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돌풍처럼 돌격하는 황제 (1)
한참을 달려 마차는 어느 웅장한 저택에 도착했다. 궁전처럼 커다란 곳이었다. 마차가 작은 쪽문 앞에 멈추고, 괴한들은 운서를 데리고 나왔다.
이불로 몸을 가린 운서의 입에는 여전히 재갈이 물려 있고 두 손과 두 발도 꽁꽁 묶여 있었다. 다시 괴한의 어깨에 짐짝처럼 얹어진 채 운서는 어디론가 끌려갔다.
그들이 운서를 데려간 곳은 나무들이 우거진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작은 전각이었다. 운서는 바로, 작지만 화려한 방으로 내쳐졌다. 그곳엔 그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정윤과 정진이었다. 두 사람이 이불에 쌓여 있는 운서를 내려다봤다.
“읍읍.”
손발이 묶여 넓은 침상에 나동그라진 운서는 정윤과 정진을 보고 더욱 버둥거렸다.
“꼴 좋구나, 이 간악한 놈!”
“으으읍!”
입이 막혀 있던 운서는 정윤과 정진을 노려보며 계속 무어라 외쳤다.
“네 이놈! 그날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읍읍!”
운서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고 고개를 휙휙 저었다. 그것을 용케 알아들은 정진이 운서를 향해 버럭 화를 냈다.
“네놈 때문에 우리가 옥사에 갇혔었다. 그것도 모자라 형님께 또다시 매질을 당했단 말이다!”
그날 정윤과 정진은 하룻밤 내내 꼼짝없이 옥사에 갇혀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화가 잔뜩 난 연진이 들어오더니 다짜고짜 자신들에게 회초리를 휘둘렀던 것이다.
네놈들이 감히 내 것을 건드렸다며 죽일 듯이 화를 내는데, 정윤과 정진은 무서워서 변명도 하지 못했다. 그대로 매를 고스란히 맞고 바로 황궁에서 내쳐지고 말았다.
“네놈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야!”
두 사람이 운서를 내려다보며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운서는 또 눈을 똥그랗게 뜨고 바동거렸다. 왜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하냐고 반항하는 것이었다.
연진에게 버림받은 것도 억울한데, 납치까지 당해서 저들의 원망을 듣고 있자니 원통하고 분통이 터졌다.
“읍읍읍!”
운서가 미쳤냐고 소리쳤다. 괴한들을 보내 명석을 다치게 하고 자신을 납치한 놈들한테 빚진 것은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입이 막혀 있는 터라 둘은 알아듣지 못했다.
운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 답답해진 정윤과 정진은 손발을 풀어주고 입을 막은 재갈도 떼주었다.
“아이고, 이제야 숨 좀 쉬겠네.”
운서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정윤과 정진을 표독한 눈으로 노려봤다.
“왕야, 제정신입니까?! 서국의 황족께서 체통도 없이 모리배들처럼 이 무슨 극악무도한 짓을 벌이셨답니까?”
“먼저 극악무도한 짓을 한 건 네놈이 아니냐?”
“너 때문에 우리는 매를 맞은 것도 모자라 친왕의 지위까지 잃게 생겼다!”
정윤과 정진도 지지 않았다. 운서가 자신들에게 최음제를 쓰지 않았더라면 연진에게 회초리로 맞을 일도 없었을뿐더러 황족에서 제외하겠다는 살벌한 협박도 받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운서는 모든 잘못을 저희들에게 뒤집어씌우기까지 했다.
“네놈 덕분에 황실에서 우리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
운서는 일단 입을 다물었다. 자신이 그날 정윤과 정진에게 일부러 최음제를 먹여서 이용한 건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복수하시려고 소인을 잡아 오신 겁니까?”
“…아니, 뭐 겸사겸사.”
“겸사겸사요?! 그럼 괴한들이 소인을 납치하면서 어리고 불쌍한 점원을 기절하도록 때린 것도 겸사겸사입니까? 그것도 여럿이 말이죠.”
“그건 미안하구나. 그들은 괴한이 아니라 우리의 사병이다. 미안하지만 그들이 폭력을 쓴 건 우리의 뜻이 아니었다.”
정윤과 정진은 자신들이 고용한 이들이 점원을 때린 것이 운서를 납치하는 과정에서 생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변명했다.
