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임 온 잇-3화 (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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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글]

3월 28일 새벽,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20대 남성이 불법으로 소지한 총기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총소리가 들린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발견되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을 거두었습니다. 우울증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는 지인의 진술을 토대로 경찰은 보다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여기가 한국이야 미국이야 총이 대체 어디서 난 거냐

└소설 그만 봐라 서울에서 무슨 총

└영상 좀 보고 댓글 달든가 불법 소지한 총기로 자살했다는 뉴스 영상에 뭔;

└왜 여기만 말이 다르지? 저 아파트 그냥 아파트 아니고 펜트하우스고 자기 집도 아님 생일 파티 참석한 거랬음

└이 언론사 가족이 연루됐다는 말이 있어요

└벌써 출석 기사도 떴음 대국일보 사장 아들 최ㅈㅇ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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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 수도권 일대에서 조직적으로 성매매를 알선한 일당이 검거됐습니다. 국가에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가이드를 납치, 감금하여 미등록 에스퍼를 상대로 성을 매수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서울의 한 유명 카페를 중개 업소로 운영하고 수십여 채의 오피스텔을 빌려 교묘하게 단속망을 피했습니다.

└한남들 드러워 죽겠네 으으 왜  맨날 섹스를 못해서 난리냐 그거 안 하면 죽냐

└한남들이 아니고요 에스퍼요 안 하면 주거요

└어쩌라고 시발아 죽어 그럼

└관광 온 사람들이 가이드를 납치했다는 거임? 미친 거 아님? 정부 뭐함?

└성욕은 인간의 3대 욕구입니다 하루 빨리 합법화해야 길거리에 이쁜 처자들이 안전합니다

└이 아재 하루 빨리 거세시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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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R은 유상 제약의 가이딩 약물 독과점은 심각한 문제이며 제재를 가해야 한다며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에 유상 제약 측은 공익을 위한다는 것은 자국의 제약 회사를 위한 핑계에 불과하며, 기업의 대외비를 스스로 밝히지 않으면 국제적으로 제재를 가하겠다는 협박은 매우 유감이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한 독과점에 대해서는 '의도한 게 아니며, 시장에 유일한 공급처임을 인지하고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라며 논란을 일축했습니다.

└FER이 뭔데

└국제 에스퍼 협력 기구요

└에스퍼가 뭔데

└이래서 주가 존나 떨어졌던 거구나 ㅅㅂ

└얼른 주웁시다ㅋㅋ 유상은 무조건 이기게 돼있음ㅋㅋ

└FER 완전 양아치ㅡㅡ 즈그들이 개발할 생각을 해야지 왜 남의 나라 회사에다 약 만드는 법 내놓으라 난리임

└유상제약: 응 그래~ 이제 너네한텐 안 팔아~

└유상제약화이팅이에요

3.

SUV 차량은 양옆으로 기다란 가로등이 늘어선 깜깜한 도로를 거침없이 달려나간다.

교외 지역의 한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잡지 화보 촬영은 자정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스튜디오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가라앉아 적당한 A컷을 뽑는 데 예상보다 길어진 탓이다.

유현은 조수석에 앉아 하루 동안 쌓인 수많은 알림을 하나씩 확인하며 지워나갔다. 메시지의 80퍼센트는 동생 유성이 보낸 유머 글이었다. 어떤 포인트에서 웃어야 할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저에게 재밌는 것은 형에게도 재밌을 것이라 생각하는 동생이 기특해 유현은 소리 없이 실실 웃었다.

유현은 폭소하는 이모티콘 하나를 보내면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빨리 말해요."

"어?"

"아까부터 나한테 할 말 있었잖아요. 다들 계속 신경 쓰이게 내 눈치 보고. 티 나요."

기묘한 정적이 길어지자 내내 폰 화면에 고정되어 있던 유현의 시선이 느릿하게 운전석으로 향했다. 유현이 고개를 들자 줄지어 선 가로등 불빛들이 아스라이 비쳐들어 주황빛으로 변한 볼 위에 연필로 섬세하게 덧그린 듯 속눈썹 그림자가 진다.

