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랑의 묘약
재준은 종종 승운의 집에서 머물렀다.
승운이 재준의 집에 머무르는 기간보다는 짧아도 꽤 잦은 빈도였다. 재준에게 이곳으로 들어오라고 하기엔, 그의 집에 있는 수많은 식물 종 괴수를 생각하면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같이 살고 싶은데. 물론 지금도 반쯤은 동거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집은 바뀌지만 거의 매일 한 침대에서 일어나니까.
사실 승운이 재준의 집으로 들어가도 괜찮았다. 뭐든 함께 할 수만 있다면. 함께 살자고 하면 받아줄까. 한번 넌지시 물어봐야겠다고 승운은 늘 고민했다.
역시 제가 들어가는 게 더 나은 선택일 것 같았다.
그 날은 재준이 랩탑을 승운의 집에 놔두고 간 날이었는데 급하게 기록을 해야 하는 게 있다며 전화가 왔다. 대신 입력을 해달라면서.
“이런 거 제가 막 봐도 돼요?”
[어차피 지승운 씨는 봐도 몰라서요.]
“…….”
믿는다는 말을 바라지는 않았지만 이런 무시가 올 줄은 몰랐는데.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엑셀 파일에 수치 입력해주시면 됩니다.]
“예, 알겠어요.”
[수치는 제가 메시지로 넣을게요.]
“네. 그대로 입력할게요.”
[저도 금방 도착하겠습니다.]
재준이 말했다. 승운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그러세요.” 라고 말했지만 재준은 그마저도 반절 듣고 뚝 끊었다. 성격 급하긴. 안 그럴 것 같이 생겨서 그랬다. 이어 다시 재준에게 전화가 왔다. 승운이 받자 [말하는 도중에 끊어서 미안해요. 나도 좋아해요.] 라며 제 할 말만 하고 끊었다.
아, 나는 좋아한다는 말 아직 못했는데. 승운이 아쉬워하며 이따가 재준이 도착하면 잔뜩 해줘야겠다고 생각하곤 재준에게서 온 메시지를 확인한 뒤 랩탑을 열었다. 트랙패드로 엑셀을 찾던 승운이 켜져 있는 페이지를 보고 뭐지 싶어 눌렀다.
“…….”
그리고 랩탑을 닫았다.
“…….”
다시 열었다.
“…….”
인터넷 창에 포르노 사이트가 떠있다.
박사님이 이런걸 본다고?
그럴 리가. 그래 보이지 않았는데.
물론 현재준은 성욕이 있었다. 꽤— 음. 지승운이 부족하지 않을 만큼 있었다. 처음엔 힘들어하는 듯하더니 금세 회복해 그와 충분히 즐겨줄 정도로.
그런데 포르노를 본다고? 나로 부족한가? 진짜?
……그러면 자제하지 않아도 되나?
승운이 고민하며 재준이 보던 사이트를 살폈다.
MKR-07. 그러니까 이건 괴수였다. 식물종 괴수, 일명 사랑의 묘약.
“…….”
이게 좋은가?
그 옆에 있는 동영상도 그랬다. LFE종의 귀가 달린 머리띠를 쓴 사람은 항문에도 괴수 꼬리로 보이는 것을 넣고 있었다.
“…….”
괴수 취향이라는 게 그런 것이었나?
승운이 의구심을 가지며 열려있는 다른 페이지들을 확인했다. 에스퍼 제복을 입은 사람들도 나왔다.
이건 제복을 입어 달라는 건가? 전투복을 입은 것도 나왔다. 그러고 보니 박사님은 가이드 제복이 있던가? 아무래도 없는 것 같은데. 가이드제복 입은 거 보고 싶다. 어쨌든 이건 끄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인터넷 창을 닫자 다른 페이지가 보인다.
도대체 뭘 얼마나 검색한 거야.
승운이 숨을 내쉬며 검색 기록을 살폈다. 대부분은 영어를 통해 검색했는데 검색 단어가 어마어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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