해도 연진을 유혹하더니, 운서는 이제 힘들다고 훌쩍였다.
“알았다. 이번 한 번만 할 테니, 봐주어라.”
운서의 거짓 울음에 홀랑 넘어간 연진은 운서를 끌어안고 미안하다며 사과하며 입을 맞춰주었다.다. 그러나 그는 허릿짓을 멈추지 않았다.
운서는 커다란 몸 아래서 덜컹덜컹 흔들리며 연진에게 꼭 매달려 그의 성기를 끈끈하게 조였다.
***
눈을 뜬 운서는 아직 몸이 무거운 것을 느끼며 제 옆을 돌아보았다. 연진이 제 몸을 감싸고 자고 있었다. 연진은 그의 거근까지 엉덩이 속에 박은 채였다.
‘참, 우리 폐하도 나에 대한 독점욕이 크시다니까.’
어젯밤에 운서의 속살이 질척질척 녹아내리도록 정액을 싸놓고도 만족이 안 되는지, 자기 전 성기를 넣고 자고 싶다고 우겼다. 그래야 임신이 잘 된다며.
운서는 아직도 단단한 연진의 육봉에 얼굴을 붉히며 몸을 살짝 떨었다. 이제는 조이지도 못할 정도로 아래에 힘이 없는데 연진의 흉기는 어제 자신을 범한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성을 내고 있었다.
날이 갈수록 연진의 정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는 운서는 힘이 풀린 아래를 살짝 조여봤다. 그러자 커다란 것이 으르렁거리듯 열을 불끈 냈다.
‘폐하께서 깨시면 분명 또….’
분명히 자신을 덮칠 게 분명했다. 이번에야말로 기절할 때까지 범해질 것 같아서 운서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어제는 종일 보옥의 얼굴도 보지 못했다. 운서는 몸을 살짝 일으켰다. 연진이 깨기 전에 아이에게 다녀올 생각이었다.
보옥이가 잠은 잘 잤는지, 젖은 잘 먹었는지 걱정이었다. 그런데 운서의 엉덩이 속에 깊숙하게 꽂힌 연진의 육봉이 방해였다.
운서는 더욱 천천히 몸을 움직여서 엉덩이를 뺐다. 엉덩이를 앞으로 뺄 때마다 녹진녹진하게 녹은 속살이 뜨겁고 울퉁불퉁한 육봉에 쓸렸다.
“앗, 아흣….”
연진의 남근을 머금고만 있어도 뜨겁던 운서의 음란한 곳은 작은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얼굴은 점점 붉어졌지만 운서는 계속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운서의 엉덩이에서 연진의 귀두가 아슬아슬하게 빠질 찰나였다. 갑자기 연진이 눈을 번쩍 떴다.
“뭐, 뭘 하는 것이냐?”
“…앗! 폐하, 깨셨습니까? 잠이 일찍 깨서 보옥이를 보러 가려고요.”
연진은 보옥을 보러 가겠다는 운서의 말에 이불을 확 걷었다. 역시 운서의 속살에서 제 성기가 거의 빠진 상태였다.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연진은 인상을 찌푸렸다.
“운서야, 뭘 하는 것이냐?”
“뭘 하다니요? 보옥이를 보러 간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짐의 상태를 알고도 가겠다는 것이냐?”
운서는 고개를 뒤로 돌려 더 단단해진 연진의 육봉을 확인했다. 자신의 뒷구멍에 꽂힌 성기가 열을 내고 있었다.
“폐하, 그게….”
“분명히 밤새 넣고 있어도 좋다고 허락을 해놓고는 아침이 밝기도 전에 날 밀어내는 것이냐?”
어젯밤에 운서는 연진이 원하는 건 다 들어주겠다며 야살을 떨었었다. 그래놓고 제가 깨기 전에 성기를 빼려는 운서를 향해 연진이 불퉁한 얼굴로 투덜거렸다.
운서는 연진이 더 토라지기 전에 얼른 아니라고 부인했다.
“밀어내다니요. 절대 아닙니다. 소인이 폐하를 어찌 거부하겠사옵니까. 다만 보옥이를 보지 못하여서 잠시 얼굴만 보고 오려고 했사옵니다.”
“그래? 알았다. 그럼 함께 보옥이를 보러 가자꾸나.”
연진은 어제 딸의 얼굴을 보지 못했으니 아이에게 가자고 했다. 반색한 운서는 그 어느 때보다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럼 어서 가시지요. 우리 보옥이가 부모의 얼굴도 잊겠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짐의 아랫도리의 흥분을 먼저 가라앉혀야 하지 않겠느냐.”
“예…?”
운서는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물고 싶었지만, 굳이 묻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제 엉덩이에 느껴지는 성성한 기운에 운서는 울상을 지었다. 연진의 흉기에서 잠시라도 벗어날 찰나였는데 다시 잡히고 만 것이다. 게다가 연진의 커다란 손으로 운서의 엉덩이를 꽉 잡고는 다시 성기를 밀어 넣기 시작했다.
“앗, 폐하, 제발… 아으읏! 이대로 계속하면 소인의 뒷구멍이 다 헐겠습니다.”
“역시 짐에게서 도망가려 했구나.”
“…아니, 아니옵니다.”
한껏 울상이 된 채로 운서는 아니라고 부정했다. 그러나 대답하는 목소리가 작고 소심한 데다 연진을 바라보는 운서의 눈초리가 곱지 않아서 그의 속마음이 전부 드러났다.
눈을 부릅뜬 연진이 제 성기를 힘껏 콱 박았다.
“하앗! 아아앙! 안쪽이, 힛, 너무 뜨겁습니다.”
운서는 삽입만으로도 온몸을 부들거리며 훌쩍거렸다. 어제부터 연진의 흉기가 제 속을 차지하고 놓아주지 않은 탓에 퉁퉁 부은 속살이 엉망이 될 것 같았다.
연진은 운서를 놓아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는 운서의 작은 몸을 제 다리 위에 올렸다. 운서가 연진의 단단한 허벅지 위에 올라가게 되자 그의 남근이 엉덩이 속을 가르며 더 깊게 파고들었다.
운서의 엉덩이가 연진의 고환에 딱 맞닿았다.
“흐읏!”
다시 몸을 바르르 떤 운서는 연진의 성기로 배 속이 가득 찬 느낌에 계속 헐떡거렸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연진이 운서의 허리와 가슴을 더듬기 시작했다.
커다란 손이 허리를 꽉 잡고 가슴을 주물럭거리면서 허리를 튕기는 것이다.
“앗, 앗.”
운서는 신음을 내질렀다. 운서의 몸이 한 번 흔들릴 때마다 꼬챙이가 몸을 찌르는 듯이 안으로 깊게 푹 박혔다. 고환이 철썩거리며 운서의 입구를 때렸다. 운서는 더 크게 신음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흐아앙, 폐하!”
운서가 힘들어해도 연진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연진은 운서를 다시 임신시킬 생각에 들떠서 욕정에 눈앞이 흐려진 상태였다.
운서를 안고 있는 연진은 허릿짓을 멈추지 않았다. 운서는 위아래로 들썩들썩 흔들렸다.
“하읏, 앗, 폐하. 앙, 폐하, 하으읏.”
운서가 급기야 큰 소리로 울음을 터트렸다.
“힝, 폐하. 힘듭니다!”
“짐의 정액을 더 받아서 회임을 하고 싶다더니 이제는 싫다는 거냐! 네놈의 음문에 밤새 씨물을 잔뜩 싸줄 것이니 어서 구멍이나 잘 대라.”
밤새라니. 운서는 이러다가 임신을 하기도 전에 복상사로 죽을 것 같았다.
운서는 도망치려 했다. 허리도 다리도 후들거리고 여기서 더 당하면 정말 죽을 것 같아서 필사적이었다. 운서는 팔다리를 휘저으며 연진에게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운서가 도망칠 것을 눈치챈 연진이 긴 팔을 뻗어서 잡아채는 것이 더 빨랐다.
며칠 내내 교접만 했던 운서는 힘없이 끌려갔다. 다시 연진의 허벅지 위로 올라탄 운서는 굵직한 성기를 헐떡거리며 받았다. 연진의 남근은 처음처럼 뜨겁고 거칠어서 허리를 사정없이 부들거렸다.
“하으읏, 이대로 느낄 것 같아….”
울퉁불퉁한 뜨거운 것이 질퍽하게 녹은 점막을 긁는 통에 운서는 몇 번이나 몸을 떨었다. 연진의 물건이 다시 깊이 박히고 운서의 엉덩이에 고환이 딱 닿았다.
“배 속까지 들어와, 하앙.”
깊은 신음을 내지르며 운서는 허리를 뒤로 꺾었다. 평소와 같은 삽입이지만, 속살이 다 풀려 있어서 그런지 운서는 연진의 성기가 더 깊게 들어온 것처럼 느껴졌다.
연진은 운서의 팔을 당겨서 입술을 겹쳤다. 운서는 힘들다고 훌쩍거리다가도 뜨거운 입술이 닿자마자 입을 벌리며 더운 혀를 날름 삼키고 쪽쪽 빨았다.
그러다 연진은 운서를 확 끌어안아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아읏, 폐하, 제발! 읏, 아으읏, 죽을 것 같습니다.”
운서는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굵은 육봉이 안쪽으로 쿡쿡 박힐 때마다 배 속에 가득한 정액이 요동쳤다. 죽겠다고 울던 운서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몸이 흔들릴 때마다 속살에서 파스스한 쾌감이 넘쳐서 좋긴 했지만, 허리 아래에 감각이 사라질 것 같았다. 게다가 연진의 성기와 정액 때문에 배가 불룩하게 부풀기까지 한 것 같아 운서는 흔들리는 와중에 제 배를 만지면서 더 울었다.
***
운서가 연진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건 다음 날이었다. 연진은 밤새 허리를 흔들고도 쌩쌩한 얼굴로 아침에 일어나서 정무를 보러 대명전으로 향했다.
침상에서 꼼짝하지 못하고 널브러진 상태로 운서는 죽겠다고 곡을 하고 있었다. 임신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세상을 떠날 것 같았다.
“아이고, 이대로 딱 죽겠구나.”
손가락 하나 까닥할 힘도 없는 운서는 좀 전에 오 내관이 주는 죽도 겨우 먹을 정도였다. 탕약까지 한 사발 마셨는데 힘이 나기는커녕 아직도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
“귀비마마, 괜찮으시옵니까?”
오 내관이 다시 탕약을 가지고 들어왔다. 사발에 가득 담긴 약을 보고 운서는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
“탕약은 아까 마셨는데…?”
“태후마마께서 보내신 것입니다. 몸의 회복을 위한 탕약이라고 하루 두 번씩 꼭 드시라고 하셨습니다.”
“…….”
운서는 싫은 얼굴을 하고서도 얌전히 탕약을 받아 마셨다. 태후마마가 보낸 정성을 생각하면 두 사발이라도 마셔야 했다.
“오 내관, 오늘 폐하께서는 늦으신다고 하더냐?”
제발 오늘만큼은 연진이 늦게 오길 바라는 운서였다. 아니면 후궁전에 걸음을 하시던가.
“아니옵니다. 오전 정무만 마치고 오신다고 하셨습니다.”
“뭐, 뭐라?!”
운서는 기겁해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오전 정무만 마치고 온다면 오후부터 또 애를 만든다며 자신을 덮칠 게 틀림없었다. 어제 밤새도록 나무토막처럼 단단하게 서 있던 연진의 거시기는 이제 끔찍할 정도였다.
어떻게 된 물건이 하루 내내 발기해서 수그러들지 않는지. 가만히 있다가 또 당할 수 없었다. 운서는 어서 도망이라도 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오 내관, 어서 보옥이를 데려오너라. 마차도 준비하고.”
“어디를 가시려고요.”
“본가에 다녀와야겠다.”
“예? 마마, 폐하께서 곧 돌아오실 텐데요.”
“그러니 본가에 간다는 게 아니냐.”
운서는 오 내관에게 보옥이를 데려오라고 재촉하고는 부들거리며 침상에서 나와 겨우 옷을 갈아입었다. 그러고는 오 내관의 부축을 받으며 녹옥궁을 나와 그대로 황궁을 빠져나갔다.
‘본가에 가 있으면 그냥 두시겠지.’
덜컹거리는 마차 안에서 허리를 두드리던 운서가 헤쭉 웃었다.
태후가 있는 영현궁으로 갈 수도 있었지만, 연진이라면 한밤에 몰래 숨어들어 올 터였다.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그러나 본가로 가면 황제 체면이 있으니 후궁의 친정까지 쫓아오진 않을 거라는 계산이었다.
‘설마, 폐하께서 본가까지 쫓아오시진 않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안심하는 운서와 다르게 함께 마차를 탄 오 내관은 안절부절못했다. 운서가 고하지도 않고 본가에 가면 연진이 화를 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귀비마마, 폐하께 말씀드리지도 않고 본가에 가셔도 정말 괜찮을까요?”
“괜찮아. 가족들에게 보옥이를 보여주러 가는 것이니, 폐하께서도 이해하실 것이다.”
“…그, 그런가요?”
자꾸만 괜찮다는 운서의 호언장담에도 오 내관은 계속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운서에게 집착하는 연진이라면 절대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또 난리가 날 것 같다는 예감에 오 내관은 안고 있는 보옥만 다독였다. 부디 보옥을 봐서라도 연진이 화를 내지 않기를 바랐다.
황궁을 빠져나온 마차는 빠르게 달려 이윽고 요선각에 다다랐다. 운서는 요선각이 아니라 집으로 들어가는 뒷문에 마차를 세우게 했다.
운서는 파리한 안색으로 비틀거리며 내렸다. 그때 마침 심부름을 하러 갔던 명석이 요선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작은 도련님이 아니십니까?”
명석은 활짝 웃으며 운서에게 달려왔다. 강아지처럼 반기며 자신에게 달려오는 명석을 본 운서의 표정도 절로 환해졌다.
운서는 저도 모르게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옛 남자를 보며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 흠흠 기침을 하며 표정을 숨겼다.
“며, 명석이구나.”
“오랜만에 뵙습니다. 마마.”
“…마마라니? 네 입으로 마마라고 하니 참 어색하구나.”
예전보다 더 듬직해진 명석을 보자 운서는 절로 몸이 꼬이고 웃음이 났다. 형님의 말에 따르면 명석이 무예를 열심히 배우고 소질도 많다더니, 확실히 전보다 몸이 더 실해 보였다.
‘아이고, 분명히 다리 사이의 몽둥이도 더 실해졌겠지.’
운서는 표정을 숨기려고 했으나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마마!”
외간 남자 앞에서 운서가 해쭉 웃자 옆에서 오 내관이 눈치를 줬다. 운서는 오 내관이 자신을 노골적으로 째려보는 것을 알고 얼굴을 붉혔다. 자신이 지금 한눈을 팔았다는 걸 오 내관이 알아차린 것 같았다.
‘한눈판 것을 반성한 것이 바로 어제이거늘. 그런데 저놈은 왜 갑자기 눈치가 빨라진 거야?’
평소에는 맹하던 오 내관을 슬쩍 본 운서가 뻔뻔한 얼굴을 했다. 여기서 오 내관의 눈치를 보면 명석에게 미련이 남았다고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이었다. 운서는 그저 열심히 무예를 수련하는 명석이 뿌듯한 것이지 그를 연진처럼 사랑하는 게 아니었다.
“잠시 가족들을 보러 왔다.”