“잠깐, 몰래 사병을 키우셨단 말입니까?”
“…사병이 아니라 그냥 우리의 경호원이야!”
운서의 말에 친왕들은 펄쩍 뛰었다. 그들은 경호를 위해 고용된 사람들이지 사병은 아니라는 말이었다.
“아니면 아니지 뭐 그리 강하게 부정하십니까. 며칠 전의 일도 왕야들이니 무사하실 거라 생각해서….”
선황의 아들인 정윤과 정진이라면 잘못을 해도 무사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운서는 그들에게 죄다 뒤집어씌운 것이었다.
“아니, 근데…. 사병에, 왕야들께서 절 이리 취급한 걸 폐하께서 아시면 두 분은 서국에서 쫓겨나실 겁니다.”
“하하하, 네 걱정이나 하려무나. 너야말로 황궁에서 쫓겨났다지?”
“얄미웠던 네놈이 드디어 폐하의 총애를 잃었구나.”
둘은 운서를 내려다보며 꼴 좋다고 웃었다. 운서는 불편한 몸을 부들거리며 자신을 비웃는 친왕들을 향해 이를 갈았다.
“이제는 폐하께서 널 찾지 않으실 테니 마음껏 복수할 수 있게 되었다.”
“보, 복수라고요?!”
“그래. 네놈을 우리의 첩으로 삼겠다.”
“…처, 첩이라면?”
“네놈을 이곳에 가두고 밤낮으로 요망한 엉덩이를 범해주겠다는 것이다. 네놈의 음탕한 구멍이 다 터질 때까지!”
“시, 싫습니다!”
운서는 싫다며 몸을 가린 이불을 꼭 쥐고 주춤주춤 물러났다. 그러나 정윤과 정진은 웃기만 했다. 연진이 운서를 버렸으니 자신들이 강제로 데려온들 막을 사람도 없는 것이다.
황제나 태후가 아니라면 선황의 피를 이은 귀한 친왕들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내 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운서의 몸을 가리고 있던 이불을 확 잡아당겼다.
“앗, 안 돼!”
이불이 벗겨지려고 하자 운서는 안 된다고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제 몸의 상태를 상기했기 때문이었다. 운서는 바둥거리며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 이불을 잡았다. 그러나 정윤과 정신이 힘으로 벗겨내는 게 더 빨랐다.
“힛, 보, 보지 마십시오.”
“……!”
“…뭐, 뭐냐?”
두 사람은 발가벗고 있는 운서를 보고 입을 딱 벌렸다. 운서의 몸이 발긋발긋하게 물들어 있는 것은 물론, 반쯤 발기해 있는 성기와 유두가 끈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었다.
운서는 재빨리 손으로 가슴과 양물을 가렸다. 그러나 이미 두 사람이 전부 본 후였다. 수치심에 운서의 얼굴과 목덜미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허허, 이놈 봐라. 폐하만 홀려놓은 줄 알았더니, 그새를 못 참고 다른 놈과 뒹굴었더냐?”
“어린놈과 있었다더니, 그놈이 네 정부였냐? 폐하 앞에서는 순진한 척하며 온갖 요망을 떨었으면서 뒤로 호박씨를 까고 있었구나. 폐하께서 아시면 널 더욱 미워하시겠다!”
정진은 이제 황궁으로 돌아갈 수도 없을 거라고 운서를 비웃으며 그의 팔을 덥석 잡았다. 그러고는 커다란 손으로 운서의 엉덩이를 벌렸다.
그러자 운서의 비부에서 질척한 액이 주륵 흘러나왔다. 운서의 속살에는 아직 명석의 정액이 가득했다. 운서의 속살에서 뜨끈하게 데워진 씨물이 운서의 입구에서부터 허벅지 사이로 천천히 흘러내렸다.
“힛, 싫어!”
운서는 보지 말라며 엉덩이를 이리저리 실룩실룩 흔들었다. 그러나 정진과 정윤은 음욕에 물든 눈으로 운서의 엉덩이를 한껏 벌려버렸다.
“이것 봐라. 네놈의 음문이 아주 퉁퉁 부은 것이 그 점원이란 놈의 성기를 실컷 먹은 게로구나.”
