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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각인 네임을 일컫는 '러브 타투' 의혹에 정 엔터테인먼트는 비상 체제로 돌입했다. 직원들은 주말도 없이 출근해 머리를 맞대고 최선을 다해 수습했다. 사실무근이라는 기사를 내고 최근 한 달 이내 유현의 손이 찍힌 사진과 영상을 첨부하여 입장문을 작성했다.
논란의 불씨가 점차 사그라들 즈음, 유현은 처음 보는 번호지만 발신자는 확실한 한 통의 메시지를 받게 된다.
[아직도 생각할 게 많아?]
삭제와 차단. 일말의 고민도 없었다.
***
시간은 흘러 7월의 마지막 주 일요일. 가까스로 진압해 가던 의혹에 기름을 붓듯 자신이 아이돌 그룹 마인의 멤버 '이유'의 전애인이며 네임의 주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고발 글이 올라왔다. 그 글쓴이는 모 술집에서 일을 하다 유현을 처음 만났고 지속적으로 만남을 가지다 각인을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인기를 얻자 가차 없이 자신을 버렸다고 했다. 소속사의 입장문에 크게 상처를 입었으며 본인의 사과를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아이돌로서는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치명적인 키워드들이, 실시간으로 유현의 활동명 옆에 붙어 기사가 났다. 며칠간 종일 애를 태우며 수습하던 직원들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었고,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회사로 성매매 의혹에 관한 문의가 빗발친다고 했다.
앞으로는 소속사 차원에서 입장문을 내는 것도 아래에 괸 돌을 빼 위로 쌓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며, 대표는 유현에게 더는 뒤로 빠져 있지만 말고 대책을 마련해 내라 성화였다. 최종익의 만행을 알게 된 대표가 '일단 지켜보자'고 뱉은 지 일주일 만에 손을 든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아직 해가 뜨기도 전인 새벽에 유현은 회사로 실려 가는 중이었다.
"대표가 이 상황에 네 아침 챙겨줄 것 같진 않은데, 뭐 어떻게, 잠자기 싫으면 회사 근처에서 뭐라도 좀 먹고 들어갈래? 24시간 하는 데 있는데. 잘해, 거기."
"생각 없어요."
"왜 생각이 없어.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속 비우면 너만 손해야. 아 그래, 속 시원히 혼나고 나서 먹으러 가자. 응? 형이 차 대놓고 밑에서 기다릴 테니까."
대표가 부리는 성질에 비몽사몽 간 픽업부터 하러 왔을 상진이 원망 한마디 없이 살뜰히도 유현을 챙겼다. 승진에 승진을 거듭해 실장급이 되어 더는 로드 매니저 일은 하지 않게 된 상진이지만, 오늘처럼 유현의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건 일말의 부채감 때문일 것이다. 이 기형적인 회사에 뿌리내리게 했다는 죄책감….
확 그냥 다 그만둬 버릴까.
"형."
"…네가 그렇게 부를 때마다 나 가슴 철렁한다. 살살 불러. 목소리 깔지 말고."
"나 이제라도 카페 하나 차릴까요? 어디 가로수길 같은 데다가."
애써 밝은 기색을 꾸미던 상진이 고개를 돌리고 물끄러미 바라본다. 하는 수 없이 유현이 조수석에서 "농담이에요." 하고 힘없이 덧붙였다. 호의를 실망시키는 건 언제나 두려운 일이었다.
"유현아. 혼자 힘들어하지 마라. 형이 너 안 힘들겐 못 해줘도 같이 힘들어해 줄 순 있다."
"내 잘못에 형까지 힘들 필요가 뭐 있어요."
고단함이 묻어나는 음성에 곧게 내달리던 차가 비틀대며 직진 차로를 빠져나와 갓길로 선다. 좀체 보기 힘든 험상궂은 얼굴로 상진이 언성을 높였다.
"여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전부 네 잘못이라고? 그래서 일주일 내내 전화도 안 받은 거고?"
"……."
"그게 왜 네 잘못이야? 왜, 네가 손 찍으라고 들이대 줬냐? 네임 다 찍어서 SNS에 퍼트리고, 없는 일 만들어 내서 글 쓰고 기자한테 제보하고, 지인이랑 술 마신 사진이랑 영상 짜깁기해서 너 욕 먹이라고 시켰어?"
"……."
"너 인마, 일 안 풀리면 무조건 자책부터 하고 보는 버릇, 그거 필히 고쳐야 돼. 진짜 병이야, 병. 심각해!"
상진은 최종익을 고발한 대가로 수렁에 빠졌다는 사실에 대해 전혀 모르고 하는 말이었지만, 설령 알았더라도 대표처럼 마냥 유현을 탓하지는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상진은 핸들을 탕탕 치며 호기롭게 말했다.
"됐어! 오늘 너 지 대표 만나러 가지 마!"
"…안 만나면요."
"만나러 가지 말라면 가지 마!"
유현은 상진의 박력에 압도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가게요?"