“그러셨군요. 마마, 어서 들어가시죠. 작은 주인님께서는 소인이 알리겠습니다.”
문을 연 뒤 명석이 어서 들어가자면서 운서의 손을 살짝 잡으려다가 얼른 놓았다. 어쩐지 운서의 안색이 좋지 않아서 부축하고 싶었지만, 지금 운서의 신분은 황제의 후궁이었다.
자신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높은 신분인 것이다. 자칫 실수로라도 운서의 몸을 건드렸다가 황제의 분노를 사서 목이 잘릴 수 있기 때문에 명석은 아쉽지만 작은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오 내관님도 어서 들어가시죠.”
운서에게서 계속 시선을 떼지 못하던 명석은 오 내관에게도 친절한 말투로 들어가라고 말했다. 운서 때문에 늘 명석이 못마땅했던 오 내관도 그의 친절은 싫지 않은 눈치였다.
오 내관은 보옥을 안고 운서를 따라서 안으로 들어갔다.
***
오전 정무를 마친 연진이 녹옥궁에 돌아왔을 때, 궁인들은 모두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운서가 보옥이를 안고 홀랑 도망쳤기 때문이었다. 황제의 분노가 두려운 궁인들은 연진이 돌아오자마자 운서의 행방을 알렸다.
“뭐라? 귀비가 본가로 갔다는 말이냐?”
내관의 말을 듣자마자 연진의 머리에 열이 올랐다.
“본가에 가고 싶었으면 내게 말이나 하고 갈 것이지. 몰래 가다니. 운서, 이놈이 지금 내게서 도망을 친 게 아니냐?”
허락은 받지 않더라도 자신에게 고하지도 않고 몰래 갔다는 건 남편인 자신을 우습게 본 것이었다. 게다가 운서의 본가에는 그놈이 있었다.
연진은 명석의 이름을 떠올리는 것조차 질투에 타올라 어금니를 아득아득 깨물었다.
“태감, 당장 짐의 마차를 들여라. 짐도 귀비의 본가로 가겠다.”
“예, 폐하.”
연진이 귀비를 쫓아가겠다고 소리치자 태감도 어서 마차를 준비하라고 내관들에게 소리쳤다.
금의위와 내관 몇 명만 대동한 채 마차를 타고 운서의 본가에 향하는 동안 연진은 작은 창문으로 밖을 살폈다. 밖을 내다보는 연진의 눈빛이 호기심으로 빛났다.
늘 조용한 황궁과는 다르게 저잣거리는 활기차고 시끄러웠다.
연진이 황궁 밖을 나온 것도 몇 년 만이었다. 늘 황궁 안에서 정무만 보고 운서와 복작거리며 살다가 한낮에 사람이 많은 길거리에 나오니 연진은 괜히 마음이 들떴다.
조금 전까지 운서가 도망쳤다며 이를 갈았던 연진은 어린아이처럼 눈을 빛내며 오가는 사람들을 지켜봤다.
그사이 황제의 마차는 운서의 본가에 도착했다. 태감이 직접 단단히 잠겨 있는 대문을 두드리며 사람을 불렀다. 그러자 대문이 아닌 요선각 뒷마당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리며 덩치 큰 남자가 나와 그들을 맞았다.
명석이었다. 명석이 누군지 모르는 태감은 인기척에 반색하며 그에게 다가갔다.
“마침 사람을 부르려고 했는데 자네가 나왔군. 이보게, 오늘 이 댁에 귀비마마께서 오셨다지?”
“예, 그렇습니다만.”
자신을 부른 사람이 내관이라는 걸 알아본 명석은 고개를 꾸벅 수그리며 대답했다.
“그럼 어서 안으로 들어가서 폐하께서 오셨다고 고하게나. 지금 당장!”
태감의 말에 명석은 깜짝 놀라 본가의 대문 앞에 서 있는 검은 마차를 힐긋 보고는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아이고, 폐하!”
운서가 후다닥 뛰쳐나왔다. 그의 뒤로 운서의 가족들도 헐레벌떡 나와서 마차를 향해 엎드렸다. 그 주변에 있던 요선각의 점원들까지 어리둥절하며 엎드렸다. 그러자 연진이 마차에서 천천히 내렸다.
황제의 정복을 입은 연진이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은 더욱 고개를 조아렸다. 운서의 아버지는 머리를 거의 땅에 대고 있었다. 연진은 제 앞에서 고개를 조아린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살폈다. 그중에는 명석이란 놈도 어김없이 있었다.
‘저놈이 아직도 이곳에 있구나.’
명석을 보자마자 연진은 쌍심지를 켜고 그를 내려다보며 눈엣가시 같은 놈이라고 생각했다. 전에도 덩치가 아주 좋았는데, 오늘 보니 온몸이 단단한 것이 무예까지 수련한 것 같았다.
그때 연진이 반가웠던 운서의 아버지가 눈치 없이 나섰다.
“폐하, 이 누추한 곳까지 어인 행차이시옵니까?”
“짐이 못 올 곳을 왔는가?”
“그, 그게 아니오라….”
명석을 보자마자 기분이 상한 연진이 운서의 아버지에게 괜히 짜증을 냈다. 연진의 엄한 목소리에 그는 곧 울 것처럼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운서는 제 아비를 위해 얼른 나서서 변명했다.
“폐하, 소인의 아비가 폐하를 오랜만에 뵙는 터라 긴장하여 말이 헛나온 모양입니다.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그러마.”
연진은 운서의 아버지에게 일어나라고 명하고 운서를 따라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도 연진의 날카로운 시선은 명석에게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것을 알아챈 사람은 운서와 영서뿐이었다.
운서는 제 형에게 어서 빨리 명석을 어디로든 보내라고 눈짓했다. 영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명석을 데리고 재빨리 요선각 안으로 사라졌다.
그것을 확인한 뒤 운서는 제 처소로 가자며 연진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폐하, 소인이 금방 황궁으로 돌아갈 텐데 이곳까지 직접 오시다니요. 폐하 때문에 제 아비가 심장마비로 쓰러지겠습니다.”
“…그건 미안하다. 네 아비가 너와는 다르게 소심하다는 걸 자꾸 잊지 뭐냐. 내가 괜한 짜증을 부렸다.”
운서의 아버지는 성품이 조용하고 소심한 사람이었다. 운서는 어머니를 쏙 빼닮아 욕망이 넘쳐흐르고 대범하기도 한 것이었다.
“그러길래 왜 말도 없이 나간 것이냐?! 그것도 보옥이까지 데리고.”
연진은 곧장 따져 물었다.
“아이를 낳았으니 부모님께 손주를 보여드리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말씀을 드리지 않은 것은 잘못했습니다.”
방금까지 투덜거렸으면서 운서는 연진의 눈치를 보며 시무룩한 표정으로 잘못했다고 했다. 마침 운서의 시종이 보옥을 안고 따라오는 바람에 연진은 더 화낼 수가 없었다.
운서의 처소로 들어온 뒤 연진은 시종에게서 보옥을 넘겨받았다. 그리고 그는 시종을 나갈 때까지 가만히 있다가 다시 둘만 되자 운서를 노려봤다.
“소인이 잘못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다음부터는 폐하의 허락부터 받겠사옵니다.”
“…그 일은 이제 됐다. 네 부모도 당연히 손주를 보고 싶을 텐데 내가 그 생각을 하지 못했구나. 다음 주쯤에 네 가족을 모두 초대해서 조촐하게나마 연회라도 열자꾸나.”
“정말이십니까? 폐하!”
운서는 교태를 섞은 목소리로 폐하밖에 없다면서 연진에게 폭삭 안겼다.
“제 아비가 황궁 구경을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잘 되었습니다. 폐하 덕분에 효자 노릇을 하게 생겼습니다.”
“그래, 그래.”
운서의 애교에 연진은 허허 웃으며 입가를 또 느슨하게 풀었다.
“폐하는 소인에게만이 아니라 제 식구들에게도 잘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짐이 너를 아끼니 당연한 일이 아니냐.”
운서는 연진의 허리를 끌어안고 더욱 교태를 부렸다. 그의 단단한 몸에 제 몸을 비비고 웃으면서 야살을 떨자 연진의 기분이 순식간에 좋아진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아주 오랜만에 이곳에 오는구나.”
“폐하께서 소인의 본가에 오셨을 때는 다섯 살이셨지요. 그때도 휴가를 받은 소인과 떨어지기 싫다고 쫓아오셨고요.”
운서는 어릴 때나 지금이나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며 연진을 보고 눈을 흘겼다. 본가로 가면 쫓아오지 못할 줄 알았는데, 기어이 쫓아오는 게 옛날하고 똑같았다. 운서는 잠시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연진이 얄미웠지만 그만큼 저를 사랑하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좋기도 했다.
“눈초리가 왜 그러느냐? 그때는 짐이 아주 어렸지 않느냐. 어린 마음에 너와 한시라도 떨어져 있기 싫어서 그랬다. 운서 네가 없으면 허전해서 잠도 잘 못 잤고.”
어릴 적의 연진은 유모도 좋아했지만, 곁에 운서가 없으면 짜증을 낼 정도로 집착했다. 잠자리에 들 때도 운서가 곁에 있지 않으면 계속 칭얼거릴 정도였다.
“그때와 지금은 다르지. 맞다, 아까 보니 그 명석이란 아이가 있더구나.”
“…….”
명석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운서는 또 당황하여 순간 입을 꾹 다물었다.
“왜 아무 말도 못 하는 게냐? 설마 그놈을 보려고 몰래 온 것은 아니겠지?”
“네?! 아니, 아니요! 폐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 아이는 그냥 요선각의 점원으로 가여운 아이일 뿐입니다.”
“가엽다니?!”
진심으로 당황하는 운서를 보자 연진은 또 화가 치솟아 가여워서 그놈과 바람을 피웠냐고 따지고 싶었다.
“폐하, 명석이는 요선각으로 오기 전에 장사도의 노비였습니다. 이러하고 저러한 사정으로 쫓겨나서 돌봐준 것뿐입니다.”
운서는 연진에게 자초지종을 고했다. 그러고는 명석이 한동안 부모의 얼굴도 보지 못했다는 것과 장사도의 주인이 명석의 부모를 팔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다고 하소연했다.
“그게 무슨 말이냐? 그러니까 장사도의 주인이 제 아들이 잘못했음에도 그놈의 부모를 팔지도 않고 만나지도 못하게 했다고?”
“예, 그러하옵니다. 명석이를 가엽게 여긴 저희 형님께서 그 아이를 동생처럼 돌보며 학문과 무예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운서는 최대한 명석이 불쌍한 아이인 것을 강조했다. 자신도 그 아이가 안쓰러워서 챙겨준 것이지 결코 바람을 피운 게 아니라는 분위기를 조성하며 변명하는 것이다.
“어허, 그래?”
연진은 눈썹을 살짝 올리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일단 운서의 말을 들어주었다.
“그 때문에 형님께서 속을 많이 끓이셨지요. 형님 때문에 저도 신경을 썼고요.”
운서는 영서까지 팔아서 연진에게 찰싹 매달렸다. 연진은 옛날부터 제 형이 말한 것은 그대로 믿는 편이었다. 한때는 영서의 얼굴이 워낙 예쁘니 연진도 제 형에게 마음이 있는 게 아닌가 의심했던 적도 있지만, 연진은 언제나 자신만 좋아했었다.
‘폐하께서는 내 형이라서 잘해주는 것이지.’
연진의 애정을 의심하지 않은 운서는 자신만만했다.
“그렇다면 장사도의 주인을 불러서 혼을 내야겠구나.”
“그 일은 벌써 해결되었습니다. 글쎄, 소인이 귀비가 되자마자 장사도의 주인이 명석이의 부모를 데리고 왔지 뭐겠습니까. 폐하께 그자의 무도함을 고하여 혼쭐을 내주려고 했는데 아깝게 되었습니다.”
“내게 진즉 말을 하지 그랬느냐. 영서가 속을 끓일 필요 없이 바로 해결해주었을 것을. 네 형은 백 년 묵은 구렁이 같은 너와는 달리 거짓말도 할 줄 모르고 마음씨도 선녀 같으니까.”
영서의 마음씨가 선녀라는 말에 운서의 눈꼬리가 천장에 붙을 것처럼 올라갔다.
“폐하! 너무하십니다. 형님한테는 선녀라면서 저한테 백 년 묵은 구렁이라뇨?! 제 형님이 그리 어여쁘시면 후궁으로 들이시든가요! 폐하, 저만 이뻐해 주신다고 하셨잖습니까!”
운서는 질투심에 눈이 뒤집힐 것 같아 소리를 빽빽 질렀다. 제 형한테는 선녀라면서 이십 년간 사랑했다는 자신에게는 구렁이라니! 서운함과 질투심이 동시에 치밀어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내가 말을 잘못했구나. 운서야. 내가 너를 놀리려다가 해서는 안 될 실수를 했다. 나한테는 네가 선녀지. 짐에게는 네가 제일 예쁘니라.”
연진은 길게 변명했다. 그래도 운서의 화는 가라앉지 않았다. 그의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어가고, 화를 주체하지 못해서 계속 씩씩거렸다.
“형은 선녀인데 소인은 못난 구렁이라 송구하옵니다!”
토라진 운서는 연진을 노려보다가 몸을 휙 돌렸다. 연진은 그런 운서를 보며 슬쩍 웃었다.
“내가 영서에게는 관심 없다는 건 너도 잘 알지 않느냐. 나는 예전부터 너만 좋아하니까.”
연진은 운서의 허리를 슬쩍 안으면서 다독여주었다. 그러고는 심통이 난 뺨에도 입을 맞춰주자 하늘 끝까지 치켜 올라갔던 눈꼬리가 다시 얌전히 내려왔다.
운서가 화를 내는데도 연진은 계속 기분이 좋았다. 운서가 자신에 대한 독점욕을 보일 때마다 사랑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었다.
아까 밖에서 명석을 발견했을 때 순식간에 치솟았던 울분도 사라지고 없었다. 기분이 좋은 연진은 허허 웃었다.
여전히 명석이란 놈은 마음에 안 들지만, 자신 때문에 우는 운서를 보니 적어도 그놈을 보기 위해 본가에 온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잠깐, 장사도라면 그놈의 본가가 아닌가?’
장사도는 찬의 본가였다. 가만 생각하니 그놈도 운서의 옛 남자였다. 연진은 그런 둘이 한집안 사람이고, 운서와 얽히고설킨 인연이라는 게 좀 꺼림칙했다.
“…….”
찬이 북정도호부에 사직서를 낸 것은 연진도 이미 알고 있었다. 찬이 본가로 돌아온 것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람을 보내서 황궁으로 돌아오라고도 했었으니까.
찬은 태감의 양아들에 운서의 의형제였다. 언젠가는 운서가 찬을 입궁시키라고 떼를 쓸 것 같아서 미리 선수를 친 것이었다. 일단 데려와서 녹옥궁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발령을 내고 지켜볼 생각이었는데, 찬이 입궁하지 않겠다고 거절을 해서 연진은 잘됐다 싶었다.
아무리 황궁이 넓다고 해도 운서와 그놈이 마주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그런데 운서야, 명석이란 놈이 이제는 부모와도 만날 수 있고 네 형 덕분에 공부도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왜 불쌍하다고 하는 것이냐?”
“…음,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형님께서 하도 그 아이에게 신경을 좀 쓰라고 소인을 다그쳐서 안쓰럽게 여겼었는데, 그게 버릇이 된 모양입니다.”