다른 생각 중이었는지 상진은 화들짝 놀라며 허둥지둥 창밖을 보는 체하며 연신 헛소리를 했다.

"여름이라 그런지 이 시간에도 날이 훤하다. 그지?"

"형, 지금 새벽 한 시예요."

"아, 덥다. 넌 안 더워? 에어컨 좀 틀자. 야아… 이제 완전히 여름이다, 여름이야."

"더워요? 좀 추운데…."

"그렇지? 좀 춥지? 6월인데 에어컨 틀기는 아직 좀 그래, 그치? 형이 그 말 하려고 했던 거거든, 핫하하! 유현아, 밖에 봐봐라. 지나다니는 차도 없고 탁 트여가지고 보고 있기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리고…."

"그러니까 더 의심스럽잖아요. 뭔데 그래요."

상진은 한숨을 쉬며 얼마간 침묵을 지켰다. 마인의 로드 매니저 시절부터 유현을 보아 온 그는 때때로 유현을 다 아는 것처럼 말하곤 했다. 유현의 개인 활동이 활발해지는 시기에 유현을 전담하면서 생긴 자신감이었다. 거꾸로 말하면, 유현도 꼭 그만큼 상진을 알았다. 저 정도로 고장난 거면,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것도 아주 심각한 문제가.

무언가 말할 듯 말 듯 머뭇거리던 상진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게… 클리어… 모델 교체된다더라."

유현의 반듯한 미간에 골이 패인다. 4월부터 거대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듯 줄곧 좋지 않았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상진의 입으로 접하게 된 소식은 예상보다 훨씬 더 나쁜 것이었다.

클리어는 런칭 직후부터 지금까지 유현이 3년째 전속 모델을 해오고 있는, 자극적이지 않고 순한 성분이 특징인 화장품 브랜드였다. 제품 홍보를 위해 노출이 적었던 신인 아이돌 유현을 광고 모델로 섭외해 깨끗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가져가고, 유현은 몇 년째 같은 브랜드를 광고하면서 광고주와 대중들에게 신뢰를 얻어 상부상조하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클리어에서 아무런 예고 없이 유현에게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언제요?"

"아까 너 촬영하고 있을 때. 아직 기사 못 봤지?"

"이렇게 갑자기요?"

"그러게. 그래서 나도 아까 급하게 연락을 해봤는데 회사가 추구하는 이미지랑 안 맞는 것 같다고 했다더라…."

유현은 곧바로 촬영 중에 어느 순간 싸해졌던 지점을 떠올렸다. 어지간히 매너가 좋다고 빈정거리던 메이크업 담당 시형의 목소리, 그 시점. 의상을 바꿔 입고 메이크업을 간단히 손보던 중이었다. 미묘하게 수런거리던 공기를 유현이 모를 수가 없었다. 유현의 팀과 스튜디오 스태프들 사이에서 약간의 신경전이 있었던 것은 알았어도, 큰 소리 없이 지나간 터라 유현은 길어지는 촬영에 예민해져 벌어진 해프닝쯤으로 치부했던 것이다.

"…혹시 아까 촬영장 분위기 그랬던 것도, 그것 때문이었어요?"

"그건…! 그건, 그쪽이 잘못한 거야."

알 만했다. 업계에서는 드물게 한 팀으로 오래 일한 이들이다 보니, 그들이 유현에게 갖는 애착은 남달랐다. 현장 스태프가 광고 기사를 보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을 들었다면 싸움이 안 났던 게 신기할 지경이었다. 아마도 그조차도 하락세를 타는 제 입장을 생각한 인내였겠지…. 유현은 곱씹을수록 속이 쓰려 입을 다물었다.

"크게 신경 쓸 거 없어. 어차피 계약금 문제도 있었고… 꼭 이번이 아니었어도 못 했을 거야. 광고 찍을 회사가 세상에 그거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

"…광고라곤 그거 하나 남았는데."

"그, 그건 그렇지만… 아무리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거래도 너 스케줄 과하긴 했잖아. 이 기회에 좀 쉰다 생각해. 형은 너 조만간 과로로 실려 가지 싶었다."

