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포영화 속 선지자로 환생했다 (116)화 (116/156)

#115

마법사의 말이 기묘하게 귀에 달라붙었다. 끈적한 설탕물처럼 불쾌한 느낌이었다. ‘운이 좋았네요’라고? 서준은 평생 제가 운수가 좋다고는 생각해 본 적 없었다.

그는 어리석은 유년기부터 멍청한 소년기를 거쳐 청년이 될 때까지 불우했다. 심지어 인생에서 가장 짧고 행복했던 유아기조차 자신만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 음험한 손이 도사리고 있지 않았던가?

비록 그것만은 제가 자처하지 않았다고 한들, 톰팃톳에서 지낸 오랜 시간 동안 혼자만의 망상에 빠져 바로 옆에서 얼쩡거리는 행복을 곁눈질하며 시기하고 탐내기만 한 건 사실이었다.

‘게다가 지금 꼴을 보면 내 인생은 언젠가 한 번쯤은 납치당할 예정이었던 걸지도 모르겠어.’

희디흰 낯이 음울하게 흐려졌다. 서준은 잠시간 우울을 곱씹었다.

‘제기랄, 한번 납치당했으니까 털었다고 치자. 새해 오기 전에 묵은 때 벗겼다고 치자고. 앞으로는 이런 일 없겠지.’

우울은 빠르게 목구멍 속으로 넘어갔다. 새해는 진작 지나갔으나 서준은 저 좋을 대로 생각했다. 그의 선홍색 두뇌 대부분은 온갖 부정적인 망념에 찌들어 있었으나, 비죽 솟아오르는 분노와 반항심이 파들거리는 손과 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이 뒷문으로 다가갔다. 서준은 칠판을 돌아보고, 다시 뒷문을 바라보았다. 문이 하나라도 열렸다면 기뻐해야 옳았다. 그러나 자신이 한 게 아무것도 없건만 갑작스레 열린 문이 있다면 이는 함정이 아닌가 의심이 드는 건 당연했다.

주변을 휘휘 둘러본 그는 잠시 내려 두었더니 저 멀리 바닥까지 가 굴러다니는 판사봉을 주워 들었다. 비록 길이는 짧지만, 누군가의 머리를 후린다면 묵직한 한 방을 선사할 수 있을 듯했다. 판사봉을 소중하게 껴안은 서준이 슬그머니 뒷문 앞에 꼿꼿하게 바로 섰다. 어깨며 목뒤가 아주 뻣뻣했다.

- 빨리 열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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