운서의 아래는 입구만이 아니라 음수에 젖은 속살까지 퉁퉁 부어 있었다. 음란하게 꿈틀거리는 새빨간 내벽에 친왕들은 다시 입을 쩍 벌렸다. 운서가 이미 연진을 잡아먹은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놈은 황제와 노비를 가리지 않고 사내의 양물이라면 환장하는 듯했다.
“우리한테 최음제를 쓴 것도 모자라 성기까지 덥석 물었을 때 알아봤지만, 아주 음탕하디음탕한 놈이 아니냐?”
“그렇습니다, 형님.”
“그럼 벌을 줘야지. 이제 이놈은 우리의 첩이니까.”
“누, 누가 첩이라는…!”
운서는 또 버럭했다. 자신은 황후가 될 뻔했던 몸인데, 첩이라니. 그러나 정윤은 운서의 말을 무시하며 말랑한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힘껏 때리기 시작했다. 철썩하는 소리와 함께 운서의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아얏!”
운서가 아픔에 비명을 지르자 정진도 운서의 엉덩이를 세차게 때렸다. 단단한 손바닥으로 다른 사내의 정액에 젖은 음탕한 엉덩이를 거칠게 벌주었다.
철썩철썩.
“악, 아윽, 아얏, 아파요! 흐앙….”
“어서 잘못했다고 빌지 못해!”
정진은 실실 웃으면서 운서의 양물을 확 잡았다. 계속 끈으로 묶여 있던 탓에 퉁퉁 부어 있는 곳이 힘껏 잡히자 꽤 고통스러웠다.
“아윽, 흑… 제발, 아파요!”
“큭큭큭, 이런 취미가 있는 줄은 몰랐구나. 이제라도 알았으니 네놈의 밑구멍을 온갖 것으로 괴롭혀주마.”
“아주 즐겁겠구나.”
정윤과 정진은 운서의 엉덩이에 넣을 기구를 생각하며 한꺼번에 운서의 엉덩이를 매질했다. 철썩철썩, 작은 엉덩이가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매를 맞았다. 둘의 손바닥에 매를 맞을 때마다 보드라운 엉덩이는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운서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
‘힝, 폐하….’
정윤과 정진 형제에게 엉덩이를 맞으며 연진을 떠올리고서 운서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대로 이 두 형제의 첩이 되어야 한다니. 자신에게 애정도 없어 보이는 놈들의 성욕만 받으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현기증이 날 것 같았다. 아니, 그 전에 매를 맞는 엉덩이가 너무 아팠다.
‘폐하, 소인을 살려주십시오.’
운서는 연진을 부르며 울었다.
“힝힝, 폐하께서 아시면 네놈들의 목을….”
“이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는구나. 폐하께서 곧 새로운 후궁을 간택한다는 교지를 내릴 거라는 소문도 듣지 못하였더냐?”
“…….”
운서도 알고 있었다. 연진이 다른 후궁을 맞을 준비를 한다는 것을. 어떻게 자신을 잊고 후궁을 들일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너무 서럽고 비참했다.
‘이렇게 버리실 거면 왜 아이는 낳으라고 하셨는지.’
운서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그것을 본 친왕들은 킬킬 웃으며 운서의 엉덩이를 또 세차게 때렸다.
“네놈은 이제 버림받은 것이지. 내관 주제에 황제의 총애를 업고 기세등등하게 설쳐대더니 꼴좋다!”
운서는 제대로 대답도 못 하고 눈물을 떨구며 울기만 했다. 정윤과 정진은 가엽게 우는 운서의 유두와 양물을 잡고 쭉쭉 잡아당기고 이리저리 만지며 그를 놀렸다.
가뜩이나 오래 묶인 곳이 퉁퉁 부풀어서 건드리기만 해도 아팠다. 그런데 정윤과 정진은 그런 곳을 자기들 마음대로 거칠게 만져대기까지 했다. 새빨갛게 퉁퉁 부은 곳을 거침없이 희롱하는 손길에 운서는 울면서 아파했다.
“아얏, 아흑, 요, 용서해주십시오. 흐앙, 소인이 잘못했사옵니다.”
운서는 파들거리며 용서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친왕들은 그럴수록 운서를 더욱 괴롭혔다. 정윤이 양쪽 젖꼭지를 유륜까지 잡아 주물럭거리고 끈에 묶인 귀두를 잡아서 살살 쓸어주는 한편, 정진은 가는 기둥을 거칠게 훑었다.