"요새 있던 스케줄도 다 취소돼서 일이 없는데 과로로 실려 가긴요. 형도 참."

유현이 농담조로 던졌지만, 상진은 혀라도 깨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줄줄이 계약 해지를 통보한 십수 개의 광고들도 무척이나 아쉬웠지만, 그것들과 이번 건은 본질적으로 달랐다. 브랜드 런칭부터 성장을 함께 했던 터라 유현에게 있어 상징성이 남다른 광고였다. 상진이 위로하기 전부터 이미 자체적인 휴식기를 가질 뿐인 거라고, 밝게 지내려 노력했던 것이 소위 정신 승리에 불과했다는 것이 이제야 실감이 났다.

"유현아. 쉬다 보면 또 광고도 들어오고 그럴 거야. 걱정 마. 하여간에, 이놈이고 저놈이고 네가 열심히 해준 건 생각도 안 하고, 예의는 어디 밥 말어 처먹은 건지 따로 언질도 없이… 통보식으로 기사만 내면 단가.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뭐 어떡하겠어요. 전부 다 나 쓰기 싫다는데."

"유현아."

짐짓 나무람에 가까운 부름이었다. 유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곤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때마침 도어 포켓에 들어있던 유현의 폰이 지잉, 진동했다. 메시지 알림이었다. 눈을 내려 화면에 뜬 팝업 내용을 확인했다.

[내 번호 차단했어? 후회할 짓 하지 말고 전화 좀 받아]

유현은 역한 것을 본 사람처럼 인상을 잔뜩 구기며 중얼거렸다.

"이게 다 이 미친놈 때문에…."

음산한 어조에 상진은 흠칫 어깨를 떨었다.

"누가 미친놈인데…?"

"아니에요. 그냥 혼잣말이에요."

삭제와 차단을 눌러 간단히 미친 새끼를 처리한 유현은 눈을 감고 창턱에 턱을 괴었다. 유현을 곁눈질하는 상진의 눈이 비 오는 날 버려진 새끼 고양이를 보듯 했다. 상진은 조용히 차창을 내려주었다. 약한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상쾌하게 들이쳤다. 잦은 탈색과 염색으로 푸석해진 유현의 머리카락이 새벽바람에 가볍게 흩날린다.

"나쁜 생각 말고."

"네."

"다 괜찮아질 거니까."

정말로 괜찮아지려나…. 유현은 바람결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

그날, 새벽 세 시에 불현듯 눈이 떠진 건 육감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바닥이 가늠조차 안 되는 내리막길에 선, 7월의 어느 날이었다.

[주무세요?]

스타일리스트 시형의 메시지였다. 시형은 3년 전 특수 메이크업을 부탁하며 연이 닿아, 현재는 유현의 스타일리스트 팀의 주축을 담당하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전공을 살려 스타일리스트 팀에 취직을 했다가 우연히 적성을 찾아서 네이머의 메이크업만 전문적으로 하게 되었다던 시형은 프로답게 입이 무거웠고 특히 고용주인 유현에게 가장 과묵했다.

겪어 본 바로는 사사로이 연락할 성격이 아니고, 일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면 더더욱 상진이나 다른 로드 매니저에게 연락을 했을 터. 그녀가 직접 연락을 하는 상황은 오로지 하나, 회사 소속 로드 매니저들에게 차마 공유할 수 없는 이야기를 전해야만 할 때였다. 주로 네임에 관련된 스케줄에 관해서.

스케줄도 없는 이 시기에, 당장 이 시간에 연락을 취해 올 만한 일에는 뭐가 있는지 머릿속으로 더듬어 보는 동안에도 사안의 급박함을 알리듯 메시지는 계속해서 쌓여 갔다. 유현은 긴장된 마음으로 메시지 창을 눌렀다.

[오빠 이거 확인 좀 해보셔야 할 것 같아요. 빨리요.]

그 메시지의 다음으로 도착한 것은 두 개의 링크였다.