"그 양반 분풀이 받아주고 삽질하면 힘만 빠져! 맛있는 밥이나 먹으러 가는 게 백 배 나아. 마침 너한테 전해줄 소식도 있었고."
아무래도 유현이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상진이 과하게 반응하는 것 같았지만, 제 편에게 딴지를 걸고 싶지는 않았다. 유현은 폰의 전원 버튼을 누르고 좌석에 머리를 편하게 기댔다.
***
변두리에 있는 백반집에 온 유현은 아침 일찍부터 연 가게를 신기한 듯 둘러보다, 두 사람 몫이라고 하기엔 과하게 푸짐한 상 차림새에 입을 벌렸다. 악플에 충격을 받아 머리를 싸매고 죽지 않을 만큼 과자나 음료 따위로 대충 연명하고 지냈던 유현은 얼마 만인지 모를 음식에 입안에 군침이 돌았다. 입천장이 데는 것도 모르고 찌개에 밥을 훌훌 말아 허겁지겁 입안에 밀어 넣었다.
"맛있지?"
뿌듯함과 자부심이 가득한 말투에 유현이 머리를 크게 끄덕이고 밥술을 크게 입에 떠넣었다.
식사를 끝내고 입가심으로 먹기 좋다며 주인이 인심 좋게 내어준 숭늉을 호호 불어가며 반 정도 비웠을 즈음, 상진이 기다렸다는 듯 넌지시 말을 꺼냈다.
"드라마 하나 하자, 유현아."
유현은 느닷없이 나온 드라마 출연 제안에, 세숫대야만 한 숭늉 그릇을 들고 커다란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어도 못 하는 지금 제 상황을 모르지도 않을 테고, 드라마 제작에 투자하라는 말인가? 제작에 투자할 만큼은 돈이 없는데….
"기억해? 내 동창이라던 백현수 감독."
"아아, 기억해요. 영화 감독님."
"그럼 그것도 기억해? 그놈 영화판만 구르다가 이번에 드라마 뛰어들기로 했다고. 내가 너한테 생각해 보라고 시나리오 줬었잖아. 기억나?"
가제, 더 원. 와이낫 종영 직후 유현이 드라마로 한창 주가를 올릴 때 상진이 가져다주었지만, 정중히 거절했던 시나리오였다. 그것도 여러 번.
국가 특수 능력 인재 센터, 약칭 센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첩보 로맨스. 멜로가 주된 건 맞지만 국가 기관원으로 연기를 해야 하는 주연이라 소화해 내기 부담스러울뿐더러, 그 배경이 이전의 드라마들에서 다룬 적 없었던 '센터'라는 점에서 호불호가 갈릴 게 확실해 보이는 작품이었다.
드라마 연출을 맡기로 한 백현수는 비록 영화계에서야 인정받는 감독이라지만 드라마로는 그 작품이 데뷔작인 데다, 메인 작가마저 입봉작인지 검색을 해도 포털 사이트에 나오지 않자 난감함을 느꼈던 기억도 생생했다.
한 마디로, 끌리지도 않고 믿을 구석도 없는 드라마.
상진은 유현의 침묵을 '기억은 하고 있지만 하기 싫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단단히 심통이 난 어린아이를 달래듯이 사근사근 말을 늘어놓았다.
"유현이 네가 심각한 얘기 싫어하고 러브라인은 더 싫어하는 거 형도 잘 알지. 근데, 유현아. 이거 완전 너를 위한 드라마야. 액션이 끝내주게 많대. 다른 건 몰라도, 네가 그런 건 또 기가 막히잖아."
"다른 건 왜 모른대…."
"그리고 원래 안 먹어본 것도 계속 먹어봐야 입맛이 드는 거다? 입맛이 들어야 맛있는 거 맛없는 것도 구분할 줄 알게 되는 거고. 손가락 쪽쪽 빨면서, '가로수 길에 카페 차릴까'하고 한숨만 푹푹 쉬는 것보단 뭐라도 도전해보는 게 낫지 않아?"
"아니, 내가 또 언제 손가락을 쪽쪽 빨았다고 그래요."
"너 작품 고르는 거에 팬들 눈 의식한 것도 있잖아. 막말로 지금이야말로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때 아니야?“
흥분해 열을 올리는 상진의 말을 막으려 유현이 손을 황급히 내저었다.
"들어 봐요, 형. 안 하겠다는 게 아니구요. 문제가 그게 아니잖아요."
"그럼?"
끔찍한 죄를 저질러 놓고 적반하장인 최종익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고, 잃었던 모든 것을 원래대로 돌려놓고 싶었고, 저 스스로의 효용성을 증명해 내고도 싶었다. 궁지에 내몰린 처지에, 이것저것 골라 가며 작품을 하겠다는 게 아니었다. 선택권이 제게 있는 것이 아니니 문제라는 것이다.
"그…. 큼, 감독님이 날 써주겠대요?"