운서는 이번에도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술술 했다. 그러고는 재빨리 연진의 기분을 살피면서 차를 따랐다. 조금 전까지는 표독스럽게 눈을 흘겼으면서 지금은 생글생글 웃는 운서였다.
연진은 찻잔을 입으로 가져가며 운서를 가볍게 노려보았지만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러냐? 그럼 장사도의 주인을 처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지?”
“예.”
“왜? 부례감의 아버지라 처벌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
“그게 아니라…, 태감의 친척이자 호부상서의 사돈이 아닙니까! 호부상서와 태감의 체면을 봐서라도 처벌을 하지 마시라는 거지요. 이미 명석이의 부모를 데려왔고 그간에 받지 못했던 품삯도 전부 주고 갔다고 합니다.”
“…알았다. 이 일은 묻어두지.”
장사도의 주인을 불러서 혼을 내주려고 했던 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운서가 하지 말라고 말린 것도 이유가 되지만, 그도 이미 해결된 일까지 들춰내서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폐하는 오랜만에 소인의 본가에 오셔서 왜 그렇게 시비를 거십니까?”
“네놈이 말도 없이 도망치듯 본가에 왔으니 그런 게 아니냐. 나는 네가 옛날 남자라도 만나는 게 아닌지 걱정되어 허겁지겁 따라온 것이다.”
“무, 무슨 말씀이세요?! 소인에게 옛 남자가 어딨다고요! 소인은 항상 황궁에 갇혀서 폐하만 바라보고 살았습니다.”
화들짝 놀란 운서는 아니라고 펄쩍 뛰었다. 억울하다고, 자신에게는 연진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연진은 알겠다고 허허 웃었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그러나 운서를 추궁하거나 그의 마음을 떠보진 않았다.
“그럼 내게 말이나 하고 본가에 왔어야지.”
“폐하께서 밤새 덮치시니 도망친 게 아닙니까? 정무가 끝나면 또 당할까 무서워서…. 아무리 창창한 나이라고는 하지만 어쩌면 그리 정력이 좋으십니까? 소인은 정말 복상사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지금도 다리와 허리가 후들거려 죽을 것 같습니다.”
운서는 잔뜩 삐친 얼굴로 도망친 이유를 솔직하게 고백했다. 연진의 허릿짓을 피해서 도망쳤더니 옛날 남자를 보러 왔냐는 소리나 듣고.
자신의 화려했던 과거가 들통날까 노심초사하며 운서는 고개를 더욱 빳빳이 들었다. 이럴 때 당황하여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면 연진이 수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 그랬더냐?”
“예, 죽을 것 같아서 말도 없이 도망친 것이옵니다.”
죽는 줄 알았다고 투덜거리는 목소리에는 짜증도 섞여 있었다. 연진은 가만 생각하니 어젯밤에 운서가 죽을 것 같다고 몇 번이나 말을 했던 것도 같았다.
사람을 초주검으로 만들어놓고 의심이나 한다고 투덜거리는 운서의 눈초리가 곱지 못했다.
“너를 밤새 힘들게 한 것은 미안하다.”
연진은 바로 사과했다. 눈을 뜨자마자 도망칠 정도였으면 정말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연진은 미안하다고 사과는 하면서도 어젯밤처럼 덮치지 않겠다고 약속하진 않았다.
그걸 알아차리지 못한 운서는 적어도 오늘은 덮치지 않을 거라고 마음대로 생각하며 웃음을 흘렸다. 그러더니 연진의 곁에 더욱 바짝 붙어 앉아 차를 따르며 또 교태를 부리기 시작했다.
“폐하, 황궁이 아닌 소인의 본가에서 단둘이 있으니 기분이 이상하옵니다. 폐하께서 어리셨을 때도 이 방에서 함께 주무셨지요.”
“그래, 그때는 넓다고 생각한 방이 이제는 좀 좁구나.”
어릴 적, 휴가를 다녀오겠다는 운서를 쫓아왔던 연진은 함께 자겠다고 떼를 써서 하룻밤을 이곳에서 머물렀었다.
“보통의 민가가 황궁만 하겠습니까.”
“오늘은 이곳에서 자고 가도 되겠느냐?”
“또 여기서 주무신다고요? 태후마마께서 걱정하실 텐데요. 그냥 황궁으로 돌아가시죠.”
금의위도 몇 명 데려오지 않았는데, 황궁 밖에서 자고 간다면 태후가 걱정할 것이었다.
“옛날 생각도 나고 이왕 황궁을 나왔으니 자고 가고 싶구나.”
“…하는 수 없죠. 대신 내관을 보내서 태후마마께 걱정하시지 않도록 저희 집에서 하룻밤 머물다 가는 것을 꼭 알리십시오.”
“알았다.”
“저는 잠자리나 준비해야겠습니다. 아이고, 허리야.”
침상으로 간 운서는 제 허리를 두드리면서 허리가 아프다고 엄살을 떨었다. 오늘은 연진이 자신을 덮치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니 예방책으로 유난을 떠는 것이다.
“아직 날이 환한데 벌써 자려는 것이냐?”
“그럼 뭘 하시려고요?”
보옥이와 함께 셋이서 나란히 낮잠이나 잘 생각이었던 운서는 눈을 삐뚜름하게 뜨며 연진을 돌아보았다.
“요선각에 가자꾸나. 오랜만에 내 백성들이 잘 지내는지 보고 싶다.”
“…….”
연진을 바라보는 운서의 시선이 또 곱지 않았다. 황제면서 꼭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야겠냐는 눈초리였다. 연진은 물러서지 않고 가고 싶다며 떼를 썼다. 평범한 요릿집은 가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폐하께서는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모르실 테니 가보는 것도 좋겠지요. 그럼 우선 옷이라도 갈아입으셔야겠습니다.”
운서는 연진에게 맞을만한 옷이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본채로 건너갔다가 이윽고 아버지가 입었던 옷을 몇 벌 가지고 돌아왔다. 그러고는 연진의 정복을 벗기고 그에게 푸른색 비단옷을 입혔다.
“잘생기시고 풍채가 좋아서 그런지 평범한 옷을 입어도 빛이 납니다. 역시 폐하세요.”
“흠, 그러냐? 네 칭찬은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구나.”
“이게 다 폐하께서 소인을 예뻐하시니 그런 게 아닙니까.”
운서는 냉큼 연진의 팔에 매달려서 또 교태를 떨었다. 그에 연진은 싱글벙글하며 좋아하고, 그렇게 두 사람은 꼭 붙어서 요선각으로 향했다.
2층에 자리를 잡은 연진은 주문은 운서에게 맡기고 계속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요선각 안은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장사가 잘된다더니 사람이 매우 많구나.”
“예, 저희 집이 장사를 좀 하는 편이지요. 폐하, 부추와 볶은 돼지고기랑 닭튀김이 맛있는데 그걸로 시키겠습니다. 오송주도 한 병 시키고, 계산은 물론 폐하께서 하시는 거지요?”
“…알았다. 계산도 하마.”
연진은 자신에게도 칼같이 돈을 받아내는 운서가 귀여워서 알았다고 답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너희 집에 오랜만에 오면서 빈손으로 왔구나. 너를 후궁으로 들이고 처음으로 방문했는데, 마음이 급해서 신경을 쓰지 못했다.”
“전에 많이 보내주셨잖습니까. 그래도… 더 주시면 좋지요.”
운서는 눈을 반짝이더니 활짝 웃으면서 주신다면 사양하지 않겠다고 했다.
“알았다. 황궁으로 돌아가는 즉시 태감을 시켜서 챙겨 보내마.”
“감사합니다, 폐하. 역시 폐하께서는 씀씀이도 황제의 품격을 갖추셨사옵니다. 그동안 소인이 정성껏 키운 보람이 있습니다.”
운서가 소매로 눈가를 꾹꾹 누르며 감격하자 연진은 크게 웃었다.
“그래, 그래. 짐을 업어 키운 보람이 크겠구나.”
“그럼요.”
“이왕이면 네 동생들의 혼처도 알아봐야겠구나. 귀비의 동생들이니 평범한 집안으로는 보낼 수 없지.”
운서가 곧 아들을 낳으면 그는 황후의 자리에 오를 테고 가족들도 귀족으로 승격시킬 것이다. 그러니 평민들과 혼인을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동생들의 혼처는 어마마마께 부탁드려야겠구나. 나는 그 방면으로는 잘 모르지 않느냐.”
“감사합니다, 폐하. 어마마마께서 좋은 집안의 남자로 구해주실 테니, 소인은 안심하고 기다리고 있으면 되겠군요.”
말은 얌전히 했지만, 운서는 동생들을 귀족 가문에 시집보낼 생각을 하니 좋아서 작은 발을 동동 굴렀다. 운서의 얼굴에 화색이 돌자 연진도 좋아했다.
“폐하 덕분에 동생들이 호강하고 살겠습니다.”
“네 동생들이 내 동생도 되니 신경을 써야지. 그런데 중매에 성공하면 술이 석 잔이라는 말이 있잖느냐.”
“술 석 잔이 뭡니까. 폐하께서 원하시는 건 뭐든 다 해드려야지요.”
운서는 눈을 찡긋거리며 아양을 떨었다.
“아, 운서야 넌 정말….”
야살스러운 애교에 연진은 너 때문에 못 살겠다며 연신 웃어댔다. 운서와 연진이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그들에게 술과 안줏거리를 든 명석이 불쑥 나타났다.
“도련님, 음식을 가져왔습니다.”
“……!”
명석은 연진을 힐긋 보고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를 하고는 탁자에 음식들과 술을 놓았다. 명석이 얼굴을 내밀자마자 연진의 표정이 확 바뀌는 것을 보고 운서는 당황했다.
“며, 명석이 네가 왜 음식을 가져온 것이냐?”
지금까지 분위기가 좋았는데 갑자기 명석이 나타나서 운서는 또 연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하필이면 많은 점원 중에서 자신들이 먹을 음식을 명석에게 맡겼는지. 나중에 영서에게 한마디 해야 할 것 같았다.
“갑자기 손님이 많아져서 손이 부족하기도 하고, 근래에 매일 요선각에 와서 작은 주인님을 귀찮게 하는 놈이 있어서요….”
명석은 운서를 향해 바로 옆에 그 남자가 있다고 턱짓을 했다. 그 말에 운서의 두 눈이 반짝거렸다.
“뭐라?! 명석아, 형님께 새 남자라도 생긴 것이냐?”
운서가 영서에게 애인이 생긴 것 같아 반색하며 물었다. 그러고는 어디에 사는 누구며 어느 집 자제고 무슨 일을 하는지 물으려고 하는데, 명석이 갑자기 인상을 팍 쓰며 그건 아니라고 했다.
“애인이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명석은 펄쩍 뛰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연진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영서에게 애인이 생겼냐는 말에 발끈하는 걸 보니, 저놈이 좋아하는 사람은 운서가 아닌 것이 아닌가.
‘그럼 내가 오해를 한 것인가?’
운서가 납치되었던 날에 저놈이 벌거벗고 있었던 것은 괴한들이 벗겼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아니면 마침 몸을 씻거나 강에서 수영을 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연진은 그동안 운서가 했던 말이 모두 사실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연진이 진지하게 생각에 잠겼을 때, 운서는 고개를 쭉 내밀어서 영서를 귀찮게 한다는 남자를 살폈다. 연진은 상반신을 쭉 내밀고 다른 곳을 염탐하는 운서를 뒤늦게 확인하고 그를 말렸다.
“운서야, 너는 이제 황제의 후궁이잖느냐. 더는 내관이 아니니 체통 좀 생각해라.”
지금이야 귀비지만 운서는 곧 황후가 될 사람이었다. 그러나 점잖게 행동하라는 연진의 말은 운서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폐하, 지금 체통이 문제입니까! 제 형에게 드디어 새 남자가 생겼는데요. 이번에야말로 번듯한 집안의 자제가 아니라면 애초에 싹을 자를 것이옵니다.”
운서는 포륜 같은 천하의 개잡놈이 달라붙는 꼴은 두 번 못 본다고 이를 갈았다.
“…뭐, 네 마음대로 하여라.”
연진이 생각해도 영서는 남자 보는 눈이 별로긴 했다. 포륜은 놀고먹는 한량인 것도 모자라 도박이나 일삼는 놈이었다. 그런 놈을 연인이라고 몇 년이나 감싸다가 결국은 뒤통수를 맞았으니 운서가 난리를 치는 것도 이해되는 일이었다.
사실 연진도 슬슬 영서의 새 남자가 누군지 궁금해지고 있었다. 그래서 연진은 운서를 따라 고개를 조금씩 내밀었다.
“운서야, 누군지 보이는 것이냐?”
“아직이요. 아니 왜 저렇게 구석에 몸을 숨겼답니까!”
최대한 고개를 내밀고 살피던 운서는 혀를 쯧쯧 차면서 소심한 놈 같다고 걱정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소리를 빽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야!”
뒷자리를 살피던 운서가 갑자기 씩씩거리면서 누군가를 불렀다.
“운서야, 무슨 일이냐?”
연진은 도대체 누구길래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냐고 물으려 했다. 그런데 어느새 운서는 화살보다 빠르게 튀어 나가버린 후였다. 그리고 뒷자리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으아악!”
“도, 도련님! 고정하십시오!”
갑작스러운 비명에 이어 명석이 운서를 말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에 연진도 허겁지겁 일어나서 뒷좌석으로 향했다.
“…아니, 부례감이 아니냐?”
운서에게 머리채를 잡혀서 비명을 지르는 사람은 바로 찬이었다. 연진은 상상도 못 한 일에 입을 떡 벌리고, 명석은 안절부절못하며 그런 운서를 말렸다.
“야, 이 천하의 개쌍놈아! 네놈이 사직 상소를 낸 것도 모자라 내 형님까지 꼬셨냐?!”
“아악, 우, 운서야! 아, 아파!”
“아픈 게 문제냐!”
운서는 찬의 머리카락을 거의 잡아 뽑고 있었다. 연진은 생전 처음으로 찬이 안쓰럽다고 생각했다.
씩씩거리던 운서는 찬의 머리를 쥐어뜯을 만큼 뜯고서야 그를 놓아주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얼굴이 벌겋게 된 찬은 헉헉 숨을 몰아쉬며 운서를 쳐다봤다.
운서가 포악스러운 것은 알고 있지만 오랜만에 만나자마자 갑자기 공격할 줄은 몰랐던 찬이었다.
“운서야, 그게….”
찬은 영서와의 일을 해명하려는 듯 입을 열었지만, 연진이 그들을 가로막았다.
“부례감은 언행을 조심하여라. 운서가 이미 짐의 후궁이 되었다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
“폐, 폐하!”
연진이 나서자 찬은 바로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폐하, 소인이 실언을 했나이다. 귀비마마께 무례를 범했으니 죗값을 달게 받겠습니다.”
“아니, 그건 됐다.”
연진은 찬에게 그만 일어나라고 했다. 아까 운서에게 머리카락을 한 줌이나 쥐어뜯기는 걸 봐서 벌을 내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부례감은 조만간 입궁하여 나와 귀비에게 그간의 자초지종을 고하도록 하고 오늘은 이만 물러가도록 해라.”
“분부 받잡겠습니다.”
운서는 연진을 보며 그냥 보내서는 안 된다고 씩씩거렸다. 그런데도 연진은 어서 가보라고 찬에게 손짓했다. 찬은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후다닥 물러갔다.
