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임 온 잇-18화 (1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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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앞서 말했던 것처럼 주변인의 도움을 구할 목적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다분히 우발적이었다.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었다. 유현이 각인을 했을 거라 추정되는 어느 시점부터 대시란 대시는 모두 쳐내기 시작했다는 보고를 읽어서인지, 최종익이 정기적으로 만나는 거의 유일한 지인인 것 같더라는 얘길 들어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주차장까지 내려와 놓고 자신은 안중에도 없이 매니저를 따라가는 뒷모습 때문이었는지….

곤란했다는 대답 대신 한숨을 길게 뱉은 유현은, 약간의 텀을 둔 후 전혀 다른 말을 뱉었다.

"계약, 없던 일로 하시는 줄 알았거든요."

"왜요?"

"그렇게 가시고 나서 따로 연락이 없으셔서요."

"하긴. 나도 각인 상대까지 있는 사람한테 부탁할 일은 아닌 것 같아서, 없던 일로 할까 했어요."

"……."

"그런데 고유현 씨가 괜찮다면서요? 허락받을 필요도 없다고."

그에 관해선 할 말이 없는지 유현은 멋쩍은 듯 귀밑만 긁적였다.

"그래도 상태 괜찮아지자마자 바로 달려온 거예요."

"네?"

"지내던 곳이 공기가 좋아서 요양하기에는 좋은데,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도 어렵고 연락할 방법이 없어서 말이에요."

유현의 눈동자에 걱정과 호기심이 선명해진다. 방금까진 말을 걸어도 집안에 우환이 있는 사람처럼 우울하고 모호한 반응으로 넘겨 버리더니. 그에 태화의 머릿속에서는 황당한 감상이 스쳤다. 진작에 엄살부터 부려볼 걸 그랬나.

"요양을 하고 오셨다고요? 어디 많이 안 좋으신 거예요?"

"보기엔 어때요. 나 지금 많이 안 좋아 보여요?"

되묻는 태화의 입꼬리에 장난기가 맺히자, 농담인지 진담인지 판별하려는 듯 살피는 시선이 길어졌다.

"당최 어디가 아프셨는지 상상도 안 될 만큼 괜찮아 보이시긴 하는데…."

떫게 대꾸하다 태화와 눈이 마주치자, 유현은 제 시선이 불량했다는 걸 인지했는지 "괜찮아 보이셔서 정말로 다행이다, 그런 뜻이었거든요." 하며 뒤늦게 치아를 보이며 방긋 웃었다. 어려워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네. 태화가 피식 웃었다.

신호가 바뀐 것을 확인한 태화는 조금 아쉬운 마음으로 정면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차를 출발시킨다.

"그래서, 고유현 씨는요."

"네, 저요? 전 멀쩡했는데요."

"멀쩡한 그동안 뭐하면서 지냈어요."

"아… 저는 잘릴까 봐 걱정은 되는데 또 혹시 모르니까 감독님도 만나 뵙고, 대본 리딩도 하고, 액션 스쿨 다니면서…."

"잘 지냈나 봐요. 다행이네요."

"네, 뭐. 마음 졸이고 전전긍긍하긴 했지만 못 지낸 건 확실히 아니에요."

은근히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에 태화가 웃음을 흘렸다.

"저 혹시 질문 한 가지만 해도 될까요."

"해요."

"광고 모델 제안이 왔는데요. 우신에서요."

유현이 뒷말을 하지 않아도 머뭇대는 기색에서 충분히 알아들었다. '네가 한 일이냐'고 묻는 것이다.

"잃어버린 것들 되찾아주겠다고 했잖아요. 광고도 고유현 씨가 잃어버린 것들 중 하나고."

"아…. 그쵸. 광고 많이 잃었는데, 제가."

태화가 흘긋 곁눈질을 했다. 유현의 반응이 워낙 어정쩡했던 것이다. 싫은 것은 아니지만 썩 좋은 것도 아닌 듯한.

"왜요, 광고 별로예요?"

유현이 놀란 듯 눈썹을 위로 띄우고는 손을 내저었다.

"아니, 아니요! 절대요! 그럴 리가요! 걱정이 돼서 그렇지, 별로인 건 절대 아니에요!"

"걱정? 무슨 걱정이요."

"음… 광고주님이 원하는 모델이 되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요."

"원하는 모델이 아니라면 고유현 씨한테 광고 계약을 하자고 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걱정할 거 없어요."

태화는 나쁜 대답은 아니었다고 생각했는데, 한동안 의문스러운 정적이 흘렀다. 하고 싶은 말이 남은 듯했다. 재촉하듯 쳐다보자 유현이 어쩔 줄 몰라 하며 입을 뗐다.