마지막 자존심에 '아직도'라는 말은 생략했지만 유현의 불안함은 충분히 느껴지고도 남는 질문이었다. 그에 씩 웃은 상진이 손가락 두 개를 딱 소리 나게 맞부딪히고 유현에게 가까이 오라며 손짓했다. 유현이 그릇을 내려놓으며 상체를 테이블에 붙이고 귀를 가져다 대는 시늉을 하자 상진이 딱히 이쪽으론 관심도 없는 손님들을 굳이 수상쩍게 둘러보곤 낮게 속삭였다.
"아니, 글쎄. 며칠 전에 연락이 왔더라고."
"네. 뭐라고요?"
"아깝기도 하고 괜히 속 쓰려서 시나리오 얘긴 일부러 안 꺼내고 있었는데… 그쪽에서 먼저 묻더라고. 아직도 생각 없냐고. 반갑긴 해도 의심스럽잖아. 백 감독도 네 사정 모르는 거 아닐 거고. 그래서 물었지. 왜 아직 캐스팅이 안 된 거냐고. 그랬더니 그러는 거야. 유현이 너를 캐스팅하는 조건으로 투자를 약속받았다면서 말이야."
예상치 못한 뒷얘기에 유현이 눈을 커다랗게 뜨고 상진을 바라보았다. 투자자가… 대체 왜? 유현이 고개를 갸우뚱하자 상진이 콧잔등을 찡그리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대박이지?"
"진짜예요?"
"응. 근데 유현이 네가 여러 번 거절했는데 자기도 체면이 있지 그냥은 싫다고 했다더라. 그래서 섭외해 둔 배우랑 너랑 두 사람 다 오디션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고. 그 말 다 듣더니 투자자도 받아들였다고 하더라고."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기회가 왔다는 소식. 유현은 오늘 상진이 어쩐 일로 대표를 상대로 배짱을 부렸는지 이해가 갔다. 둘은 자연스럽게 멀어져 제 앞에 내려놓았던 숭늉 그릇을 다시 들었다.
망설여지는 와중에, 최종익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팩트는 그거 하나거든, 네 힘으로 이룬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거.
내 힘으로 이룬 게 왜 없어! 자기가 뭘 안다고.
유현은 먹기 좋게 적당히 식은 숭늉을 한 번에 다 들이마시고 빈 그릇을 탁 내려놓으며 말했다.
"형, 저 할게요."
[게시글]
난 이해가 안 되는 게 왜 지도철 왜 가만히 있는 거임
ㅇㅇ(223.32) │202X.07.2X XX:XX:XX
시발새끼 고소공지 안 때리고 뭐하냐고
└지금 도철이 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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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 꿈만 같다
ㅇㅇ(39.7) │202X.07.2X XX:XX:XX
악몽 같음
4월부터 이게 뭐하는 짓
└ㄴㅁ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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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냐들 즌깅이 스폰 받고 있는 거 알고 있냐긔
ㅇㅇ(223.32) │202X.07.2X XX:XX:XX
귀엽다긔
└스크 저새끼 또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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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넨 이상하다고 생각 안함?
ㅇㅇ(175.223) │202X.07.2X XX:XX:XX
2년 가까이 음방 엠씨 했는데 송별 멘트도 없어
기획 잡지 무산돼
광고 하던 거 다 끝나고 3년째 광고한 브랜드에서도 잘려
너무 한꺼번에 일어난 일이잖음
혹시 정치권에 밉보인 거 아님?
└니 어그로임? 음모론 갖고 너튭 쇼츠나 만들든가 왜 여기서 지랄임
└답답해서 그럼 ㅅㅂ
└온냐 그거 스폰이 꼴받아서 그렇대
└씨발 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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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개 되고 말지
ㅇㅇ(223.32) │202X.07.2X XX:XX:XX
니꺼들이 씨부리는 꼬라지 봤음?
역풍 맞는 거랜다
데뷔 100일부터 병크 쉴 새 없이 터트려서 좆망길 처박히고 있는 거
쉬는 날 없이 스케줄 돌아서 멱살 잡고 인지도 끌어올리고
갠활 하면서 이름 띄워 놨더니
그 무슨 배은망덕
└그게 진짜 니꺼들이겠음? 타멤 악개들이지 어그로한테 먹이주지 마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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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씹인데 이유 관련 들은 거 있음
ㅇㅇ(211.246) │202X.07.2X XX:XX:XX
펜트하우스 사건 신고자가 이유라는 얘기가 있음
조사도 받았다고
└ㅇㅇ 구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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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진짜면 어떡할 거임
ㅇㅇ(223.32) │202X.07.2X XX:XX:XX
럽타 진짜고 술집이랑 전애인도 진짜면 어떡할 거임
└ㅂㅁ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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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뭐 하나 알려줘도 됨?
ㅇㅇ(223.32) │202X.07.2X XX:XX:XX
밀거나말거나 구씹인데
하반기 드라마 들어갈 거 같음
└착한 구씹 인정
└웹드?
└ㄴㄴ400억 대작임
└구씹도 정도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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