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롤로그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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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수는 오랫동안 인간들과 함께 했다.

늑대인간, 좀비, 그 외 알 수 없는 형태의 괴물들. 한국에서는 은요불, 그슨새, 그슨대, 야광귀, 어둑시니 등이 있다. 그들은 은연중에 세상에 숨어들어 인간을 해쳤고 때로는 인간에게 사냥을 당했다. 하지만 인간들은 자신들과의 싸움을 하느라 괴수라는 존재를 파악하지 못했다.

확실한 사실은 그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인류의 역사는 다음과 같다.

인류는 대체로 미쳐있었지만, 굳이 어느 날을 기점으로 증폭된 광기를 논하고자 한다면 1840년 정도가 좋을 것 같다. 대충 그맘 때, 더 이상 걷잡을 수 없는 광기와 이념이 뒤섞였고 인간들은 서로 인간들을 죽였다. 혹은 그렇게 알려져 있다. 인간끼리의 살인이야 고래부터 있었던 일이었지만 문명을 자처하고 난 뒤의 그런 일은 가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기괴하게 죽은 인간들, 이유를 알 수 없는 특이한 방식의 범죄들, 연쇄살인.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지만 그게 뭔지 모르던 시대에 인간들은 서로를 경계했다. 괴수라는 존재를 떠올리기는 했지만 그런 미신에 휩싸이던 때는 이미 한차례 지났다.

1841년, 광기에 휩싸인 미치광이 과학자들…… 아니, 인류의 영광과 과학의 발전에 이바지한 이들이 빛을 보게 되었다. 그 해에는 화학자 리비히가 식물의 무기영양론을 발표했다. 식물이 공기로부터 얻는 이산화탄소와 뿌리로부터 얻는 질소화합물 및 미네랄을 통해 성장한다는 것이 알려졌다. 비료의 필수성분이 질소라는 의미였다.

1908년, 프리츠 하버가 암모니아를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해줬다. 암모니아의 합성으로 화학비료가 대량생산되었다. 인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다.

1914년, 1차 세계대전.

1939년, 2차 세계대전.

1950년, 한국전쟁.

인류사에 전쟁을 빼놓을 수 없듯 서로를 물어뜯고 차지하고 죽이는 것이야 크게 이상하지는 않았지만, 이념 하에 지속되는 전쟁은 전대미문이었다. 전쟁은 계속 발발했고 인류의 광기는 끝이 없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전쟁을 통해 인류는 계속 발전했다. 그들은 같은 인간을 제물삼아 실험을 거듭했다. 인류의 발전과 과학적 영광의 미명하에 인류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파헤치고, 분해하고, 분석하고, 죽였다.

그 모든 과정을 인류는 ‘발전’으로 퉁쳤다.

1968년. 로마 클럽 결성.

세계의 석학, 정치인, 기업들이 인류와 자연, 환경, 미래에 대해 연구하는 비영리 연구기관을 설립했다.

1970년. 6월부터 2년간 ‘인류 위기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12개의 세계 모형을 바탕으로 100년 뒤의 미래를 예측했다. 예측에 따르면 2040년쯤 인류는 멸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MIT 연구진의 결과에 따르면 현재와 같은 추세로 세계 인류와 산업화, 오염, 식량생산, 자원 약탈이 지속되면 지구는 100년 안에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했다.

1972년.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가 출간된다.

1974년. 캘리포니아 대학의 모리나와 로우랜드 박사가 염화불화탄소가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과학잡지에 발표했다.

1987년, 오존홀이 공식적으로 인정됐다. 전 세계 도처에서 오존층이 엷어지는 현상이 끊임없이 일어났다. 태양으로부터 방출되는 자외선의 흡수가 떨어지기 시작하자 온도가 상승됐다. 염화불화탄소는 비점이 낮고, 인체 독성이 없으며, 무색 무취 불연성으로 폭발하지 않고 표면장력이 작고 기름을 잘 녹이며 산과 알칼리에 안정적이다. 하지만 공기 중에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상승하다 성층권에 이르러 자외선에 의해 염소분자가 분해되었고, 이는 오존층을 파괴했다. 그 결과로 자외선 조절 기능을 상실하였다.

지구가 자전을 하기 때문에, 염화불화탄소는 양극지방의 대기에 많이 모이게 됐다. 로비스트들은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환경파괴나 오존층 파괴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어떤 이들은 그것을 언급했지만 정부는 그저 환경파괴와 지구 온난화만을 말했다.

다시 조금 거슬러 올라가서.

1980년 2월, 남극. 미국을 포함한 몇몇 정부에서 문제가 생김을 인정, 이에 대한 보고서는 극비자료로 분류되었다.

1981년 12월, 미국 네바다 주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나타난다. 사람들은 그것을 임의로 괴수라 불렀다. 공식적으로 인정된 첫 번째 괴수였다.

1982년 3월, 괴수 프랑스 랑그독루시옹에 출현.

1982년 12월, MIT가 예측했던 인류미래보고서에서 월드3을 발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미래가 찾아옴을 인정했다. 추측 모델은 당시 시점으로 파악할 수 없다고 나왔다.

1983년 11월, 괴수 인도 께랄라 주와 타밀나두 주에 출현.

1984년 4월, 괴수 홍콩에 출현.

1987년 1월, 괴수 평양에 출현.

1988년 11월, 기후 변화와 관련된 전 지구적 위험을 평가하고 국제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세계기상기구와 유엔환경계획이 공동으로 설립한 유엔 산하 국제 협의체인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설립.

1989년 1월, 몬트리올 의정서에서 염화불화탄소 생산 및 사용 규제를 목적으로 제정한 협약을 함.

1989년 2월, 캐나다 몬트리올 괴수 출현.

1989년 3월, 스위스 바젤에서 국제환경협약을 함.

1989년 7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괴수 출현.

1990년 1월 1일, 대한민국 서울에서 괴수 출현.

1990년 1월 29일. 대한민국 국가이능통제원 설립.

***

스모그에서 괴수가 나온다.

괴수가 탄생하는 장소에는 항시 기이한 스모그가 따랐다. 사람들은 그 스모그를 포털, 혹은 게이트라고 불렀지만 실제로 그것은 다른 장소와 통하지는 않았다. 그들의 살과 가죽이 남기는 하나 마찬가지로, 어떻게 써야하는지에 대한 연구 발전도 힘들었다.

다만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 괴수는 어느 한 순간에 우리의 삶에 출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괴수 역시 역사의 한 주축이었다. 늑대인간, 좀비, 그 외 알 수 없는 형태의 괴물들. 한국에서는 은요불, 그슨새, 야광귀, 어둑시니. 그들은 인간과 함께 했고 인간을 사냥했으며 인간에게 사냥 당했다. 그들이 언제부터 인간과 함께 했는지는 모르지만, 어느 날을 기점으로 자신들의 존재가 확연히 드러나도록 움직였다.

1980년 2월, 남극. 극비 자료에 의하면 그 시작은 남극이라고 한다. 남극은 세계에서 괴수가 가장 많은 장소이다.

다음 자료는 1980년 미국의 극비자료에서 발췌한 것이다.

네바다 주 그룸 호수 공군기지, 51구역에서 남극출신의 괴수 탈출.

괴수 발생원인 자외선으로 추정. 당시 인류는 무분별한 화학적 남용을 하여 프레온 가스가 대기류로 이동하였고, 성층권으로 상승후 지구의 자전으로 염화불화탄소가 극지방으로 이동했다. 염소분자는 극지방 오존 원자를 파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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