자신의 앞에서도 그다지 겁을 먹지 않은 찬이 운서를 무서워하는 걸 보자 연진은 안쓰러운 마음과 더불어 웃음이 났다.
“폐하, 그냥 보내시면 어찌합니까. 저놈은 잠시 지방으로 발령이 났다고 금세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참을성이라고는 없는 놈입니다. 집이 좀 잘 산다고 배짱을 부리지 않습니까.”
“그만 봐주어라. 무슨 사정이 있겠지.”
연진은 운서를 다독이며 다시 자리로 데려와 앉혔다. 운서는 계속해서 씩씩거리며 오송주를 따라서 벌컥벌컥 마셨다. 연진은 그런 운서의 잔에 술을 채워주었다.
“운서야, 부례감의 일로 지나치게 화를 내는 것 같구나.”
“…야망도 출세욕도 없는 놈이 제 형을 꼬셨다니, 속이 상해서 그럽니다. 게다가 의부의 양아들이 아닙니까. 소인이 신경을 안 쓸 순 없지요. 폐하, 찬이는 거시기도 없는 놈이 아닙니까.”
“아….”
“아이고, 우리 형님의 팔자도 박복하지. 천하의 개잡놈이 겨우 사라지니, 이제는 아랫도리 허전한 한량이 들러붙고.”
운서는 곡을 하며 소매로 발긋한 눈가를 꾹꾹 찍었다. 그러면서 술을 마시는 것도 잊지 않았다.
“부례감을 불러서 따끔하게 일러주랴?”
“폐하께서 말리셔도 소용없을 겁니다. 저희 형이 얼마나 고집이 센 줄 아십니까. 천하의 개잡놈인 포륜도 십여 년을 넘게 품었는데, 방울 두 쪽 없다고 내칠 것 같습니까.”
“그건 그렇구나.”
그동안 운서를 통해서 포륜의 욕을 수없이 들었던 연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아이고….”
운서는 다시 곡소리를 내며 술을 홀랑 마셨다.
그동안 운서는 찬을 늘 안타깝게 생각했었다. 저에게 거절당한 것도 모자라 멀고 먼 북정도호부로 쫓겨 가서 적응을 못 한 건지 사직상소까지 낸 놈이었다. 어떻게든 다시 황궁으로 데려올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저놈이 자신의 형에게 반했을 줄이야.
‘절대 안 돼!’
이번에야말로 제 형이 제대로 된 집안의 사내를 배우자로 얻길 바랐는데 찬이라니. 운서는 뒷목을 잡을 것 같았다. 거시기가 없는 거나 자신과 그렇고 그랬던 건 넘어갈 수 있어도 한량인 놈이 형과 이어지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어쩌다 한량 같은 놈이 또 형에게 붙어서….”
술잔을 든 채로 운서는 연신 한숨을 쉬었다. 운서가 안주도 먹지 않고 술만 마시자 연진은 돼지고기볶음을 손수 먹여주면서 그를 달랬다.
“그놈이 왜 한량이냐? 장사도의 셋째가 아니냐.”
“밥은 굶지 않겠지요. 그러나 아랫도리가 아무리 허전해도 사내가 집에서 놀면 무슨 꼴입니까. 사람들이 또 제 형님을 보고 포륜 같은 놈을 만났다며 박복하다 할 겁니다. 포륜은 적어도 방울은 멀쩡하게 달려 있었는데….”
운서는 사람들이 더욱 영서를 비웃을 거라면서 소매로 눈가를 꾹꾹 누르며 눈물을 닦았다. 그러다 중간중간 연진이 주는 안주도 받아먹고, 또 게슴츠레한 눈으로 연진의 눈치를 살피며 훌쩍훌쩍 우는 척을 했다.
“이런, 그러면 안 되지. 운서야 걱정하지 말아라. 그놈을 잡아서 황궁에 자리를 잡도록 해줄 테니.”
“저, 정말이십니까?”
“정말이고말고. 태감의 뒤를 잇는 건 좀 그렇다만. 그놈에게 동창의 수장 자리 정도는 줄 수 있지.”
“폐하!”
운서는 술잔을 놓고 연진의 손을 꼭 잡았다. 그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서 연진의 곁에 앉고는 눈을 접어 웃으며 교태를 부렸다.
“폐하 덕분에 형님이 비웃음을 당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연인이 황궁에서 한 자리 떡 차지하고 있는데, 누가 감히 비웃겠습니까.”
“그래, 그래. 네가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참 기특하다.”
연진은 운서의 등을 두드려주며 그를 칭찬했다.
“과찬이시옵니다. 폐하.”
운서는 계속 소매로 눈가를 꾹꾹 누르며 훌쩍거렸다. 연진은 계속해서 이제 마음을 풀라며 그를 다독였다. 연진의 품에 폭 안긴 채 운서는 말랑한 뺨을 단단한 어깨에 대고 소리 없이 웃었다.
눈을 활꼴로 만든 운서는 자신의 계획대로 되었다고 좋아했다. 아까 뒷좌석에 앉아 있던 찬을 발견하고 얼마나 기겁했는지 모른다. 더군다나 명석까지 있었으니.
만약 다 함께 있다가 옛날 일을 들춰내기라도 하면 모두 망하는 것이었다.
‘아까 찬이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어 놨으니 폐하께서 옛날 일로 더는 오해하시지 않겠지.’
찬의 머리를 잡아 뜯은 것은 자신과 그가 허물없는 의형제 사이임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나의 잔꾀가 통해서 모두 살고 찬이 놈의 출셋길도 열렸으니 다행이지.’
찬이 영서를 쫓아다닌다는 건 기분이 나빴으나 일단 그 자리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였다. 또 전에 자신 때문에 황궁에서 쫓겨났던 찬에게도 신세를 갚고 싶었고.
“아이고, 참. 폐하, 아까는 소인이 너무 놀라 기절하는 바람에 단둘이 도란도란 술잔도 주고받지 못하였사오니, 한잔 올리겠습니다.”
운서는 연진의 품에 더 바짝 기대면서 술을 따르고 그에게 안주도 직접 먹여주었다.
“어떠십니까? 음식이 입에 맞으십니까?”
“네가 주니 더 맛있구나.”
운서는 지나가는 점원을 불러서 술과 요리를 추가로 더 주문했다. 점원들이 요리를 한가득 가져와서 탁자에 놓자 다시 연진에게 요리를 일일이 먹여주었다.
“이곳은 시끌벅적해서 좋구나. 황궁에서 너와 둘이 단출하게 마시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이런 곳에서 마시면 즐겁겠구나.”
“내일도 오면 되지요.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황궁으로 돌아가는 건 어떨까요?”
“그리해도 되겠느냐?”
“예, 얼마든지요. 폐하, 술 한 잔 더 받으십시오.”
“오냐.”
연진은 활짝 웃으면서 술을 받고 운서가 직접 먹여주는 안주를 먹었다. 운서와는 이렇게 마주 앉아만 있어도 편하고, 즐겁고, 따로 이야깃거리를 생각하지 않아도 분위기가 좋았다.
“네 말대로 돼지고기볶음이 일품이구나.”
“주방장의 솜씨가 아주 좋습니다. 많이 드십시오.”
운서도 부지런히 젓가락을 놀려서 돼지고기와 전복, 해삼을 연진에게 먹여주었다.
“운서야, 그런데 아까 말이다. 네가 부례감에게 소리를 지르고 그….”
“머리를 쥐어뜯은 것 말씀이십니까? 소란스러웠다면 정말 송구하옵니다.”
“아니다. 영서의 일도 그렇고 부례감은 의형제나 다름없으니 네가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하지. 오늘 보니 전에…. 흠, 내가 너와 부례감의 사이를 오해한 것 같다.”
“제가 의형제라고 거듭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운서는 기회는 이때다 싶어서 찬과 저는 의형제라고 못을 박았다.
“그래. 짐이 괜한 오해를 하여 그동안 너를 곤란하게 했구나. 그런데 부례감이 정말 네 형을 좋아하는 게 맞느냐?”
“…글쎄요.”
운서는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잘 모르겠다고 했다. 명석은 찬을 두고 영서를 귀찮게 하는 놈이라고 했다. 명석의 말과 그의 표정을 보면 찬이 영서에게 반한 건 분명히 맞는 것 같았다.
도대체 언제 형에게 반했는지 모르지만, 운서는 생각하면 할수록 찬이 괘씸했다. 찬이 자신 다음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형이라니.
‘왜 하필 내 형이야!’
연진을 향해 웃으면서도 운서는 속으로 이를 벅벅 갈았다. 자신의 옛 남자라는 것도 싫지만 아랫도리가 허전한 것도 그놈의 집안과 얽히는 것도 다 싫었다.
***
요선각에서 오순도순 술을 마셨던 운서와 연진은 처소로 돌아와서 잠자리에 들었다.
보옥이는 저녁이 되기 전에 황궁으로 보낸 상태였다. 유모를 데리고 오지 않았었고, 태후가 황궁 밖에서 잘 생각이라면 보옥이는 영현궁으로 보내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연진과 운서는 서로를 꼭 안고 잠을 잤다. 연진은 운서를 안고 다독거리다가 바로 잠에 빠졌는데, 그의 숨소리가 깊어지자마자 운서는 눈을 번쩍 떴다.
캄캄한 방에서 좀비처럼 일어난 운서가 연진을 살폈다. 이리저리 봐도 연진은 깊은 잠에 빠진 것 같았다. 연진은 평소에도 뒤척이지 않고 잘 자는 편이었다.
“흐흐….”
운서는 회심의 미소와 함께 침상을 빠져나와 어둠 속에서 옷을 대충 입고 밖으로 나갔다. 마침 문 앞에서 오 내관이 등불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마마, 이 밤에 부례감을 몰래 만나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 폐하께서 아시면…?”
“괜찮아. 너도 알잖느냐. 폐하께서는 한번 잠이 드시면 아침까지 거의 깨지 않는다는 걸.”
“그렇긴 하지만 왠지 예감이 이상하옵니다.”
실제로 연진은 한번 잠들면 거의 깨지 않지만, 그런 그도 가끔 한밤에 깨서 운서를 찾을 때가 있었다.
“후딱 다녀올 것이니 괜찮다. 약속장소에 그 녀석은 나와 있겠지?”
“예.”
등불은 든 채 오 내관은 운서보다 앞장서서 걸었다. 찬과 만나기로 한 곳은 본가의 중정이었다. 집에서 가장 화려한 정원이 있는 곳이지만 이 시간에는 아무도 없고 비교적 키가 큰 나무들이 있어서 인기척도 숨길 수 있는 곳이었다.
찬은 꽃이 활짝 핀 나무 아래에 서 있었다.
운서는 오 내관에게 혼자만 만날 것이니 기다리라고 하고는 조용히 찬에게 다가갔다.
“…왔구나.”
“오랜만이야. 아까는 제대로 인사를 못 했네. 그리고 미안해. 폐하께서 같이 계셔서….”
운서는 다짜고짜 머리채를 잡았던 것을 사과했다.
“아, 그랬구나. 하긴, 폐하께서 아직도 우리 사이를 의심하신다면 어쩔 수 없지.”
“머리는… 괜찮아?”
“괜찮아. 운서야, 아까 일에 너무 신경 쓰지 마라.”
찬은 예전처럼 다정하게 웃었다. 차라리 화를 내면 자신의 마음도 편할 텐데 찬은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착한 놈이었다.
‘아이고, 더 미안해서 화를 못 내겠네.’
운서는 제 형을 좋아하는 거라면 당장 때려치우라고 협박을 하러 나온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찬의 얼굴을 보니 그 말이 목에 걸려서 나오지 않았다.
“다행히 폐하께서 우리 사이에 대한 오해는 푸셨어.”
“그래, 잘됐다.”
“…저기 있잖아. 형하고는 어떻게 된 거야?”
“아…, 그게 미안.”
찬은 운서를 볼 낯이 없어서 고개를 푹 숙였다. 얼마 전까지 운서만 사랑한다고 해놓고, 쉽사리 마음을 바꿔서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운서의 형에게 반했으니 민망했다.
“그게… 내가 북정도호부에서 돌아오는 길에 잠시 요선각에 들렀었어. 네 생각이 나서. 그때 형님을 만났는데, 너무 친절하시고 아름다우셔서 나도 모르게 반한 것 같아.”
“…….”
운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내 생각이 나서 요선각에 들른 것까진 좋은데, 왜 하필 거기서 영서한테 반한 거냐고 따지고 싶었다.
“설마, 우리 형하고 사귀는 건 아니지…?”
운서의 눈꼬리가 사납게 치켜 올라갔다. 그 바람에 찬은 움찔했으나 기가 죽진 않았다.
“…아, 아직.”
우물쭈물하는 그의 대답은 소심하기만 했다. 운서에게 연인으로서의 감정은 전부 사라졌지만 좋아했던 마음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 때문인지 찬은 운서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 들었다.
찬의 마음을 모르는 운서의 머릿속이 바쁘게 돌아갔다. ‘아직’이라면 사귀기 전이지만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운서는 침을 꼴깍 삼켰다.
“그래? 다행이다. 찬아, 미안한데 우리 형하고 사귀는 건 힘들 거야.”
“어, 왜?”
“우리 형은 밤일을 밝혀서….”
운서는 말을 덧붙이지 않고 찬의 아랫도리에 시선을 주었다. 그러자 찬이 당황했는지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야!”
“사실이잖아!”
운서는 냉정하게 딱 잘라 말했다.
“운서야, 저기…. 아,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찬은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민망해했다. 자신의 고환이 다시 돌아왔다는 걸 말해야 하긴 하는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또 운서가 순순히 믿어줄지도 알 수 없었다. 더군다나 첫사랑 앞에서 그 말을 하자니 더 민망해서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그냥 보여줄 텐데, 이제는 그럴 수가 없는 사이니까.
“여기서 그만 포기하는 건 어때? 솔직히 전에 우리 사이가 평범한 사이도 아니었고.”
“…….”
평범한 사이가 아니었다는 운서의 말에 찬은 더욱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찬이 우물쭈물하자 운서는 표독스러운 얼굴로 대답을 종용했다.
“어떻게 할 거야?”
그런 두 사람은 자신들의 뒤에서 성난 사자가 이를 갈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성난 사자는 역시 연진이었다. 한참 잘 자던 연진은 운서가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낀 건지, 바로 잠에서 깨어났다. 운서가 없다는 걸 알아채고 그를 찾던 중에 오 내관도 자리를 비웠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오 내관까지 없다는 걸 알자마자 연진은 금의위를 조용히 풀어서 운서를 찾게 했다. 금의위들은 바로 운서의 행선지를 알렸다.
중정에 도착하고, 연진은 그곳에서 등불을 들고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오 내관을 발견하고 살금살금 그에게 다가갔다. 연진은 제일 먼저 오 내관의 입을 막고 한밤에 몰래 만나는 두 사람을 지그시 노려봤다.
아무 사이도 아니라더니 운서와 찬이 이 밤에 몰래 밀회를 하고 있을 줄이야!
“저기….”
연진이 이를 갈고 있는 줄도 모르는 찬은 운서 앞에서 면목 없지만 그래도 영서를 좋아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말하려고 했다. 너와의 일은 이미 과거라고.
그런데 그때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평범한 사이가 아니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
연진의 목소리였다.
“으아악!”
위엄 있는 목소리와 함께 연진의 얼굴이 어둠 속에서 불쑥 나타났다. 순간 너무 놀란 운서는 귀신을 본 것처럼 비명을 지르며 찬에게 달라붙었다.
