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여름을 강타하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B급 공포 영화 속 선지자로 다시 태어났다. 다행히 파이널 걸로 살아남지만 못 볼 꼴 실컷 보는 여자 주인공도 아니고, 마지막까지 사나 싶었더니 죽어 버리는 남자 주인공도 아니고, 여자들한테 추근거리다가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얼간이도 아니고, 초반에 애인과 숲속에서 은근하게 눈길을 주고받는 여자 주인공의 친구도 아닌, 선지자인지라 주인공 일행에게 경고 한 번 날리고 발 빼면 되겠다 싶었는데……. [크륵… 크르륵… 크르르르르륵…….] 외계에서 온 정체불명의 괴물 X가 나에게 집착하고, [후욱… 후욱… 후욱…….] 방독면을 쓴 연쇄 살인마가 주인공들이 놀러 간 산장이 아니라 내가 있는 편의점으로 와서 칼을 휘두른다. 뭐야? 왜 주인공도 아닌 나한테 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