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D가 투명 인간 실험에 성공했다는 문장이 주는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물론 투명 인간 괴담을 미리 들어 그녀가 투명해지리란 것은 진작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비현실적인 연구가 정말로 실현되다니? 새삼스럽지만 머리로 인식하는 것과 누군가 정말로 해낸 증명을 보는 건 체감이 달랐다. 서준은 만약 자신이 투명해진다면 무엇을 할지 무심코 공상했다.
“…….”
딱히 이렇다 할 게 없었다. 그는 인생 대부분을 오래도록 부정적인 방향으로 소비했다. 최근 들어 희망이며 꿈 따위를 주섬주섬 챙겨 본들 인이 박인 머릿속이 바뀔 리 만무했다. 특히 납치, 감금까지 당한 이러한 상황에서는 생각의 타래가 더더욱 구불구불하게 꼬여 들었다. 단단하고 흰 이가 얇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투명 인간이 돼서 돌아다니다가 차에 치이기라도 하면 어떻게 되겠어. 난 아무도 모르는 사이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겠지. 부모님은 그런 줄도 모르고 날 찾아다니실 거고…….’
끝내주게 비참한 최후에 서준이 눈물을 삼켰다. 그는 종종 하늘이 무너질까 사서 걱정을 하는 편이었다.
‘아무튼, 진짜 성공하긴 했구나. 하기야 그렇게 사람을 실험용 생쥐처럼 갈아 버릴 기세로 연구하더라니.’
확률 0.56퍼센트의 불행을 염려하던 와중에도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일기장에는 D에게 가한 실험 내용이 자세히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겪은 부작용에 관해서는 제법 세세하게 적혀 있었다.
어느 날은 얼굴의 모든 구멍에서 피를 흘리고, 어느 날은 온몸에 붉은 발진이 일어났으며, 어느 날은 전신의 감각이 뒤집혔다. 이러한 날들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D의 고통은 한 가지만 겪어도 연구소에서 맨발로 도망칠 수준이었다. 서준은 나직하게 탄식을 흘리며 L의 호들갑을 마저 읽어 나갔다.
「D가 신은 구두는 왜 투명해지지 않았던 걸까? 그녀가 입은 옷은 완전히 투명해졌는데. 그래도 대단했어. 빨간 구두가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잖아! 있지, S. 이제 끝난 걸까? 우리는 모두 끝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