“네놈의 양물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구나.”
“이놈의 젖꼭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보다 두 배는 부풀어서 만지기 좋은데요. 그 점원이라는 놈이 아주 잘 길들였나 봅니다.”
“다른 놈이 길들인 몸을 우리가 잘 써주면 되겠구나.”
“흐앗, 앗, 제발요….”
“네놈의 입으로 우리의 첩이 되겠다고 하면 그만두겠다. 물론, 젖꼭지며 성기를 묶은 끈도 풀어주지.”
운서는 입을 꾹 다물고 머리를 굴렸다. 첩이라 해도 남편이 친왕이라면 황실의 일원이 되어 온갖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저들의 첩이 된다면 저는 이대로 정윤과 정진의 손아귀에서 매일매일 희롱을 당하며 살아야 하는 운명이었다.
‘내가 폐하를 농락하고 대물을 밝히다가 이 꼴을 당하는구나. 저 형제가 앞으로 내게 온갖 변태 같은 짓을 다 할 텐데.’
같은 대물이라 해도 연진이나 명석의 성기는 친왕들과 전혀 달랐다. 아무리 좋은 대물이라도 성품과 됨됨이를 먼저 갖추어야 쓸모 있는 법. 정윤과 정진에게는 연진과 명석이 가진 품격이 없었다.
‘폐하께서는 서국의 황제이신데도 성기를 넣을 때마다 내 의사를 물으셨는데. 명석이도 마찬가지고.’
전에 최음제를 먹인 것은 놀리려는 의도였고, 연진이 자신을 무시한 게 화가 나서 친왕들과 교접했을 뿐. 어릴 때부터 힘없는 내관이나 음흉하게 놀리던 친왕들을 한 번도 좋게 생각한 적이 없었었다.
더군다나 정윤과 정진은 제 의사와 상관없이 납치한 것도 모자라 강제로 첩으로 삼으려 하는 놈들이었다. 그런 그들의 물건이 아무리 대물이어도 사양이었다.
“네놈이 울면서 용서를 비는 모습을 보니 속이 다 시원하구나. 귀엽기도 하고….”
“시간은 많으니 네놈의 이 음란한 몸을 천천히 괴롭혀주마. 형님, 이놈이 저희에게 했던 짓을 고스란히 돌려주어야겠죠?”
“당연하지.”
정윤이 고개를 끄덕이자 정진이 품에서 작은 병을 하나 꺼내 들었다.
“이건 전에 네놈이 우리 형제에게 썼던 최음제다. 이걸 네놈의 밑구멍에 잔뜩 뿌려주마. 네놈의 밑구멍과 윗구멍이 헐도록 우리의 성기를 빨아야 할 것이야.”
“힛…, 싫어요. 그, 그것만은….”
“네놈은 이제 우리의 첩이 아니냐! 주인의 말을 잘 들어서 예쁨받을 생각을 해야지.”
친왕들은 운서의 엉덩이를 벌렸다. 그리고 작은 병의 뚜껑을 열었다.
“그것만은 싫습니다. 흐앙….”
이대로 정말 첩이 될 것 같아 운서는 눈물을 떨궜다. 황궁에 있었을 때는 아무리 친왕이라 할지라도 정윤과 정진은 제 상대가 되지 못했었다. 자신의 뒤에 연진과 태후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제와 태후의 총애를 잃은 자신은 그저 힘없고 신분도 낮은 평민일 뿐이었다. 정친왕과 예소왕이 무슨 짓을 해도, 심지어 이 자리에서 자신을 죽여도 처벌당하지 않을 터였다.
“어서 네놈의 손으로 앙큼한 밑구멍을 벌려라!”
정윤이 운서의 엉덩이를 또 철썩철썩 때렸다.
“흐아앙!”
운서는 아파하며 울었다. 둘에게 번갈아 매를 맞은 엉덩이는 완전히 새빨갛게 부어서 애처롭게 덜덜 떨렸다. 그들은 여전히 운서의 유두를 잡아당기며 괴롭히고 있었다.
정윤과 정진은 눈물에 젖은 운서의 귀여운 얼굴과 엉덩이를 보며 욕망을 불태웠다.