“폐하를 뵙습니다.”
연진의 목소리를 들은 찬도 얼음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러나 얼른 정신을 차리고 운서를 뿌리쳤다. 그는 연진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아니, 폐하?”
그사이 운서도 정신을 수습했다. 또 하필 이럴 때 연진이 나타나다니. 운서는 연진의 진노를 어떻게 감당하나 싶어 안절부절못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전처럼 입을 맞춘 것도 아니라 이렇게 떨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번에는 잘 넘길 수 있겠다고 머리를 굴린 운서는 뻔뻔한 표정으로 연진을 향해 허리를 굽혔다.
“귀비와 부례감이 이 야심한 밤에 중정에 단둘이 있다니. 둘이 밀회라도 나누었느냐?”
“무,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찬이… 가 아니라 부례감과 소인은 형님의 일로 만난 것이옵니다.”
“예, 그러하옵니다. 귀비마마께서 소인을 탐탁지 않아 하시어 영서 형님과 헤어지라는 말을 하고 계시던 중이었습니다.”
“…음, 그러냐?”
운서와 찬을 번갈아 바라보던 연진은 수긍하는 척하면서도 한쪽 눈썹을 비틀어 올렸다. 그런 얘기라면 황궁으로 불러들여 따끔하게 한마디 했어도 되고, 자신에게 부탁해도 되는 일이었다.
자신이 낮에 분명히 부례감을 황궁으로 입궁시켜서 자초지종을 듣겠다고 했거늘. 운서가 기어이 제 말을 가벼이 여기고 찬을 따로 만난 것이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한밤중에 만난 것도 몹시 수상했지만, 연진은 무엇보다 제 말을 듣지 않은 운서가 괘씸했다.
“영서와 헤어지라는 얘기를 했다니, 수긍이 가는 일이구나. 그러나 내가 부례감에게 입궁하여 자초지종을 듣겠다 했거늘. 귀비는 짐의 말을 듣지 못하였는가?!”
“소, 송구하옵니다.”
“귀비는 그만 입을 다물고 있으라. 부례감은 날이 밝는 대로 황궁으로 입궁해서 짐이 따로 부를 때까지 대기하고 있으라.”
“예, 폐하.”
“이제 그만 물러가라. 둘이 함께 있는 꼴은 보기도 싫구나.”
“예, 폐하. 소인 물러가옵니다.”
찬은 연진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고 물러났다. 찬이 정원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연진은 운서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폐하, 소인을 왜 그렇게 보십니까? 부례감과 저는 아무 사이도 아니라니까요. 소인은 그저….”
“아무 사이도 아니라면서 이 밤에 외간 남자를 남몰래 만나다니? 귀비는 짐의 후궁으로서 지켜야 할 몸가짐을 배우지 못했구나.”
“잘못했사옵니다. 이 밤에 만난 것은 제가 찬이를 반대한다는 걸 형님의 귀에 들어가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낮에 만나면 집안사람들이 볼 것이 아닙니까.”
“그 일은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하자꾸나. 내관이었던 때처럼 엉덩이를 가볍게 놀리면 이제는 어찌 되는지 알려주겠다.”
연진은 운서의 작은 몸을 달랑 들어서 옆구리에 끼고 정원을 가로질렀다. 그러고는 빠른 걸음으로 처소로 들어가자마자 운서의 작은 몸을 침상에 던지듯 놓았다.
엄한 얼굴을 한 연진 때문에 운서는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사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한밤에 찬을 몰래 만난 건 황제의 후궁이 할 일이 아니었다.
“그간 내가 네놈을 너무 봐준 모양이다.”
“…폐하, 소인이 잘못하였사옵니다.”
운서는 쪼그려 앉아서 잘못을 빌었다. 지난날 연진을 두고 여기저기 한눈을 팔고 다녔던 걸 생각하면 오늘도 자신이 잘못한 일이지만, 솔직히 그때는 연진과 이런 사이도 아니었다.
운서는 억울했지만 그래도 연진의 진노가 무서워서 얌전히 반성했다.
“소인이 황궁으로 돌아간 사이 그놈이 저희 형님을 구워삶을까 마음이 급했습니다. 폐하는 잘 모르시겠지만, 형님은 세상 물정에 대해서는 거의 모릅니다.”
영서가 커다란 요릿집인 요선각의 작은 주인으로서 손님들 앞에 나서곤 있지만, 부유한 집에서 곱게 자라서 그런지 다른 물정에는 영 캄캄했다. 이럴 적부터 황궁의 내관으로 이리저리 눈치를 보고 자란 운서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서로 좋아한다면 문제가 되겠느냐?”
“폐하! 남의 일이라고 그리 말씀하시는 겁니까?”
“짐은 이미 내관과 혼인을 하였는데….”
연진이 내관하고 백년가약을 맺었다는 말에 운서는 또 할 말이 없었다.
“그럼 이제는 밤에 몰래 나간 벌을 받아야지.”
“…네?! 버, 벌이라뇨?”
“말 그대로다. 황제를 모시는 후궁의 몸으로 한밤에 다른 외간 남자와 밀회를 했으니 벌을 받아 마땅하지 않으냐.”
운서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연진은 살벌하게 웃었다.
“히익, 폐하, 그건!”
“네놈은 짐의 아이를 낳아도 여전히 변한 게 없구나.”
운서가 겁을 먹고 달달 떨고 있자 연진은 여전히 웃고 있는 채로 그의 작은 몸을 달랑 뒤집었다.
“폐하, 소인은 형님을 위해서….”
“시끄럽다. 두 번 다시 짐의 눈을 피해서 다른 사내와 만날 생각도 하지 못하게 해주마!”
연진은 운서의 바지를 벗기기 시작했다. 비단 끈을 풀고 넉넉한 바지를 순식간에 벗겨낸 연진이 속곳마저 벗겼다. 그리고 운서의 말랑한 알궁둥이가 드러나자마자 커다랗고 단단한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철썩 때렸다.
“아얏!”
운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신이 찬의 머리채를 잡았을 때 그와의 사이를 오해했다고 하지 않았었나? 운서의 동그란 눈동자가 흔들리는 동안 연진의 단단한 손바닥은 다시 퍽퍽 소리를 내며 말랑한 엉덩잇살에 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악, 아얏, 폐하…. 히잉, 아픕니다.”
“엄살 부리지 말아라.”
엄한 목소리와 함께 연진의 손바닥이 운서의 엉덩이를 몇 차례 매질했다. 그럴 때마다 운서의 차진 살이 붉어지고, 운서는 아프다고 훌쩍거렸다.
“폐하, 소인이 전부 설명하지 않았습니까. 부례감과는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요.”
“부례감과 너의 사이에 별일이 없다 해도 후궁의 몸으로 밤에 다른 사내를 만난 것은 혼이 날 일이거늘. 지금 내 앞에서 잘했다는 것이냐?”
“아, 아니옵니다.”
“그럼 벌을 받아야지. 운서야 이대로 엉덩이를 맞겠느냐? 아니면 녹봉을 삭감하랴?”
“폐, 폐하? 녹봉을 삭감하다니요? 겨우 내관의 쥐꼬리만 한 녹봉에서 벗어났는데요.”
운서는 녹봉 삭감은 절대 안 될 말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차라리 엉덩이를 맞고 말지.
운서가 엉덩이를 맞는 벌을 선택하자 연진의 손바닥이 여린 엉덩이를 마구 매질하기 시작했다.
철썩, 철썩.
날카로운 파열음이 운서의 처소를 갈랐다.
“아얏, 아악!”
짜악, 짝.
“이 음탕한 놈!”
연진은 운서가 자신이 잠든 사이를 틈타 찬을 만나러 갔기 때문에 더 화가 났다.
할 말이 있으면 낮에 조용한 장소로 불러서 이야기를 나눠도 될 것을 밀회처럼 몰래 만나고. 또 자신의 품에서 잠들었다가 다른 남자를 홀랑 만나러 나간 것에 분통이 터졌다.
“흐아앙, 폐하, 자, 잘못했사옵…. 아흑, 아얏, 흐앙, 제발. 폐하!”
운서는 앙앙 울면서 매를 맞았다. 연진은 매섭게 운서의 엉덩이를 때렸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괘씸해서 어쩌면 둘이 밀회를 나누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 음탕한 놈!”
“히잉, 폐하…. 앙, 아윽, 소인은 폐하의 것이옵니다.”
“그래, 짐의 소유인 네놈이 한밤에 엉덩이를 살랑거리며 다른 사내를 만났겠다?”
“자,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을 테니… 제발, 보옥이를 봐서라도….”
운서는 보옥이를 생각해서라도 용서해달라고 울었다. 그러자 순간 연진이 움찔했다. 귀한 황녀를 낳아준 운서였다. 또한 운서는 앞으로 자신의 아이들을 더 많이 낳아줄 몸이었다. 귀하디귀한 몸인 것이다.
“그래, 보옥이를 생각하면….”
“보옥이를 생각하시어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
알궁둥이만 내놓고 있는 상태로 운서는 봉긋한 엉덩이를 살랑거리며 연진을 꾀었다. 귀한 딸아이를 생각하면 자신에게 이럴 수 없다며 연진이 이제 저를 용서해줄 거라고 자신하고 있었다.
자신의 잔꾀가 기특한 운서가 비단 요에 얼굴을 대고 소리 없이 웃던 순간이었다, 연진이 용서는커녕 아까보다 더 세차게 엉덩이를 때리는 것이 아닌가.
철썩.
“꺄악!”
엉덩이에서 불이 날 정도로 매를 맞게 된 운서가 눈물을 찔끔 흘리며 비명을 내질렀다.
“네놈이야말로 보옥이를 생각했더라면 조신하게 행동했어야지. 계속 다른 사내들과 만나서 이런저런 의심을 사면 내가 너를 황후로 삼을 것 같으냐?!”
“……!”
황후로 삼지 않겠다니, 운서는 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폐, 폐하… 소인만을 사랑하신다고 하셨으면서?”
“당연히 너만을 사랑한다. 그러나 네놈이 엉덩이를 살랑거리며 딴짓을 하면 황후의 자리에는 다른 후궁이 올라갈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해라!”
“흑…, 잘못했사옵니다. 소인 평생을 폐하께 헌신하며 얌전히 있겠사옵니다.”
그제야 운서는 진심으로 뉘우치며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잘못했다 용서를 빌었다. 황후의 자리가 코앞인데, 그 자리를 다른 후궁에게 빼앗길 수 없었다. 자신은 연진의 아이를 낳았고 또 앞으로 많이 낳을 몸이지 않은가. 자신이 황후가 되지 못하면 다른 누구도 황후가 될 수 없었다.
“정말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흐어엉…, 소, 소인이 생각이 짧아서 폐하께 불성실하였습니다.”
황후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자 너무 서러워서 견딜 수 없었다. 운서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연신 용서를 빌었다.
“네가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하는 것 같구나.”
“예.”
운서가 진심으로 뉘우치는 것은 물론 계속 눈물을 흘리는 탓에 연진의 마음이 점점 약해졌다. 운서는 자신이 사랑하는 유일한 사람이고 힘들게 아이까지 낳아줬는데 너무 심하게 벌을 주는 건 아닌지 고민했다.
‘아니, 아니지. 이놈을 방치했다가 황후가 되면 더욱 기고만장할 텐데.’
가뜩이나 자신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은 운서였다. 애교와 교태로 무장하고 엉덩이를 살랑거리며 자신의 혼을 쏙 빼놓는 요망한 것이었다.
황후가 되었을 때는 이미 아들까지 낳았을 텐데. 그때는 운서의 기세가 더 등등해질 것이라 지금 야단을 치는 것이다.
아니, 사실은 자신이 잠든 틈을 타서 찬을 만나러 나간 것이 질투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정말로 평생 짐에게만 헌신하겠느냐?”
“…예.”
연진은 다시 다짐을 받았다. 그리고 벌써 발갛게 달아오른 운서의 엉덩이를 살살 문질러주었다. 운서는 고개를 돌려 연진을 보면서 끄덕거렸다. 새빨갛게 붉어진 눈가에서 눈물이 계속해서 후두둑 떨어졌다.
자신을 바라보며 발긋한 눈으로 눈물을 떨구는 운서가 또 너무 유혹적으로 보였다. 연진은 어느새 저도 모르게 운서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비비고 있었다.
그러다 화들짝 정신이 든 연진이 운서의 엉덩이를 다시 찰싹 때렸다. 그러나 아까처럼 세차게 때린 게 아니라 살살 토닥거리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운서는 아프다고 엄살을 떨었다.
“아얏, 폐하. 히이잉, 소인 반성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잘못했다 생각하고 있는 게 맞느냐?”
“당연하지요. 흑….”
“반성하고 있으니 되었다.”
연진은 운서가 진심으로 반성하는 것 같아 그를 놓아주었다. 하지만 벌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오늘 밤에 연진은 제 몽둥이로 운서에게 호되게 벌을 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운서의 눈가가 발긋하게 빛나더니 시선이 연진의 아랫도리로 향했다. 매를 맞은 붉은 알궁둥이가 그대로 내보여진 채로.
“폐하, 소인이 잘못했으니 반성하는 의미로 폐하의 고간을 핥겠사옵니다.”
“뭐, 뭐?!”
“매를 맞기는 했으나 그것만으로는 폐하의 기분이 풀리지 않으실 것 같사옵니다. 소인이 정성껏 애무하여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드리고 싶사옵니다.”
“지, 짐은 그런 으, 음란한 행위를 기대하고 너를 다그친 게 아니었다!”
오늘 밤새도록 자신의 살 몽둥이로 운서를 벌주려고 했던 연진이었다. 그런데 운서가 직접 나서서 자신의 성기를 빨겠다고 하는 바람에 당황한 연진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폐하의 마음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그간 소인이 폐하께 믿음을 드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오해를 풀었다고 했지만 연진은 계속 자신을 의심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잠시 자리를 비운 것도 못 참고 찾으러 나왔지.
운서는 연진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자신이 연진만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에게 일깨워주고 싶었다. 운서의 요망한 손가락이 연진의 바지로 슬금슬금 움직이더니 비단 끈을 순식간에 풀어버렸다.
연진의 육봉은 벌써 단단하게 발기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엉덩이를 때리면서 흥분한 모양이었다. 그를 보던 운서는 울퉁불퉁한 기둥에 제 뺨을 비볐다.
“오늘따라 유독 강건하시옵니다.”
“운서야 저기, 잠깐! 읏!”
운서의 선제공격에 당황한 연진은 제 성기에 비벼지는 보드라운 뺨의 감촉에 육봉을 더 불끈 세웠다.
“폐하의 성기를 입으로 애무한 것이 한두 번도 아닌데 왜 그리 당황하십니까? 폐하를 향한 소인의 마음이 얼마나 단단한지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운서는 풍성한 속눈썹을 깜박거리며 연진을 더욱 유혹했다. 투명한 눈물을 머금은 운서의 발긋한 눈가에 시선을 빼앗긴 연진이 잠시 방심한 사이, 그의 것을 냉큼 입에 물었다.
“아읏, 운서야…!”
습한 입술이 귀두를 물고 쪽 빨아버린 탓에 연진은 그대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아, 운서야.”
“벌써 이렇게 발기하시고…. 쪽, 쪼옥. 그동안 소인이 폐하의 옥근을 너무 내버려 뒀나 봅니다. 츠읍, 쪽. 이렇게 맛난 것을요.”