○ 미포리즌 @ME_FOR_REASON_

202x101x ICN출국 PREVIEW

울 리즌이 본캐부캐 스탯에 미쳐버려ㅠ

조심히 잘 다녀와

#마인 #고유현 #유현 #이유 #E-you #Yuhyeon #MINE

#드라마와이낫 #포상휴가

@official_MINE

[사진] [사진]

[사진] [사진]

202X년 10월 1x일 ‧ 10:27 오전 ‧ 에 Twitter for Android 앱을 통해

6,896 리트윗 14,812 인용한 트윗 2,586 마음에 들어요

흔한 공항 프리뷰 사진이었다. 조금 독특한 것이 있다면, 여느 프리뷰처럼 마인의 스케줄을 소화해 내기 위한 출국이 아니라, 유현이 조연으로 출연한 드라마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대히트를 치면서 포상휴가를 위해 합류하던 중이었다는 점.

약 열 달 전 사진은 그 순간에도 계속해서 숫자를 갱신하고 있었다. 누군가 계속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을 의미했다. 위화감을 느꼈지만, 문제점을 찾는 데는 실패한 유현이 다시 시형과의 메시지 창으로 돌아와 두 번째 링크를 눌렀다.

○ 이터널리탈덕함 @ecPb2zhSqpw

좆어스 제발 정신차려

이유 데뷔 때부터 빨던 순덕이 이렇게나 시그널을 주는데

[사진][사진]

[사진][사진]

202X년 7월 2x일 ‧ 12:03 오전 ‧ 에 Twitter for iPhone 앱을 통해

213 리트윗 9,275 인용한 트윗 291 마음에 들어요

방금 전 보았던 공항 프리뷰 사진 네 장과 함께 굉장히 화가 나 보이는 투로 탈덕을 종용하고 있었다.

유현은 영문을 모르는 채로 화면을 멀뚱히 내려보다 사진을 눌러 보았다. 전체화면으로 본 사진에는 공항 프리뷰 원본과는 다르게 썸네일 상으로 보이지 않던 빨간 동그라미가 있었다.

"이건 뭐……."

작성자가 의도한 대로 표시된 부분을 확대해서 본 유현은 몸이 굳었다.

시형이 급히 연락해야만 했던 이유.

"…이런, 미친."

네임이었다.

저 출국했던 날 하루의 기억은 선명했다. 눈 뜨는 순간부터 출국장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완벽하기만 해서, 자신에게 감히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상상도 못 했던 날.

포상휴가 일정에 참가할 예정이었던 시형으로부터 출국을 앞둔 며칠 전에 개인적인 일이 생겨 합류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얘기를 듣게 된 것도, 모 배우의 각인 상대가 공개되면서 잠정적으로 은퇴를 결정했다는 소문이 돌아 네임 문제로 활동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컨디션 관리에 주의하라고 대표와 상진에게 끊임없이 잔소리를 들은 것도…. 돌이켜 보면 어딘가 조금씩 일이 뒤틀릴 낌새가 보였음에도 마냥 들떠 게으르게 생각을 어딘가로 미룬 날이었다.

유현은 폰 화면을 침대에 엎어두고 이마를 짚었다. 팬과 팬이 아닌 사람들이 섞여 저에게 일제히 손가락질하는 광경을 상상해 본다. 머리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이거 어떡하냐…. 아래로 빛을 누르며 발작하듯 진동하는 폰을 바라봤다.

시형인가? 유현이 서둘러 폰을 집어 들었다.

[후회할 거라고 했지]

[한 번 더 기회 줄게]

[마지막 기회야]

[잘 생각해]

화면을 내려보던 유현의 눈이 서서히 가라앉는다.

"미친놈, 기회 같은 소리 하네."

삭제하겠냐는 물음에 확인을 누르고 침대 한쪽에 던져두기 무섭게 폰이 진동했다. 얼마나 끈질긴지 잠깐 진동이 끊겼다가 다시 울리기를 여러 차례였다. 제 풀에 지칠 때까지 두려던 유현이 이를 악물었다. 당장 전원을 꺼버릴 작정으로 든 화면에 저장명을 본 유현은 헛숨을 들이켰다.

[지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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