“어서 벌리지 못하겠느냐? 이제는 우리가 네놈의 서방님이니, 순순히 말을 들어야지.”
“…흑, 하, 할 테니. 제발 때리지 마십시오.”
“말을 잘 들으면 때리지 않겠다. 그러나 네놈이 우리의 말을 거역하는 즉시 엉덩이가 갈라지도록 매질을 할 테니 그리 알아라.”
정윤과 정진은 운서의 엉덩이가 탱탱 붓도록 때리고도 모자란 듯 보였다. 정진은 다시 운서의 성기를 거칠게 훑으며 괴롭혔다.
“하읏, 앗, 제발요.”
“네놈의 음문을 벌리라고 했다!”
“버, 벌리겠습니다. 흐앙.”
운서는 훌쩍훌쩍 눈물을 떨구며 정진과 정윤을 돌아봤다. 그러고는 덜덜 떨리는 작은 손으로 제 은밀한 구멍을 벌렸다. 운서의 얼굴과 몸이 붉게 물들고, 유독 더 붉은 눈가는 온통 눈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매를 맞아 새빨개진 엉덩이에서 명석의 정액이 다시 끈적하게 떨어졌다. 그것을 본 정윤과 정진의 얼굴도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들은 운서에게 욕망을 느끼는 것만이 아니라 질투도 함께 느꼈다.
정윤과 정진이 운서의 엉덩이를 잡고 최음제를 부으려고 할 때였다. 그 순간, 밖에서 소란이 일었다. 친왕들은 무슨 일인지 몰라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시종이 요란스럽게 달려와서 그들이 있는 방문을 벌컥 열었다.
“와, 왕야, 큰일 났습니다! 지금 밖에 황제 폐하께서….”
“뭐라?!”
“…황제 폐하라니?”
“예, 폐하께서 금의위를 이끌고 오셔서 윤 내관이라는 자를 찾고 있으시답니다.”
즉, 운서를 찾고 있다는 말이었다. 시종의 말에 정윤과 정진이 놀라고 있는 사이, 어디선가 연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희는 어서 운서를 찾아라!”
“존명!”
금의위들의 우렁찬 대답과 함께 그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발소리까지 들렸다.
‘폐하께서 날 찾으신다니?!’
훌쩍거리고 있던 운서는 자신을 찾는 연진의 목소리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당황한 정윤과 정진은 어쩔 줄 몰라서 허둥거렸다. 운서를 찾으러 왔다니?!
“아니, 황궁에서 쫓아내실 때는 언제고….”
황궁에서 쫓겨났다기에 안심하고 데려와서 첩으로 삼으려고 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이, 이 일을 어쩌냐?”
“형님 일단 나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운서가 여기에 있는 것을 들키면 연진이 자신들을 가만두지 않을 게 분명했다. 매를 맞는 건 기본이고, 이번에야말로 친왕의 지위를 빼앗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다급해진 정윤과 정진은 연진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서둘러 나갔다. 그들은 바쁘게 나가느라 운서를 신경 쓰지 못했다.
혼자 남겨진 운서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연진이 자신을 찾으러 왔다는 건 정말 기쁜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꼴을 보면…? 분명히 또 바람을 피웠다고 오해할 것이 분명했다.
‘전에는 오해가 아니었지만, 아무튼!’
이대로 연진이, 친왕들의 침상에서 발가벗은 음란한 모습을 보게 되면 이번에야말로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냥 벗은 것도 아니고 중요 부위마저 묶여 있었다.
저에게 질색한 연진이 자신을 완전히 버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떻게든 연진을 붙잡고 싶은 운서는 주위를 휙휙 돌아봤다. 연진이 저 문을 열고 들어오기 전에 반드시 무슨 수를 써야 했다.
주변을 돌아보던 운서의 눈에 사람이 들어갈 만한 커다란 나무 상자가 들어왔다. 옷가지나 잡동사니를 넣어두는 곳이었다.
“저거야!”
운서는 민첩하게 몸을 움직였다. 상자를 열자 그 안엔 역시 옷가지가 들어 있었다. 상자에 들어간 운서는 그중에서 평범한 옷의 끈을 떼어 제 입에 스스로 재갈을 물고는 발목도 함께 묶었다. 그리고 낑낑거리며 손목까지 전부 묶고서 상자의 뚜껑을 닫았다.