"음, 그게… 아실지 모르겠는데, 아이돌이란 직업이요. 소문이 참 많이 붙거든요. 기사도 많이 나고요. 그 회사에서도 그런 이유로 아이돌을 모델로 잘 쓰지 않는다고 알고 있어요."

"네."

"그러니까 제가… 파기 위약금이나 배상금을 물어낼 만큼 사정이 넉넉하진 않아서요."

가족 모임에서 지나는 말로, 모델로 쓸 만한 사람이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기는 했다. 인지도가 있는 연예인들 중에서는 치명적인 논란이 터졌거나 앞으로 터질 예정인 사람들만 수두룩해서, 개중 나은 몇을 골라 계약 후에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만약 계약서에 이미지 관리에 대한 부분이 명시되어 있다면 저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이긴 했다. 몇 달 동안 유현의 이미지가 개판이 나는 과정을 상세하게 보고 받기까지 했으니, 유현이 걱정하는 바가 충분히 수긍이 갔다.

"부담스러우면 꼭 안 해도 돼요. 이 세상 광고를 전부 우신에서만 하는 것도 아니고."

"…감사합니다."

그래도 수긍이 가는 것과 별개로, 안 해도 된다는 소리에 감사하단 인사나 듣고 있자니 별로 기꺼운 기분은 아니었다. 태인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가며 진행한 것이라 더욱.

광고에 대한 의견을 구했더니 우신 그룹의 광고 싫어할 사람은 없다며 큰소리를 치던 지호를 떠올렸다. 연예인을 자주 만나는 녀석이라 신빙성이 있을 거라 생각한 게 문제였다. 역시 입만 산 윤지호를 믿는 게 아니었지….

"그럼 아까 그 밴은 어때요, 마음에 들어요?"

그래도 오늘 시도한 두 가지 성의 중 한 가지는 만족스러웠기를 바라며 유현을 떠보았다.

"아, 마음에 들어요! 안 그래도 같이 움직이는 스태프가 많아서 촬영 때 타고 다닐 게 걱정이었거든요. 회사에서 차량을 구해 준다고는 했는데 전에 타고 다니던 걸 이미 팔아버려서 다시 차를 구할 때까지는 계속 매니저 형 차를 타고 다니기로…."

유현이 제게 얼마나 필요한 것이었는지를, 길게 늘어놓았다. 선물이 아니라 폭탄을 떠안은 양 뒤숭숭한 얼굴을 하기에 괜한 짓을 했나 싶었던 태화가 내심 뿌듯해질 만큼 한참 길게 이어졌다. 차 내부는 보지도 못했으면서.

하나를 사양했으니 다른 하나에 충분한 리액션을 보여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 것 같았다. 공치사하는 심리를 알면서도 태화는 흡족스러웠다. 그로 인해 우습게도, 유현이 기뻐해 주길 몹시 바라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근데, 저한테는 너무 과한―"

"마음에 드는 걸로 얘기 끝내죠."

두 번째도 사양 당하기 전에 태화는 얼른 말을 끊어냈다. 도로를 하염없이 배회하던 차는 자연스럽게 유현의 오피스텔로 향했다.

지하 주차장에 멈춰 섰는데도 유현은 곧바로 내리지 않고 안전벨트를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끌었다. 다른 할 말이 있나. 태화가 바라보자 유현은 헛기침을 했다.

"큼, 드라마 투자 규모가 많이 크더라구요. 그래선지 출연료도 많고…."

"그래요?"

"푼돈이라도 손해 안 보시게 열심히 잘 해보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유현의 황망한 뒷모습을 보던 태화는 한쪽 눈썹을 까딱였다. 해외 OTT 판권 계약이 체결되면 손실 없이 투자금을 회수하게 될 테지만… 기합이 들어간 것도 나쁘진 않지. 보일 듯 말 듯 웃은 태화는 가속 페달을 밟았다.

[게시글]

[공식] '더 원' 최민아X하영준 → 고유현 캐스팅… 9월 중 크랭크인

독특한 능력을 갖고 있는 센터 요원들의 사랑과 우정 이야기를 담은 액션 로맨스 드라마

(백현수 감독, 오렌지 픽쳐스 제작) '더 원'이 최종 캐스팅을 확정하고 내달 크랭크인 돌입한다.

최민아, 하영준, 이소형, 박정흠, 류경아 등이 출연을 확정한 가운데, 마지막으로 고유현으로 한정운 역에 합류하면서 화려한 라인업이 완성되었다. 이로써 최민아는 영화 '7월의 해' 이후로 두 번째로, 하영준은 영화 '낙하' '리스트' 이후로 세 번째로 백현수 감독과 인연을 이어 나가게 됐다.

