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포영화 속 선지자로 환생했다 (109)화 (109/156)

#108

‘투명 인간의 저택이라니, 거기가 여기라고?’

서준은 얼떨떨한 눈빛으로 일기장을 노려보았다. 머릿속에서는 팀의 이목구비가 흐릿하게 무너지고 오직 그의 목소리만이 맹렬하게 반복됐다.

무자비한 바람, 휩쓸려 사라진 투명 인간, 후원자의 분노, 폐쇄당한 연구소.

팀에게 심령 스팟을 비롯한 다양한 괴담을 들었을 때 서준은 귓등으로 넘겼다. 요즘도 저런 걸 믿는 기인이 제 옆에 앉았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웠다.

하지만 진실로 사설 연구소에서 실험이 자행되고 있었다면? 허둥거리는 손이 무지 노트의 뒷부분을 더듬었다. 아까 처음으로 펼쳤던 부분은 의외로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D가 더 고통받지 않으려면 완전히 투명해지거나 죽어야 한다는 문장이 날카롭고 긴 글씨로 쓰여 있었다. 서준은 고개를 숙여 일기장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투명 인간 저택 괴담과 납치범의 명령, 그리고 일기장에 쓰인 내용.

이는 투명 인간 실험이 성공했고, 그 결과물이 사라졌으며 그것이 이 D라고 말하는 걸까? 그는 홀린 듯이 일기장의 앞부분으로 돌아갔다. 무지 노트는 온전하지는 않았다. 몇 장이 거칠게 뜯겨 나가 S와 L의 대화를 통해 간신히 시간의 흐름을 파악할 정도였다.

「S, 오늘 T가 능력으로 분필을 움직인 것 봤어? 대단하지 않아? 난 솔직히 그녀가 이 연구소에 붙잡혀 오면서 모든 삶의 의욕을 놔 버린 줄로만 알았어. 손도 말이야. 난 그 소문이 헛소문인 줄 알았는데 몰래 엿들어 보니 정말이었어. 아프지 않았을까? 난 여기서 주사 맞는 것도 너무 아프고 싫은데……. 그래서 T가 심장이 없는 사람처럼 구는 것도 이해했어. S, 생각해 봐. T가 여기 오고 나서 말을 몇 마디나 했어? 난 그렇게 마음조차 조용한 사람은 처음 봤어. S, 너도 알다시피 내 능력은 그런 쪽이잖아. 으레 많은 사람은 점잔 빼는 얼굴로 자기가 대단한 신사인 체하지만 속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거든. 온갖 추잡하고 경박하기 짝이 없어. 물론 너는 속이나 겉이나 아주 똑같지만. 하지만 T는 여기 온 첫날부터 마음이 아주 고요했지. 아니면 텅 비었다고 해야 하나? 난 그게 잘 모르는 사람이라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최근까지도 변함이 없어서 그녀의 사정을 아는데도 조금 소름 돋았지. 오른손의 의수보다 훨씬 더. 아, 그렇지. 그리고 그 애를 D라고 부를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의견 줘. 매번 그렇지만 나보다는 네 생각이 더 쓸모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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