상자를 닫기 전에 운서는 옷가지 하나를 상자의 뚜껑 밖으로 살짝 걸쳐두었다. 상자의 뚜껑이 닫히자마자 금의위들과 함께 연진이 운서가 있는 곳까지 들어왔다.
“폐, 폐하, 이곳은 그저 별궁일 뿐이옵니다!”
“아무도 없습니다.”
정윤과 정진이 함께 따라 들어오며 필사적으로 연진을 말렸다.
“네놈들이 고용한 사병들이 윤 내관을 납치했다는 정보가 있었으니, 방해하지 말아라.”
연진은 금의위에게 정윤과 정진을 붙잡으라고 명하고는 직접 방문을 열었다. 널찍한 방에는 친왕들의 말처럼 아무도 없었다. 그래도 연진은 방을 샅샅이 뒤졌다. 그는 침상과 욕탕 그리고 커다란 가구까지 차례로 열어봤다.
금의위에게 둘러싸인 친왕들의 눈도 휘둥그레졌다. 분명히 아까까지 운서가 이곳에 있었는데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둘은 눈을 마주치며 네가 운서를 빼돌렸냐고 묻다가 서로 고개를 저었다.
정윤과 정진은 운서가 보이지 않자 당당하게 나섰다.
“형님, 윤 내관을 납치한 게 아니라고 말씀드렸잖습니까.”
“형님께서 아무리 서국의 천자이시긴 하지만 증거도 없이 저희를 의심하시다니 너무하십니다.”
두 형제의 강력한 항의에도 연진은 그들의 말을 무시하고 다시 방을 살폈다. 정윤과 정진이 운서를 데려왔다면 분명히 그를 싫어하는 귀비의 눈에 띄지 않은 곳에 숨겼을 것이었다.
본궁에는 귀비의 눈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으니, 운서를 숨길 곳은 이 별궁밖에 없었다.
연진의 눈이 집요하게 방 안에 머물렀다. 그러다 옷가지가 살짝 삐져나온 상자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정갈하게 정돈된 방과는 다르게 저 상자만 서둘러 닫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연진은 상자 뚜껑에 손을 댔다.
“……!”
상자 안에서 뭔가가 희미한 소리를 내며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살아 있는 무언가가 갇혀서 발버둥 치는 것처럼.
운서가 상자 안에 갇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연진은 상자를 열었다. 역시, 그 안에는 연진이 그토록 찾던 운서가 상자 안에 묶인 채로 버둥거리고 있었다. 입에 재갈이 물려 있고 손발도 묶여 있었다. 게다가 은밀한 곳까지…. 자신을 올려다보는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세상에! 운서, 운서야!”
연진은 얼른 그의 재갈을 풀었다. 운서는 연진을 보자마자 굵은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연진은 가뜩이나 흠뻑 젖어 있는 운서의 얼굴에서 새로운 눈물이 떨어지는 것을 보자 가슴이 미어졌다.
“…폐, 폐하? 소인을 구하러…, 오신 겁니까?”
“그래, 내가 너를 구하러 왔다.”
연진은 운서의 젖은 얼굴을 손수 닦아주었다. 운서의 손발도 풀어주고는 제 용포를 벗었다. 그가 발가벗은 운서의 몸을 가리고 작은 몸을 안아 올렸다.
“힝, 폐하….”
운서는 연진의 목덜미에 답삭 매달려서 울기 시작했다. 그걸 전부 본 정윤과 정진은 입을 떡 벌렸다. 자신들은 분명히 운서를 침상에 그대로 두고 나갔었다. 그런데 어느새 운서가 옷 상자에, 그것도 손발이 묶이고 재갈까지 입에 문 채로 나온 것이다.
‘저, 저 간악한 놈이!’
정윤과 정진은 운서를 바라보며 부들부들 떨었다. 분명히 저 간악한 놈이 연진이 아닌 다른 사내와 정을 통한 것을 들킬 것 같으니 자신들에게 뒤집어씌우기 위해 스스로 제 손발을 묶은 것일 터였다.
“폐하, 폐하께서 소인을 버린 줄 알았사옵니다. 이렇게 찾아주실 줄은….”