'더 원'에서 최민아는 약혼자를 위해 센터에 입소하여 미스테리한 사건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풀어나가는 정의로운 요원 오유리 역을 맡았다. '김지형' 역의 하영준은 다년간의 현장 경험으로 기지를 발휘하면서도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는 어떤 위험도 감수하는 로맨티시스트의 면모를 가감없이 보여줄 예정이며, 고유현은 그와 대립하여 냉철한 판단력으로 사건을 지휘하는 팀장 '한정운' 역할을 맡았다

영화 '리스트' '7월의 해' 등을 연출한 백현수 감독이 처음으로 드라마 연출에 도전하는 작품으로, 해외 영화제를 휩쓰는 감독이 드라마에서는 어떤 연출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댓글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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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고유현? 대박이네 안 봐야지

└왜? 무슨 일 있어?

└응?ㅋㅋ 그냥

└뉴스 기사만 읽어서는 무슨 내용인지 감도 안 온다..

└2 무슨 내용이야? 센터는 복지센터밖에 안 떠오르는데 장르가 액션 로맨스...? 요원...?

└조합 신선한데? 평생 한 드라마에 절대 모일 수 없을 거 같은 사람들이 다 모였네

└이거 진짜 공감... 감독부터가 너무 낯설음ㅋㅋㅋㅋㅋㅋㅋ 백현수가 드라마를 왜 해

└이능력물인가 보네ㅋㅋㅋ해외에서는 이미 많음... 근데 난 왜 이거 선수입장 재질일 거 같지ㅋㅋㅋ

└내 생각에도.. 이능력물 한국에서 살릴 수 있을까?

└고유현이 합류했는데 어째서 라인업이 화려해진다는 거임? 누추해지는 거 아니고...?

└다 된 드라마에 아이돌 끼얹기 그만 좀 하면 안 되나요?

└화제성 끌어오려고 퀄리티 감수하고 아이돌 뽑는 건데 논란 많은 고유현을 쓰는 매리트가 뭔지

└욕 먹어서 화제성은 확실히 있을 듯ㅋㅋㅋ

└고유현 연기 잘해?

└그냥저냥

└ ㄴㄴ내 기준 별로

└연기라고 할 만한 작품을 한 적이 없음

└드디어 우리 나라에서도 이능력물이!!! 완전 기대된다고!!!!

└그니까 이능력물 덕후는 메이드인 코리아만을 바라왔다구요ㅠㅠㅠㅠ 한국형 이능력물 가보자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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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였나 보네요ㅋㅋ

사는 곳이 깡촌인데

어제 아침에 어르신들이 모여계시길래 가보니 드라마 촬영 왔다 그러드라구요

이런 데서 무슨 촬영을 하냐고 다들 웅성웅성 그랬습니다

사진 찍어 친구놈한테 물어보니 인기 아이돌이라 하더군요

얼굴 작아서 놀랬습니다

나중에 드라마 나오면 꼭 보겠습니다ㅋㅋ

찍은 사진도 남겨놓고 갑니다

(사진)

└감사합니다 복 받으세요

└사진까지... 좋은 하루 되세요

└엄청 가까이서 보셨네요ㅠㅠ 부럽습니다 사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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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드라마 들어간다던 구씹이 진짜였누

400억 대작도 맞고 심지어 주연;;

상반기 활동 없었던 게 전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나?

└시발 리즌아 망돌 벗어날 기회다 꼭 혼자만 잘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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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뭐하는 드라마임

여기선 깡촌이라 그러는데

틧에서는 강남 클럽 빌렸다고 하고

시골깡촌과 강남클럽이 공존하는 드라마 정체가 뭐임

└ㄱㄴㄲ 감도 안 잡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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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라 있을 거 같음?

ㅇㅇ?

└뭐가 중요함 쎽씬 있어도 해야지

└그건 아님

└계자피셜 삼각관계

└무슨 계자? 드라마? 소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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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진짜 농담이 아니라 추진력 맞는 거 같은데

친구가 광고 쪽에서 일하는데

요새 밀린 거 엄청 찍고 있대

└그거 보라고 걍 쉬는 거였다니까

└일처리 존못 정엔터가 오죽했음 사진이랑 영상 찍어서 올렸겠냐 엔간히 답답했겠지

└그니까 첨부터 도철이가 고소공지부터 때렸으면 이런 일 없었잖음

└도철이가 고소공지를 왜 때림 법무팀에서 하는 건데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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