어제도 연진의 남근을 아래로 계속 받아먹었던 운서였다. 벌써 그 일은 잊었는지 운서는 연진의 귀두를 맛있게 핥았다. 작은 혀가 날름날름 움직이면서 뜨겁고 젖은 선단을 맛보고 울퉁불퉁한 기둥으로 내려갔다.
운서의 작은 손이 굵은 귀두를 잡아 주무르면서 혀로 성기의 뿌리부터 선단까지 길게 핥아 올렸다. 그러자 부들거리는 연진의 남근에서 분비액이 뚝뚝 흘러나왔다.
연진의 육봉이 더 단단하게 발기하자 운서는 귀두를 전부 작은 입에 밀어 넣고는 우물우물 빨았다. 한참을 달게 빨고는 입을 떼어내자 혀와 선단에서 길고 음탕한 실타래가 이어졌다.
“하읏…, 제발 운서야.”
“오랜만에 폐하의 옥근을 빨아드리는 것 같습니다.”
“그래, 그렇구나.”
“기분은 좋으십니까?”
“당연히 좋고말고. 네가 이렇게 짐의 옥근을 빨아줄 때마다 미칠 것 같다.”
연진이 애무에 홀려서 헐떡거리자 운서는 눈을 활꼴로 만들고 웃었다. 이대로 연진의 정신을 딴 곳으로 흘러서 찬과 저의 밀회는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도록, 그렇게 만들려는 꼼수였다.
운서는 연진을 힐긋 올려다보면서 젖은 귀두를 쪽쪽, 날름날름 핥았다. 운서의 혀가 움직일 때마다 연진의 심장이 들쑥날쑥 뛰었다.
“아읏, 운서야.”
연진은 연신 헐떡거렸다. 운서가 제 남근을 입으로 애무하는 건 아무리 많이 받아도 익숙해지지 않고 매번 가슴이 설레는 일이었다.
헐떡거리던 연진은 허리를 조금씩 흔들면서 운서의 매끄러운 뺨을 더듬고는 손을 아래로 내렸다. 옷의 매듭을 더듬어 찾은 연진이 그것을 풀고 손을 안으로 밀어 넣자 통통하게 부푼 돌기가 그의 손을 반기듯 바르르 떨렸다.
“흐읏….”
운서는 신음하면서 연진의 물건에서 입을 뗐다. 질척한 분비액이 길게 늘어지고, 운서의 작은 손이 연진의 굵은 기둥을 훑으며 다시 선단을 할짝거렸다.
“폐하, 쪼옥, 쪽. 폐하의 옥근을 오랜만에 빨아보니, 으음, 쪽, 츠읍, 더 맛있습…. 앗, 거기는!”
연진의 분비액과 타액을 흘리며 연신 커다란 성기를 핥던 운서가 맛있다며 야살을 떨었다. 거기에 또 홀딱 넘어간 연진은 봉긋한 가슴 돌기와 운서의 엉덩이를 동시에 희롱했다.
연진이 유두와 구멍의 입구를 손끝으로 문지르자 그것만으로 운서가 헐떡거렸다. 연진의 굵은 손가락이 잔뜩 부은 구멍을 파고들어 가서 안을 쑤셨다.
운서의 안으로 굵은 손가락이 두 개나 파고들었다. 밤새 연진의 성기로 들쑤셔진 점막이 빠듯하게 벌어졌다. 안쪽이 워낙 부은 탓에 운서의 구멍은 연진의 손가락 하나도 버겁다는 듯 자꾸만 입을 다물었다. 그런데도 연진은 손가락을 억지로 밀어 넣고는 안쪽을 더듬었다.
“앙앙, 제발, 아, 안쪽은…. 앗, 앗, 간지러. 하앙, 깊어요!”
운서는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좁은 구멍 속에서 휘돌아가는 손가락 때문에 아랫도리가 자꾸 징징 울려서 성기를 빠는 일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연진의 단단한 손가락이 운서의 젖꼭지까지 쉼 없이 희롱하기 시작했다.
젖꼭지가 꽉 짓눌리는 바람에 선단을 핥던 운서가 허리를 뒤틀었다.
“폐, 폐하, 그만!”
“넌 가만히 하던 일이나 해라.”
연진은 운서에게 계속 제 물건을 애무하라고 하고서 그의 뒷구멍을 손가락으로 만졌다. 기다란 손가락을 이리저리 돌리고 추삽질까지 하자 작은 엉덩이가 들쑥날쑥 흔들리는 게 아주 야하고 요망해 보였다.
운서의 엉덩이가 유독 귀엽고 손끝에 걸리는 통통한 젖꼭지까지 너무 음란하다는 생각을 하며 연진은 음문에서 손가락을 뺐다. 그는 굵은 손가락을 빼자마자 운서의 말랑한 궁둥이를 다시 후려쳤다.
타격음과 함께 작은 엉덩이가 크게 흔들렸다.
“흐앙, 폐하. 아, 아픕니다.”
“음란한 놈. 네놈은 갈수록 요망하고 야해지는구나.”
운서가 찬과 함께 있는 모습을 봐서 그런지 연진은 제 욕망이 평소보다 더 끓어오르는 것 같다고 느꼈다.
엉덩이가 아프다고 앙앙거리는 운서가 마냥 귀엽고 예쁜 연진이 엉덩이를 또 찰싹 때렸다. 손바닥으로 말랑한 살을 괴롭힐 때마다 통통한 알궁둥이가 튕겨 올랐다.
“아윽!”
“네놈의 엉덩이가 빨갛게 물든 것이 아주 유혹적이구나.”
“히잉, 폐하…, 소인이 잘못했다고 몇 번이나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화가 나서 때린 게 아니라 네가 귀여워서 토닥거린 것이다.”
“…….”
운서가 뾰로통해진 눈으로 연진을 올려다봤다. 기다란 그의 속눈썹에는 눈물이 맺혔고 붉은 입술은 질퍽하게 젖어서, 연진의 눈에는 그조차 야했다.
연진은 운서의 작은 몸을 돌려서 엉덩이를 제 쪽으로 치켜들게 했다. 매를 맞은 탓에 울긋불긋하게 물든 엉덩이 사이의 짙은 분홍색 음문이 먹음직스러웠다.
커다란 손으로 운서의 작은 엉덩이를 잡은 연진은 몸을 구부려서 음란한 구멍을 핥기 시작했다.
“히잇!”
예민한 곳이 핥아진 탓인지 운서의 몸이 살짝 튀어 올랐다. 연진은 운서의 엉덩이를 더욱 꽉 잡고 구멍 입구를 날름날름 핥으며 타액을 묻혔다. 그러고는 커다란 손으로 허벅지를 더듬다가 운서의 양물을 잡고 훑었다.
“하앙, 앗, 좋아!”
뜨겁고 단단한 손 안에서 만져지는 양물이 바짝 섰다. 운서가 분배액을 흘리기 시작할 때 연진이 혀끝을 뾰족하게 세워서 음문을 핥았다. 그 바람에 운서의 허리는 더욱 떨리고 그의 신음이 짙어졌다.
“하앙, 폐하 안쪽까지 핥으시면 아, 안 됩니다. 어제도 소인의 구멍 속을 불이 날 정도로 쑤셔놓으시고는. 하앙, 제발 아, 안 됩니다.”
운서는 싫다는 듯 엉덩이를 흔들었다. 연진은 더는 하지 말라는 운서의 속살에서 혀를 빼냈다. 그러고는 다시 요망한 엉덩이를 가볍게 찰싹 때렸다.
“싫으면 도발을 하지 말았어야지.”
한밤에 자신 몰래 다른 사내와 만나질 않나 화를 풀어준다고 성기를 덥석 물질 않나. 욕정을 다 부추기며 도발을 해놓고 안 된다며 또 앙큼하게 내숭을 떨었다.
“네놈이 짐이 아닌 다른 놈을 만난 것만으로 사흘 내내 벌을 받아도 모자라니 얌전히 있어라.”
“히잉….”
얌전히 있으라고 말하면서 또 엉덩이를 때린 뒤 연진은 금세 젖은 음문을 핥았다. 운서는 힝힝, 엄살을 부렸지만 이번엔 싫다고 하지 않았다.
엎드려 있는 운서는 훌쩍거리면서도 비단 요에 뺨을 대고 여린 곳을 핥는 뜨거운 혀의 애무를 받았다.
“여기는 핥을 때마다 맛있어지는구나. 츱, 쩝쩝. 짐의 남근에 잔뜩 쑤셔져서 그런가 퉁퉁 부었는데도…, 츱읍, 츱. 모양도 색도 전부 예뻐서 더 맛있구나.”
“하앙, 그런 말은… 창피합니다.”
운서는 엉덩이를 떨면서 훌쩍였다. 그러나 뒷구멍으로 연진의 혀를 쫄깃하게 조이고 있었다.
“또 좋으면서 내숭이지?”
연진은 쿡쿡 웃고서, 몸을 일으켜서 크게 발기한 남근을 요망한 구멍에 가져다 댔다. 뜨거운 흉기가 닿자 운서는 화들짝 놀라서 연진을 돌아보았다.
“…무섭사옵니다.”
운서는 무섭다고 바들거렸다. 입으로는 엄살을 부리면서 엉덩이는 바짝 쳐들고 타액에 질퍽하게 젖은 구멍을 내보이고 있었다. 붉은 구멍이 속살을 살짝살짝 내보이며 옴질옴질 난리였다. 그 때문에 연진의 남근이 더 바짝 달아올랐다.
“아니, 폐하! 왜, 왜 거시기가 더 커지시는 겁니까? 가뜩이나 커서 힘든데요!”
엉덩이에 닿은 몽둥이 같은 육봉이 불쑥 커지는 통에 운서가 진심으로 항의했다.
“그러길래 도발하지 말랬지.”
연진은 낮은 신음과 함께 운서의 여린 점막을 거칠게 갈랐다. 단단한 거근이 부푼 점막을 꾸욱 누르며 들어갔다.
그런데 워낙 부어 있는 곳이라서 연진의 귀두가 들어가자마자 그것을 밀어내듯 안이 조여졌다. 안쪽이 오물거리며 성기를 거부하는 것도 연진에게는 자극이었다.
“아읏, 커… 너무, 아윽, 앗.”
운서는 유난히 크게 느껴지는 남근에 연진 허리를 떨었다.
“힘을 빼라.”
“힝, 폐하….”
운서는 무섭다고 발끝까지 바들거리며 몸에 힘을 풀려고 했지만, 연진의 귀두는 여전히 반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연진은 운서의 엉덩이를 또 철썩 때렸다.
“까아앗!”
매를 맞은 운서는 새된 신음과 함께 뜨거운 흉기를 받아야 했다. 커다란 육봉이 퉁퉁 부어서 좁아진 속살을 억지로 파고들었다. 울퉁불퉁한 기둥이 안을 긁으며 깊은 곳을 퍽 때리자 운서는 발작하듯 경련했다.
“아으읏!”
거친 삽입과 동시에 전립선이 짓눌리는 바람에 절로 신음을 내지른 운서는 눈물까지 찔끔거렸다. 깊은 삽입에 운서는 새된 신음과 함께 덜덜 떨었다.
다 부은 점막을 얻어맞은 쾌감에 발끝까지 떠는 운서의 발간 선단에서 분비액이 질퍽하게 흘러나왔다. 운서가 타액까지 흘리며 신음할 때였다. 연진이 성기를 길게 빼내더니 귀두만 아슬아슬하게 남기고는 이내 다시 퍽퍽 박아댔다.
“아윽, 앗, 제발, 앙, 아으윽.”
연진의 남근이 처음부터 질퍽한 소리와 함께 거칠게 움직였다. 울퉁불퉁한 몽둥이가 안을 가르며 난폭하게 안을 때려서 운서는 속살이 전부 파헤쳐지는 것 같았다.
“흐앙, 앙! 너, 너무 거칠어…, 악, 으앗, 아윽, 폐하, 제발!”
운서는 시작부터 앙앙 울면서 크게 흔들렸다. 그의 작은 양물도 덜렁덜렁 흔들리며 비단 요에 음수를 흩뿌렸다. 운서의 애절한 울음에도 연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운서의 허리를 커다란 손으로 힘껏 잡고 거대한 흉기를 빠르게 마구 박아댔다.
퍽퍽, 질퍽, 퍽퍽.
흉흉하게 발기한 성기가 더욱 빠르게 추삽질을 했다. 그가 질퍽한 소리를 내며 요란하게 안을 쑤실 때마다 운서의 새빨간 속살이 비명을 지르는 듯 꿈틀거리며 연진의 분비액을 뱉어냈다.
“흐아앙, 거친데… 좋아! 앗, 제발요. 아윽, 앗!”
크게 흔들리던 운서가 눈물을 떨구며 애원했다. 하지만 연진의 허릿짓은 계속 거칠어지기만 했다. 연진은 커다란 몸을 힘차게 움직이는 것도 모자라 단단히 잡은 운서의 허리까지 흔들면서 성기를 박았다.
“아으윽, 주, 죽을 것 같아…. 히잉, 흐앙!”
운서는 눈물을 떨구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힘들다고 투정하면서도 운서의 좁은 안은 연진의 물건을 아플 정도로 조이며 빨고 있었다.
“죽을 것 같다면서 네놈의 음탕한 구멍은 내 성기를 빨아들이는구나. 힘들다고 하더니 평소보다 더 맛있게 먹고 있지 않으냐?”
연진은 제 성기를 전부 씹어대는 운서의 구멍 때문에 눈이 뒤집힐 것 같았다. 죽겠다면서도 선단과 기둥은 물론 뿌리까지 야금야금 씹어대는 요망한 몸이었다.
“아읏, 그게 무슨…. 저, 절대 아니…, 아읏!”
“아니라고? 그럼 네놈이 인정할 때까지 더 해야겠구나.”
연진은 다시 흉기 같은 육봉을 길게 뺐다가 강하게 쑤셔 넣었다.
“꺄아앗, 아앗!”
온몸이 흔들릴 정도의 삽입에 운서가 눈물을 쏟으며 비명을 내질렀다. 그런데 전립선이 세게 얻어맞은 바람에 하반신과 구멍 속을 바르르 떨며 음란한 쾌감을 맛봤다. 운서의 작은 몸은 음수를 쏟아내며 절정에 올랐다.
연진은 계속 울퉁불퉁한 육봉을 흔들면서 운서의 음란한 곳을 벌주듯 범했다.
“하앙, 앙, 힘들어. 힛, 아으읏, 앙, 좋아. 힛, 아흣, 너, 너무 거칠어, 힘들어… 요.”
커다란 귀두에 전립선까지 마구 찔리고 긁혀대며, 운서는 좋다고 헐떡거리면서도 또 힘들다고 투정했다. 눈물에 젖은 눈으로 연진을 돌아보며 앙앙 울고, 뒷구멍으로는 그의 거근을 야금야금 잡아먹고 꽉꽉 조였다.
“읏…, 힘든 게 아니라 더 해달라고 발악을 하는구나!”
입으로 아무리 애원해도 운서의 쫄깃한 뒷구멍은 계속해서 연진의 거근을 물고 맛있게 오물거려 오히려 욕정만 더 부추기는 꼴이 되었다.
연진은 제 성기를 완전히 집어삼키고 그것도 모자라서 질퍽하게 녹은 점막으로 쪽쪽 빨아먹는 구멍이 너무 요망했다. 추삽질을 할 때마다 붉게 부은 구멍이 자신의 분비액을 토하는데, 그것이 마치 운서가 스스로 흘린 음액처럼 보였다.