연진에게 매달린 운서의 간드러진 목소리에 정윤과 정진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친왕들은 연진을 쳐다봤다. 황제는 저 간악한 놈이 거짓말을 하는 줄도 모르고 운서를 가엽게 보며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운서야, 내가 너를 버리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오 내관이 곧 후궁 간택이 있을 거라고 해서….”
“이런….”
연진은 혀를 찼다. 그가 황궁으로 돌아가면 결정되지도 않은 일을 떠들어댄 오 내관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찰나, 운서가 눈물을 떨구며 더 꽉 매달렸다.
“힝힝, 무서웠습니다. 폐하, 왕야들이 소인을 막….”
“그래, 그래.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저 몹쓸 놈들이 너를 납치했겠지!”
“예! 난데없이 소인을 납치하고는 막 이렇게 저렇게 하고는…. 힝, 흐윽, 소인을 또 첩으로 삼겠다고 하였습니다. 싫다고 했는데도 막 강요도 하였습니다!”
운서는 사실에 살을 붙여서 연진에게 냉큼 일렀다.
“뭐라고? 너를 또 첩으로 삼겠다 했다니?! 감히! 저놈들이 죽으려고 작정을 했구나.”
연진은 운서를 안은 그대로 몸을 돌려서 정윤과 정진을 노려봤다. 팽팽하게 당겨진 화살처럼 매서운 시선이 친왕들을 겨누었다. 그에 친왕들은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폐하, 저, 저희는 아닙니다!”
“맞습니다. 형님, 모든 것은 윤 내관이 지어낸 거짓….”
“네놈들이 별장에 가 있다던 운서를 이곳으로 납치를 한 것은 사실이 아니냐. 납치를 한 것도 모자라 또 내 사람을 범하기까지 했으니 네놈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납치해서 범한 것도 모자라, 자신에게 들키지 않으려 재갈을 물리고 몸을 묶어서 옷상자 안에 감춰두기까지 했다. 만약 자신이 상자를 의심하지 않았더라면 운서는 저놈들 손에 계속 범해졌을 것이다.
“아, 아닙니다. 저희가 범하다니요?! 절대, 절대 아닙니다! 폐하, 저 요망한 놈이 다른 놈과 붙어먹고는 그 죄를 저희에게 뒤집어씌우는 겁니다.”
“마, 맞습니다. 형님의 말대로입니다. 폐하께서는 간악한 놈에게 속고 계시는 겁니다. 폐하, 저희는….”
“시끄럽다! 네놈들이 운서를 납치한 것이 명백한데도 변명을 일삼다니. 반성도 하지 않은 네놈들을 엄히 다스릴 것이다. 금의위는 정윤과 정진 형제를 끌고 가서 황궁 옥사에 가두라!”
“존명!”
연진의 지엄한 명령에 금의위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정윤과 정진 형제를 포박했다. 건장한 금의위에게 끌려가는 친왕들은 연진을 향해 억울하다고 소리쳤다.
“폐하, 소인들이 윤 내관을 납치하긴 했지만 범하진 않았습니다.”
“폐하, 억울합니다. 저놈에게 다른 사내가 있었단 말입니다. 별장에 함께 있었던 놈입니다!”
정진은 필사적으로 운서에게 다른 사내가 있다고 고했다. 그러자 운서가 더 크게 훌쩍거리며 연진의 목덜미에 제 뺨을 비비며 교태를 떨었다.
“폐하, 얼굴 좀 보여주십시오. 소인이 너무 놀라고 불안하여 폐하와 함께 있는 것이 실감 나지 않사옵니다.”
“…짐이 곁에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 언제나 너를 지켜주마.”
연진은 훌쩍거리는 운서를 다독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운서가 별장에 있던 다른 사내와 붙어먹었다는 친왕들의 말이 꺼림칙했다.
“폐하…, 폐하는 소인의 영웅이십니다. 정친왕과 예소왕이 그동안 소인에게 서슴없이 모진 짓을 하였는데…. 더 늦으셨다면 소인이 당했을 일이 상상만 해도 끔찍하옵니다. 흐윽, 흑.”
운서는 부들거리며 눈물을 떨궜다. 운서의 눈물과 함께 연진의 머릿속에서 정윤과 정진이 한 말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대신 운서를 빨리 찾지 못한 미안함과 애틋한 마음만 커졌다.
