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포영화 속 선지자로 환생했다 (37)화 (37/156)

#037

일견 부드럽게까지 느껴지는 촉수의 빨판이 그의 다리를 빈틈없이 눌러 붙이기 시작했다. 압력이 강해지며 뼈와 살이 눌리자 가스마스크의 손이 크게 퉁겼다. 연쇄 살인마도 신비로운 미지의 존재와 조우하는 건 두려웠던 모양이다.

그가 내뱉은 참담한 비명은 요한이 허벅지를 다진 고기 취급할 때와는 종류가 달랐다. 바로 공포였다.

차라리 몰랐다면 좋았을 것이나 서준은 알 수밖에 없었다. 지금 가스마스크의 심경과 가장 가까운 건 자신이었다. 사람의 인지를 벗어난 존재에게 사로잡힌 공포, 육체에 가해지는 통증이 불러일으키는 공포, 당장 잡아먹힐지도 모른다는 공포.

동시에 공포에서 벗어나게 되었다는 비겁한 안도감이 심장 속에서 부풀었다.

“흐읍….”

서준은 목구멍에서 서서히 빠져나가는 촉수를 깨물지 않도록 턱을 크게 벌렸다. 닫지 못한 입에서 침이 뚝뚝 떨어지고 그의 시선 또한 아래를 향했다.

욕심 많은 괴물은 가스마스크를 향해 촉수를 뻗으면서도 서준을 완전히 놓지 않았다. 하지만 서준을 구속한 촉수는 확실히 이전과 비교해 느슨해졌으며 내장을 탐험하던 촉수도 몸속에서 빠져나왔다.

“저리, 치워!”

가스마스크는 무용한 발악을 계속했다. 처음에는 신음과 악 소리만 지르던 남자는 몸을 비틀며 주머니를 비틀어 짰다. 빈약한 주머니에서 라이터와 담배가 굴러떨어졌다. 성냥보다는 편리한 성능을 가진 이 무기를 가스마스크는 투척용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손가락이 몇 부족한 탓인지 손아귀 힘이 영 부족했다. 홈런이라 부르기에는 아쉬운 송구력이었다. 그래도 워낙 거리가 가까워 빗겨 나가지 않았다. 자그마한 불꽃이 하이얀 살덩이에 닿았다.

토옥, 하는 자그마한 소리가 서준의 귀에도 들렸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미끌미끌한 촉수의 빨판 사이에 걸렸던 라이터는 괴물이 팔을 기우뚱 움직이자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초라하게 튕겨 나간 라이터는 촉수의 살갗에 생채기 하나 내지 못했다.

[크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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