금방 절정을 느꼈는데도 또 양물을 바짝 세우는 운서를 보자 연진은 또 말랑한 엉덩이를 때렸다.
짝, 짜악.
탱탱한 엉덩이를 때리는 차진 소리와 함께 운서가 더 크게 흘쩍거리며 울었다. 연진의 허릿짓을 빨리하며 운서의 요망한 엉덩이를 찰싹 때리고, 손을 가슴으로 뻗어서 봉긋하게 부푼 유두까지 괴롭혔다.
“흐앙, 아파! 아앙, 폐하, 히잉, 저, 젖꼭지도 그렇게 당기시면… 아파, 앗! 히잇, 아흐흑.”
“엄살은….”
좋으면서 엄살을 떤다고 큭큭 웃은 연진이 운서의 작은 몸을 빙글 돌렸다. 울퉁불퉁한 흉기가 속살에 박힌 채로 돌아가며 안쪽을 다 긁어대는 바람에 운서는 자지러졌다.
“아아앙, 앗!”
운서는 바짝 선 성기에서 분비액을 질질 싸면서 헐떡였다. 연진은 그런 운서의 가는 허리를 잡고 세차게 흔들기 시작했다.
“흐아앙, 흐앙!”
단단한 고환까지 구멍 속으로 박힐 것처럼 안쪽이 마구 파헤쳐졌다. 울퉁불퉁한 흉기가 좁은 구멍을 긁으며 깊은 곳을 쑤시는 통에 운서는 연신 눈물을 후드득 흘렸다.
연진은 다시 한번 성기를 세차게 삽입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운서의 깊은 곳을 때리면서 심하게 수축하는 점막에서 절정을 느꼈다.
“아읏! 운서야….”
운서의 이름을 부르며 허리를 떨던 연진이 씨물을 그대로 쏟아내자 운서도 뜨거운 정액을 받으며 헐떡거렸다. 연진이 허리를 털며 음수를 전부 쏟아낼 때까지 얌전히 그를 받던 운서가 비단 이불 위에 늘어졌다. 연진은 그제야 성기를 빼주었다.
붉은 구멍이 온통 정액에 젖어 있었다. 연진은 그런 곳을 가만히 두지 않을 작정인지 다시 운서의 양쪽 무릎을 잡고 비단 요에 눌렀다. 작은 엉덩이가 높이 들리자 운서는 깜짝 놀라서 얼굴을 붉혔다.
“앗, 폐하…, 쉬, 쉴 틈도 주지 않으시고 너무하십니다.”
“쉴 틈이 어딨느냐? 너는 짐의 남근에 밤새 박힐 각오나 해라.”
운서는 아까보다 더 훌쩍거렸다. 밤새 박히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심하게 부은 자신의 구멍이 적나라하게 보여서 창피했기 때문이었다.
“하으윽, 소, 소인의 구멍이 너무 부어서…. 힝, 창피해.”
“창피하다니? 매일 짐의 옥근을 쉼 없이 받아 빨갛게 부은 것이 아주 예쁘구나. 짐의 씨물을 밤새 먹여주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운서의 음탕한 구멍에 밤새 정액을 싸서 바로 임신시키고 싶은 연진은 제 고환이 퉁퉁 부은 입구에 짓눌리도록 육봉을 박았다. 단단한 고환이 운서의 새빨간 입구를 짓눌렀다.
“흐아앙, 앙, 배, 배 속이 터질 것 같…, 아아앙, 뜨거워, 하흣, 좋아.”
너무 깊은 삽입에 운서는 또 자지러지며 안을 꽉 조였다. 그러더니 깊다고 힘들다고 투덜거리면서도 또 절정을 느꼈는지 작은 양물로 분비액을 질질 쌌다.
발간 젖꼭지마저 평소보다 크게 부풀어서 그런 운서를 내려다보는 연진은 뜨거운 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운서 때문에 자꾸만 하반신이 가려운 연진이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질척한 소리와 함께 굵은 흉기가 천천히 추삽질을 시작했다.
“아앙, 폐하의 커다란 자지가 안을 다 긁어서….”
지나치게 굵은 육봉이 위아래로 움직였다. 운서는 핏줄을 잔뜩 부풀린 연진의 거근을 홀린 듯이 보며 계속 음탕한 구멍 속을 발발 떨었다.
“싫으냐?”
“아니…, 응응, 폐하 제발 더!”
느리게 움직이는 성기가 감질나는지 운서는 제 손가락을 물고 어서 빠르게 속살을 범해달라고 훌쩍거렸다.
성기가 안을 꾹꾹 누르며 깊게 들어가자 운서는 작은 몸을 부들거리며, 동시에 점막이 힘껏 조여들어 뜨겁고 울퉁불퉁한 성기를 맛보듯 꿈틀거렸다.
“그래서 좋다는 것이냐?”
“하앙, 앙, 너무 조, 좋습니다. 항!”
“어떻게 좋다는 것이냐? 구체적으로 말해봐라.”
연진은 통통하게 부푼 운서의 유두를 살짝 핥으면서 물었다. 질척한 소리를 내는 혀가 음란한 돌기를 천천히 문질렀다. 운서는 그것만으로도 자지러지는 신음을 내며 음문 속으로 연진의 흉기를 잔뜩 조였다.
“앙, 좋아….”
운서는 제 젖꼭지를 천천히 핥는 혀 놀림에도 갈 것 같았다. 연진은 허리를 더욱 꾹꾹 누르면서 천천히 빙글빙글 돌렸다. 안쪽이 전부 헤집어지는 운서가 또 자지러졌다.
“하으응, 제발!”
“아읏, 운서야 그래서 어떻게 좋다는 것이냐?”
“폐하의 자지, 너무 맛있어요. 앙, 미칠 것 같아. 히잇, 힘든데….”
남근을 더 꼿꼿하게 세운 채로 운서는 분비액을 질질 흘리면서 어서 더 박아달라고 졸랐다. 아까까지는 힘들다고 울더니 이제는 모자라서 우는 것이다.
“네놈은 음탕한 구멍을 쑤셔주면 그저 좋아하는구나.”
“항항, 어서 제발요. 폐하, 소인의 음란한 이곳을 잔뜩 괴롭혀서 어서, 하윽, 이, 임신시켜주십시오.”
“짐의 아이를 낳길 원하느냐?”
“…네.”
“그럼 오늘 밤만이 아니라 네놈이 회임을 할 때까지 밤새도록 짐의 씨물을 받아야 할 것이야. 네놈의 음탕한 구멍이 다 짓무르고 엉망이 되어도 말이다.”
“힝, 매일이라니…. 너무 창피하옵니다.”
연진은 운서가 다시 잉태할 때까지 이 유혹적인 몸을 마음껏 탐할 생각에 욕심이 났다. 연진은 운서가 부끄러워할 말을 하며 매일 밤새 범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는 꼿꼿하게 선 유두를 잡고 살살 만져주었다.
“아읏, 앙, 젖꼭지 기분 좋아. 항.”
“기분이 좋으니 짐의 거근을 밤새 받아야겠지?”
“…아, 무서워. 히잉. 그, 그런 거 창피하고 무서워요.”
“내 아들을 낳기 싫다는 말이냐?”
연진은 인상을 쓰면서 운서의 양쪽 젖꼭지를 세게 잡아당겼다. 통통한 유두를 비틀자 운서의 안쪽이 제 남근을 욕심껏 쥐어짰다.
“읏….”
그 음란한 속살에 연진도 거칠게 신음하며 허리를 부들거릴 수밖에 없었다.
“어서 대답하거라. 짐의 아들을 낳기 싫단 말이냐?”
연진은 대답을 재촉하면서 새빨갛게 달아오른 유두를 거칠게 꼬집었다. 그뿐 아니라 커다란 손으로 가슴을 잡고 마구 주물럭거리면서 허리를 흔들었다.
“앗앗, 제발! 앙, 폐하… 폐하의 아들이라면 며, 몇이든 낳겠습… 니다.”
“당연하지. 네놈의 이 음탕한 구멍으로 짐의 음수를 매일 받아야 아들을 낳을 수 있지 않겠느냐!”
“하앙…, 매일 소인의 구멍을 폐하께 바칠 테니… 아, 아들을 낳게 해주십시오.”
운서는 눈물에 젖은 얼굴로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운서의 대답이 만족스러워 연진은 아까보다 더 깊게 성기를 박았다. 운서의 입구에 고환이 완전히 짓눌리도록 육봉을 박고, 울퉁불퉁한 기둥이 운서의 안에서 마구 흔들렸다.
“흐아앙, 아앙!”
운서는 다시 절정을 맛보며 연진의 성기를 음탕한 점막으로 빨았다. 연진도 제 남근을 선단부터 뿌리까지 힘껏 조이면서 맛있게 빨아먹는 운서의 엉덩이에 홀려서 허리를 빠르게 움직였다.
연진은 다시 운서의 양쪽 무릎을 비단 요에 눌렀다. 몸이 거의 반으로 접힌 운서의 신음과 함께 연진의 성기가 위에서부터 힘차게 박혔다. 울퉁불퉁한 거근이 수직으로 박힐 때마다 운서의 좁은 구멍 속에서 연진의 분비액이 울컥울컥 새어 나왔다.
언제 봐도 너무 음탕하디음탕한 광경이었다. 연진은 운서의 가느다란 팔목까지 누르고는 연신 허리를 흔들었다. 울퉁불퉁한 성기가 질척한 액과 함께 퉁퉁 부은 구멍 속을 빠르게 들락거렸다.
“흐앙, 앙! 폐하, 제발, 아흐읏, 제발, 앙!”
처음에는 연진의 성기를 조금이나마 거부했던 점막이 이제는 그럴 힘도 없이 짓이겨져서 거근이 더는 들어갈 수 없을 때까지 깊게 받아들였다.
“아읏!”
전립선이 콱 짓눌린 운서는 그 자리에서 부들거리며 바로 사정했다.
운서의 사정으로 그의 속살이 발발 떨리고 그 안에 파묻힌 연진의 성기가 사납게 불끈거렸다. 연진은 운서의 엉덩이를 힘껏 쥐고 흔들면서 성난 육봉을 빠르게 흔들었다.
치덕치덕.
질퍽거리는 음액에 젖은 남근이 힘차게 여린 구멍을 유린했다. 더 뜨거워진 남근이 사정할 것처럼 꿈틀거리다가 다시 깊게 콱 박힌 순간 뜨거운 음수를 쏟아내었다.
“앗, 앗, 제발, 앗!”
연진의 정액을 받으면서 운서는 내장 안으로 흘러들어 오는 씨물에 헐떡거렸다. 연진은 한 방울의 정액까지 흘리지 않을 작정인지 운서의 속에서 계속 성기를 흔들었다.
***
열 달 후, 운서는 아들을 낳았다. 서국의 후계자가 탄생한 것이다. 연진은 곧바로 황궁의 곡식 창고를 열어서 빈민을 구제하고 황족과 귀족들을 초대해 연회를 열었다.
그리고 자신과 운서를 반반씩 닮은 황자 명을 태자로, 또 귀비를 황후로 봉한다는 교지를 내렸다.
“마마, 감축드리옵니다.”
오 내관이 허리를 숙여 축하 인사를 했다.
황후의 붉은 정복을 입은 운서는 가마에서 내려 옥궁으로 들어가는 긴 계단을 올려다봤다. 드디어 자신이 옥궁의 주인이 된 것이다.
“오 내관. 너도 그간 고생이 많았다.”
운서는 용이 새겨진 자신의 옷을 쓰다듬으면서 오 내관을 치하했다. 용을 수놓은 옷은 황궁에서 단 세 명, 황제와 태자 그리고 황후만이 입을 수 있는 옷이었다.
“붉은 옷이 마마께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립니다. 마치 황후의 옷을 입기 위해 태어나신 분 같습니다.”
“오 내관, 입에 기름을 바른 것처럼 아부가 술술 나오다니, 너도 크게 될 인재로구나. 대명전으로 보내줄까?”
“싫습니다!”
오 내관은 대명전은 절대 싫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출세보다는 마마 곁에 있겠습니다.”
“왜, 공 내관 때문에 그러느냐? 공 내관은 너한테 잘해주잖아.”
“그게 아니라…, 대명전에 들락거리는 형부의 관리 하나가 자꾸만 저한테….”
오 내관은 얼굴을 살짝 붉혔다. 태선각에 있을 때부터 그에게 관심을 보이며 능글맞게 접근하던 형부의 관리 하나가 떠오른 것이다.
“아무튼, 저는 출세에는 관심 없고 그저 마마의 곁에서 편히 살고 싶습니다.”
“그래? 그럼 너 좋을 대로 해라.”
운서는 알겠다고 했다. 맹한 구석이 있긴 하지만, 오 내관처럼 제 말을 잘 따르는 내관도 드물었다. 운서의 입장에서는 오 내관을 곁에 두는 게 훨씬 편해서 출세에는 관심 없다는 말이 반가웠다.
금가락지를 끼고, 보석이 박힌 금팔찌를 착용하고, 금실로 장식을 한 신발을 신고서 운서는 힘차게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마마, 황후의 궁이라 그런지 여기저기가 모두 금빛으로 번쩍번쩍합니다. 녹옥궁보다 훨씬 넓고요.”
옥궁에는 처음 와보는 오 내관이 현궁보다 훨씬 화려하다며 연신 감탄했다. 오 내관의 고개가 이쪽저쪽으로 바쁘게 돌아갔다.
넓은 침소로 들어온 운서는 푹신한 침상에 누워서 화려한 방을 둘러봤다. 장인이 정성껏 만든 가구와 값비싼 장식품들이 널린 방에는 보옥이를 안은 자신과 연진의 초상화까지 걸려 있었다.
초상화는 언제나 단란한 가족을 생각하라는 연진의 선물이었다. 사실 제가 정무로 바쁠 때도 한눈팔지 말라는 뜻이었지만, 운서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지금은 그저 자신이 붉은 기와를 얹은 궁의 주인이 되었다는 것만으로 너무 감격스러워서 울 것 같았다.
화려한 비단으로 지은 옷의 소매로 눈가를 꾹꾹 누른 운서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다.
보옥이를 낳았을 때도 여기저기서 선물을 빙자한 뇌물을 잔뜩 받았었는데, 태자를 낳으니 매일 뇌물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그뿐이 아니라 황후가 되니 황제처럼 보물 창고까지 가질 수 있었다.
그곳에는 진상품 중에서 황후의 몫으로 배정된 귀한 것들이 들어 있었다.
“오 내관, 당장 그곳으로 가자!”
“어디로 가자는 말씀이십니까?”
“내탕고 말이다!”
운서는 팔찌에 매달린 열쇠를 짤랑거리며 어서 앞장서라고 오 내관을 재촉했다. 어젯밤 연진에게서 물품 목록과 함께 받은 것이었다.
오 내관을 앞장세운 운서는 엉덩이를 실룩거리고 작은 발로 총총 걸으며 신나게 내탕고로 향했다.
“마마, 바로 이곳이옵니다.”
“알았다.”
운서는 오 내관에게 비키라고 하고 직접 내탕고의 자물쇠를 열었다. 귀비가 되었을 때부터 오고 싶어서 죽을 것 같은 장소에 겨우 다다랐다는 생각에 손이 막 떨리고 가슴이 요동쳤다.