“더 빨리 오지 못해 미안하구나. 어마마마를 설득하는 일에 시간이 걸렸다.”
단식투쟁으로 끝내 태후를 설득한 연진은 곧장 운서의 본가로 향했었다. 직접 운서를 데려오고 싶어서 금의위를 이끌고 찾아 나선 것이다.
요선각에서 운서를 별장으로 보냈다는 말을 듣고 서둘러 그곳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운서는 온데간데없고 대신 요선각의 점원이라는 덩치 큰 사내만 쓰러져 있었다.
“네가 별장에 갔다길래 서둘러 찾아 나섰는데, 별장에 없길래 이리로 달려온 것이다. 널 납치할 자들이야 뻔하지 않더냐.”
연진의 매서운 눈이 금의위에게 끌려가는 사촌 동생들을 향했다. 연진은 두 형제를 매섭게 쏘아봤다. 저것들이 어릴 때부터 운서를 노리더니 납치까지 하며 기어이 첩으로 삼으려 한 것이다.
“폐하께서 저를 찾아주신 것만으로 감격스럽고…. 흑, 역시 소인에게는 폐하뿐이옵니다. 힝, 앞으로는 폐하의 곁에서 원하시는 대로 뭐든 다 할 것이옵니다.”
“정말이냐?!”
“네.”
운서는 수줍은 얼굴로 연진을 보면서 그의 뺨에 쪽쪽 입을 맞췄다.
“…운서야.”
운서의 입맞춤에 연진의 얼굴이 금방 벌겋게 달아올랐다. 사랑하는 내관을 흉도 같은 놈들에게서 구해냈다는 뿌듯함에, 그리고 이번 일로 운서가 자신에게 반한 것 같다는 생각에 심장이 터질 듯 가슴이 벅찼다.
“…폐하, 소인의 몸과 마음은 전부 폐하의 것이옵니다.”
운서는 다시 연진에게 몸과 뺨을 비비며 애교를 떨었다. 운서가 저는 연진의 것이라고 못을 박자마자 단단한 팔이 작은 몸을 힘껏 안았다.
“아, 내가 너 때문에 정말 제 명에 못 살겠구나. 어서 황궁으로 돌아가자.”
연진은 운서를 안고 금의위들에게 명령했다. 그는 여전히 운서를 안은 채로 마차로 향했다. 연진의 팔 안에서 꼬물꼬물 몸을 비비던 운서는 활짝 웃으면서 계속 궁금하던 것을 물었다.
“폐하, 별장에 있던 점원 아이는 어찌 되었습니까?”
“…너와 별장에 함께 있던 놈을 말하는 것이냐?”
“예.”
운서는 그냥 고개를 끄덕거렸다. 친왕들의 사병들에게 끌려오느라 명석이 크게 다친 건 아닌지 살피지 못했기 때문에 그가 무사한지 알고 싶었다.
“…그놈의 이름이 명석이라지?”
“예, 그런데 명석이의 이름을 폐하께서 어찌 아셨습니까?”
“아까 별장에서 직접 들었다. 너를 찾아 별장에 갔더니, 그놈이 옷을 아주 허술하게 입고 있더구나. 특히 그놈의 다리 아래에 덜렁거리는 게 아주, 아주 볼만했다.”
“……!”
운서는 숨을 삼켰다.
“그놈이 그 꼴을 하고도 너를 아주 많이… 걱정하더구나. 그 아이는 무사하니 걱정하지 마라. 네 본가에 데려다주라고 했으니. 게다가 그놈은 체격도 참 남다르더구나. 왠지 그놈도 부례감처럼 짐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 것 같구나.”
“…예, 예?!”
연진의 의미심장한 말에 눈을 말똥말똥하게 뜬 운서가 침을 꿀꺽 삼켰다. 등줄기가 싸한 게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어 눈동자만 데구루루 굴렸다. 운서의 당황한 모습에 연진은 눈을 가늘게 떴다.
“내 눈에는 그놈들이 닮아 보였다. 그래서 더욱 석연찮은 기분이 들고….”
“폐, 폐하, 무슨 말씀이신지…?”
“…아니다. 어서 돌아가자꾸나.”
연진은 더 말하지 않고 운서를 안은 채로 마차로 들어갔다.
4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