너무 긴장한 탓인지 열쇠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겨우 자물쇠에 열쇠를 맞추고 운서는 부들거리는 두 손으로 문을 열었다.
“……!”
넓은 창고처럼 만들어진 내탕고 안은 각종 귀한 물건들로 꽉 차 있었다. 그 안으로 한 발을 내딛는 운서의 작은 발이 부르르 떨렸다.
최고급 비단들과 장인이 만든 도자기며 각종 장식품은 물론 족자와 가구까지. 심지어 은과 금으로 만든 다기까지 있어서 운서의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이, 이게 다 전부 내 것이라고…?!”
귀중품들을 하나하나 살피던 운서는 저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았다. 만약에 자신이 황후가 아니라 계속 내관으로 살았다면 평생 보지도 못하고 만져보지도 못할 재물들이었다.
운서는 선반에 차곡차곡 올려진 귀한 비단을 쓰다듬어보고 도자기도 만져보면서 안쪽으로 계속 들어갔다. 가장 안쪽에는 작은 상자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이게 바로 폐하께서 말씀하시던 내탕금이로구나.’
그동안 황후의 자리가 비어 있어서 쌓이고만 있었다는 바로 그 내탕금이었다. 운서는 여전히 떨리는 손으로 상자를 열기 시작했다. 상자 하나를 여니 금이 나오고, 또 하나를 여니 은자가 나왔다. 다른 쪽에 있는 상자를 열자 비녀들과 머리 장식, 또 금가락지며 옥팔찌 같은 장신구들도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아직 상자들을 다 열지 못했는데도 너무 감격스러워서 벌써 눈이 촉촉해진 운서였다. 운서는 오 내관을 돌아보며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린다고 말했다.
“오 내관, 이게 꿈은 아니겠지?”
“생시이옵니다.”
“그래? 꿈이 아니라니, 감격스럽구나. 오 내관, 오늘 밤은 이곳에서 자겠다. 이부자리를 이곳으로 가져오너라.”
“예?!”
“오 내관, 이런 귀한 것들을 하나하나 쓰다듬으며 감상을 해야 할 것이 아니냐. 내가 내관이나 귀비로 있는 동안에는 가진 것들이 적어서 수시로 쪽방에서 감상할 수 있었지만, 이만한 재물을 모두 살피려면 며칠은 이곳에서 숙식을 해야겠구나.”
“…아니, 폐하께서 곧 돌아오실 텐데요?”
귀중품에 눈이 돌아간 운서의 귀에 오 내관의 말은 더는 들리지 않았다. 운서는 앞으로 평생 이런 호사를 누리며 살 생각을 하니 좋아서 팔짝 뛰고, 심지어 하늘을 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우리 폐하를 만나서 이제 호강만 하고 살겠구나.”
그러고 보니 이제 자신은 황족이었다. 황제의 후궁이 아니라 정실이 된 것이다. 자신의 가족은 귀족이 되었고.
그뿐 아니라 조만간 여동생들도 좋은 가문에 시집을 갈 예정이었다. 태후가 딸을 시집보내듯이 꼼꼼하게 집안과 상대의 됨됨이를 살펴서 성사된 혼사였다.
그러나 한 가지 불만족스러운 게 있다면, 찬이 놈을 자신의 형에게서 떼어내지 못한 것이었다.
‘손도 빠른 놈!’
자신이 둘째를 임신해서 정신없던 차에 찬이 영서를 홀랑 꼬셔서 살림을 차려버린 것이다. 태자를 낳기 전에 입궁했던 영서가 수줍게 보여주던 비취 팔찌에 운서는 미치고 팔짝 뛸 것 같았다.
‘겨우 비취 팔찌 하나냐. 적어도 금팔찌를 상자째로 줬어야지!’
운서는 돈도 많은 놈이 선물이 짜다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이전까진 늘 찬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던 운서였다. 자신 때문에 황궁에서 쫓겨난 게 늘 그의 마음속에 짐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이제 운서는 마음의 짐은커녕 이를 갈고 있었다.
한때 자신과 사귀었던 놈이 아닌가. 영서가 이미 그놈을 받아들인 탓에 어쩔 수 없이 집안의 일원으로 인정해야 했지만, 운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찬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것도 내가 아니면 싫다고 했던 놈이! 사내가 일편단심인 점이 있어야지. 우리 폐하처럼!’
찬과 영서의 일이 마음에 안 들어, 운서는 사내라면 적어도 이십 년은 지고지순한 사랑을 해야 한다고 괜히 트집을 잡았다.
‘어마마마께서 조만간 본가 식구들을 모두 황궁으로 불러서 연회를 열어준다고 했었지. 그때 찬을 불러다 구박을 좀 해야겠다.’
찬을 구박하는 건 나중의 일이고, 지금은 모든 게 만족스러운 운서가 벌떡 일어났다. 이렇게 기쁜 날에 춤이라도 추지 않으면 병이라도 생길 것 같았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환희를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은 운서는 엉덩이부터 실룩거리면서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아이고, 좋아라. 내가 황후가 되었구나!”
행복에 취한 운서가 넓은 내탕고 안에서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자 오 내관이 요상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소리를 죽여서 웃기 시작했다. 그런데 운서를 보며 웃는 건 오 내관만이 아니었다.
“황후가 혼자서 아주 잘 노는구나.”
“힉, 폐, 폐하!”
오 내관은 허둥지둥 허리를 숙였다. 운서는 연진이 온 줄도 모르고 아직 춤을 추는 중이었다. 황후가 되어서 커다란 궁전은 물론 막대한 재물까지 챙긴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연진은 오 내관의 뒤에서 제 입을 막고 꺽꺽 웃느라 난리였다.
‘저리 단순해서야.’
연진은 재물 때문에 기뻐서 춤을 추는 운서가 귀여워서 미칠 것 같았다. 예전부터 돈만 주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웃던 운서는 황후가 되어서도 변하질 않았다.
운서는 여전히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아이와 시간을 보내다가 간식을 먹거나 자신의 재물을 쓰다듬는 게 낙인 운서였다. 대명전에게 대신들과 말다툼을 한 날에도 연진은 운서가 저러는 것을 보면 하루의 피로가 싹 풀렸다.
아직도 연진이 와 있는 걸 모르는 운서는 계속 춤을 추었다.
“오 내관, 이렇게 좋은 날을 그냥 보낼 순 없지. 태선각과 영현궁의 궁인들을 불러서 조촐하게 연회라도 열까?”
엉덩이와 허리를 실룩거리며 운서가 오 내관을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운서는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고 같이 일을 했던 궁인들에게 대접이라도 해야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황후가 되었는데 베풀지 않고 모른 척하는 건 도리가 아니었다. 앞으로 황궁의 살림을 잘하려면 궁인들의 도움이 절실하니까.
“그거 좋은 생각이구나. 내 황후가 함께 고생했던 이들을 저버리지 않은 사람이라 감동했다.”
“…폐, 폐하?!”
신나게 엉덩이와 팔다리를 휘저어가며 춤을 추던 운서의 몸이 그대로 굳었다. 조금 뒤 운서가 겨우 고개만 돌려 뒤를 돌아봤다. 내탕고의 입구엔 커다란 몸을 접어가며 웃고 있는 연진이 있었다.
“아니, 폐하. 오셨으면 오셨다고 기별이라도 하시지요.”
괜히 민망해진 운서는 얼른 팔과 다리를 제자리로 돌리고 슬쩍 연진에게 다가갔다. 그러면서 오 내관을 째려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연진이 왔으면 헛기침이라도 해서 알려줬어야 하지 않겠냐는 운서의 눈빛에 오 내관은 황급히 연진의 뒤로 몸을 숨겼다.
‘저놈이! 확 대명전으로 쫓아내야 정신을 차리지?’
“흠, 운서야 내가 즐거운 시간을 방해했다면 미안하구나.”
“아니, 뭐 방해라고 할 건 없지만….”
괜히 창피한 운서는 우물쭈물했다. 사실 방해한 게 맞긴 했다. 춤 좀 추고 많은 재물을 다시 찬찬히 감상하려고 했는데, 연진이 돌아왔으니 내탕고는 내일이나 다시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걸 또 알아들은 연진은 이맛살을 구기면서 운서에게 이리 오라고 손가락을 까닥였다. 운서는 바로 연진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폐하, 일찍 돌아오셨습니다.”
“그래, 승상께서 오늘따라 다리가 더 쑤신다고 하셔서 정무가 일찍 끝났다. 덕분에 아주 좋은 구경을 했구나. 옥궁으로 이사한 기분이 어떠냐?”
“소인이야 당연히 기쁘지 않겠습니까.”
이곳에서 이부자리를 펴고 잘 생각인 운서가 해쭉 웃었다. 아들을 낳았을 때보다 더 기쁜 듯이 웃는 얼굴에 연진도 피식 웃었다.
“기쁘다니 잘 되었구나. 내탕고 구경은 좀 미루고 나 좀 보자.”
연진은 운서의 작은 몸을 홀랑 옆구리에 끼고 침소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아니, 폐하! 자, 잠시만요.”
내탕고와 멀어지게 되자 운서는 몸을 버둥거렸다. 자신의 사랑스러운 재물들이 쓰다듬어주길 기다리고 있는데 이대로 갈 순 없었다.
그러나 연진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어느새 침소 안으로 옮겨져 운서는 연진의 커다란 몸 아래에 깔려서 옷이 벗겨지고 있었다.
운서는 자신의 속곳까지 순식간에 벗기고 다리를 벌리는 손길에 바동거렸다.
“아니, 폐하. 아직 잠자리에 들 시간이 아니옵니다.”
“넣고 싶다!”
연진이 다짜고짜 말했다. 그 말을 찰떡같이 알아들은 운서는 얼굴을 화르륵 붉혔다. 만삭 때부터 태자를 낳고 지금까지 잠자리를 하지 않았으니 넣고 싶기도 할 터였다.
“온종일 너한테 짐의 옥근을 넣고 싶다는 생각만 했구나.”
“…폐하, 소인이 태자를 낳은 지 겨우 일주일이 지났을 뿐이옵니다. 며칠 전에도 어마마마께서 잠자리를 하지 말라고 하셨고….”
태후는 저번에 너무 빨리 운서를 임신시켰다고 연진을 나무랐다. 연달아 아이를 낳으면 몸이 상한다고. 그래서 이번에는 되도록 합방을 자제하고 약도 쓰지 말라고 했었다. 그런데 연진이 또 참지 못하고 운서를 덮친 것이다.
연진이 커다란 손으로 운서의 얇은 발목을 활짝 벌리고는 발가벗은 엉덩이와 사타구니를 음흉한 눈빛으로 훑었다.
“앗, 폐하, 안 됩니다!”
운서는 훌쩍거리며 제 구멍을 손으로 가렸다.
“넣기만 하겠다니까.”
“안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제 두 아이의 부친이 되셨는데, 왜 이렇게 어리광이 심하십니까.”
운서는 강하게 나갔다. 둘째를 임신했을 때도 연진이 넣고 싶다고 할 때마다 넣게 해줬던 운서였다. 만삭 때도 성기를 넣고만 자겠다고 해서 넣게 해줬더니 결국 연진의 허릿짓에 흔들리면서 앙앙 신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연진이 얌전히 넣고만 잘 리가 없지 않은가.
“짐에게 매일 성교를 가르친 게 너 아니냐. 그런데 이제 아들을 낳았다고 내 성기를 따뜻하게 품어주지 않고 그냥 방치하겠다는 것이냐?”
연진은 이제 남근을 운서의 구멍에 넣지 않으면 허전하다고 떼를 썼다.
“아니….”
운서는 기가 막혔다. 황실이 바라던 아들을 낳았으니 좀 쉬고 싶은데, 연진 때문에 금방 또 셋째를 가지게 생긴 것이다.
“어마마마께서도 셋째는 천천히 가져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셋째는 나중에 가져도 되지. 하지만 나는 구멍에 넣지 않고는 몸도 마음도 허전해서 잠을 이룰 수 없을 것 같구나. 전에는 잘만 넣게 해주더니, 오늘은 왜 싫다고 앙탈을 부리는 게냐? 혹시 짐에 대한 사랑이 식은 것이냐?”
“그게 아니오라….”
연진에 대한 사랑이 식다니? 말이 되지 않았다. 아이를 둘이나 낳아서 그런지 애정이 더욱 돈독해지고 있고 마음도 점점 깊어지고 있는데. 다만 아직 내탕고 구경을 다 하지 못해서 미련이 남았을 뿐이다.
게다가 이대로 회임을 하면 연진이 태후에게 또 혼이 날 것 같았다. 자신이야 바로 아이를 가져도 상관없지만.
“폐하, 어마마마께서….”
“네가 싫은 게 아니라면 넣게 해다오. 오늘은 얌전히 자겠다고 약속하마.”
“…정말이시옵니까?”
“…….”
연진은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에 운서는 연진을 살짝 째려보았다. 넣고 싶다는 건 말뿐이고 오늘도 크고 울퉁불퉁한 육봉을 밤새도록 흔들 게 분명했다.
뜨겁고 단단한 살 몽둥이를 떠올리고 운서는 눈가를 촉촉하게 적시면서 엉덩이를 가린 손을 슬그머니 치웠다. 그러고 보니 한동안 제 속살이 멍들도록 쑤셔지는 쾌감을 잊고 있었던 것 같았다.
자신의 구멍 속이 들쑤셔지는 자극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운서는 허전한 아랫도리가 벌떡 설 것 같았다.
운서의 눈빛이 달라지자 연진이 커다란 몸을 조심스럽게 겹쳤다. 운서는 제 몸을 누르는 묵직한 몸에 신음했다. 연진의 다리 사이도 이미 단단하게 발기하고 있었다.
“으응, 폐하….”
운서는 양손으로 연진의 단단한 어깨를 감싸고는 그의 뺨에 쪽쪽 입 맞췄다. 그러고는 일부러 허리를 바르작거리며 연진의 아랫도리를 자극했다.
“운서야….”
연진의 뜨거운 숨이 점점 입술 가까이 다가왔다. 운서도 그런 연진을 제 쪽으로 더 끌어당겼다. 오늘 종일 자신에게 넣고 싶었다니. 자신이 임신한 중에 교접을 하지 못할 때도 다른 연놈들에게 눈 돌리지 않고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자신만 바라보는 게 아주 기특했다.
‘내가 폐하를 정성껏 키운 보람이 있구나.’
연진을 사랑과 정성으로 키운 대가로 황후의 자리를 차지하다니. 운서는 늘 아랫도리가 허전해도 내관이 되길 잘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폐하께서 넣고 싶다고 하시니 어쩔 수 없지요. 오늘만입니다.”
운서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연진은 그를 더 바짝 끌어안았다. 연진의 뜨거운 입술과 혀가 운서의 입술에 비벼졌다.
“운서야, 사랑한다.”
연진은 입을 맞추기 전에 낮은 숨과 함께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뜨거운 숨과 함께 운서의 입술을 두드린 속삭임에 운서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저도요. 폐하.”
운서는 얼른 사랑한다고 대답했다. 이제는 연진을 애태우고 싶지 않았고, 기다리게 하기도 싫었다. 사랑만 해도 모자란 소중한 사람이었다.
그러자 연진이 만족한 듯 웃으며 커다란 손으로 운서의 엉덩이를 힘껏 잡고 하반신을 비벼댔다. 몸에 닿는 단단한 성기의 감촉에 저릿한 감각을 느끼면서, 운서는 연진에게 꼭 매달렸다.
내관의 사생활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